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 chapter (13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1화
마누스가 혼란에 빠진 좀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옆에 있는 하비에르도 만족스럽게 수염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허허, 이 정도면 낙승이 아닌가! 오랜 시간 준비한 노력들이 무색해지는구먼.”
[…….]말없이 하비에르를 응시하던 마누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비에르는 미트골렘의 사념에 접속해 명령을 내렸다.
“지금이 기회다! 확실하게 밀어붙여!”
쿵! 쿵! 쿵! 쿵!
미트골렘들이 육중한 거체를 이끌고 전차처럼 좀비들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빡빡했던 좀비들의 진형이 무른 두부를 뚫고 나가듯 무너져 내렸고, 그 뒤를 마누스의 스켈레톤들이 따라오며 쓰러진 좀비들을 마무리했다.
“계속 가거라! 계속……! 응?”
정신없이 명령을 내리던 하비에르의 시선이 저택 쪽으로 향했다.
저택의 발코니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눈에 불꽃이 일어나는 두개골을 뒤집어썼고, 무영의 망토로 몸의 절반을 가렸다. 오른손에는 하얀 대검을, 왼손에는 프린스의 왕관을 들고 있었다.
[……그렇군. 좀비들이 무력화된 게 바로 저자 때문인가.]마누스도 그를 발견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옆에 서 있는 하비에르의 눈이 공포로 흔들리고 있었다.
“저, 저놈이 왜 저기에……!”
[아는 인물이오?]그때 발코니의 남자가 피어의 두개골을 벗어서 목 뒤로 넘겼다.
이내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아직 앳된 느낌이 남은 소년이 얼굴을 드러냈다.
‘저렇게 어리다고?’
하비에르는 자신을 일격에 베어버린 남자가, 저렇게까지 앳된 소년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넘어 질투심마저 느꼈다.
도대체 정체가 뭐란 말인가?
정신없이 소년을 살피고 있던 하비에르의 동공이 다시금 커졌다. 그가 대검을 내려놓고 왕관을 머리 위에 쓰려 하고 있었다.
‘설마 저걸 쓰려고?’
하비에르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프린스의 왕관은 좀비들의 왕이 되는 힘. 인간이 함부로 저걸 썼다간 정신이 갈려 나가 식물인간이 된다.
정작 왕관의 주인이자 에이션트 언데드인 프린스마저도 사념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본체와 분신을 따로 운용할 정도이거늘, 인간이 저 왕관을 쓰면 무조건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비에르는 콧구멍을 씰룩거리며 기대 어린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써라. 써라. 써라. 얼른 써!’
소년이 왕관을 높게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정말로 망설임 없이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렸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그의 몸에서 격렬한 칠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아!]프린스가 엉금엉금 무릎으로 기어서 테라스 쪽으로 넘어왔다. 무릎 꿇으라는 시몬의 절대명령이 풀리지 않아서 이렇게 기어오는 게 최선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데! 군단화된 뒤라서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고!]프린스의 시선이 시몬의 뒤에 걸려 있는 피어의 두개골 쪽으로 향했다.
[당신도 미쳤어 피어! 계약자잖아! 왜 안 밀리는 건데?] [크흐흐! 아무것도 모르면 닥치고 지켜봐라.]거꾸로 매달린 피어의 두개골이 히죽 웃었다.
[나를 입는 것도 단 한 번 만에 성공한 놈이니까.] [뭐?]쿠우우우우우우-
주위에 폭발할 것처럼 흘러넘치던 칠흑이 안정화되었다.
시몬이 휘청거리며 발을 내딛다가 이내 벽을 짚고 반대쪽 손으로 이마를 덮었다.
“후우우우우.”
그의 눈이 왕관의 색과도 같은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눈동자에는 기이한 무늬가 그려졌다.
그가 후읍 하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
인간의 목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힘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성이 터져 나왔다.
그 외침에 전장이 멈췄다.
수천수만이 뒤섞여 있는 이 공간에 완벽한 정적이 흘렀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있던 모든 좀비들이 고개를 들어 시몬을 보았다.
시몬의 흘러내리는 앞머리 아래의 눈빛은 광기에 찬 것처럼 번들거렸고, 입꼬리는 광기에 찬 것처럼 올라가 있었다.
‘저건……!’
피어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율을 느꼈다.
가면을 쓰고, 이름을 숨기고, 대륙을 뒤흔들며 잠적한 그 악랄한 패왕.
시몬의 얼굴에 리처드가 겹쳐져 보이기 시작한다.
[전원.]시몬이 좀비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쿠구구구구구구!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마누스와 하비에르가 흠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좀비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초점 없던 그들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물들어지며 이빨과 발톱은 검푸른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내 온몸에서 검푸른 연기가 흘러나온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
-어어어어어어어!
망자들이 포효했다.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푸른 산불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캬아아아아아아악!
-키이이이이!
단 한 마리의 예외도 없이.
이곳의 모든 좀비가 시몬의 칠흑을 자신의 몸에서 재현하기 시작했다. 이 모두가 왕관을 쓴 시몬의 지배하에 들어온 것이다.
[하.]프린스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벽에 등을 기댔다.
[……하, 하하!]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에이션트 언데드인 자신도 불가능했던 일을, 그냥 인간이 저렇게 쉽게 해낸다고?
부웅.
시몬이 발코니의 난간을 밟고 훌쩍 뛰어내렸다. 좀비들이 우르르르르 몰려들고 자기들끼리 올라타며 언덕을 만들고 산을 만들어 시몬의 몸을 받쳤다.
마치 고고한 존재가 더러운 흙바닥을 밟지 않게 하려는 것처럼.
[전진.]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시몬을 태운 검은 파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살아 있는 파도처럼 뒤로 한번 물러났다가, 이내 시몬이 있는 꼭대기부터 휘어지듯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시몬이 탄 파도를 중심으로 주위의 좀비들도 괴성을 지르며 합류한다. 좀비들이 뭉쳐 만든 흐름은 점점 더 커지며 이내 뒤쪽에 있는 저택만큼 불어났다.
좀비들이 왕을 싣고 달리며.
노도(怒濤)가 몰아친다.
‘말도 안 돼!’
하비에르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광경에 전율하고 또 전율했다.
‘저건 이미 언데드 컨트롤의 수준이 아니야!’
시몬을 태운 검은 파도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푸른 눈동자들이 부릅떠진 채 하비에르를 응시하고 있었다.
느껴본 적 없는 지독한 공포감. 하비에르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드는 것을 느꼈다.
파도에 올라탄 시몬이 길게 숨을 토했다.
“피어.”
[오냐!]그가 파멸의 대검을 세워 들었다.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하는 것은 미트골렘. 좀비들의 검은 파도가 가장 앞에 보이는 첫 번째 미트골렘에게 충돌했다.
콰콰콰콰콰쾅!
미트골렘과 파도가 부딪혔다. 거품이 튀어 오르듯, 좀비들의 몸이 튀어 올랐다.
골렘의 커다란 몸뚱이가 파도에 파묻히고, 머리만 빼꼼 남겨졌다. 이를 파도를 타고 지나가던 시몬이 대검을 휘둘러 베었다.
[다음.]좀비들의 파도가 방향을 꺾어 측면의 미트골렘으로 향한다. 스켈레톤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려 했지만 거대한 흐름에 저항하지 못하고 파묻혀 버렸다.
검은 파도는 주위의 모든 것을 새까맣게 뒤덮었고, 미트골렘의 얼굴만이 파도 위에 남을 뿐이었다.
시몬은 잘 여문 곡식을 수확하듯 그것을 거두었다.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지금껏 한 마리밖에 손실이 없던 강력한 미트골렘의 목이 연달아 달아났다. 파도가 뻗어 나갈 때마다 스켈레톤들의 진형이 무너져내리고 골렘들은 쓰러져 갔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하비에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악하듯 소리쳤다.
열두 마리.
열세 마리.
열네 마리.
열다섯 마리.
예외는 없었다.
단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시몬은 파도를 이끌고 나아가 모든 미트골렘들을 파괴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 하비에르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키에에에에에에!
-어어어어!
좀비들이 자축하듯 거대한 포효를 터뜨렸다. 꼭대기에 올라탄 시몬은 가뿐하게 대검을 어깨에 툭 올렸다.
“……죽여.”
바닥에 엎어진 하비에르가 부르르 떨며 옆을 돌아보았다.
“뭘 하고 있나 마누스! 저놈을 죽……!”
스릉.
하비에르는 채 말을 잊지 못했다. 검은 검격이 그어지고 하비에르의 목이 높게 하늘로 떠올랐다.
철컥.
마누스가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대가 나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쯤은.]흙바닥에 떨어진 하비에르의 목이 데구르르 굴러가 멈췄다.
마누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시몬 쪽을 향해 걸어갔다. 주위에 있던 스켈레톤이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만들며 비켜주었다.
[젊은 왕이여, 그대의 이름은?]시몬이 턱을 치켜들었다.
“시몬 폴렌티아.”
[본인은 탈헤른 제국의 기사, 마누스라고 하오.]그가 검을 일자로 세워 들었다.
[나의 존재 의의이자 숙명은 키젠에 대한 복수를 완수하는 것. 그 왕관을 넘겨주길 바라오.]“복수?”
금빛의 눈을 번뜩이며, 시몬이 히죽 웃었다.
“미안하지만, 내 알 바 아냐.”
“전 제국의 소드마스터, 당신의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데스랜드의 언데드들을 이끌고 키젠에 복수하겠다고? 진정으로 그게 가망성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가망성이란 말에 마누스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결론적으로 당신은 네프티스를 이길 수 없어. 네가 하려는 짓의 본질은 그냥 깽판. 네 군대가 키젠으로 향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대륙민들이 죽어 나갈 거라고 생각해?”
제국은 이미 사라졌다.
만약 마누스의 반란이 일말의 성공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시몬은 그를 비웃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혁명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데스랜드와 마누스의 전력만으로는 절대 키젠을 꺾을 수 없다.
정해진 결말.
결국 마누스는 제국이란 이름도 모른 채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제국의 후손들과 후세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기만 할 뿐이다.
“넌 이미 역사 속에서 사라진 존재야. 그런 존재가 옛날 일을 들먹이면서 지금 잘살고 있는 후손들의 목숨과 생계를 무너뜨리는 건 모순이지. 네게는 의의도, 정의도, 실리도, 명목도 없어. 다시 말하지만 그냥.”
시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구질구질한 깽판이야.”
[그렇다면!]마누스가 검을 휘둘렀다.
시몬이 딛고 있던 좀비들의 파도에 실선이 그어지더니 촤악!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졌다.
시몬의 몸이 붕 떠올랐지만, 검은 파도의 또 다른 쪽에서 좀비들이 혹처럼 우르르 올라와 시몬의 두 다리를 받아냈다.
[그렇다면 키젠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제국민들의 넋은 어떻게 위로하란 말이오!]“그럼 장차 네 깽판에 희생당할 수많은 사람들의 넋은 또 누가 위로하는데? 충정이니, 넋이니, 전부 당신의 아집으로밖에 안 들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할게.”
시몬이 대검을 세워 들었다.
“네 낡고 무의미한 깽판에 희생당할 사람들의 넋을 기리지 않기 위해, 나는 싸운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할 것 같군.]마누스가 다리를 어깨너머로 벌리며 검을 비스듬히 내렸다. 시몬은 대검을 쥐지 않은 왼손을 들어 올렸다.
-캬아아아아아아악!
-키이이이이!
데스랜드의 좀비들이 포효하고 울부짖었다.
이들과 대치한 마누스는 섬찟섬찟한 기분을 느꼈다.
어찌 잊겠는가.
탈헤른의 최정예 대군을 무너뜨린 10인의 네크로맨서.
그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세 명이 바로 ‘군단장’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동지들이여, 그대들도 이런 기분이었나.’
검은 파도를 이루는 1만 쌍의 눈동자가 마누스를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