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24)
424화. 가장 강력한 언령.
염원신의 시련.
절대자라면 모두가 거쳐야만 하는 언령의 각성!
언령을 얻지 못한 자는 ‘절대자’가 될 수 없다.
반면 시련을 통과해 영혼에 깃든 ‘언령’의 힘을 깨달은 자는 ‘절대자’로 군림할 자격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표식을 부여받은 게 삼천년 전이었지.’
문제는 표식을 부여받은 절대자가 급감했다는 것.
그래서 능력있는 용들도 ‘용신’의 자격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여, 지난 삼천년간 추가적인 절대자는 등장하지 않았고, 용신회로서도 발만 동동 굴리던 와중이었다.
팬텀을 염원신에게 인도한 것 자체가 도박에 가까운 수였다.
그게 보란 듯이 성공한 것이다.
‘그래 봤자 대부분이 한 개의 표식만을 얻기 마련이야. 많아도 두 개에서 세 개에 지나지 않고.’
물론 같은 언령이라 하여 그 힘과 종류마저 같은 것은 아니다.
언령의 분야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절대자 대다수가 ‘한 개’의 표식만을 얻기 마련이었다.
이는 한 가지 언령에 특화되었다는 의미.
절대자 루인이 ‘죽음’의 언령에 특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종류의 언령에 강하다는 뜻이다.
허나 한 개가 넘는 ‘표식’을 부여받은 절대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절대자 중에서도 극소수는 다수의 표식을 얻기도 했다.
“······ 네 개.”
아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또 다른 멸망을, 종말을 휘두르며 궤멸은 소멸시킨 존재.
진리의 문을 저 스스로 닫을 만큼 그 격이 남다르다지만······.
······ 네 개라니!
양쪽 입꼬리에 두 개씩 표식이 이어져있다.
언령의 힘은 입에서 나오기에, 입 근처에 표식이 나타날수록 강력하다는 의미.
무엇보다 네 개의 표식을 가진 절대자는 현재 용신회에서도 한 명뿐이다.
하물며 네 개의 표식을 가진 절대자가 염원신의 시련을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5년이었다.
5년과 5분.
같은 표식의 숫자라고는 하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의 차이.
“무슨 시련을 받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샤는 궁금했다.
염원신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신이다.
아무리 강대하고 비대한 영혼을 지녔다고 한들, 스스로 이곳에 도달했다고 한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절대로 표식을 수여하지 않는다.
절대자의 언령이란 세계의 선을 바꿀 수도 있는 힘.
그런 엄청난 힘이기에, 염원신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가는 탓이다.
한데 네 개의 표식을 5분 만에 줬다?
‘말도 안 돼.’
적어도 아샤가 아는 염원신의 까탈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염원신은 용신회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애걸복걸을 해도 지난 3천년 동안 단 한명에게도 표식을 주지 않았다.
그 악랄할 정도의 고집을, 어떻게 꺾었을까.
이윽고 튀어나온 남자의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아무런 시련도 받지 않았다.”
“······ 시련을, 받지 않았다고요?”
“대신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그게 뭐죠?”
“비밀이다.”
“······.”
아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부탁이라니.
그 염원신이?
전차원을 통틀어서 가장 까다롭다 자신할 그 신이, 부탁이라니······!
아샤는 생각했다.
‘부탁 자체가 시련이고, 그 시련에 필요한 게 최소 네 개의 언령이라는 건가······?’
아직 염원신의 시련은 시작되지도 않은 것이다.
그에게 부여된 시련이 너무나도 거대하여, 우선적으로 네 개의 표식을 부여한 것이리라.
··· 미친.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아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네 개의 표식을 가진 절대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만약 염원신의 ‘부탁’을 해결했을 때 이 남자가 갖게 될 힘은 상상조차 가지 않았으니까.
‘대체 무슨 시련을 부여받은 거야?’
도저히 모르겠다.
분명한 건.
······ 엄청난 놈이 나타났다는 것.
이전의 절대자들과는 궤가 다른,
이곳 용신회를 뒤흔들 괴물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그로인한 변화는 결코 작지 않을 터.
아샤의 눈이 빛났다.
‘그는 우리 용신회의 희망이 되어줄 거야.’
그래.
무려 ‘융’님이 선택한 남자다.
태고용신 ‘융’님이 잘못보았을 리 없다.
비록 다른 태고용신들과의 의견 충돌로 용신회를 떠나시긴 했지만, 융님만큼의 지혜와 혜안을 가진 자는 없었으므로.
‘지금 이대로면 용신회는 패배한다.’
······이대로면, 용신회는 ‘천상’에 진다.
아니, 천상에 닿기는커녕 ‘외신’들에게 패배할 수도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대다수의 절대자들과 태고용신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글쎄.
아샤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을 때.
“지금 그대를 ‘절대자’의 위치에 올리는 안건을 제시했어요. 이제 곧 ‘최고회의’가 시작될 테니, 함께 가시죠.”
*
최고회의.
용신회의 절대자들이 모여, 중요한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그리고 최고회의가 진행되는 곳은 ‘용들의 무덤’이었다.
거대한 용의 뼈들이 즐비한 곳.
역대 용신회의 용들이 이곳에 묻힌 것이리라.
그 모습은 웅장하기 짝이 없었으나.
또 한편으로는 용신회의 고집스러운 전통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벌써 세 번째 최고회의라.”
“게다가 ‘멸망’을 ‘절대자’로 받아들이자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아샤 공주.”
최고회의에 열 한명의 ‘절대자’가 자리했다.
그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가릴 수 없을 정도의 ‘황금률’을 지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넘쳐 흐르는 황금률이 전신에서 뿜어져나왔다.
가히 절대자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힘이다.
세계에 존재하는 강력한 용신들도 그들의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리라.
“마음대로 염원신에게 데려간 죄도 크다.”
“맞아. 어차피 성공하지도 못했을 텐데.”
“음. ‘언령’을 깨닫지 못한 존재는 ‘절대자’가 될 수 없지.”
“아무리 ‘공주’라도 언령을 모르는 자를 절대자로 추대할 순 없다.”
절대자들이 입을 모아 질타했다.
그녀가 몰래 염원신에게 ‘멸망’을 데려간 게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또한, 어차피 성공하지 못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여럿이 도전했으나 지난 삼천년 동안 ‘절대자’는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염원신의 시련을 통과했습니다.”
아샤가 당당하게 말했다.
“······ 뭐?”
“그럴 리가······.”
“염원신이 멸망에게 언령의 힘을 주었다고?”
당연히 다른 절대자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러자 아샤가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소개하죠. 새로운 절대자 ‘팬텀’을.”
끼이익-
문이 열렸다.
투욱-,
그 순간 발소리와 함께 등장한 존재.
절대자들이 팬텀을 마주한 순간.
“······ 표식의 숫자가······.”
“염원신이 미친건가?”
“표식이 네 개라니······!”
*
절대자들을 마주하자 전신에서 닭살이 돋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전우주적인 존재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마음먹기에 따라서 하나의 세계를 없애버릴 수도 있는 존재들.
왜 이들이 ‘절대자’라 불리는 지 알 것 같았다.
게다가 그들의 주변으로 넘실대는 황금률은 마치 ‘세계수’가 서있는 기분이었으니.
‘언령의 힘을 발휘하려거든 황금률이 필요하다.’
강력한 언령일수록 더많은 황금률의 조각이 필요하며,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언령의 경우엔 ‘온전한 황금률’을 사용해야만 했다.
한 마디로 절대자들은 모두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존재란 소리다.
나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다만, 이들의 언령과 나의 언령에는 차이가 있었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나의 염원을 들어줄 존재가!
염원신은 나를 보자마자 환호했다.
앙상한 뼈밖에 남지 않은 노인의 모습을 한 그는 그 뒤 덥썩 내 손을 부여잡으며.
-부디 모든 언령과 표식을 회수해다오.
뜬금없이 부탁한 것이다.
언령과 표식의 회수.
한 마디로.
‘저들의 표식을 회수해야하는 건가.’
나 역시 시간이 없었기에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허나 언령은 이들이 천상에 대적할 수 있는 바탕 중 하나다.
그것을 회수한다는 건, 용신회가 망가지길 바란다는 뜻 아닌가?
하지만, 염원신은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용신회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천상에 대적하고자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대고 말았어. 더 늦기 전에 회수해야만 한다.
금단의 영역.
천상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만든 ‘무기’에 대해 말했다.
그말을 듣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염원신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언령과 저들의 언령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약탈자다.’
나의 언령은 오직 저들의 것을 빼앗기 위한 ‘약탈’의 표식이었다.
-나는 오랜시간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장 강력한 존재의 염원을 담은 자여.
-다만, 조심해야만 한다. 절대자들은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들이 아니니. 아직 너의 힘만으로는 모든 절대자를 상대할 수 없으니.
-그러니 조심하고, 은밀하게, 약탈해다오.
염원신은 오랫동안 나를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싶었다.
내가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다만, 그럼에도 모든 절대자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명씩 상대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리로군.’
달리 말하면 소수의 숫자를 상대하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명, 혹은 그 이상도.
하지만 ‘은밀하게’ 진행하려거든 한 명씩 약탈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꼰 채로 빈 자리에 앉았다.
“내 자격에 대해 더 논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
“······ 너는 멸망이다. ‘천상’의 편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믿지?”
그때, 한 남자가 말했다.
그는 황금색의 머리칼을 지녔으며, 천과 같은 것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절대자들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인 듯싶었다.
나는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하곤 입을 열었다.
“헛소리. 멸망은 멸망을 공격할 수 없지만, 나는 공격할 수 있다. 그런 내가 어떻게 ‘멸망’이라는 말이냐?”
그러니까 멸망이 아니라는 의미다.
내가 가진 종말은 나의 ‘권속’이 되었다.
무언가를 멸망시키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나를 따르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들도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나는 이미 ‘궤멸’을 소멸시켰으므로.
자연스럽게 ‘천상’의 적이 됐다.
“염원신의 시련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통과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돼. 결국 네가 가진 ‘언령’의 힘이라는 것도 부질없을 것 같은데.”
“숫자만 많을 수도 있지 않나.”
“애초에 염원신은 힘이 다했던 것 아니었나?”
“음, 부디 증명해보였으면 좋겠군.”
“절대자로서 부족함이 없음을 증명한다면, 우리도 새로이 등장한 절대자를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해줄 터이니.”
그러자 다른 절대자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삼천년간 추가적인 표식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역으로 ‘염원신의 힘이 다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한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관문이겠지.
‘나의 언령을 증명해 보이라는거로군.’
하지만 나도 난감하긴 매한가지였다.
내 모든 언령의 종류는 ‘약탈’과 관계되어있다.
오직 저들의 것을 빼앗기 위한 것이었다.
허나.
그중 하나.
나의 언령 중 한 가지는 다른 언령을 ‘모방’할 수 있다.
내가 겪었던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내가 겪은 ‘언령’은 한 가지뿐이었다.
다만, 어중간하게 모방할 생각은 없었다.
《‘언령’의 사용을 위해 ‘온전한 황금률’ 한 개를 소모합니다.》
확실하게.
저들에게 임펙트를 줘야할 필요가 있을 듯했다.
이후, 나는 힘을 주어 말했다.
“‘꿇어라.’”
*
꿈을 꾸는 듯했다.
마혈종의 여왕으로 태어나, 끝없이 진화하여 용신의 위치까지 다다랐으나.
‘나는······.’
칼날용신 하나.
그녀는 아직 자각이 부족했다.
불안정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광란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서는 존재를 유지하는 것조차 벅찬 게다.
결국,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 한심하지 않은가.
‘내 꿈은······ 나의 아이들을, 나의 신을 지키는 것.’
그러나 한계에 부딪혔다.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 탓에.
꿈을, 이룰 수 없었다.
어두컴컴한 공간.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대지.
하나는 그곳에서 혼자였다.
이러한 고독을 그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이것이 바로 그녀에게 주어진 형벌이다.
죽음이란 이토록 쓸쓸한 것이다.
‘무서워.’
몸이 떨린다.
혼자라는 생각에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모두에게 강인하게 보였던 여왕이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것 같은 무소불위의 존재였으나.
··· 감추어둔 그녀의 마음은 어렸다.
겁쟁이였다.
피하고 싶어서, 잃고 싶지 않아서, 광란하여 폭주하는 길을 택한 바보였다.
‘추워······.’
하나는 무릎을 끌어안았다.
아무도 없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장소에서.
···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두렵다.
아직, 죽고싶지 않은데.
이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길이라면 더더욱 싫은데.
하나는 울먹였다.
끅끅대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존재가 조금씩 작아지고, 이내 사라질 듯이 보였다.
“아······.”
그때였다.
곧이어 어두운 공간 속에 한 줄기 빛이 찾아들어온 건.
아주 작은 빛이었지만.
그녀에겐 구원이었다.
하나가 손을 뻗어, 빛을 쥐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 처음부터 혼자가 아니었다는 걸.
아직, 그녀를 놓지 못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나의······ 신이시여.”
난생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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