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27)
‘이 정도인가.’
온몸이 쭈글쭈글해져서 미라처럼 변한 밀회의 제 일계(一界) 강염을 보며 목경운이 코웃음을 쳤다.
놈의 체내에 있는 기운을 전부 흡수한 그였다.
요기(妖氣)는 그대로 변환시켜 마기화(魔氣化)시켰기에 곧장 운용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강염의 몸에 공존하고 있던 이 자연지기 자체에 가까운 화기(火氣)는 따로 기운을 격리해두었다.
‘상반된 기운을 어떻게 동시에 지닐 수 있는 거지?’
목경운은 이것이 의아했다.
자신에게조차 그럴 진데 이매망량인 놈에게 있어서 이런 자연지기는 상극 그 자체일 텐데도 이것이 체내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다면 일단 순도 높은 기운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활용도가 있을 것이다.
-탁!
체내의 모든 기운을 빨리고서 숨을 거둔 강염의 몸에서 목경운은 손을 뗐다.
그리고 그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상기했다.
[그, 그 인간 계집이 있으면 봉인해뒀던 원혼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원혼을 되살릴 수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나 얼핏 듣기로 그 계집도 원혼도 원래는 하나여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나?] [······알고 있는 걸 말해줄 테니 목숨만은 살려다오.] [쓸모가 있다고 판단되면 고민해보지. 해서 뭘 알려줄 수 있다는 거지? 하던 얘기를 마저 해라. 원래 하나라는 게 무슨 의미지?] [내가 아는 건 그게 다다. 그분께서는 그 몸과 원혼이 하나만 될 수 있다면 당신의 바람이 이루어진다고 했다.]바람이 이루어진다고?
대체 무슨 의미지?
청령과 쏙 빼닮은 위소연의 몸에 청령을 빙의시켜서 부활하게 하려는 건가?
한데 그건 말 그대로 그냥 빙의이지 않나?
‘아!’
순간 목경운은 그때 청령이 빙의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것을 떠올랐다.
기이한 현상이었다.
대체 위소연은 청령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이기에 그런 거지?
의아해하던 목경운은 곰곰이 생각하다 물었다.
‘내가 맡은 임무가 아니다라······.’
그 말인즉 필요한 조건을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애초에 조건이 이뤄졌다면 이렇게 얘기할 순 없다.
삼안(三眼)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세 가지.
청령, 위소연,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만들 술법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특유의 통찰력으로 적은 정보만으로도 상황을 정리해낸 목경운이었다.
[좋아. 그럼 위소연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말해라.] [목간께 데려갈 거다.] [그럼 간단해지는군. 목간은 어디에 있지?] [그곳은 주술로 감춰진 공간이라 그분께서 아랫사람을 보내지 않는다면 위치조차 알 수 없다.]그 말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쳤다.
[그럼 딱히 아는 게 없네?] [자, 잠깐. 일계 중에서는 파제와 귀검이 가장 오래되었기에 그분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아는 걸로 안다.] [파제, 귀검?] [그래. 파제는 임무를 맡고 있어서 위치를 알 수 없지만 귀검은 천지회의 회주를 따른다고 하니 알아낼 수 있을 거다.] [흐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하니 부디 자비를······.]-탁!
-슈우우우우우!
[자, 잠깐 이건 말이 다르······끄헉.] [알고 있는 정보의 대부분이 추상적이고 한 다리를 더 거쳐야 하는군.] [그······그렇다 해도······.] [제대로 된 정보도 아닌데 딱히 살려줄 가치는 못 느끼겠군. 그리고······.]-슈우우우우!
그렇게 목경운은 강염의 체내에 남아있는 모든 기운을 착(着)의 식(式)으로 흡수했다.
“주군.”
그때 그의 곁으로 검마(劍魔) 지외가 다가왔다.
지외는 내심 목경운의 손속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평생을 정사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에 가깝게 살아온 그에게는 목경운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충격 그 자체였다.
‘살려달라고 그리 애원하는데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고 이리 만들다니.’
참으로 잔혹한 손속이었다.
이것이 자신이 배워야 할 마(魔)의 품성인 건가.
적응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나저나,
“송구합니다. 그 위소연이라는 소저를 구하라 했는데, 속하가 늦는 바람에······.”
-흠칫!
그때였다.
목경운이 지외를 쳐다보다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주군?”
-오싹!
순간 지외는 당황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에게서 엄청난 살기(殺氣)가 일순간 일어났는데, 그것이 어찌나 강렬한지 위압감에 질릴 지경이었다.
‘갑자기 왜 이런?’
-팟!
그러는데 목경운이 어딘가로 갑자기 신형을 날렸다.
“주군!”
대체 왜 그러는 거지?
의아해하는 그를 놔두고서 어딘가로 날아가는 목경운.
그가 급하게 향하고 있는 곳은 천지회 본관 광장 쪽이었다.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갑자기 청령과 이어져 있던 연(緣)이 끊어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청령!’
멀쩡하던 식신의 연이 끊어졌다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소멸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일순간 분노하는 것을 넘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목경운은 그녀가 느껴지던 마지막 장소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곳은 본관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건물이었다.
청령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다고 여겼던 목경운은 그곳에 가까워지자 미간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에서 불길하기 짝이 없는 무서운 영력(靈力)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이건?’
너무 짙은 어두운 귀기(鬼氣)였다.
한데 묘하게 이 기운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에 그 진원지를 향해 뚫고 들어가자,
-쾅!
그곳에 사방이 피로 뒤덮여 있었고 그곳에 청령이 누군가의 목을 움켜쥐는 게 보였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회주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연(緣)이 끊겨서 사달이라도 났나 싶어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청령이 멀쩡한 것도 모자라 전보다도 더 불길하고 강한 영력을 내뿜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격이 자령(紫靈)이 되었을 때를 훨씬 상회했다.
“청령?”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녀와의 연이 끊어졌고 이렇게 영력이 폭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목경운은 청령을 만류해야 한다고 여겼다.
지금 그녀의 기세를 본다면 회주의 목을 꺾어버릴 것만 같았다.
“청령······.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화를 가라앉히시죠. 저랑······.”
-파악!
그 순간 청령이 손을 휘젓자,
-파아아아앙!
바닥에서 피가 솟구치며 그것이 파도처럼 밀려와 목경운을 뒤덮었다.
이에 목경운은 요검 악즉을 뽑아 피의 파도를 가르려 했다.
그런데,
-파아앙!
피의 파도를 가르려 했던 목경운의 검이 도리어 튕겨 나가고 말았다.
덕분에 신형이 파도에 휩쓸리며 밀려났다.
‘피가?’
영력이 폭증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가르고자 마음먹고 휘두른 것마저 튕겨낼 줄은 몰랐다.
내심 놀라워하던 목경운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촥!
검 끝으로 역량을 집중해 피의 파도를 단숨에 뚫어버렸다.
-파앙!
아무리 피의 파도의 위력이 강하다고는 하나 한 점으로 역량을 일원화하니 구멍이 커다랗게 뚫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뚫고 지나간 순간 목경운의 눈이 커졌다.
그 이유는,
-우득!
충혈된 눈으로 벙긋거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천지회주의 목을 꺾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목이 꺾인 천지회주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처럼 씁쓸한 눈빛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를 본 목경운은 찰나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무리 천맥(天脈)의 일족을 전부 죽이기로 마음먹었다고 해도 아직 회주에게서 제대로 알아낸 것도 없는데 그를 죽인다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특히 할아버지의 죽음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고, 삼안(三眼)이 어디에 은거하고 있는지를 알아내야 하는데······.
-첨벙!
죽은 천지회주의 몸이 피 웅덩이로 떨어졌다.
고개를 돌린 청령의 눈동자가 흰자 하나 없이 검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대체 얼마나 분노하면 저렇게 된 거지?
“······청령.”
-중생.
“대체 왜 그러는 거죠? 무엇이 청령을 이리도······.”
-너와 본좌의 연은 여기까지다.
차갑고 단호한 그 말과 함께 청령이 손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바닥에 고여 있던 핏물이 손 형태로 올라오며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
그는 다름 아닌 대법사 명률이었다.
명률은 턱이 뜯겨 나갔고 양팔이 잘려나가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처참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 모습에 목경운은 이를 막아야 한다고 여겼다.
정확한 이유는 당장에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그녀가 이 두 사람을 당장에 죽이려 하는 것에는 뭔가가 있으니 이러는 것이다.
-팟!
목경운은 황급히 무형검(舞形劍)을 일으켰다.
-촥!
예리하기 그지없는 무형검이 핏물로 만들어진 손목을 베어버렸다.
-푸푸푸푸푸푹!
그런데 그 순간 사방에서 날아든 수많은 핏물의 가시가 대법사 명률의 전신을 꿰뚫어버렸다.
전신이 꿰뚫린 명률은 그대로 숨이 끊겨버리고 말았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매가 차갑게 식어갔다.
그런 목경운에게 청령이 말했다.
-연이 끊긴 이상 더이상 본좌를 구속할 순 없다. 본좌의 한은 본좌가 직접 풀겠다. 하니 중생 너도 이제 네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여라.
식신으로서의 연(緣)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모든 연을 끊겠다는 듯한 차가운 말투였다.
더 이상 구속하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만이 아니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청령은 더 이상 비용헌의 집착과 광기에 목경운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분노 이상으로 불안했다.
더 깊이 들어갔다가 무언가 잘못되어 목경운마저 사지로 걸어가게 될까 두려웠다.
이에 그녀는 자신이 결착을 내야 한다고 여겼다.
결국 이 모든 일의 발단은 자신인 셈이니 말이다.
‘미안하다. 중생.’
-촤르르르르르르!
이내 청령의 주변으로 이 공간에 있는 모든 핏물이 회오리치며 그것이 그녀를 삼키려 들었다.
이대로 핏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사라질 작정이었다.
원한이 더욱 깊어지면서 한계를 뛰어넘었기에 이제는 목경운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쉽게 막지 못할 거라 여겼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촥!
그녀의 몸을 감싸던 핏물의 회오리가 무형검에 의해 갈라졌다.
그러더니 이윽고 그녀의 앞에 목경운이 나타났다.
자신을 막으려는가 해서 그를 밀쳐내기 위해 영력을 실어 손을 뻗는데,
-팍!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듯이 잡은 목경운이 이를 끌어당기며 강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보낼 수 없군요. 이미 청령이 제 인생이니까요.”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