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 chapter (74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49화
배신이 일어났다.
심지어 그 대상은 연합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지금까지 무수한 승리를 쟁취해 낸 언데드 군단이다.
적을 찢어발기는 모습을 보며 응원해 마지않던 송곳니가, 어느샌가 자신에게 향할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7군단의 언데드들이 등을 돌려 연합군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병사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다, 당황하지 말고 쳐라!”
지휘관 네크로맨서가 송장거미를 밟아 누르며 소리쳤다.
“병력의 수는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다! 에워싸서……!”
[믿을 수 없어.]살벌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허공에 여러 빗금이 그어졌다.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이 하늘을 휘저었다.
빗금이 번뜩였고, 인간들의 매끈하게 갈라진 육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검은 제복을 차려입은 여성형 언데드가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움켜쥐며 쪼그려 앉았다. 커다란 충격에 빠진 표정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주인니이이임! 왜 저를 두고 프리스트 따위를……!] [진정해라. 에르제베트.]펄럭!
창공 위로 열 쌍의 흑탄 같은 날개가 펼쳐졌다. 마찬가지로 검은 제복을 입고 장년 남성의 형상을 한 언데드, 아케뮤스가 날아올랐다.
날개를 모두 펼치자 전장에 온통 그늘이 질 정도로 거대했다.
[우리는 군단의 의지이자 검이다! 검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순수한 충정으로 주군의 명을 떠받들어라!]열 쌍의 검은 날개가 부채처럼 휘둘러지자 사방에서 검은 회오리가 휘몰아치며 연합군의 병사들을 날려버렸다.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쿠쿠쿵-!
산이 뒤흔들리는 함성과 함께, 작은 자갈만 했던 언데드가 솟구쳤다. 그 거대한 크기에 연합군의 병사들은 고개가 아플 만큼 젖혀야 했다.
거인 부대의 대장 빅크룸이었다.
“뭐, 뭐가 이렇게 커?”
[명령! 따른다!]형용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팔로 주위를 훑어내리자, 산이 무너져 내리고 수백의 병사들이 동시에 고깃덩이가 되었다.
좀비 부대의 대장, 프린스가 킥킥거리며 말했다.
주먹을 맞부딪히며 뛰어나갈 준비를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렸다.
[넌 기분이 좋아 보이네? 뮤르.]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처럼 검은 제복이 아닌, 붉은 로브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존재가 눈을 번쩍였다.
[좋지 아니할 수 없지.]그가 손짓하자, 뒤에서 다가오던 네크로맨서들이 살과 가죽이 뒤집히고 찢어져 죽었다.
[나는 이제 곧 자유다. 세상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하여간 마지막까지 음침하다니까.]그렇게 군단 전체가 폭주한 채, 새까만 연기와 불길을 뿜어내며 적을 공격했다. 마치 거대한 산불이라도 난 듯한 광경이다.
“이, 이게 대체 뭐야.”
“정신 차려!”
네크로맨서들이 대응을 위해 아공간에서 소환수를 꺼냈다.
그러나.
“사념이……!”
소환수들이 혼란에 빠져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안나를 안고 있는 리처드 쪽으로 향했다.
리처드의 몸을 중심으로 검은 파장이 흐르고 있었다. 그 파장에 영향을 받은 연합군의 소환수들이 모두 사념의 통제를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제기랄! 명령을 안 들어!”
주위를 새까맣게 매웠던 연합군은, 결국 군단의 살벌한 공세에 포위를 풀고 도망치고 있었다. 평생 전장에서 살아온 백전노장들도 갑작스러운 군단의 배신에 손쓸 도리가 없었다.
리처드가 지난 세월 강하게 만들고 키워왔던 군단의 힘은 그만큼 대단했다. 리처드는 자신의 군대에 연합군이 와해되는 모습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 자각하고 있나요?”
안나가 물었다.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리처드는 픽 웃으며 턱짓으로 옆을 가리켰다.
이 자리에는 네크로맨서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안나의 구출을 위해 결계로 몸을 숨기고 있던 한 무리의 프리스트와 팔라딘들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배신감과 분노로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성녀의 신분으로 네크로맨서와 눈이 맞아 여신을 욕되게 하다니!”
“저건 이미 성녀가 아닌 마녀다! 데바 여신을 모욕한 마녀를 죽여라!”
그들은 근처의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내버려 두고, 오로지 안나를 죽이려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녀가 한 짓은 신성연방이 지금껏 쌓아왔던 신학과 역사를 부정하고, 그 근간을 통째로 흔들어 무너뜨리는 행위. 오히려 네크로맨서들보다 더 위험한 존재일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심판해야 했다.
자신을 죽이러 다가오는 자들을 본 안나의 안색이 굳었다.
“볼 필요 없어.”
리처드가 팔뚝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 군단형 언데드 부대가 검은 파도처럼 밀려들어 그들을 휩쓸었고, 프리스트의 무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괜찮아?”
“……네.”
안나가 꿋꿋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그랬듯 나도 후회하지 않아요.”
아마도.
앞으로 영원히 두 사람은 역사에 의해 외면받을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만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고, 지금의 결정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리처드가 안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주겠어? 안나.”
안나가 빙긋 웃었다.
“네, 리처드.”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 위로 피어가 파멸의 대검을 들고 공중으로 치솟았다.
[목숨이 아깝다면 길을 열어라!]거대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군단은 무엇으로도 멈출 수 없다!]4개 왕국과 수십의 세력들이 연합한 인류의 연합군이, 고작 군단장이 이끄는 하나의 군대에 밀려나고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 * *
시몬과 레테는 현장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직접 개입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두 사람은 더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시커먼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군단의 돌격을 보며, 시몬은 쓱쓱 눈가를 닦았다.
“어, 뭐야? 설마 우는 검까?”
레테가 놀리듯 물었다. 시몬은 애써 고개를 가로젓고는 긴 숨을 흘렸다.
잘 보이지도 않는 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에게 의지한 채 걷고 있다.
드디어, 생애의 비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배신의 군단 사태를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다.
왜 자신이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시련을 받고, 그 무거운 숙명을 어깨에 짊어지면서도 나아가야 하는지 알았다.
시몬은 비로소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긍정할 수 있었다.
이제 어떤 비난과 두려움도 감수할 것이다.
“누구도 걷지 않으려던 길을 가려는 저 두 사람이, 결국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냈슴다.”
레테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물론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겠죠. 영원히 비난받아 마땅할 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륙의 수천, 수만 배에 달하는 목숨을 구해냈어요.”
레테가 시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니 고개를 들어요.”
“…….”
“당신은 이 시대에선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잖아요?”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네.”
리처드와 안나를 위해서라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 * *
휘익.
툭.
휘익.
툭.
이름 모를 폐허.
오래된 해진 로브를 두른 남자가 바위에 앉아 제자리에서 자갈을 던지고 있었다.
자갈은 던질 때마다 그 색이 점점 바래고, 어두워졌다.
낄낄낄-
킬킬-
그의 주위에는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가지고 놀던 자갈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검은 손아귀가 불쑥 나타나 자갈을 가져갔다.
“블레타 님.”
누군가의 부름에,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말씀하셨던 배신의 군단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
블레타라고 불린 남자의 주위에는 어둠의 정령들이 낄낄거리며 모여 있었다.
결사의 일원은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외람되지만, 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블레타는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어째서 이 사태를 막지 않으셨습니까? 심지어 블레타 님은 트라건 총사령관에게 정보를 흘려서 배신의 군단 사태가 더 빨리 일어나도록 유도하셨습니다. 의문을 가지고 있는 동지들도 많은 터라…….”
블레타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막을 수 없더군.”
“예?”
“내가 아무리 미래를 알고 애를 써도, 어떤 사건들은 정해진 운명처럼 실현되었다.”
그가 턱을 괴었다.
“물론 네프티스가 보낸 부하들이 방해한 것도 있지만,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바뀌지 않는 일들이 틀림없이 존재했다.”
“그게…….”
“요나와 안나의 사랑이겠지.”
그가 눈을 감았다.
“운명이라는 간단한 단어로 그 현상을 정립할 수 있을까. 내가 그들을 대륙 가장 먼 곳에 각각 떨어뜨려도 어느 순간 만나고 있으리라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전성기의 요나와 안나를 당장 이길 수 있을 리도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들을 막을 수 없다면-”
그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어느새 바닥에 떨어뜨렸던 그 조약돌이 손에 들어와 있었다.
“차라리 일어날 사건을 본래보다 앞당기자고.”
“…….”
“배신의 군단 사태는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다. 하지만 나는 그 후의 미래도 알고 있다. 요나는 군단의 전력을 모두 잃고, 안나 또한 중상을 회복하느라 힘을 거의 다 소진하게 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이곳까지 와서 칠흑과 신성으로 봉서를 파괴시키지.”
꽉!
블레타가 조약돌을 움켜쥐었다.
“포위를 뚫느라 쇠약해진 요나와 안나를 죽이고, 봉서를 손에 넣어 연방이나 연합 쪽에 제공한다. 그게 최선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라면 굳이 본래보다 사건을 앞당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블레타는 말없이 조약돌을 다시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손에 낀 장갑을 벗었다.
손이 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내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
음침한 눈빛이 로브 속에서 번뜩였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결사를 위해서라도, 전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놀고 있네요.”
블레타와 남자, 그리고 주변을 지키고 있던 결사의 일원들이 얼른 몸을 일으켜 세웠다.
커헉!
시몬과 레테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레테는, 피를 줄줄 흘리는 결사 측 보초의 멱살을 쥔 채 빙긋 웃고 있었다.
“역시 이런 곳에 매복하고 있을 줄 알았슴다. 하지만 미래를 아는 건 당신들뿐만이 아냐.”
퍼억!
레테가 그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발꿈치로 머리를 가격해 기절시켰다.
시몬 또한 천천히 손을 풀며 칠흑을 일으켰다.
“네프티스가 보낸 개들이 왔군.”
블레타가 저벅저벅 걸어오며 말했다. 그의 주위로 일렁이는 어둠의 정령들을 본 시몬이 눈빛이 예리해졌다.
“당신이 고아원을 습격한 범인이지?”
“그렇다.”
블레타가 다시 장갑을 꼈다. 그의 몸에서 불길한 칠흑이 솟구쳤다.
“너희들이 여기까지 와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너희들을 쓰러트린 뒤, 요나와 안나도 죽이면 그만이다.”
“말 잘했슴다.”
레테가 히죽 웃으며 목걸이의 봉인을 풀고, 신성을 일으켰다.
화아아아아악!
성녀의 힘.
별의 권능이 그녀를 중심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에 선명한 별모양 표시가 일렁였다.
“우리를 포함해 당신까지. 그 누가와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검다. 안나 선생님과 요나는 무사히 빠져나와 봉서를 파괴할 거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힐 검다.”
블레타는 말이 안 통한다는 듯 눈을 감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처라.”
결사의 일원들이 시몬과 레테를 향해 돌진했다. 두 사람은 등을 맞대고 섰다.
“잔챙이는 부탁드림다. 제가 대장을 잡죠.”
“아니.”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미라 군단의 대장, 헤르세바가 들려 있었다.
“잔챙이는 부탁할게. 대장은 내가 치겠어.”
일렁이는 시몬의 눈빛을 본 레테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
“뭐, 여기선 양보해야겠네요.”
그녀가 팔을 내리그었다.
하늘의 별들이 결사들을 향해 떨어지는 것으로, 역사의 이면에 존재할 숨겨진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