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24
하지만 오늘따라 엄마는 파트 타임을 대체해 줄 사람이 없어서 시간을 채워야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도중 3중 추돌 사고로 도로가 꽉 막혔다.
삼촌은 삼촌대로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계속 에러가 생겨 그걸 해결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다 가까스로 해결을 하고 튀어온 거다.
그나마 내가 911 통화를 마친 후 바로 전화를 걸어 그들을 안심시켰기에 다 내팽개치고 뛰어오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안전하다는 걸 정말 열심히도 설득했다.
그런 두 사람이 집 꼬라지를 보고는 놀란 것이다.
삼촌의 엉덩이가 바닥과 키스하는 중이다.
평소 애지중지하던 어느 브랜드의 백팩이 널브러져 있는 건 덤.
“엄마, 삼촌.”
“제이든. 괜찮니?”
“네. 저는 괜찮아요. 친구들이랑 계속 집 안에만 있었거든요.”
“제이드은… 내 펜스가… 우리 집 야드가….”
삼촌의 고개가 삐걱거리며 나를 향했고, 목소리는 이미 영혼이 탈출한 상태였다.
이해한다.
지금 우리 집 바깥 풍경은 마치 핵폭탄을 맞은 것 같으니까.
비장의 무기를 꺼내는 수밖에.
“삼촌. 이거.”
내 몸집의 한 4배는 되는 듯 한 뚱뚱한 경찰이 주고 간 명함을 건넸다.
“이게 뭔데?”
“제프라는 경찰이 주고 갔어요. 연락하래요. 곰 잡는다고 야드 엉망으로 만든 거 보상한다고 하던데요.”
“진짜? 진짜 보상한대? 후우.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아까 창문으로 보니까요. 기절한 곰 세 마리 옮기면서 이쪽 펜스도 일부러 더 뜯더라고요. 말만 잘하면 이거 전부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오. 일부러 뜯었다고. 그럼 그럴 수도 있겠는데?”
“여기는 아까 어미 곰이 박은 거예요. 여기 이 부분. 크게 흠집난 거 같진 않지만… 살짝 우그러진 것 같기도 하고요. 집 파운데이션엔 문제없겠죠?”
“흠. 인스펙터를 불러야하나? 일단 보험사에 물어봐야겠다. 집 보험이… 어디까지 보상되더라. 야생 동물 보호는 안 되는 것 같던데. 후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정신 차리고 알아봐야겠다.”
삼촌이 자기 뺨을 치며 정신을 붙잡는다.
경찰 명함을 신줏단지 모시듯 두 손으로 받치고는 집안으로 들어서는 삼촌.
평소 아끼는 가방은 바닥에 그대로 있는데.
할 수 없이 내가 삼촌의 가방을 집어들고 엄마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섰다.
싱글 하우스라는 게 생각보다 돈 잡아먹는 귀신이다.
하수구라도 막혀서 사람을 부르면 일단 와서 확인만 하고 가는데도 100불은 기본이다.
우리 동네가 못 사는 골목이라 그 정도이지 좀 잘 사는 곳은 출장비만 200불이 기본이라고 하더라.
괜히 집 주인들이 목수가 되는 게 아니다.
영화 같은 데 보면 집 창고에 동네 철물점에나 있을 법한 온갖 장비들이 갖춰진 걸 볼 수 있는데, 그게 다 진짜 필요해서 있는 거다.
나무 펜스를 재정비하는 데만 가장 기본적으로 전기 드릴부터 전기 톱, 수평계, 나사드라이버는 물론이고 고글부터 각종 안전 장비 등이 필요하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리모델링된 집을 샀다면 다르겠지.
하지만 우리는 자그마치 67년 된 집에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다 쓰러져 가는, 허우대만 집인 곳에 들어왔다.
1부터 10까지 우리 손으로 뜯어고쳐야 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장비는 필수였고, 빌릴 수 있는 것은 빌리되 장기적인 안목으로 꼭 필요한 것들은 전부 장만했었다.
나사, 못 하나까지 다 돈인 마당에 사람을 부를 수는 없는 일.
전기 작업을 빼고는 거의 모두 우리 손으로 직접 했다.
그리고 이 집은 아직도 손봐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상황이 이러니 경찰이 보상해 준다고 하면 어떻게든 잡고 늘어질 밖에.
‘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아직 11살밖에 되지 않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고등학생이 되는 14살부터는 맥도널드 같은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엔 하루에 몇 시간,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는 제한이 있겠지만 그래도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거다.
인터넷으로 돈을 벌려면 Etsy 같은데 뭔가를 만들어 팔 수도 있겠지만 사이트 자체가 13세는 넘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13세 이하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엄마가 허락해 줄 리 없다.
그러니 열심히 집안일이라도 하며 엄마와 삼촌을 돕는 수밖에.
재벌 서자 한량으로 살던 것과 일반 서민들의 삶은 정말 차원이 다르더라.
특히 이런 목공 관련 일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돈이 없으니 모든 걸 몸으로 때워야 하는 데 경험이 없으니 뭐든 어설펐다.
하지만 삶의 관록? 이란 게 있지 않나.
눈치와 개념은 이미 탑재되어 있다.
눈치껏 필요 물품들을 대령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다보니 삼촌은 이제 나를 쫄짜 취급 정도는 해 준다.
뭐.
본인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힘으로라도 밀어붙일 수는 있으니까.
― 안녕하세요. 전 리암 패터슨인데요. 네. 오늘 곰 나왔던 집이요. 네네. 아. 그래서 보상 문제 말인데요…
바로 전화통을 붙잡는 삼촌.
그날부터 일주일 내내 퇴근 후 삼촌은 전화기를 붙잡고 살았다.
이 나라는 무슨 일 하나 해결하려면 어찌나 전화를 해 대야 하는지.
나는 나대로 보험부터 여러 가지를 알아봤다.
야생 동물에 의한 재물 손괴는 대부분 보험 혜택이 안 되더라.
하지만 공공 기관에서 손해를 끼친 부분에 있어서는 해 준다.
결국 보험 회사에서 해 주는 건 없었다.
불이 난 것도 아니고, 강도가 든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시에서 펜스와 잔디를 말끔히 복구해준 것이다.
펜스라는 것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손을 봐주는데 곰을 운반하기 위해 양쪽을 조금씩 다 뜯어냈으니까 그냥 다 해 준 거다.
집 보험료도 올라가지 않고, 펜스는 펜스대로 고치고.
더불어 잔디밭까지 말끔하게.
원래 잔디보다 잡초가 더 많던 야드였는데.
“으하하. 횡재했다. 누나. 우리 집 좀 봐.”
“그러게. 평소보다 더 깨끗해졌다야.”
“으하하하.”
삼촌이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미친 듯이 웃었다.
우리도 웃었다.
* * *
시간을 거슬러 곰이 나온 다음날.
그러니까 삼촌이 맹렬히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 이튿날이다.
― 띠리리릴.
전화가 왔다.
웬만해선 문자로 공유하는데 전화가 왔으니 놀란 마음에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헤이. 크리스틴. 무슨 일이야?”
―캡티인. 인스타 봤어?
“아니. 왜?”
―…곧 전화 갈 거야. 너 3학년 때도 해 본 적 있으니까 이번엔 좀 더 쉽겠지?
“뭔 소리야?”
―나. 난 잘못 없어. 그 아줌마가 너무 끈질겼다고. 어쩔 수 없었어. 나. 당분간 스터디 모임 안가. 아니. 못 가! 용서해 주면 갈게.
“야! 무슨 말인지 제대로…”
― 뚝.
이건 또 뭔 일이래.
단톡방에 곧바로 올렸다.
― 크리스틴이 이상한 전화를 하고 끊었어. 무슨 일인지 아는 사람? 크리스틴? 이거 보고 있으면 후딱 답해.
― 알지만 말 못 함.
― 마크. 알면 말해 봐.
― 나중에 들를게.
.
.
.
이놈들이 하나같이 답을 안한다.
뭔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다.
― 띠리리릴.
모르는 번호.
이런 건 받으면 안 된다.
무시하곤 자주 가는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어? 이거 우리 집인데?”
동영상 하나가 메인 화면에 걸려있는데, 뒷마당의 모양새가 익숙하다.
조회수가 만 단위다.
댓글도 많고, 이모티콘도 놀란 표정이나 엄지척이 많다.
― 클릭.
애들의 비명소리와 쿵 거리는 소리.
곧이어 엄청 흔들리는 카메라.
그 후로 아기 곰들이 고개를 처박고 피자를 먹는 모습과 엄마 곰의 성난 표정.
문제는 그게 아니다.
911에 전화하는 내 목소리다.
변성기가 막 시작된 내 음성이 그대로 흘러나오고 있었던 거다.
[친구 집. 피자 시켰는데 곰들이 다 처먹음. 목소리의 주인공은 올해 11살 되는 제이든. 우리 캡틴. 비디오 촬영자는 크리스틴. 미래 영화 감독.]크리스틴…
깨알같이 본인 소개를 해 두었지만 댓글의 90%가 나에 대한 이야기다.
― 꺄아아! 곰들 너무 커엽!
― 근데 목소리 주인공 진짜 6학년 되는 애 맞음?
― 카리스마 무엇? 나 23살. 나도 저렇게는 못 함.
― 옆에 비명 지르며 얼어 있는 게 중학생이지. 저게 무슨 중학생임.
┕ 심지어 아직 중학교 들어가지도 않았음. 이제 막 11살 됐다고.
┕ 침착 쩔음. 우리 집 15살짜리는 아직도 침대에 쳐 누워 있는데.
┕ 우리 집 19살짜리도. 대학교 1년 마치고 방학했다고 집에 와선 맨날 게임만 쳐 함.
┕ 엄빠가 전생에 나라 구함?
.
.
.
“허얼. 이건 또 뭐냐고.”
잠깐 얼이 빠져 있는데 또 전화가 온다.
엄마다.
“엄마!”
―어. 제이든. 혹시 다니엘라 리포터 기억하니?
“음…아! 3학년 때 뉴스 리포터…아. 크리스틴이 말한 게 이건가?”
―크리스틴이 이미 연락했구나? 다니엘라가 너랑 한번 더 인터뷰 하고 싶다는데. 괜찮겠어?
“아. 네. 뭐. 전 상관없어요. 근데 왜요?”
―왜긴. 너 정말 멋지다고. 크리스틴이 찍은 동영상 보여주면서 너의 침착한 대응에 대해 짧게 인터뷰한대. 저녁에 바로 송출될 거라 시간이 없어서 전화로 짧게 인터뷰 하재.
“아. 뭐. 괜찮아요.”
―그래. 그럼, 전화번호가… 먼저 전화해도 상관없을 거야.
“아니에요. 기다리죠. 뭐.”
―그래. 그럼, 인터뷰 잘 하고. 저녁때 보자.
“네.”
번호를 보니 좀 전에 걸려 온 번호다.
급한 놈이 전화하는 거다.
그런데 자꾸만 눈길이 간다.
‘전화한다매?’
역시 나는 관종이 확실하다.
담담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니 슬슬 조바심이 난다.
뉴스 시간 다 되어 가는데 왜 전화가 안오냐고!
시간이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전화가 안온다.
시계를 보니 10분밖에 안 지났다.
그래도 끝까지 참아야지.
먼저 전화하면 지는 거다.
모범 답안이나 생각해야겠다.
어떤 걸 물어볼까?
‘어린 나이에 어쩜 이렇게 의젓합니까?’ 혹은 ‘친구들을 통솔하는 게 어렵진 않나요? 평소에도 집에 친구들이 많이 옵니까?’ 그것도 아니면…
― 띠리리릴.
드디어 전화가 왔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미스터 제이든 패터슨. 잘 지냈어? 나 다니엘라야. 기억해?
“그럼요. 잘 지내셨어요?”
―응. 전화로라도 다시 만나서 반가워. 어제 집에 곰 나왔다면서? 정말 침착하게 잘 대응하더구나. 동영상 올라왔던데. 봤어?
“네. 방금 확인했어요. 크리스틴이 전화해 줘서 알았어요.”
―하하. 안 그래도 크리스틴이…(레디!) 아. 시작하려나 보다. 잠깐만.
“네? 뭘요?”
(슛!)
―안녕하세요. 여러분. 동영상의 주인공 제이든 패터슨과의 전화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제이든은 3년 전 링컨 엘리멘트리에서 ‘인터내셔널 데이’를 혁신적으로 바꾼 전적이 있는 친구입니다. 다시 이렇게 전화 통화를 하게 돼서 정말 영광이네요. 제이든?
‘지금…생방송 중인 거? 실화냐?’
살포시 텔레비전 리모컨을 눌렀다.
5학년 때 학교에서 찍은 내 얼굴이 조그맣게 화면 한쪽을 채우고 있고, 그 옆에는 뉴스 룸에 앉아있는 리포터가 보인다.
그 후 배경 화면으로 크리스틴이 올려놓은 동영상의 섬네일이 박혀 있다.
by Christine이라는 작은 이름도.
휴대폰 진동이 계속 울린다.
아마도 공부방 놈들이겠지.
안 봐도 어떤 반응들일지 훤―하다.
뜻밖의 조우 2
특별한 질문은 없었다.
그저 대단하다, 훌륭하다, 침착하다, 카리스마 있다 등등 나에 대한 찬양이 1분 가량 이어졌을 뿐.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