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로드웰의 비밀 (3)
베른 대륙기에서 로드웰을 수식하는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게임 내에서 로드웰에게 붙여진 호칭은 암흑 황제였다.
마기를 사용하는 황제.
제삼자가 보았을 땐 마신교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로드웰은 마기를 사용함에도 마신교와 척을 지고 치열하게 싸웠다.
그 이유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지만.
마신교의 지부 중 한 곳이었던 실험실에서 얻은 정보를 생각하면, 로드웰이 왜 마신교를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유일하게 성공한 실험체.
아마 로드웰은 실험실에서 떠나 본단으로 가게 된 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을 겪었을 거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분노랄까.
딱 거기까지였다면 설득이나 회유를 통해 동료로 만들었겠지만, 로드웰의 분노는 마신교를 넘어 창조신까지 향해 있었다.
이 세상을 저주하는 자.
로드웰은 창조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창조신이 만든 이 세상을 없애 버리려고 했다.
그 시작이 마신의 육체 조각을 이용해 마신의 힘을 되찾는 것이었고, 게임에선 총 다섯 개의 육체 조각을 모았다.
“손가락이 제국이었지?”
마지막 황제가 숨겨 놓은 마신의 육체 조각. 숨겨진 위치가 어디인지는 몰랐지만, 제국 내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끼에에에엑!”
날개를 가진 마물 하나가 내 쪽으로 날아왔다. 수도에서 누군가가 키웠을 새. 이젠 마물이 되어 버린 녀석을 정리하고 그림자 드래곤을 이용해 수도 서쪽으로 움직였다.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
수도의 곳곳에서 난리가 나고 마인과 마물들이 들끓고 있었지만, 서쪽만큼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슈아아악!
그림가 군주를 해제하며 지상에 보이는 파비안의 저택으로 몸을 날렸다. 바닥에 착지하자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뱀파이어들이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파비안은?”
“저택 안에 있습니다.”
저택 안의 집무실로 들어가자 파비안과 비비안이 비장한 표정으로 수도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부단장님?”
“상황은 어때?”
“부단장님이 미리 알려 주신 대로 성유물을 구해 놓은 덕분에 저택 주변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습니다.”
“수도 쪽은?”
“박쥐들을 이용해서 초음파로 지도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보내는 족족 마기에 사라져서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파비안의 능력이 로드웰보다 약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다른 공작들은?”
“피에르와 헤칸은 수도로 움직인다는 보고와 함께 연락이 끊겼고, 언터쳐블의 수장은 수도를 떠나 도망쳤습니다.”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몸을 풀었다.
피에르의 수장.
헤칸의 수장.
다크니스 세븐의 수장.
피에르와 헤칸의 수장이 수도로 향한 이상 로드웰이 뿜어내는 마기에 영향을 받았을 터.
본래의 실력과 마신의 권능 같은 걸 생각하면 최소 시니스터급. 잘하면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을 거다.
“빡센 적이 최소 셋이란 거네.”
“저도 돕겠습니다.”
“그래. 바로 움직이자.”
시간이 촉박했다.
로드웰이 마신의 육체 조각을 먹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거기다 가지고 있는 알까지 부화시킨다면.
혼자선 막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내가 부탁한 물건 하나가 여기 있을 텐데?”
“저기 있습니다.”
파비안이 기다란 상자를 가리켰다. 검 하나가 들어갈 만한 크기. 이날을 위해 마렉에게 부탁해서 구한 검이다.
상자 위에 붙여져 있는 봉인지를 보곤 그대로 상자를 들어 올려 어깨에 멨다.
“가자.”
비비안을 데려가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라 파비안만 데리고 저택을 나왔다. 그대로 몸을 날려 수도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파밧!
지면을 박차며 빠르게 달려 나갔다.
빠르게 움직일수록 피부를 찌르는 마기의 농도가 짙어졌다. 마기 저항이 있기에 내겐 별로 영향이 없었지만.
파비안에겐 아니었다.
“후우…….”
파비안이 마기에 저항하기 위해 혈술을 사용했다. 머리 위에 만들어진 왕관과 함께 파비안이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대로 다시 달려 성벽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성벽 위에 올라서서 벽 내부에 있는 수도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모든 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마인과 마물이 들끓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성벽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끼에에엑!”
녀석을 시작으로 좀비 떼처럼 마물과 마인들이 성벽으로 몰려들었다.
파비안이 피를 뽑아내며 손을 뻗었다.
혈술을 이용해 다가오는 마인과 마물들을 단번에 쓸어버렸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마인과 마물.
저 녀석들을 죽이는 데 애먼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이 현상을 없애기 위해선 로드웰을 죽여야 했다.
기감을 끌어 올려 주변을 탐색했다.
가장 강한 기운이 있는 곳을 찾다가, 황궁이 있는 곳에서 피에르와 헤칸의 수장으로 판단되는 기척이 느껴졌다.
시니스터와 비등한 마기를 가지고 있는 이들.
“황궁으로 바로 가자.”
요정의 날개를 이용해 하늘을 날아 황궁이 있는 곳으로 갔다. 파비안도 혈술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박쥐 무리로 만들어 내 뒤를 따라왔다.
그렇게 도착한 황궁.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마인들이 있었다. 황궁을 지키는 기사들부터, 피에르와 헤칸의 소속이었던 범죄자들까지.
스르릉!
명검 카이로를 꺼냈다.
정화의 힘을 담아 카이로에 흘려보내자, 검은 스파크가 튀기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정화의 힘이 마기를 집어삼키며 카이로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내가 길을 뚫을 테니까. 넌 힘을 아끼고 있어. 피에르와 헤칸을 상대하려면 힘을 비축해 둬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파비안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전방에 있는 적들을 주시했다. 주위에 일렁이는 불길 속에서 걸어오는 마인과 마물들.
그림자의 힘을 사용해 분신을 만들어 냈다.
내 주위에서 일어서는 다섯 개의 그림자. 그림자로 만들어진 검을 만들어 낸 분신이 자세를 잡으며 적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군주 모드를 사용하자 내 몸에 만들어지는 그림자 갑옷들이 분신들에게도 똑같이 만들어졌다.
“가라.”
내 지시와 함께 그림자 분신들이 전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섯 개의 질풍이 적들의 목을 베었다.
그와 함께 흑응의 주먹이 사방에서 터져 나갔고, 뒤를 이어 수십 개의 돌풍이 주변을 휩쓸었다.
그림자 분신은 쉬지 않았다.
적을 죽이면 그다음 적으로, 다음 적을 죽이면 그다음 적으로.
미친 듯이 몰아치며 황궁에 모여 있는 마인과 마물들을 정리했다. 그와 함께 자신들이 처리한 마인과 마물들의 마기를 집어삼켰다.
[그림자 군주(초급)이 그림자 군주(중급)으로 상향됩니다.] [다룰 수 있는 그림자 분신의 숫자가 10개로 늘어납니다.]예상치 못한 보상에 입꼬리를 올리며 마물과 마인들이 정리된 넓은 정원을 바라보았다.
심상치 않은 두 개의 기운.
피에르와 헤칸의 수장이 활짝 웃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온전한 정신으로 마기를 지배하는 둘.
“불청객이 찾아왔네?”
“키히히히. 다 죽여 버리지 뭐.”
녀석들을 보며 그림자 분신들을 전부 역소환했다.
“파비안, 빠르게 정리하자.”
“예.”
* * *
라비노 왕국.
북쪽에 있는 호수 근처에 왕족들이 휴가를 즐기도록 건축된 거대한 별장이 있다.
별장에 배속된 시종과 시녀만 백 명.
그들이 더 바빠진 건, 왕세자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하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 별장을 찾아온 라비노 국왕 때문이었다.
라비노 국왕이 별장에 온 지도 벌써 일주일.
“흐으음.”
나무 냄새를 깊게 들이마시던 라비노 국왕은 몸을 옮기며 호수 주위에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었다.
이 숲을 걸을 때면 항상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국정에 대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시간.
누군가 목숨을 노리고 올 수도 있지만.
왕실 기사단에서 은퇴한 기사들이 별장 주변에서 노후를 보내며 별장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었다.
최고의 실력자들.
오랜 시간 함께해 왔던 이들이기에 더욱 마음이 편했다.
산책을 마친 라비노 국왕은 별장에 있는 테라스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폐하.”
쟁반을 들고 있는 시녀가 다가왔다.
“약 드실 시간입니다.”
시녀가 라비노 국왕 앞에 있는 테이블에 쟁반을 올리고, 그 안에 있는 그릇을 들었다.
온갖 몸에 좋은 약초를 달여서 만든 약.
먼저 한 모금을 마시고 별탈이 없는 걸 확인시킨 뒤, 약이 담긴 그릇을 라비노 국왕에게 건넸다.
후르릅.
그릇에 있는 약을 단번에 들이켠 라비노 국왕. 시녀는 그릇을 넘겨받고 고개를 숙이며 뒤로 걸어 나갔다.
“흐음…….”
입안에 맴도는 약맛을 음미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그대로 눈을 붙였다.
.
.
.
“폐…….”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소리에 라비노 국왕은 눈을 떠 보려 했으나, 눈꺼풀이 너무나 무거웠다.
‘으윽.’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으아…… 악!”
“폐……!”
“도…… 망…….”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환청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악몽을 꾸는 건가 싶어서 몸에 힘을 빼고 다른 꿈을 꾸기 위해 사랑했던 아내를 떠올렸다.
그러나.
꿈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환청처럼 들렸던 소리가 깨끗해졌다.
“폐하! 도망치셔야 합니다!”
누군가의 강렬한 음성.
그와 함께 라비노 국왕의 눈이 뜨였다.
몸을 옥죄는 것 같았던 감각이 전부 돌아왔다.
“허억!”
숨을 헐떡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끄아아아악!”
“사, 살려 주…….”
“폐하! 폐하!”
“꺄아아아아악!”
일방적인 살육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이들이 검을 뽑아 들어 시종과 시녀들을 죽였다. 그들을 막기 위해 달려든 기사들.
은퇴를 한 이들이지만.
그들은 실력이 녹슬어서 은퇴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현역으로 들어가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런데.
그런 기사들이 검은 망토를 두른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고 있었다.
검도 한번 제대로 휘둘러 보지 못한 채로 목이 베였다.
서걱!
바닥에 점점 쌓이는 시체.
“크윽…….”
라비노 국왕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익숙한 얼굴의 시종과 시녀, 기사들이 주검이 되어 쓰러졌다.
“안…… 안 돼.”
“이다음은 수도입니다.”
서늘한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렸다.
라비노 국왕이 고개를 다급히 돌리자 검은 망토를 입은 사내 한 명이 있었다.
망토 안에 보이는 백색 가면.
왼쪽 뺨이 있는 곳에 검은 역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최근에 왕국 회의를 진행하면서 질리게 봐 왔던 마신교의 문양.
라비노 국왕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신교?”
가면을 쓴 사내는 라비노 국왕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역으로 자신이 원하는 질문을 내뱉었다.
“보이십니까? 당신이 총애하던 기사들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죽는 게? 다음은 수도에 있는 모든 자를 죽일 생각입니다.”
“…….”
“그들을 살리고 싶습니까?”
라비노 국왕이 입술을 깨물었다.
대답을 하지 않는 국왕을 보며 가면을 쓴 사내가 작게 웃었다.
“죽이고 싶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당신의 아들을 가장 먼저 죽이고, 가죽만 벗겨서 성벽에 걸어 놔야겠습니다.”
“크윽! 그만둬!”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그들을 전부 살리고 싶으십니까?”
“살리고 싶다.”
가면을 쓴 사내가 눈을 번뜩였다.
“마신의 육체가 보존된 비밀 장소. 그곳으로 저희를 안내해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