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45)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45화(4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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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공식적으로 빠지는 방법
노란색 스쿨버스 5대가 학교 정문에 섰다.
체스 대회에 나가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타자, 부러운 눈길들이 와서 박힌다.
오늘은 제목부터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 인터넷 교육을 받아야 하는 날.
처음엔 마일로의 행위에 비난만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온몸으로 진심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마일로.
6주후 감호소에서 돌아오면 학교 옮겨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이사를 가지 않는 한 받아주는 사립학교도 없을 테니 되돌아오긴 해야겠지만.
“헤헤. 이런 기분. 완전 좋아.”
“나도나도. 체스 떨어진 애들 중엔 아프다고 아예 학교 빠진 애들도 있다던데. 나 같아도 예선 떨어졌으면 아프다고 하고 학교 안 왔을 거 같아.”
“툭하면 아프대지.”
“그거 알아? 결석도 10번인가? 넘어가니까 학교에서 편지 오더라고. 더 빠지면 엄빠 교육법원 호출한대. 자꾸 애 학교 안보낸다고.”
“1년에 10일이나 아프다고 빠진 거야?”
“감기 한번 걸려봐라. 3일은 기본이지.”
“3일이면 의사 소견서 떼 가야 할텐데.”
“어. 맞아. 그래서 3일 연짱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처음 이틀은 열난다고 빠지고, 다음날 학교 갔다가 그 다음날 다시 기침 많이 난다고 하루 더 빠지고 그러는 거지. 그러다보면 주말이고. 헤헤. 원래 그런거지.”
“알렉스. 넌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거냐.”
“하. 마커슨.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웃긴다. 한판 붙어. 어?”
“내가 무슨 애냐? 나이를 12살이나 먹었으면 성장할 때도 됐지.”
.
.
.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버스가 멈췄다.
– 우와와.
이쪽저쪽 스쿨버스에서 학생들이 어마어마하게 내린다.
우리 학교에서만 150명이 갔으니…
대략 800명은 되지 않을까 싶을 규모다.
10개 학교에서 모인다고 했는데 어떤 학교는 딱 15명으로 작은 스쿨버스 한 대만 온 곳도 있다.
아마 소수정예만 온 듯 하다.
보통은 30명에서 50명.
우리 학교에서만 폭발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온 것이다.
코로나 전엔 평소 우리 학교도 30여명 수준이었다고 하던데.
아마도 오늘의 그 교육 영향 때문이 크지 싶다.
눈에 확 띄는 노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우리를 실내농구장으로 안내한다.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검은 비닐이 바닥 전체를 덮고 있었고, 그 위로 수십 개의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 테이블 당 3팀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그럼 곧바로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보드에 각자의 자리가 배정되어 있으니 확인 후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게임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됩니다.”
– 드르륵. 드르륵.
우리 학교 학생 수가 워낙 많으니 우리끼리 붙는 경우도 있다.
평소 그렇게 으르릉대던 알렉스와 크리스틴이 적으로 만났다.
“아하! 지고 울지 마라.”
“니가? 나를? 가능하겠냐?”
“우씨. 내기할래?”
“딜! 오늘 하루 내 모든 심부름을 너에게 맡기마.”
“그거 니가 하게 될걸?”
– 체스 말 하나 옮기는데 3분을 초과하면 실격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
그렇게 1차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각 팀마다 자원봉사자들이 1명씩 붙어 시간을 잰다.
내 앞에는 백인 여자애가 앉았다.
약간 맹해 보이는데, 놓는 수들이 보통이 아니다.
고수!
자칫하면 1차전에서 탈락하는 쪽팔림을 당할 수도 있겠다.
오랜만에 한수, 한수 신중하게 접근했다.
상대의 고민이 길어진다.
비숍(Bishop)을 움직이자니 하나 남은 룩(Rook)이 위험하고, 퀸(Queen)을 움직이자니 내 퀸의 다음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중급자만 되었어도 곧바로 퀸을 움직였을 것인데…
고수다 보니 여러 가지 수를 생각하는 거다.
맹한 눈동자 뒤로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게 보인다.
최소 우승 후보자.
처음부터 강적을 만났다.
‘근데 시간 관리 안하나? 아슬아슬하겠는데?’
.
.
.
“땡! 에이미. 3분 초과로 실격입니다. 멜버른 중학교 제이든 패터슨 승.”
“왓?!”
“너. 실격이라고.”
“야! 시간 초과되기 30초 전에 경고 줘야 하는 거 아냐?”
“…”
“무효야!”
“그럴 순 없어. 이 판 시작하고 한번도 경고 준적 없어. 얘도 같은 환경이었다고!”
– 왓더%%^&**(@#!!
순식간에 얼굴이 벌개 지며 욕을 뱉어내는 아이.
어차피 자원봉사자도 학생이다.
그 소란에 부정행위는 없는지 게임자들 사이를 거닐던 심사위원 한명이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 휙!
자원봉사자를 한번 흘겨보던 여자아이가 성질을 내며 자리를 박차고 가 버렸다.
“3분 초과로 에이미 실격처리 됐습니다. 30초 전 경고 안줬다고 화나서 저러는 겁니다.”
“아. 경고 안해 줬어?”
“그런 말 안하셨잖아요. 주변에 경고 주는 애들 없는데요.”
“그건 기본…됐다. 뭐. 어차피 둘 다 같은 상황이었을 거니. 근데…흠. 이 판. 보통이 아닌데?”
판 볼 줄 아시네.
주변의 어른들 몇이 우리 테이블로 모여든다.
같은 테이블을 쓰던 다른 2팀이 눈살을 찌푸리며 신경질을 냈지만 이미 아웃오브안중이다.
“흐음. 상대가 재수가 없었군. 박빙이야.”
“그러고 보니 그 학생. 작년 주립에서 준우승한 학생 아닌가? 이번에 주니어 하이 (United States Junior High Chess Championship) 나갈 거라고 하던데? 미스터 드와슨 밑에서 배우고 있지 아마?”
“아. 맞네. 에이미 제러스. 지금 사우스팍(South Park) 미들 7학년일 거야.”
“기본 자세가 안 되어 있군. 게임에서 졌다고 튀어나가다니. 이거 제보해야 되는 거 아닌가?”
“미스터 드와슨 얼굴이 화끈거리겠군.”
.
.
.
아.
유명한 애였구나.
미안해라~
잠깐.
미스터 드와슨?
미스터 켄 드와슨?
킨더 때 동네 커뮤티니 센터에서 체스를 가르치던 그 꼬장꼬장한 어른 이름이 미스터 켄 드와슨이었는데.
전국 체스챔피언십 우승 타이틀도 있다고 했었고.
내가 체스는 커서 하겠다고 하자 무척이나 아쉬워하던 그 사람의 제자가 상대였다니.
엄청 혼나겠는데?
체스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배려인데 지 화에 못 이겨 저리 튀어나갔으니.
1라운드에, 그것도 6학년한테 졌으니 화가 날만도 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 띵띵띵. 1라운드 끝!
“아직 각 팀의 우승자 이름을 제출하지 않은 자원봉사자들은 신속히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15분 후 1라운드 우승자들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막 게임이 끝난 팀의 자원봉사자들이 농구장 끝 심사위원석으로 달려간다.
병풍들이 치워지자 시야가 확 트인다.
주변을 휘 둘러보았다.
한쪽에서 알렉스가 싱글벙글하며 크리스틴과 입씨름을 하고 있다.
알렉스가 이긴 모양이다.
이변이네.
마커슨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로 보아 졌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 정리를 위해 비켜줘야 한다.
잠시 후 1라운드 결과 발표.
우리 학교 학생들 150명 중 50명만 살아남았다.
학교를 빠지는 것이 목적이었던 학생들의 최후답다.
표정들 역시 분개함과는 거리가 멀다.
어차피 질 걸 알았다는 저 표정들.
여유롭네.
그 와중에 크리스틴만 씩씩거리고 있을 뿐이다.
“너네는 어떻게 됐어?”
“난 통과.”
“나도.”
“난 실격. 시간 초과. 이제 남들 어떻게 하는지 구경이나 해야지.”
“근데 생각보다 재밌지 않냐? 맨날 우리끼리 두다가 남들하고 두니까 신선하긴 했어. 그치?”
마크와 매튜가 올라가고, 평소에도 장고 끝에 악수를 두던 제이콥이 떨어졌다.
“근데 제이든. 아까 보니까 심사위원들이 네 주변에 모여 있던데. 왜 그랬어?”
“아. 내 상대가 좀 유명한 애였던 모양이더라고. 미스터 드와슨 제자래.”
“미스터 드와슨? 누구지?”
“아! 미스터 드와슨? 너 어릴 때 막 체스 하라고 꼬시던 사람?”
“어.”
“와. 우리 제이든. 그런 애를 이긴 거야?”
“비등비등했는데. 걔가 시간 초과해서 이긴 거야.”
– 2라운드 시작합니다. 참석자들은 본인 이름 확인하시고, 배정된 자리에 앉아주세요.
“암튼 이번 판도 잘 해 봐. 난 널 믿는다규~”
“나도 나도. 우리 제이든 사단의 제이든! 파이팅이다!”
“꼭 이겨서 학교 신문에 얼굴 한번 내자!”
“다들 잘 하자.”
처음 800명이던 사람들이 400명으로 줄었다.
2라운드부터는 한 테이블에 2팀씩.
“이번 라운드부터는 3분 제한 시간 20초 전 한번 경고를 줍니다. 경기 관람자들은 모두 관객석에 앉아주시되, 경기 중 소음을 내면 안됩니다.”
– 삐익!
2라운드 시작 벨이 울렸다.
– 허억!
이거 어쩌누.
고작 5번의 말을 이동했을 뿐인데…
이겨버렸다.
나도, 상대방도, 자원봉사자도 조금 당황했다.
드물지만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와… 너 진짜 잘한다. 체스 별로 관심 없지만 이렇게 진 적은 또 처음이네.”
폰을 움직인 후 상대 폰을 잡고, 곧바로 비숍(Bishop)으로 퀸을 공격, 그 비숍으로 킹을 위협한 후 잡아버리는 상황.
상대는 퀸이 죽은 상태에서 킹 바로 옆의 나이트나 비숍으로는 킹을 보호할 수 없기에 순식간에 궁지에 몰리게 된다. 폰을 움직여봤자 도움이 안된다.
“…제이든 패터슨 승.”
자원봉사자의 선언.
아까 내 판을 유심히 봤던 어른들이 슬쩍 왔다가 보고는 혀를 끌끌 찬다.
“자네. 상대가 안 좋았어. 너무 상심하지 마.”
“맞아. 쟤가 1라운드에서 전년도 주립 준 우승자를 이겼다고.”
“아. 어쩐지. 전 괜찮아요.”
상대는 의외로 타격이 없어 보인다.
얘도 오늘 학교 빠지고 싶어 나왔다가 운 좋게 1라운드를 통과한 학생인 듯 하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승패가 가름 났다.
의외로 마크와 알렉스가 선방한다.
그렇게 3라운드, 4라운드가 지나고 6라운드에서 25명의 인원만 남았다.
마크와 알렉스는 나란히 4라운드에서 떨어졌다.
거기까지 올라간 게 어딘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제 나를 포함해 3명 남았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한명이 부전승으로 올라갑니다. 부전승으로 가는 학생은 현재까지 가장 점수가 높은 멜버른 미들 6학년, 제이든 패터슨입니다. 그럼 6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착석해 주세요.”
의도치 않았지만 부전승으로 7라운드로 바로 올라갔다.
처음으로 관람석에 앉아 다른 학생들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우와. 개꿀.”
“제이든. 너는 운도 좋구나.”
“운이 아니라 실력이지. 점수가 제일 높다잖아. 첫판에서 그 에이미를 만났다는데 운이 좋겠냐?”
“아. 그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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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친하지도 않은 놈들이 주변에서 떠들어댄다.
공부방 놈들은 당연하다는 듯 주변의 소리보다 체스판에 더 집중하고 있다.
좋은 자세다.
매일 우리끼리 두다가 이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뭔가 느낌이 새로울 것이다.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지.
사실 이제부터는 체스에 진심인 애들의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올라온 애들은 대부분 각 학교의 체스 클럽 메인 멤버들일 것이다.
총 25명 중 버스 한 대로 소수 정예를 이끌고 왔던 학교 학생들이 6명이나 되고, 나머지는 2-3명이다.
8라운드에선 7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낸 아이가 부전승으로 올라가고, 나는 게임에 참여했다.
그리고 조금은 힘겹게 이길 수 있었다.
마지막 9라운드.
이제 7명만 남았다.
경기 방식이 바뀌었다.
6명이 자리에 앉고, 한명이 가운데 서서 한번씩 돌아가며 게임을 하는 거다.
그걸 7번한다.
지루할 것이라 생각되겠지만 이게 생각보다 흥미진진하다.
사람에 따라 각자 말을 놓는 방식이 다 달라지니까.
순번을 정하기 위해 제비 뽑기를 했다.
나는 4번째 순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9라운드가 시작됩니다. 모두 착석해 주십시오.”
사회자의 안내에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학교마다 한명씩.
6명이나 남았던 소수 정예를 끌고 왔던 학교가 8라운드에서 모두 탈락해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7개 학교들이 모두 한명씩 남은 것이다.
갑자기 학교별 자존심 싸움이 되어버렸다.
– 멜버른! 제이든! 멜버른! 제이든! 할 수 있다! 아자아자!
알렉스의 목소리가 농구장을 울린다.
부끄럽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