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77
오디를 돕는 척, 마크를 도와야 한다.
“왜? 무슨 일인데?”
“우리 오디 님. 일 너무 못한다고.”
“귀하게 자라서 그래. 귀하게.”
마커슨이 깐족거린다.
오디의 고집불통 표정이 순간 풀어지며 마커슨을 노려본다.
“씨바. 우리 중 귀하게 안 자란 사람이 어디… 흠. 다들 강하게 크고 있긴 하네. 암튼! 오디. 넌 내일부터 외벽 칠해. 거긴 내부처럼 그렇게 깔끔하게 안 해도 된다고.”
“덥단 말이야.”
“다 더운 데서 일해. 우리만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에어커언! 진짜? 거긴 진짜 에어컨 속에서 일하는 거야?”
갑자기 튀어나온 크리스틴.
“나. 내가 갈래. 나 페인트칠 잘해. 오디. 나랑 바꿔.”
“어?”
“나랑 바꾸자고. 시바. 일도 잘 못한다며. 페인트칠은 진짜 잘해야 해. 그거 한번 하면 10년은 그냥 쓰는데 잘 못해서 볼 때마다 짜증 나면 어떡하냐? 괜히 민폐 끼치지 말고 나랑 바꿔. 우리 쪽은… 쉬워. 일이. 엄청 쉬워. 그냥 돌만 좀 골라 내면 돼. 너도 할 수 있어.”
“와…크리스틴.”
“시꺼. 제이든 넌 입도 뻥끗하지 마. 어때 오디? 나랑 바꿀래? 이쪽에 오면 니 친구들 다 있잖아.”
“크리스틴. 설마 니가 오겠다고? 우리 그룹으로?”
“마크. 주둥아리 좀 닥칠까? 나 지금 오디랑 대. 화. 중인데.”
“씨바. 내가 간다. 그룹 A로. 크리스틴. 오디 꼬실 거 없어. 그냥 나랑 바꿔.”
“그것도 나쁘진 않고.”
“아. 아냐. 내가 갈게. 나랑 바꿔. 크리스틴. 근데 진짜 일이 쉬워?”
“그러엄. 암것도 아냐. 근데 우리도 에어컨은 없어. 지금 그거 때문에 마크랑 싸우는 거지?”
“…싸우는 건 아니고. 자꾸 너무 못한다고 하니까. 알았어. 갈게.”
“오케이! 낙장불입! 패트릭 아저씨이~~”
순식간에 코 꿰인 오디.
나중에 전해 들으니 에어컨보다 일하는 내내 잔소리를 들어 뿔이 나 있었다고.
의외로 마크가 페인트칠에 있어선 단 한 줄의 삐끗함도 용서를 못하더라나 뭐라나.
나중엔 손이 떨려서 일을 못 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주눅 든 거다.
아무튼 그렇게 오디와 크리스틴의 그룹이 바뀌었다.
잘된 것 같다.
여자라서 어떻고 하는 거 아니라는 거 알지만 오늘 크리스틴은 진짜로 힘들어 보였다.
확실히 삽질은 남자가 하는 게 옳다.
목발 때문에 천천히 오던 알렉스가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자신은 이제부터 그룹 B의 깍두기가 되겠다며 난장을 피운다.
아무도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 * *
그리고 그날 밤.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쳤다고.
대략 10시 정도부터 천둥과 번개가 번갈아 쳐 대긴 했지만, 그 정도로 심한 줄은 몰랐다.
낮 동안 너무 힘든 육체노동을 해서인지 아주 깊은 잠에 들었던 모양이다.
아침 미팅 시간에 소식을 전해 듣고는 모두 멍해졌다.
전날 해 놓은 작업들이 많이 망가졌다고.
거기다 근처의 다른 집들까지 긴급 구호 요청이 많이 들어온단다.
웨스트버지니아.
가난한 동네다.
주민만 가난한 것이 아니고, 주 자체가 가난하다.
이는 뭔가 하나 망가지면 복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뜻이다.
다른 주는 전기가 나가면 아무리 못해도 몇 시간, 간혹 크게 문제가 생기면 하루 정도면 복구가 된다.
하지만 이곳은 최소 2―3일은 걸린다고.
우리가 갔던 집은 무사할까?
할머니가 너무 나이가 많던데.
병원비가 워낙 비싸니 아주 위급하지 않은 이상 보통은 집에서 요양한다.
맹장 수술을 포함한 간단한 수술은 마취가 깨면 바로 퇴원이다.
마취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강제로 흔들어서 깨우기도 한다.
웬만큼 생사를 오락가락하지 않는 이상 당일 수술, 당일 퇴원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이가 많으면 자가 호흡이 힘든 경우도 많아 아예 집에 간이 산소 호흡기를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다.
숙소의 전기가 나갔다.
딱 필요한 순간만 자체 발전기를 돌려야 된다며 선풍기도 켜지 말란다.
전날의 폭풍우 덕에 날씨는 많이 선선해졌다.
선풍기 없이도 살만하다.
전기는 나갔어도 가스는 나온다.
처음 불꽃이 튀는 것만 토치(torch)로 잡아 주면 요리는 가능하다.
혹시나 자체 발전기까지 나갈 것을 염려해 식사는 제법 잘 나왔다.
냉장고 식재료들이 상하면 안 되니 뒷일은 나중이고, 일단 먹이는 것 같다.
오전 8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시간에 차를 탔다.
― 휘유.
― 와. 저 사람들 어쩌냐?
.
.
.
길거리가 엉망이다.
여기저기 나뭇가지가 널려 있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나무가 넘어지면서 전깃줄을 건드려 전기 나간 집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나무가 많은 동네다.
집 앞에 세워둔 차를 덮친 나무도 즐비하다.
“전기는 기본으로 다 나갔다고 생각하면 돼. 전기톱이나 전기드릴 같은 거 못 쓰니까 일단은 모두 수작업으로 할 생각하고. 오늘은 날씨도 선선하니까 최대한 기둥 다 세우고, 뼈대 맞추는 것까지는 해 두자.”
“네.”
“네.”
역시…
우리가 작업했던 동네도 전기가 나갔다.
거의 모든 집들의 앞마당이 난장판이다.
부러진 나뭇가지들과 쓸려온 쓰레기들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우리가 도착하니 안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온다.
“아이고. 도로가 궂을 텐데 그래도 잘들 왔네?”
“어르신들은 괜찮으시죠?”
“간밤에 무서워서 이불속에서 안 나왔지. 이불 밖은 위험하잖아. 하하.”
농담하는 걸 보니 괜찮은 모양이다.
다른 집들도 사람들이 나와서 집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나이가 너무 많아 나올 수 없는 집들은 다른 집에서 돕고 있다.
우리가 세워둔 휠체어 경사로 기둥 역시 넘어져 있다.
바로 가서 다시 기둥을 세우고, 돌로 구덩이를 채웠다.
“패트릭 아저씨. 알렉스랑 오디는 주변 정리시키시는 거 어때요?”
“아. 그거 좋겠네. 여긴 우리가 할 테니까 너희 둘은 이 동네 사람들 좀 도와줘.”
“네.”
“네.”
상황을 보곤 군말 없이 받아들이는 알렉스와 오디.
커다란 집게와 쓰레기 봉지를 들고는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다.
― 콕콕.
밤새 큰 비가 내려서인지 땅은 잘 파인다.
오후가 갈수록 점점 기온이 올라갔지만, 대체적으로 구름 낀 날씨에 선선하다.
작업 환경만 놓고 보면 어제보다 훨씬 낫다.
알렉스도 어제와는 달리 농땡이를 피우지 않는다.
점심시간.
캠프 측에서 점심을 넉넉히 싸주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이 음식들을 싸 들고 모여든다.
우리도 가져온 음식들을 내어놓았다.
테이블 전기톱을 둔 자리를 대충 치워 음식들을 올렸다.
“아이고. 외부에서 와서 고생들 하네요. 학생들이 참 고마워요. 전기가 나가서 냉장고 비워야 해. 같이 먹어요.”
“네. 감사합니다. 저희 것도 드세요.”
“그래. 무슨 캠프에서 왔다고?”
“네. 워크캠프요.”
“근데 이거… 신청하는 데 돈 드는 거 아니에요? 우리도 고칠 게 많은데. 힘도 없고, 돈도 없고… 그러네.”
“올해는 신청이 다 차서 안 될 거고요. 내년에 수리, 보수 신청하세요. 캠프 측에서 보고 급한 분들부터 받아 줄 거예요. 여름 내내 하는 캠프라 빨리 신청하면 가능할 겁니다.”
“아하. 그런 거구만. 이 집 할아버지는 물어봐도 잘 모르더라고. 사회복지사(Social Worker)가 신청해 줬다더구만.”
“직접 신청도 가능하고, 대리인 신청도 가능합니다. 잠시만요. 제가 차에서….”
패트릭 아저씨가 차로 달려가 팸플릿을 들고 온다.
“이거 보시고 전화하셔도 되고요. 웹사이트 있으니까 그쪽으로 신청해도 되고요. 한번 읽어보세요.”
“아이고. 이런 고마울 데가.”
보니까 음식은 핑계고, 궁금한 걸 물어보려고 다가온 것 같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긴 한다.
평균 연령이 70대는 넘는 것 같고.
오래된 보행기를 끌고 온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70―80대 어른들보다 10년씩은 더 늙어 보이는 이들.
이빨도 2―3개 없는 건 기본이다.
평생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눈에 선하다.
원래 일은 5시까지지만 우리는 30분을 더 일했다.
땅도 부드럽고,
날씨도 선선하고,
폭풍우가 몰고 온 작은 돌들도 많아 기둥을 세우기도 편하고…
오늘 우리는 뼈대 작업까지 모두 마쳤다.
기둥 6개가 나란히 섰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경사로의 바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 *
“시바. 모기드을!”
비가 오고 나니…
모기가 들끓는다.
숙소로 돌아왔지만, 전기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모기들과의 전쟁이다.
그렇다고 선풍기도 못 트는데 창문을 닫을 수도 없다.
벌레 퇴치 스프레이 냄새가 건물을 뒤덮었다.
샤워는 찬물로 마치고, 옷은 새 걸로 갈아입었다.
옷을 몇 개 챙기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서 30분 거리에 있는 코인 빨래방까지 운전을 해서 갔다.
이 건물 지하에도 세탁실이 있지만 전기가 나갔기에 사용할 수 없다.
현재 모든 전기는 정말 필요한 냉장고 같은 데만 사용된다.
30분 거리의 동네에 있는 코인 빨래방도 그쪽으로 일을 나간 다른 팀이 말해ㅍ줘서 알게 된 것이다.
여기저기 그룹들에서 빨랫감들을 들고 이동한다.
우리 팀은…
며칠만 더 버티기로 했다.
일단 남자들은 웃옷은 안 입고 지내면 된다.
처음엔 배가 나와서, 너무 말라서 등등 수줍어서 끝까지 옷을 입고 있던 사람들도 이제는 뭐 다 벗어 재낀다.
팬티는 넉넉하다.
급하면 뭐 팬티도… 큼.
바지는 입으니까.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제법 많다.
건물 전체에서 썩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여자들이 진저리를 친다.
할 수 있나.
우린 이미 용돈 다 털렸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지.
오디가 방으로 들어선다.
“휴대폰 결제 시스템이 없어….”
“기대도 안 했다.”
“이곳은 오지야. 오지. 격오지가 따로 없어.”
“시원하고 좋잖아.”
“크리스틴이랑 미아는 힘들겠다.”
“그러면서 크는 거지.”
― 북북.
“으아악, 알렉스! 뭐 하는 짓이야!”
“그럼 어떡해. 간지러워 돌겠는데.”
알렉스가 기다란 나무 자를 이용해 깁스 안쪽을 북북 긁는다.
깁스한 지 3주차다.
오래된 썩은 냄새가 자를 타고 올라온다.
오디가 자기 방으로 도망가면서 문을 닫는다.
써글.
코를 막고 방문과 창문을 활짝활짝 열었다.
워크캠프 5
― 으아아아아!
새벽녘에 갑자기 울린 어떤 놈의 비명 소리.
곧이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전기가 들어왔다!
― 마. 만세에에에에!!!
― 꺄아아아옷!
알렉스도, 나도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