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21)
“금의위 천호가 수하들과 관종을 전부 죽이고 도망쳤다는 그림이 나을까요? 아니면 당신들의 얼굴 껍데기를 벗겨서 써먹는 그림이 나을까요?”
-흠칫!
아무렇지 않게 소름끼치는 악의를 드러내는 제안에 가면 속의 벽안(碧眼)이 흔들렸다.
이 자는 대체 누구지?
누군데 어찌 하여 자신들을 습격하고 이런 위협을 가하는 소리를 하는 것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가면의 금의위는 어찌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뒤를 빼앗긴 이상 양혈을 짚기도 전에 당할 확률이 높았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마차 문이 열리며 장인의 여식인 송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송아가 가면의 금의위 뒤에 서있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목경운을 보며 영문을 몰라하며 말했다.
“누, 누구?”
“흐음. 누구와 그리 얘기를 나누나 했더니 웬 소저 분이셨군요. 복색이나 냄새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금의위 분이 아닌 홍봉육 도축장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아! 저기 있었군요.”
목경운이 열린 마차 안에 있는 가죽 주머니를 발견했다.
바로 그 순간 가면의 금의위는 자신의 양혈을 빠르게 짚었다.
-타타탁!
고개를 돌린 그 찰나를 노렸다는 것을 소리로 바로 인지한 목경운이 그의 목등을 내리치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륵!
목경운의 손이 허공을 스치고 지나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바람.
‘!?’
그와 함께 가면의 금의위가 사라졌다.
그러더니 어느새 등 뒤로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슥!
이윽고 목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예기.
이런 예기에 목경운이 말했다.
“…….경신법이 굉장히 빠르시네요.”
진심이었다.
대공자 나율량 이후로 경신법으로 자신의 움직임을 상회하여 움직인 자는 처음이었다.
목경운의 이런 말에 어느새 뒤를 점한 가면의 금의위가 검날을 더욱 목에 붙이며 말했다.
“네놈. 정체가 무어냐?”
“딱히 정체랄 것도 없는 걸요.”
“말장난을 하고 싶은 모양인데 이대로 죽고 싶은 거냐?”
-꾹!
금의위가 검날로 목경운의 목을 눌렀다.
날이라는 것은 아무리 날카롭다고 해도 이를 대고서 그어야 베인다.
그렇기에 검날에 살이 눌릴 뿐이었다.
가면의 금의위가 목경운에게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베면 네 몸과 머리가 나뉘게 될 거다. 하니 똑바로 말하는 게 좋을 거다.”
“그리 말씀하시니 무서운 걸요.”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목경운.
이런 목경운의 담담한 태도에 가면의 금의위가 눈살을 찌푸렸다.
목숨을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혀 겁을 먹지 않는다.
이놈 대체 정체가 뭐지?
‘기문을 풀고도 느껴지는 기운은 절정의 극이다.’
당연히 이 정도 실력이라면 네 명의 금의위 백호와 관종들을 제압할 실력은 충분하다.
그런데 조금 전 뒤에서 느껴졌던 그 위압감은 이를 상회했다.
자신이 착각한 것인가?
‘괜한 짓을 한 건가?’
그 위화감 때문에 봉했던 기문을 열었었다.
한데 단순히 절정의 극이라면 딱히 숨겨둔 무위를 개방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러는데 송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장주께서 보낸 건가요?”
“장주?”
그런 그녀의 말에 가면의 금의위는 문득 목경운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금의위 분이 아닌 홍봉육 도축장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아! 저기 있었군요.]마차 안에 있는 가죽 주머니를 보고서 그런 말을 했었다.
그렇다는 건 그녀의 말대로 홍봉육의 장주가 보낸 사람일지도 몰랐다.
숨겨진 인피면구의 장인으로 유명한 그라면 충분히 실력 있는 무림인들과도 연이 있을 것이다.
이에 가면의 금의위가 검날을 더욱 누르며 말했다.
-꾹!
“홍봉육에서 보낸 게 사실이냐?”
이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이 답했다.
“가죽 주머니도 찾았으니 후자로 하는 편이 나쁘지 않겠군요.”
“뭐?”
“얼굴 껍질을 벗겨서 써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요.”
“지금 무슨 소리를…..”
-휙!
그 순간 목경운이 검날이 닿아있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목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빠르게 금의위의 검날을 붙잡았다.
-팍!
‘이놈!’
이에 금의위가 목경운의 손에서 검날을 빼내려고 했다.
그러나,
-챙강!
검날을 빼내기도 전에 목경운의 손에 잡혀 있던 검신이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금의위의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기(罡氣)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자신의 검은 보검이라 불리는 것인데다, 예기까지 싣고 있어서 어지간한 힘으로는 부러뜨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를 부러뜨릴 정도의 공력이라고 하면,
‘역시 그 위화감은……’
-스륵!
그때 목경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그의 턱으로 목경운의 발차기가 들어왔다.
그러자 가면의 금의위가 두 발의 용천혈에 힘을 주며 이내 바닥을 박찼다.
-파악!
목경운의 발이 허공을 갈랐다.
이번에도 스쳐지나간 곳에서 바람이 느껴지며 가면의 금의위의 모습이 사라졌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경신술의 소유자였다.
그때 목경운의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더니,
-스륵!
목경운 역시도 신형이 사라졌다.
초고속 이동의 경신법인 명현수월보(明顯水越步)를 펼친 것이었다.
명현수월보를 펼치는 순간 사라졌던 가면의 금의위가 좌우로 움직이며 자신의 뒤를 점하려는 것이 보였다.
한데 이를 본 것은 목경운만이 아니었다.
‘이 자?’
가면의 금의위는 자신의 은사를 제외하고는 경공을 펼쳤을 때 자신과 같은 영역에 들어온 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초고속 이동시에 타인과 축이 어긋나는 현상이었다.
마치 말을 타고 갈 때 옆을 바라보게 되면 모든 것이 멈춰보이는 현상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 영역에 자신 이외의 다른 자가 들어선 것이었다.
‘어떻게?’
가면의 금의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던 찰나에 목경운이 그에게 따라붙으며 가슴을 향해 검결지를 찔러왔다.
이에 가면의 금의위가 몸을 옆으로 젖히며 목경운의 안면을 향해 권법의 초식을 펼쳤다.
‘지형권류(地形拳類) 6초식 암쇄폭권(巖碎爆拳).’
금의위의 주먹에서 권격이 일어났다.
서로가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검결지를 찌른 상태였기에 피할 수가 없었다.
이에 목경운이 왼손으로 자신의 안면을 노리는 권격을 막았다.
-파앙!
그런데,
‘암쇄폭권은 이게 끝이 아니다.’
다섯 번의 권격이 연달아 이어져 바위마저 폭사시키는 권초였다.
손바닥을 관통할 듯한 기세로 이어지는 권격에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파앙! 파앙! 파앙!
-촤르르르르!
-파앙!
그리고 네 번째 권격에 목경운의 손이 위로 솟구쳤다.
그러자 이를 노렸다는 듯이 금의위가 목경운의 턱을 향해 마지막 권격을 날렸다.
-퍼억!
턱을 맞은 목경운의 고개가 위로 솟구쳤다.
그 순간 가면의 금의위가 두 손을 허리까지 당겼다가 전광석화처럼 목경운의 가슴을 향해 날렸다.
‘송운장류(送雲掌類) 제 4초식 부운양장(部雲兩掌)!’
-파아아앙!
가슴 부위의 옷자락에 물결의 파동이 생기며 양장을 맞은 목경운의 신형이 그대로 뒤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튕겨나가며 향한 곳은,
‘아뿔싸!’
마차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홍봉육 장인의 진짜 여식인 송아가 서있었다.
이를 인지한 가면의 금의위가 용천혈로 모든 기운을 집중하더니 이내 바닥을 두 번 박찼다.
-파팍!
그 순간 그의 신형이 조금 전보다 더 빨라졌다.
마치 움직일 때마다 잔상이 생겨나며 모습이 둘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
양장을 맞고서 튕겨나가는 목경운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인 가면의 금의위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송아를 한 팔로 낚아챘다.
-팍!
“꺅!”
송아를 낚아챈 가면의 금의위가 뒤로 신형을 날렸다.
그와 함께 목경운의 몸이 마차와 부딪쳤다.
-쾅!
목경운과 부딪친 마차가 그대로 부서지고 말았다.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지는 마차를 보며 가면의 금의위가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일단 송아가 중요했기에 그녀를 구하는 걸 우선했지만 마차 안에 가짜 장주의 자른 두 손이 들은 가죽 주머니가 있었다.
‘괜찮을려나.’
우려하고 있는데 송아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인가요?”
무공을 익히지 않은 그녀에게는 두 사람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가면의 금의위가 느닷없이 나타나 자신을 끌어당겼고 갑자기 마차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어찌나 놀랐는지 몸을 떨고 있는 그녀에게 가면의 금의위가 말했다.
“별 일 아니다. 한데 방금 그 자는 정말 그대의 부친이 보낸 자가 맞나?”
“모, 모르겠어요. 저도 처음 봐요”
“확실하나?”
“아니. 얼굴까지 가리고 있는데 제가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안다는 거예요?”
“…….그건 그렇군.”
“한데 저희 아버지가 보낸 게 맞으면 어쩌려고 싸우신 거죠? 절 놓아준다고 했잖아요.”
이런 그녀의 물음에 가면의 금의위가 옅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위험한 자였다.”
“위험하다뇨? 아버지께서 보낸 거면 저를 구해달라고 보내셨을 텐데.”
“단순히 너를 구하기만 하려고 했던 게 아닌 듯 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저를 구하기만 하려는 게 아니었다니요?”
“나를 도발하려는 건지 아니면 진심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를 노린 듯 했다.”
목경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끝없는 악의를 느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송아가 말했다.
“정말로 아버지께서 보냈다면 그럴 리가 없어요. 그 말은 결국 저를 구하면서 당신들을 전부 죽여서 증거를 은멸하려 했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욱 일이……”
“커지게 내버려두진 않죠.”
‘!?’
마차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송아와 가면의 금의위가 동시에 그곳을 쳐다보았다.
마차 앞에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무언가를 들고 서있었다.
그것은 가짜 장주의 잘린 두 손이 들려 있는 가죽 주머니였다.
‘이게 대체?’
가면의 금의위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의 모습은 너무도 멀쩡했다.
분명 폭쇄암권으로 턱을 가격했고 연달아 부운양장을 가슴에 적중시켜서 심장에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뇌와 심장을 당했다면 저렇게 멀쩡할 수가 없었다.
당혹스러워하는데 송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장주, 아니 아버지께서 보내신 게 맞나요?”
“아버지?”
“네. 전 홍봉육 장주의 여식인 송아라고 해요.”
“아아. 그런 가요?”
“정말로 아버지께서 보내신 게 맞다면 그만 싸우세요. 이분은 저를 놓아주려고 했어요.”
그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놓아주려고 했다고요?”
“네. 저와 거래를 했어요. 그러니 그만 싸우셔도 돼요.”
“호오. 그래요?”
“네.”
송아가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가면의 금의위에게 말했다.
“아버지께서 보내신 분이 맞는 것 같아요. 하니 약조는 지킬 테니 이번 일은 금의위 대인께서 무마시켜 주세요. 저분은 아무 것도 몰랐잖아요.”
이런 그녀의 말에 가면의 금의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관종들과 금의위 백호들이 전부 쓰러져 있기는 했지만 죽은 자들은 없었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그가 말했다.
“알겠다. 이 건은 내 선에서 무마하도록 하겠다. 하나 가죽 주머니는 넘겨라. 저게 없으면 이 일을 무마하기 힘들어진다.”
그런 그의 말에 송아가 인상을 쓰다 이내 목경운에게 말했다.
“가죽 주머니는 돌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이 말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송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걸 돌려주지 않으면 일을 무마시킬 수 없어요. 그러니…..”
“그건 곤란하군요.”
‘!?’
이 말에 송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걸 돌려주지 않으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미안하지만 그쪽 부친의 부탁을 받은 게 아니라 이건 제 자의로 온 거라서요.”
“네?”
“이걸 들고 가야 소저 부친 분의 두 손을 도로 붙일 수 있거든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그녀가 미간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잘린 두 손을 붙인다니 이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는데,
-스륵!
목경운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가면의 금의위가 황급히 송아를 잡아당겼다.
“헉!”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초고속 이동을 한 목경운이 그녀의 혈을 점해서 잠들게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송아를 잡아당겨서 이를 피하게 한 가면의 금의위가 발을 두 번 박찼다.
-파팍! 스륵!
그러더니 그의 신형이 이내 잔상처럼 흩어지며 둘로 나뉘었다.
그렇게 나뉜 신형 중 하나는 송아를 더욱 뒤로 끌어당기고 있었고, 다른 신형은 목경운을 향해 권초를 펼쳤다.
-파파파파팍!
‘지형권류(地形拳類) 제 3초식 무영쇄권(無影碎拳).’
그의 주먹이 수많은 권영을 만들어내며 목경운을 뒤엎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목경운이 바닥을 두 번 박찼다.
-파팍!
그와 함께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목경운의 신형이 잔상을 일으키며 이내 둘로 나뉘어졌다.
그러더니 하나의 신형은 무영쇄권을 한 손으로 가볍게 막아냈고, 다른 하나의 신형은 송아를 끌어당기고 있는 자신을 향해 뻗어왔다.
이를 본 가면의 금의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이것은 놈이 펼치던 그 경신법이 아니라 자신의 독문 경신법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당황해하는데 어느새 코앞까지 거리를 좁힌 목경운이 금나수의 수법으로 송아를 빼앗으려고 했다.
이에 가면의 금의위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옆으로 밀쳤다.
-팍!
그리고는 목경운의 금나수를 송운장류의 장초로 막아내려고 했는데,
-파팍!
목경운이 장초를 펼치기도 전에 기묘한 수법으로 그의 손을 가볍게 내려치더니,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안면을 향해 검결지를 찔러왔다.
‘양 손으로 다른 초식을?’
동시에 다른 수를 펼치자 가면의 금의위로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뒤로 신형을 날렸다.
-팍!
그렇게 신형을 날려서 순식간에 열 보 가량 물러난 가면의 금의위가 멈춰 섰다.
아슬아슬하게 검결지를 피했다고 여겼던 그 순간,
-쩌저저적!
그의 가면에 금이 가며 그것이 갈라지려고 했다.
검결지에서 흘러나온 날카로운 예기는 피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런!’
놀란 가면의 금의위가 이것을 황급히 붙잡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가면 속의 자신의 모습만큼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였다.
그러나 가면이 좌우로 갈라지는데 이를 전부 붙들 수는 없었다.
-투투툭!
가면의 여기저기 갈라진 부위가 떨어지며 그의 왼쪽 얼굴이 드러났다.
벽안(碧眼)과 함께 높은 콧대에 꽤나 이국적인 얼굴이었다.
이를 타인에게 보였다고 여긴 금의위 천호가 수치스럽다는 듯이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