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46)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46화(4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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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가 풀리듯 술술 1
어디에나 알렉스 같은 놈들은 있는 법.
눈치만 보던 놈들이 알렉스의 행동에 힘입어 큰 목소리로 자기 학교 친구들을 응원한다.
여기에 질 수 있나.
서로 아우성이다.
순식간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탕탕! 9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소란을 일으키는 경우 해당 학교 선수는 퇴장당합니다. 계속 시끄럽게 해 보세요. 거기. 어느 학교 누구라고?”
어느 학교 선생님인지 모르겠으나 협박 한번 대단하다.
역시 아이들은 협박으로 키우는 것이다.
소란스럽던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 팅!
시작 벨이 울리자 첫 번째 선수가 일어났다.
체스 판의 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승.
– 승.
– 패.
– 동점.
– 승.
– 패.
3:2:1의 결과.
말의 점수는 퀸 9점, 룩 5점. 비숍 3점, 나이트 3점, 폰 1점으로 계산되며, 킹은 무한대다.
양쪽 다 킹이 무너지지 않으면 점수를 내 계산한다.
동점이 나왔다.
3번째 자리에 앉은 나는 가뿐하게 선수를 이겼다.
첫 선수가 끝나자 첫 자리에 앉아있던 두 번째 선수가 일어나고, 나머지가 한칸씩 앞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마지막 자리에 첫 번째 선수가 돌아와 앉는다.
두 번째 선수.
승 2: 패 4.
좋은 상을 받기는 글렀다.
세 번째 선수.
승 3: 패 3.
아직까지는 그래도 첫 번째 선수의 성적이 가장 좋다.
다음으로 네 번째 선수.
내 차례가 되었다.
이미 킨더때 고등학생 10여명과 붙은 전적이 있다.
당시에는 조금만 더 하다가는 금방 실력이 뽀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내가 기준이 너무 높았던 모양이다.
보통 중학생이 하나의 말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에서 1분 정도.
3분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앞 번 선수들이 대략 30분씩 시간을 잡아먹은 것에 비해 나는 20분 만에 6명의 선수를 모두 이겨버렸다.
마지막 자리의 ‘킹’이 옆으로 넘어갔을 때, 숨죽이고 있던 관객들이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
– 우와와와와!
– 최고다!
– 완전 깔끔해!
.
.
.
이로써 네 번째 선수의 승률은
승 6 : 패 0
만족스럽다.
살짝 고개를 까딱해 관객들에게 답례를 한 후 끝자리에 와서 앉았다.
아직 3명의 선수가 더 남아있다.
주변은 조용해졌고,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후 5시.
시상식이 이어졌다.
9라운드에 남은 7명은 모두 수상을 한다.
다만 상의 경중이 다를 뿐.
당연히 1등은 내 몫.
플라스틱으로 만든 체스 ‘킹’이 달린 메달이 목에 걸렸다.
그 아래로 점수대로 퀸 1명, 룩 2명, 비숍과 나이트 메달을 단 3명이 도열했다.
어깨를 두드리는 수많은 손길들.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사진도 찍었다.
이게 그냥 지역 중학생들 대회이기 때문에 크게 이름은 없다.
다만 8개 학교의 모임에서 6학년이 1등을 했다는 것이 화제가 좀 될 뿐이다.
차를 타려는데 1라운드에서 붙었던 여자애가 다가왔다.
“아까는 미안했어. 순간적으로 나 자신한테 너무 화가 나서. 그래도 네가 1등을 해서 정말 다행이야. 나 너 응원했어.”
“아. 그래?”
“…암튼 이겨줘서 고마워. 덕분에 조금은 자존심이 회복됐어. 축하해.”
“…”
딱히 대꾸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인성이 개차반인 건 이미 보았으니.
내가 별 대꾸가 없자 먼저 용건을 밝힌다.
“그…올해 National K-12 Grade Championships는 지난 12월에 해서 벌써 끝났지만 주니어 대회는 아직 많이 남아있어. 매주 수요일마다 하는 것도 있는데, 상금이 있는 큰 대회는 보통 6월이랑 7월에 몰려있어. 지금부터 접수 받는 곳도 있고. 등록할 거지?”
“글쎄. 별 생각 없는데?”
“어? 왜?”
“거기까지 가야되잖아.”
“…온라인으로만 하는 대회도 있어.”
“그건 생각 좀 해 보지 뭐.”
“정보 줄까?”
“아냐. 내가 알아서 찾아볼게. 잘 가라.”
딱 봐도 한번 더 붙어보고 싶다는 건데.
굳이 응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늘 하루 잘 놀았으면 되었다.
***
다음날.
보통의 경우 누가 어느 대회에서 무슨 상을 받든 아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교별 풋볼 대항전 같은 경우는 며칠 회자되기는 한다.
하지 체스 같은 지루한 게임은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
그런데 어제는 학년 당 5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참가를 했고, 나중엔 학교별 대항전처럼 되어 버렸으니 오늘까지 여파가 밀려왔다.
– 헤이. 제이든. 하이파이브!
– 제이든. 쿨 가이. 하이파이브!
– 유~ 쿨. 제이든! 하이파이브!
.
.
.
킨더 때가 생각난다.
다음 수업을 위해 이 교실에서 저 교실로 이동하는 중간중간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바닥을 펼치는 애들이 많다.
내가 이런 건 또 많이 익숙하다.
일일이 화답해줬다.
한 손에는 책이나 바인더 등을 들고 있었기에 나머지 한손만을 이용했다.
하루 종일 손바닥이 바쁘다.
“와. 나 이거 본 적 있어? 어디서 봤지? 데자뷔인가? 아닌데. 어디서 본 적 있는데. 딱 이런 상황?”
“…”
알렉스는 같은 킨더반이었으니 본 적이 있지.
굳이 상기시켜 줄 필요는 없다.
궁금증에 미쳐 머리를 굴리다보면 기억날 것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뜻밖의 이메일을 받았다.
미스터 드와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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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제이든.
잘 지냈니?
나는 켄 드와슨이다.
에이미에게 네 소식을 들었다.
내가 아는 그 제이든이 맞는지 궁금해서 심사위원들에게 연락을 했지.
네가 맞더구나.
정말 놀랍고 반가웠다.
아직도 체스에 관심이 없나?
매주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체스 대회가 있는데, 경험삼아 한번 해 보는 건 어떠니?
사이트를 보내마.
참고해 보거라.
추신. 첫 참가비는 40불이나 5등 내외에 들 경우 다음번 참가비는 무료이고, 8번의 대회를 모두 5등 안에 들면 6월 챔피언십에 나갈 자격이 된다. 그때는 상금이 제법 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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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면 해 볼만 하지.
보통 대회에 나가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다.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보니 대회 장소까지 가는 비용부터 숙박비, 참가비 등의 경비가 제법 든다.
경험삼아 혹은 경력에 도움이 될까 참가를 하지만 난 그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온라인은 집에 앉아서 손가락만 까딱거리면 되니 나쁘지 않다.
추신으로 적은 문구가 눈에 띈다.
제법 큰 상금.
얼마나 되려나?
첫 40불을 낼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 고민해야 한다.
보통의 온라인 체스대회는 상금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다 이것저것 가입도 해야 하고, 캠프도 가야하고.
하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미스터 허드슨이 준 자료가 그나마 제일 나은 듯해 보인다.
특별히 자기가 트레이닝 시켜 줄 테니 와서 배우라거나 클럽에 가입하라는 말도 없다.
체스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순수하게 정보제공 차원에서 알려준 듯 하다.
훗날을 기약한 밑밥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보면 될 일이다.
괜찮은 것 같다.
잔디 깎고, 식사 돕고, 눈치우고, 집 청소하고…등등으로 지금까지 번 돈이 대략 400불.
그래봐야 다 엄마와 삼촌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용돈 차원에서 그냥 주기 그러니 일당처럼 주는 거다.
전생에서야 밥 한번 사먹으면 없어지는 돈이지만 지금은 소중한 내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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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스터 드와슨.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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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감사인사를 보냈다.
뭐가 더 있나 싶어 폭풍검색을 했더니 시간이 벌써 많이 지났다.
컴퓨터를 끄기 전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체크하는데 그 사이 하나가 더 와 있다.
“스팸인가?”
보낸 사람의 이름도 미국의 흔하디흔한 존 스미스.
바로 지우려다가 바로 스팸으로 빠지지 않고 일반 메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이상해 클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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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제이든 패터슨에게.
나는 캘리포니아 유스(youth) 오케스트라 악단의 이사 존 스미스라고 합니다.
당신의 연주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많은 바순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곡이지만 6학년이 이렇게 훌륭하게 연주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에 오케스트라 악단의 관계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해당 지역의 시립 악단에 추천서를 보냈습니다.
곧 연락이 갈 것입니다.
가정 형편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
아마 장학금(Scholarship)이 지급될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추신. 미스터 커나스는 내 오랜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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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뭔 소린겨?
그러니까 내가 미스터 리차드 커나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낸 모차르트 바순 콘처토 연주를 존 스미스가 들었다는 소린가?
그런 후 이 동네 시립 악단에 날 추천했고?
스칼라쉽을 준다고?
‘중고등부 시립 악단’을 알아보지 않은 건 아니다.
1주일에 한번씩 가야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가입비만 반년에 450불이더라.
그래서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었다.
스미스씨의 말대로라면 오디션만 통과한다면 공짜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오디를 꼬셔봐야겠군.’
오디는 4학년때부터 1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클라리넷 레슨을 받고 있다.
시립악단에 대해 말하면 분명 오디션을 볼 테고, 만약 같이 통과한다면 라이드 문제는 해결된다.
시립 악단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신청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디에게만 보내면 난리나겠지.
일단은 공부방 놈들 모두에게 함께 이메일을 보냈다.
하룻밤에 전혀 상관없는 두 사람에게서 정보를 제공받았다.
뭔가 일이 술술 풀려가는 느낌.
아이비에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던 신?의 말이 생각나는 밤이다.
***
다음날.
“나 생각났어.”
“뭘?”
“너였어.”
“어?”
“하이파이브! 너였다고. 킨더때! 생각 안나?”
“…”
알렉스가 밤새 어제의 모습을 어디서 봤는지 고민했던 모양이다.
마크나 제이콥, 매튜, 크리스틴은 이사 후 친해진 친구다.
오디와 마커슨은 중학교 들어와서 만났고.
그러니 킨더 때 나의 모습을 알고 있는 이는 알렉스 뿐이다.
물론 같은 학교를 나온 다른 친구들은 알고 있겠지만 거기 물어볼 생각은 못했겠지.
“내가 바보냐?”
“근데 왜 말 안했어? 내가. 어제. 데자뷔 같다고…”
알렉스의 주접을 더는 못 보겠는지 오디가 화제를 전환한다.
“알렉스. 오늘 독일어 공부는 다 했어? 너네 증조할머니가 독일 출신이라며. 좀 알아?”
“알겠냐?”
“그래. 내가 잘못했다. 독어는 어렵다더라.”
“외국어가 안 어려운 게 어디 있어. 난 영어도 어려워.”
“그나저나 7학년 되면 외국어 정해야 되는데. 너네는 뭐할 거야? 오디는?”
“난 라틴.”
“왜에? 왜? 왜에에에?”
“뭐야. 그 반응은?”
“젤루 어렵잖아. 라틴이. 나중에 써먹을 데도 없고. 죽은 언어. 몰라?”
“나중에 의대가려면 라틴어를 배워두는 게 유리해.”
“의대갈 거야?”
“어.”
“왜에?”
“아씨. 진짜. 왜 자꾸 그렇게 물어?”
“난 당연히 니가 프로그래머할 줄 알았지. 엄마가 프로그래머니까.”
“아빠는 사업가시거든? 경영으로 갈 거란 생각은 안해 봤냐?”
“아씨. 너 말투가 자꾸 제이든 닮아간다. 은근히 꼰대스러우면서 가르치려 드는 것이.”
“헐. 갑자기?”
지금 나와 마커슨은 방관자나 마찬가진데 알렉스가 갑자기 내 머리채를 잡는다.
요즘 오디가 내 말투를 흉내내고 있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귀여워서 봐 주고 있는 중이다.
다른 애들도 느꼈던 모양이네.
내 발끈에 알렉스가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는 오디에게 다시 묻는다.
“큼. 그러니까 왜?”
“큰형이 프로그래머하고 있고, 동생이 경영할 거래. 큰형은 3년 정도 더 경험쌓고 창업할 거 같고, 동생은 아빠 사업 물려받을 거고. 나는 그나마 외우는 머리는 있으니까 평범하게 의대가래.”
“…”
“…”
“재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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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을 엿듣고 있던 반 친구 누군가의 중얼거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고개도 끄덕여지고 있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