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27)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27화(2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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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드림스쿨 1
아주 자주 보는 사이긴 하지만 이렇게 밤 늦게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거기다 오늘은 금요일도 아닌 월요일이고.
조금 놀랐다.
“어? 마크. 이 시간에 웬일이야?”
“아. 나 아니고.”
“나다. 안녕. 제이든.”
마크의 아버지는 맥주 3캔을 들고 고개를 빼꼼 내민다.
“어? 미스터 앤더슨. 어쩐 일이세요?”
“오늘 학교에서 일 있었다며? 마크한테 들었다.”
“아. 네. 안 그래도 지금 막 가족들에게 말하던 참이었어요.”
“다행이 시간 딱 맞췄군. 내가 미스터 존슨이랑 친하거든. 궁금할까봐 찾아왔지.”
엄마와 삼촌도 뒤따라 나왔다가 그들을 보고 놀란다.
“어머.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미스터 앤더슨?”
“미스터 존슨에 대해서 말을 좀 해줘야 할 거 같아서.”
“미스터 존슨? 아. 애네 교장이요?”
“어. 들어가서 좀 앉을까?”
“아. 네네. 들어오세요.”
제 집처럼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서는 마크의 아버지.
그렇게 우리 식탁엔 마크와 그의 아버지, 나와 엄마, 삼촌이 둥글게 앉았다.
각자의 앞에 캔 맥주 하나씩이 놓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와 마크는 마크가 가져온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마크의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 그 애가 같은 반이라며? 방학 때 그…”
“네. 공교롭게도요.”
“미스터 존슨 한번 믿어 봐. 괜히 카운티에서 그 사람을 교장으로 뽑은 게 아니거든. 그 사람이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엄청 좋아. 마음씨도 좋고.”
“…”
“미스터 존슨이 3살 때 친부모가 둘 다 감옥에 갔대. 이유는 몰라. 뭐. 꽤 큰 범죄에 연루됐다고는 하는데 더는 말 안하니까 정확히는 모르겠고. 아무튼 그래서 그때부터 위탁 가정에 들어가게 됐는데 진짜 여러 곳을 전전했나봐. 워낙 또라이들이 판치는 세상 아니냐.”
“…”
“그러다가 7살 때쯤 백인 가족에게 가게 됐는데, 위탁이란 걸 처음 해보는 가정이었다네. 자식을 가지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안 생겼대. 바로 입양을 하는 건 좀 겁도 나고 걱정도 되니까 위탁으로 눈을 돌린 거지.”
“…”
“어린 나이에 여러 곳을 전전하다보니 성격이 온전했겠어? 살아남아야 하니 거칠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는데, 그걸 그 가정에서 다 품었다네. 미스터 존슨이 머리가 천재급이라 그 사람들을 그렇게 골탕 먹였는데도 꿈쩍도 안했대.”
“…”
“결국 본인이 지쳐서 악동이 되길 포기했다고 하더군. 11살 때 그 가정에 정식으로 입양됐대. 그 뒤로도 그 집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위탁을 맡았고, 덕분에 미스터 존슨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인종들과 섞여 자랐다고 하더군.”
“파란만장하네요.”
“그치. 어릴 때부터 많은 걸 겪었지. 그래서인지 인간 심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교육학하면서 부전공으로 아동심리학도 했다더군. 가장 혐오하는 게 인종차별이라고도 하고. 사실 우리 같은 백인들은 당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잖아.”
“저도 제이든 때문에 이제야 좀 알 정도니 마이너리티가 가족으로 있지 않는 이상 잘 알 수 없죠.”
“그러니까. 그리고 또 그런 사람들도 있잖아. 뭐든 인종차별로 엮어서 역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말야. 이 친구가 그런 거 잘 잡아낸다더군. 부모님이 백인이라 백인들을 경시하지도 않고. 부모님을 엄청 좋아하거든. 아마 오늘 마커슨이라는 그 친구. 눈물 쏙 빠지게 혼났을 거야.”
“고마워요. 미스터 앤더슨. 일부러 와서 이런 이야기까지 해 주시고.”
“어우. 아니야. 그냥 나 같아도 엄청 걱정됐을 거 같아서 말야. 암튼 이거 완전 정확한 소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리사가 제이든 일이라면 또 물불을 안 가리니까.”
“하하. 맞아요. 우리 누나가 좀. 암튼 고맙습니다. 진짜 내일 학교 찾아갈 뻔 했다니까요.”
“하하하. 그럴 줄 알았어. 암튼 제이든. 너도 진짜 운 좋은 줄 알아라. 좋은 부모님을 만났잖니.”
“그럼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머! 미스터 앤더슨. 그건 아니죠. 미스터 존슨에 대한 말 해 준건 고마운데, 우리 제이든은 입장이 달라요. 제이든이 운이 좋은 게 아니고 제가 좋은 거예요. 어디서 제가 이런 아들을 얻겠어요?”
“아. 미안미안. 취소취소. 그렇지. 어디서 제이든 같은 애를 얻겠어. 우리 마크 이놈시키는.”
“와. 아빠. 내가 뭐 어때서? 나 정도면 엄청 괜찮은 아들이라고. 제이든이 우리 동네 아저씨들 눈을 너무 높여놨다니까.”
“…뭐. 그건 그렇지. 암튼 우리는 이만 갑니다. 좋은 밤 되시고.”
마크와 그의 아버지가 본인 집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말이 좀 그렇긴 해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엄마는 오늘 밤 잠을 못 이뤘을 거다.
그걸 아니까 일부러 들른 거고.
백인이 97%인 이 동네에서 흑인이 교장이라 의아했는데.
어디든 특출난 사람은 있지.
***
며칠 후.
– 빅뉴스. 빅뉴스!
알렉스가 또 요란을 떨며 교실로 뛰어 들어왔다.
우리 멜버른 중학교는 8시 30분에 홈베이스에 와서 ‘오늘도 등교를 했다’는 걸 알리고 9시에 각자의 첫 수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2시 40분에 다시 홈베이스에 와서 ‘중간에 어디 튀지 않고 오늘 하루 마무리 잘 했다’는 걸 보여주고, 3시에 각자의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흩어진다.
오늘 미세스 노리스는 이 지역의 영어교사들 모임에 참석해야 해서 마지막 점검은 서브 티처가 하기로 한 상태였다.
마지막 수업을 끝낸 알렉스가 뛰어 들어오며 소리친 건 그 막간의 시간이다.
같은 홈베이스가 된지도 벌써 2달을 넘어가다 보니 다들 시큰둥한 눈길로 알렉스를 쳐다본다.
다들 나와 비슷한 심정인 거다.
빅 뉴스라고 해 봤자 딱히 기대는 안되는데, 그래도 궁금은 한.
누군가 참지 못하고 또 물어본다.
알렉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서 오늘의 빅 뉴스는 뭔데?”
“우리 완전 X 됐다고!”
“뭐래?”
“오늘이 고 3들 ED 원서 넣는 마지막 날인 거 알지?”
“??”
“ED가 뭔데?”
“ED를 몰라? 어떻게 그걸 몰라?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그러니까…그 얼리디시전의 약자인데…”
큰 형들이 있으니 알기는 아는데, 설명은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우리 알렉스의 큰 맹점이다.
오디가 한숨을 푹 내쉰 후 첨언한다.
“그 시니어들 대학 입학 원서 쓸 때 ‘너네 학교에서 나를 받아주기만 한다면 난 꼭 이 학교에 등록을 할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원서 내는 거야. 합격하면 반드시 가야하기 때문에 보통 꼭 가고 싶은 학교를 써. 리치나 하이리치라고도 하지. 합격률도 높은 편이고.”
“…”
눈만 깜박이고 알아듣지 못하는 애들이 80%다.
ED(Early Decision).
한국으로 치면 수시모집이라 할 수 있겠다.
입시철 동안 딱 한 곳만 넣을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평소 정말 가고 싶었던 학교에 원서를 쓴다.
학교에서 꼴찌를 해도 한번 넣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원서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서류들도 많고, 합격하면 반드시 가야하기 때문에 학비가 부담스러운 어중간한 중산층은 아예 ED를 배제하기도 한다.
그냥 넣었다가 덜컥 합격이라도 하면 그 비싼 사립대 비용을 다 내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는 불상사가 일어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ED라는 카드를 버리고 싶지 않기에 일단 찔러는 본다.
아이비 중에서도 하위 아이비라고 불리는 학교들과 톱 30위권 학교들이 많이 취하는 제도다.
학교 측에서도 나쁠 것 없다.
우리 학교를 선망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미리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까.
‘너 똑똑한 거 안다. 뽑아줄 테니 다른 톱 스쿨 기웃거리지 말고 그냥 우리 학교 와라.’란 뜻이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같은 아이비 중에서도 상위 아이비라 불리는 학교들은 SCEA를 채택한다.
보통 싱글초이스라고 하는데, ED와 같이 딱 한군데만 넣을 수 있다.
ED와 다른 점은
‘붙어도 네가 원한다면 다른 곳 가도 된다.’
라는 거다.
‘우리 학교에 붙었는데, 니가 설마 다른 학교를 선택하겠냐?’는 일종의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ED는 꽤 괜찮은 사립대들이 주로 행하는 걸로 주립은 상관없다.
그리고 지금이 딱 그 시기다.
ED를 넣는 시기.
10월말에서 11월 초.
“그래서 오늘이 ED 원서 넣는 날이란 것이 빅 뉴스인 거야?”
“아니지. 씨바. 니들 내 드림스쿨이 브라운인거 알지?”
“…”
“브라운? 그런 학교도 있어?”
“학교 이름 되게 웃긴다. 깔깔. 브라운 대학이면. 그럼 블루대학도 있고, 그린대학도 있어? 난 핑크가 좋은데.”
“아이고. 이 무식한 것들을 어쩜 좋지? 브라운은 엄청나게 좋은 아이비 대학이거든!”
“아이비가 뭔데?”
“…”
6점짜리 학교답다.
대학을 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 실정이니 아이비가 뭔지 모르는 학생이 있는 것도 경악할 일은 아니지.
한국의 중학생이 ‘SKY’가 뭔지 모른다고 해서 욕먹을 일은 아니잖아.
대학 이름 같은 거 몰라도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잘만 살아가는 게 이 동네다.
좋은 학교를 간다는 건 좀 더 편안한 미래를…
맞나?
아무튼 좋은 학교를 가야 좋은 직장을 잡을 확률이 올라간다.
좋은 직장이 꼭 편안하거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알렉스는 자신보다 무식한 이가 있다는 사실에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눈살을 살짝 찌푸려준 후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한다.
“작년에 시니어 한명이 브라운 ED로 붙어놓고 안 갔대.”
“어? 그럼 안되는데! 그거 합격하면 꼭 간다는 서약서도 받고 그러는데?”
“역시 우리 오디! 맞아. 그래서 지금 12학년, 브라운에 ED 쓰려는 애들 멘붕 와서 다들 난리 났어.”
“근데 그거 부모님이 실직하거나 가족 중 누가 아프거나 하면 사유서 써서 약속 깰 수도 있어. 그런 이유면 상관없지.”
“작년에 프린스턴 간 애 있지? 걔가 그런 거래. 한 마디로 그냥 더 좋은 학교 가려고 ED 깬 거라고.”
“그럼 앞으로 5년 동안은 우리 학군에서 브라운은 못가는 거야?”
“그러니까! 아 진짜. 어떡하냐고. 헤일리랑 클로이, 헤이든 등등등. 지금 11학년이랑 12학년들 난리 났어. 뭐. 나는 6학년이니까 괜찮겠지? 그때쯤이면 브라운도 우릴 용서해 주겠지?”
“…”
“…”
적극 반응하는 학생들 몇, 관심 없는 학생들 몇, 쟤 왜 저래라는 눈빛으로 보는 학생들 몇, 결국 자기 연민에서 나온 말인 걸 듣고 경멸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 몇.
11, 12학년들이라면 열 받아 흥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여기는 6학년 반이다.
전반적인 반응들은 시큰둥하다.
‘향후 5년이라…’
그런 소리들이 있긴 하다.
ED 원서 중엔 해당 학생과 부모, 학교 카운슬러의 사인이 들어가는 서약서가 있다.
‘너네 학교에서 이 학생을 뽑아주면 꼭 갈 것을 내가 보증한다.’는 일종의 보증인인 셈.
그래서 ED로 합격하면 정시에 다른 학교에 원서를 넣지 않는 것이 국룰이다.
ED 전에 원서를 넣은 학교에도 이메일을 보내 심사에서 빼 달라 청해야 한다.
롤링(Rolling) 시스템이라고 8월 중순부터 원서를 받는 곳도 있다.
선착순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것인데, 발 빠른 누군가는 8월 말이면 합격 통지서를 받는다.
그런 학교에 ‘나 ED로 다른 학교 붙었으니 너네 학교 안 간다.’라는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거다.
그래야 나 때문에 떨어진 누군가가 기회를 얻을 테니까.
대부분의 ED 합격자들은 이 규칙을 지킨다.
누구보다 그 애타는 마음들을 잘 아니까.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