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23
“짐승도 그렇겐 못 해.”
덩치가 커진 놈들이 우르르 일어나 뛰쳐나가니 집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다.
“스타아아압!”
일시 정지.
“다들 딱 서. 내가 나갔다 올 테니까. 아주 집 무너지겠어.”
“…….”
머쓱하게 일어났던 자리 그대로 돌아와 앉는 이들.
물론 남의 말 같은 건 절대로 듣지 않는 족속들은 어딜 가나 있다.
킨더 때부터 변함없는 알렉스가 앉을 것처럼 하더니 후다닥 달려 나간다.
문을 확 열어 제낀 알렉스.
― 으우아아아아. 탕!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른 알렉스가 그대로 다시 문을 쾅 닫는다.
그리고는 곧바로 뒤돌아서 지하 계단으로 냅다 도망쳤다.
“알렉스! 살살 닫아. 문 부서지면 니가 다시 달아 놓을 거야?!”
잔소리를 하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막 문을 열려는 순간 알렉스가 온몸으로 문을 사수한다.
“아으으으아. 무운. 문. 열지마아아아!”
“뭐. 뭐야. 순간이동이야? 방금까지 저기…”
― 쿵!
“으악! 뭐. 뭐야.”
순간 집이 흔들린 듯한 느낌.
이쯤 되자 거실 테이블에 놈들이 모두 고개를 빼들었다.
“뭔데?”
“ㄱ…고…곰!”
“곰? 진짜?”
“곰이 진짜 나타났다고?”
.
.
.
거실 안쪽에 있던 놈들이 순식간에 현관문 옆 창문으로 다닥다닥 붙었다.
나도…붙었다.
별 수 있나.
궁금한데.
작은 곰 2마리가 피자 박스에 고개를 처박고는 열심히 피자를 털어 먹고 있다.
좀 전의 ‘쿵!’은 엄마 곰이 몸으로 벽을 한번 쳐 준거다.
‘현관문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니들은 뒤진다.’ 같은 일종의 경고라고나 할까?
“피. 피자! 우리 피자!”
“시. 신고해!”
“신고? 어디에?”
“몰라. 그냥 911.”
“됐어. 다들 곰 잘 봐 놔. 어디로 가는지. 내가 전화할 테니까.”
미래 꿈이 영화감독인 크리스틴은 이 와중에 촬영에 여념이 없고, 마크는 곰이 최대한 보이는 각도를 찾아 셀피를 찍고 있고, 오디는 본인 엄마한테 전화하고 있고, 매튜와 헤나, 조나단은 석상처럼 굳어 있다.
그나마 제이콥이 정신을 차리고 ‘집 앞에 곰이 나타났어요!’라며 넥스트도어에 글과 함께 흔들리는 사진 한 장을 올리고, 알렉스는 여전히 문 앞을 막고 서 있다.
제일 먼저 튈 때는 언제고.
다시 보니 무서워서 꼼짝을 못 하는 것 같다.
― 911이죠. 네. 저는 제이든 패터슨입니다. 집 앞 현관에 곰 가족이 나타났는데요. 네. 주소가요…(중략)…네. 피자 먹고 있어요. 네? 진짠데요. 집 안에 있어요. 동네 친구들 8명이랑 같이 있어요. 아. 공부하려고요. 네. 지금 애들이 사진 찍고 있어요. 비디오로도 찍고 있고요…
침착하게 전화를 하고 있으니 마크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뭐래?”
“지금 오고 있대.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고. 소리도 크게 내지 말고 조용히 있으래. 자극하지 말라고… 야! 니들 창문에서 떨어져 지금 당장.”
― 칫.
― 쳇.
“그러고 있다가 잡아먹히시든지.”
“…….”
뒤로 물러서는 마크와 크리스틴.
그래도 제법 건진 게 많은지 표정이 좋다.
암튼 미국 놈들 저 근거 없는 모험심은 알아 줘야 한다.
“다들 지하로 내려가. 저놈들 괜히 자극 줄 필요 없어. 그리고 각자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우리는 무사하니 괜히 우리 구한다고 이쪽으로 오시지 말라고 해. 각자 집안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니까.”
내 말에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 드는 놈들.
4학년이라 아직 휴대폰이 없는 조나단은 이미 통화를 끝낸 오디의 휴대폰을 빌렸다.
나는 그 사이 계속 911과 통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지금 내가 말하는 것도 전부 녹음이 되겠지만 무슨 상관이랴.
어쨌든 살고 봐야지.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 집 일인데 나만 엄마에게 전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있었다.
“마크. 너 부모님하고 통화하면서 우리 엄마한테도 연락 좀 해 달라고 전해 줘. 난 911 아저씨한테 계속 상황 보고 해야 하니까. 니들 아무도 올라오지 말고 거기 그대로 딱 있어. 정 심심하면 남은 계획표나 계속 짜든가.”
“이 상황에 생활 계획표를 짜라고? 미친 거야? 진심?”
“나도 보고 싶다고!”
“나도. 사진 더 찍어야 하는데.”
“사진 찍다 목 날아가는 수가 있다아.”
“알았다. 알았어.”
마크가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만들어 보여 주고, 다른 놈들은 이 진귀한 광경을 더 구경하지 못하니 짜증을 부린다.
이 촌구석에서도 집 안에 앉아서 집 밖을 어슬렁거리는 곰을 다이렉트로 구경하는 건 무척 드문 일이다.
그러니 저리 아쉬운 소릴 하는 거다.
하지만 우리집은 목재 구조물.
거기다 67년이란 시간을 견뎌온 아주 오래된 집이다.
저 곰 3마리가 한순간 삥 돌아서 다함께 힘을 모아 우리 집 벽으로 돌진한다면?
80%의 확률로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 본다 나는.
잠시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던 전화기를 다시 들어 911 상담원과의 통화를 이어나갔다.
“네. 네. 아직 있어요. 피자를 3판 시켰는데요. 네. 아니. 친구 엄마가 원격으로 주문하셔서 배달시켜 주셨어요. 배달부는 무사히 잘 도망친 거 같아요. CCTV는 없어요. 네. 지금은 엄마 곰도 먹고 있네요. 네…”
―위이이이위용위용위용.
“어? 소방차 왔나 봐요. 네. 밖에 보여요. 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커다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골목길로 들어선다.
911 담당자와의 통화를 끝냈다.
당연하게도 지하에 있던 놈들이 우당탕탕거리며 뛰어 올라왔고, 그에 못지않게 곰들이 기겁을 하며 숲속으로 내달렸다.
동물 전문가들과 경찰들이 곰들이 내달린 방향으로 뛰어내려 갔고,
― 쾅쾅쾅.
우리 집 문은 또 한 번 비명을 질렀다.
초인종 있는데 왜 두드리냐고.
올여름 문짝도 바꿔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실내 문짝은 그래도 10만 원 안짝이면 살 수 있지만 현관문 문짝은 비싸단 말이다!
문을 여니 경찰들 3―4명이 얼굴을 들이밀고,
그 뒤로
“마크, 헤나!”
마크의 부모들이 자식들의 생사를 확인한다.
부모님이 둘 다 재택 근무로 통신사 인터넷 상담을 한다고 들었다.
바쁠 때는 모니터 여러 개 두고 둘이 돌아가면서 일하기 때문에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잘 챙길 수 있다고.
경찰이 그들을 한번 노려본 후 내게 고개를 돌렸다.
포스는 확실하다.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괜찮니?”
“네. 저희는 다 괜찮아요.”
“오면서 상황보고 다 들었다. 침착하게 대응 잘 했구나. 8학년부터 3학년까지 총 9명의 아이들이 있다고?”
“네.”
“네가 신고한 제이든이니?”
“네. 제가 제이든이에요.”
“음… 그런데 얼굴의 그 상처는 뭐니?”
“아! 이거요. 별거 아니에요.”
“혹시. 학대받는 거니?”
“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가족 여행 갔다가 또래 친구랑 일이 좀 있었어요.”
“흠….”
안 믿는 눈친데 이거 또 어쩌나.
괜히 삼촌만 또 덤터기 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 그거 내가 좀 아는데….”
마크의 아버지가 경찰에게 슬쩍 말을 건다.
나와 이야기하는 경찰이 아닌 다른 경찰이 마크의 아버지와 함께 한쪽으로 간다.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걸 보니 나이아가라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면서, 우리 엄마와 삼촌이 얼마나 좋은 부양자인지에 대해서도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비좁은 골목길에 차들이 속속 들어온다.
친구들의 부모님들이다.
“오디!”
“매튜!”
“크리스티인!”
“친구들은 집에 가도 될까요?”
“그래. 많이들 놀랐을 테니 가서 안정을 취하려무나. 필요하면 연락하겠다.”
“간다아!”
“어. 연락할게. 이메일 체크 하고. 곰 잡히면 내일부터 당장 공부 시작할 거고, 아님 무기한 연기야.”
“오키오키.”
“간다!”
.
.
.
친구들이 뿔뿔이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경찰들도 집 밖에 주둔하며 곰 가족들 잡으러 간 사람들을 기다렸다.
문을 닫았다.
이제 남은 건 부모가 모두 일하느라 바쁜 제이콥과 조나단, 알렉스 뿐이다.
“다 갔어?”
“어. 너네는 천천히 가도 돼. 걱정하지 마. 부모님께 전화는 드렸지?”
“어. 근데 못 온대. 안 다쳤으면 됐다고. 위험하니까 집에 혼자 올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있으래. 일 끝나면 데리러 온다고.”
“그래. 다들 배고프지? 라면 끓여 줄게. 이번에 캐나다 갔다가 한 박스 사 왔어.”
“오오. 좋아 좋아.”
피 끓는 청소년기 아이들이 4명이다.
라면 7봉지는 기본이지.
당연하게도 이런 대용량은 끓여 본 적이 없다.
팅팅 불었다.
“어우. 매워. 근데 맛있다. 엄마가 맨날 월마트에서 사오는 거랑은 좀 다른데?”
“그건 하나에 35센트하는 일본 라면이잖아. 이건 하나에 2불하는 한국 라면이라고. 품질이 달라요. 품질이.”
“와. 넌 이런 걸 매일 먹어?”
“아니. 나도 잘 안 먹어. 몸에 좋은 건 아니라서.”
“근데 라면 맛이 원래 이런거야?”
“어. 그런 거야. 먹어.”
“어.”
“근데 이 동네 곰이 자주 나와?”
“아니. 그러니까 너네 이사 오기 전에 한번 나왔대. 여기 테드가 살았거든. 우리는 학교에 있어서 몰랐는데, 테드네 개가 곰에 물려서 죽었어. 그래서 이사 갔고.”
“아.”
“근데 진짜 오늘 완전 신나지 않냐? 캬. 저렇게 많은 경찰들이 집 밖에 무장하고 서 있고, 우리는 안에서 라면 먹고. 이거 진짜 드라마 같아. 오늘 일기 써야겠어.”
“나도나도. 나 살면서 이렇게 경찰 많은 거 처음 봐. 개 멋있어. 나 나중에 크면 경찰 할래.”
뜬금없는 타이밍에 조나단의 장래직업이 결정됐다.
“아. 그리고 오디가 자기도 우리 모임에 끼고 싶다는데?”
“수준이 안 맞는데 될까?”
“그냥 같이 놀고 싶은가 봐. 그 집에서 자기는 이미 내놨다고 하던데? 작년에 10학년 수업 캘큘러스 AB 듣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돼서 그만뒀대. 점수도 C 나왔다고. 아주 난리가 났었나 보던데?”
“오디가 그래?”
“응. 요즘에 걔가 나한테 상의 많이 해.”
이상하게 나한테는 살짝 거리감을 두는 것 같은 오디.
제이콥이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제법 잘 따르는 모양이다.
그래봤자 2살 많을 뿐인데.
“그게… 넌 좀 무섭대.”
“내가?”
“어. 가끔 너한테서 자기 엄마 모습이 보인대. 막 공부하라고 그런다고. 니가 좀 잔소리가 심하잖아. 어른스럽기도 하고.”
“헐. 내가 나 혼자 잘되자고 그런 거냐고. 다 니들 잘되라고…”
헐.
온 몸에 소름이…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이거.
전생에 엄마가, 선생님이, 친구들이 하던 잔소리들.
설마 지금 이게 내 입에서 나온 소리냐고.
자괴감에 빠지려는 찰나였다.
― 상황 오버! 상황 오버!
― 3마리 다 포획! 전신 마취 성공!
밖이 시끄러워졌다.
뜻밖의 조우 1
엄마가 왔다.
바로 집안으로 뛰어들 것 같던 엄마는 집 밖의 풍경에 잠시 주춤거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삼촌이 도착했다.
― 철푸덕.
뭔가 찰진 마찰음이 들리는데?
처음 마크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곧바로 달려오려던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