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50)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50화
첫 번째 완성품
이 원생의 세계를 지배하는 세 명의 왕.
태초부터 존재해왔으며 끊임없이 진화한 기사들 중에서도, 정점인 존재들.
압셀의 정체가 그 ‘세 왕’중 하나라는 말이었다.
‘마검 사탄. 이 녀석도 태초부터 존재해왔으니, 틀린 말은 아니겠지.’
진화의 방향이 달랐을 뿐 마검 사탄도 그들 ‘세 왕’과 비슷한 역사를 살아온,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허나, 왜 ‘드워프’의 모습으로 이곳에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설마 드워프의 룬을 먹었기 때문에 모습이 바뀐 건가?”
블랙의 말이 신경 쓰였다.
드워프의 손재주를 강탈하고자, 기사들은 드워프를 납치하여 잡아먹었다.
압셀도 그 과정에서 모습이 변한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 설령 진화를 위해 드워프의 룬을 먹었다고 해도, 세 왕이 난쟁이들의 모습으로 진화할 이유가 없다.
그것도 맞는 소리였다.
오랜 세월 최적의 형태로 진화했을 왕들이다.
이제 와서 드워프의 형태를 취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네가 착각한 건 아닌가?”
-아니다. 이놈은 세 왕 중 하나가 맞다. 옛날에 나를 휘둘렀던 놈이거든.
“네 전 주인이었나?”
-하! 내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놈은 없다! 그냥 자기들끼리 나를 휘두르려고 싸웠던 적이 있었을 뿐이다!
마검 사탄의 쟁탈전이 과거에 있었다는 뜻이다.
하여튼, 흥미가 일었다.
세 왕 중 하나인 압셀이, 드워프의 구원자 취급을 받고 있는 현 상황이.
잠시 고민하던 마검 사탄이 말했다.
-아무래도 룬의 일부가 먹힌 것 같은데.
“왕이나 되는 작자가 누구한테 룬을 먹혔다는 거지?”
-다른 놈 중 하나겠지. 그래서 드워프의 모습을 취해야 할 정도로 약해진 거 아닐까?
“서로 잡아먹을 만큼 사이가 나쁜가 보군.”
-‘천상’을 상대할 때 힘을 합친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욕심이 생겼을지도······.
“······ 천상이 스스로 ‘문’을 닫은 거냐? 아니면 왕들이 닫게 만든 것이냐?”
나도 한 번 문을 닫아본 전적이 있었다.
궤멸을 죽이고, 천상이 궤멸의 정수를 노릴 때.
천상이 연 문을 강제로 닫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천상의 입장에서 나라는 존재는 ‘미지’ 그 자체였으니, 구태여 더 자극하지 않은 것일 뿐이었다.
하여, 궁금했다.
이 원생의 세계에도 천상을 물러서게 할 만한 존재들이 있는 건지.
-먼 옛날의 일이다. 세 왕은 힘을 합쳐 ‘문’을 닫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 천상은 우리의 세계에 간섭할 수 없게 됐지.
‘왕’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그 정도로 강력하다고?
마검의 말이 사실이라면, 강제적으로 ‘문’을 닫게 했다는 소리다.
천상이 스스로 물러난 게 아니라.
나는 턱을 쓸었다.
‘상급 기사 따위와는 격이 다른가 보군.’
솔직히 궁금했다.
룬을 먹는 것만으로 진화하여 궁극에 닿은 존재라니.
하물며 세 왕 중 하나로 추정되는 압셀의 룬이 먹힌 것이라면, 그 힘은 이전보다 더 비대해졌을 터.
-그런데 이상하군. 세 왕은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전쟁을 벌이면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으니까.
“룬의 일부가 먹혔다는 건 이미 균형이 무너졌다는 말 같은데.”
-그러니까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 세계를 사랑하는 녀석들이다. 서로를 좋아하진 않을지언정 전쟁을 벌어지도 않아. 아니면 갑자기 작은 놈들이 나타나서 심경에 변화라도 생긴 건가? 그리고 먹혔다면 왜 아직까지 잠잠하지?
마검도 현재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압셀의 존재가 녀석을 극도의 혼란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압셀을 바라보았다.
‘너는 왜 여기에 있는 거냐, 왕.’
세 왕 중 하나인 주제에, 힘을 잃고 드워프의 모습으로 진화해버린 녀석.
잡혀간 드워프의 신과도 관계가 있는 걸까?
그리고 왕을 먹은 또 다른 ‘왕’은, 지금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걸지.
‘모든 준비가 끝나면 움직인다.’
궁금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시기는 아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나머지 ‘두 왕’도 움직일 것이다.
어쩌면 드워프들이 등장했을 때처럼, 또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들이 진정으로 ‘천상의 문’을 강제로 닫은 괴물들이라면 아마도 전쟁은 ‘세계의 파멸’이란 결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았다.
압도적으로 찍어누르는 게 아닌 이상.
아무리 드워프들의 요청을 받았대도, 이 원생의 세계의 원주민들은 저 기사들이다.
저들이 나와 나의 세계를 파멸시키려고 하지 않는 이상, 내 마음대로 이 세계를 파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강한 힘. 강제로 이들을 중재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하여,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이 지하 땅굴에는 나의 준비를 위한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태고를 만든다.’
내 목적은 여전히 하나였다.
이 세계에서, 태고를 만드는 것.
비록 지금은 윤곽도 거의 그려지지 않지만.
마검과 압셀, 그리고 블랙스미스의 기술에 대해 더 파악하고 연구하여 익힌다면······ ‘태고’에 스스로 도달할 수 있으리란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
현재 나의 모든 노력과 집중은 오직 태고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 저들이 나의 것을, 나의 세계를 노리지만 않는다면.
나는 이 문제를 최대한 평화적으로 해결할 용의가 있었다.
*
“······ 상급 기사 알차카가, 정체를 모를 존재에게 죽었다?”
세계를 양분한 왕.
하늘까지 닿은 거대한 궁전의 안에서, ‘룬드말’이 나른한 눈빛으로 보고를 하는 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 그렇습니다, 위대하신 룬드말 왕이시여. 현재 드워프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게 직접 보고하고자 했다는데. 고작 상급 기사 한 명이 죽었다고 난리를 피운 건 아니겠지?”
보고를 받은 건 벌써 며칠이 지났으나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를 들은 건 지금이 처음이다.
고작 상급 기사 따위가 왕을 직접 알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허나, 사안에 따라선 가능할 수 있다.
바로 지금과 같이, 직접 보고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말이다.
다만, 그 이야기가 별 게 아니라면, 목숨을 내놔야만 한다.
꿀꺽!
보고를 이어가던 상급 기사가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그리곤 또박또박 말했다.
“······ 드워프들이, 바깥에서 ‘또 다른 신’을 데려온 것 같습니다.”
“오호라. ‘또 다른 신’이라면?”
“알차카를 일격에 죽였습니다. 현재의 드워프들이 갖고 있는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마력의 잔향’도 범상치가 않았습니다.”
“무언가 이상한 게 나타났음은 인지했다만. 그 정도였나?”
왕은 약간의 흥미를 내보였다.
사실, 룬드말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이 세계에, 이질적인 존재들이 나타났음을 말이다.
허나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보고를 직접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녀석은 마력의 향을 맡아 추적할 수 있도록 진화한 개체다.
아주 미약한 잔향까지 전부 맡아낼 수 있다.
그런 녀석이 ‘불길하고 범상치 않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남은 드워프들의 잔당을 토벌해야합니다. 놈들은 땅굴로 기어들어가 세계의 균형을 어지럽히는 존재들입니다.”
“왜? 내버려두면 알아서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녀석들인데. 우리의 세계는 그 기술 덕분에 비약적인 발전을 하지 않았느냐?”
“······하오나. 저들은 위험합니다.”
“걱정마라. 저들은 우리를 ‘판게니아’로 인도해줄 존재들. 우리에게 필요한 벌레들이다. 아니면, 벌레가 두렵느냐?”
“그건··· 아닙니다만.”
“네 걱정이 무엇인지 안다. 허나 저들의 ‘신’이 우리에게 있는 한, 저들은 절대로 우리를 거스를 수 없느니라. 다만······ 궁금하긴 하군. 그 ‘또 다른 신’이라는 게. 아마도 판게니아에서 건너온 것이겠지?”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선 그렇게 추정됩니다.”
“수호기사 셋을 붙여주마. 한 번 따로 조사해보도록.”
“아······!”
“성과가 좋다면 네 녀석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가, 감사합니다!”
보고하던 기사가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제 가봐라.”
“네! 위대하신 룬드말 왕이시여!”
큰 외침과 함께 궁을 나선 기사.
그 뒷모습을 보며, 룬드말은 턱을 쓸었다.
‘판게니아에서 나타난 또 다른 신이라.’
솔직히 궁금했다.
어느 정도로 강력할지.
드워프의 신은 강력하진 않았지만, 녀석이 지닌 기술력과 가능성에 의해 그들은 역대급 수준의 진화를 맞이할 수 있었다.
오랜시간 정체되어있던 욕망이라는 것을 싹트게 만들어주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반쯤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세계에 더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왕들마저도 이미 궁극에 다다라, 더는 진화할 수도 없는 상태.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이 세계는 멈추고 이내 파멸할 터.
하지만 드워프들이 세계에 나타나며 모든 게 바뀌었다.
그들은 드워프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저들의 기술과, 저들의 신이 가진 압도적인 가능성에 매료됐다.
더 진화할 수 있음을, 강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이 멸망해가는 세상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확인했다.
‘판게니아를 지배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판게니아를 이 세계처럼 만들려거든, ‘세계의 규칙’을 바꾸려거든.
저 세계를, 판게니아를 한 번 멸망시킬 필요가 있었다.
당연히 준비가 필요한 일.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 룬드말 왕은 아주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었다.
룬드말은 미소지었다.
‘가장 큰 방해꾼은 제거했으니. 이제 남은 한 녀석만 제거하면 된다.’
그럼 모든 세계의 유일한 왕으로서 군림하게 될 것이다.
그 파격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룬드말은 배가 불렀다.
*
“······.”
블랙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눈초리로 팬텀을 바라봤다.
대장장이의 기술을 익히고 있는 것까지는 이해가 됐으나.
문제는 그 이상으로 모든 기술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룬을 다루는 방법까지도 순식간에 익혔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지?’
이대로면 모든 밑천이 탈탈 털리게 생겼다.
허나, 약속은 약속.
블랙은 성심성의껏 팬텀에게 기술을 전달했다.
압셀의 훈련도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압셀의 성장 속도보다, 팬텀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고작 칠일여 만에.
“······.”
“······ 아니, 이게 무슨······.”
“벌써 ‘기간트’를 만들었다고?”
블랙과 다른 블랙 스미스들이 떨리는 눈동자로 팬텀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팬텀의 손 끝에 완성된 ‘기간트’를 말이다.
진화하는 무기.
신이 납치당한 이후로 아무도 만들지 못했던, 그 기적의 장비를, 팬텀이 만들어낸 탓이다.
‘생각보다 쉽군.’
첫 완성품을 바라보며 팬텀, 박현명이 미소지었다.
옆에서 마검이 도와주고, 압셀의 몸을 탐구하다보니, 룬에 대한 이해도가 자연히 높아졌다.
그 덕에 기간트를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수월했던 것이다.
오피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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