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86)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86화(86/280)
킹스 아일랜드 2
조나단의 입이 댓발 나왔다.
우리는 알아서 조나단 앞에 음식들을 갖다 바쳤다.
“삐쳤어?”
“기분 풀어라. 니가 너무 멍해 있으니까 다칠까 봐 그랬지.”
“조나단, 에그타르트 맛있더라. 먹을래?”
“이거도 먹어 봐봐. 요거트에 블루베리 넣어 먹으니까 더 맛있어.”
입이 불퉁하게 튀어나온 채로 우리가 챙겨 주는 걸 야무지게 받아먹는 조나단.
“언제부터 알았어?”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 그렇게 티를 내는데? 잘해 봐.”
“그래. 잘해 봐라.”
“응원한다.”
“진짜? 제이든. 너도 응원해 주는 거야?”
“그럼. 둘이 잘 어울려. 잘해 봐.”
― 씨익.
조나단이 배시시 웃는다.
“조나단. 너 왜 제이든이 한 응원에만 반응하는 거야?”
“맞아. 우리가 하는 응원은 응원도 아니냐?”
“칫. 그런 게 있어. 애들은 몰라도 돼?”
“허얼. 얘가 지금 뭐 라냐?”
“놔둬. 얘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많이 먹고 얼른 커라.”
“어? 헤나다.”
“안 속아. 내가 바본 줄 아나.”
“야. 헤나야. 일루 와.”
“됐거든! 니들끼리 많이 먹어. 난 내 친구들이랑 먹을 거야.”
헤나가 마커슨의 부름에 거절한다.
그제야 고개가 빡― 돌아가는 조나단.
헤나의 뒷모습만 보일 뿐이다.
“빨리 말해 줘야지. 응원한다며!”
“말했잖아.”
“…….”
“안 먹어!”
“이눔이 어디서 성질을. 떽! 얼른 먹어.”
마커슨이 조나단의 입에 베이글을 구겨 넣는다.
그걸 또 우물우물 받아먹는 조나단.
공부방 놈들 중엔 가장 어린 조나단.
가끔 이렇게 땡깡? 을 부릴 때가 있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지만.
“오늘 아주 뽕을 뽑아 주겠어.”
“당연한 말씀을. 밤 11시에 문 닫는다니까 실컷 놀자고. 중간에 시상식 할 때만 잠깐 모이면 돼.”
“시상식? 시상식을 해?”
“알렉스. 제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좀 새겨듣자. 어제 미세스 알링턴이 그랬잖아. 거기 야외 스테이지에서 오늘 낮에 시상식 한다고.”
“…그랬나?”
“어. 그랬어.”
“조나단. 밥 다 먹었으면 일어나. 얼른 준비하고 만나자고. 자유이용권 스탬프는 꼭 받아야지.”
“얼른얼른 구겨 넣어!”
“어. 어.”
옆에서 빨리 먹기를 권장? 하는 어깨들 때문에 저러다 체하지 않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돌도 씹어 먹을 나이 아니겠나.
모르는 척했다.
조나단이 마지막 에그타르트 조각 하나를 입에 쏘옥 집어넣는 걸 보자마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방의 화장실은 하나다.
먼저 들어가는 놈이 임자란 소리.
다행히 나는 아침 먹기 전에 볼일을 다 봤다.
양치만 하면 된다.
― 두두두두.
눈치를 보던 놈들이 달린다.
달리기는 마커슨이 빠르지만, 눈치는 알렉스가 더 빠르다.
둘이 먼저 가겠다고 몸싸움을 해 대는 옆을 오디가 빠르게 지나가 제일 먼저 화장실을 사용한다.
중딩들답다.
* * *
오전 10시 로비.
놀이공원 직원이 나와서 우리의 손등에 스탬프를 찍어 주었다.
50명밖에 안 되니 5분도 안 돼서 끝난다.
미세스 알링턴이 그런 우리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스탬프 지워지면 놀이기구 못 타니까 손 씻을 때 조심하고. 12시에 야외 스테이지에서 점심 줄 거야. 10개 학교 다 모이니까 와서 다 같이 점심 먹고 시상식 하자.”
“네에!”
“만약 우리가 수상하게 되면 앞에 나가 상 받을 사람 정해야 해. 앱에 투표 창 열어 뒀으니까 8학년 중 남자 1명, 여자 1명 선택해. 지금.”
― 클릭.
모두의 고개가 휴대폰에 박힌다.
1분 후.
“좋아. 남자는 제이든, 여자는 엠마. 둘이 잘 부탁한다. 음. 그리고… 시상식 끝나면 밤 11시까지 자유시간이니까 마음껏 즐겨. 중간중간 내가 문자 보내면 잘 있다는 답변만 주면 돼.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저녁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거 알지?”
“네!”
내가 된 건 의외였다.
밴드에선 크게 나대지 않고 조용히 있는 편이다.
남학생들 사이에선 나름 인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공부방 놈들이 나를 잘 따르다 보니 그 여파다.
나중에 들어보니 7학년 여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아무래도 헤나의 입김이 아닌가 싶다.
“오케이. 그럼 잘들 놀고. 아. 놀이공원 밖으로 나가는 건 절대 안 된다!”
“네! 걱정 마세요.”
“그래. 8학년들은 아래 학년들 좀 잘 봐 줘.”
“네.”
“해산!”
― 와와와아아아.
우리는 호텔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 와중에 호텔에 있겠다는 놈도 있다.
미세스 알링턴이 자기도 호텔에 있을 거라며 같이 있자 제안하니 곧바로 뛰어나간다.
그래.
선생님과 둘이 있느니 나가서 고독을 씹는 게 낫지.
“와. 뭐부터 타지?”
우리 넷은 자연스럽게 모였다.
조나단도 자기방 친구 놈들과 우리 옆을 알짱거린다.
원래 이런 데 오면 떼로 몰려다니는 게 또 재미다.
어쩌다 보니 대략 15명 정도가 한 뭉텅이가 되었다.
“시작은 좀 쉽게 갈까?”
“어디?”
“롤러코스터지.”
“와아아! 가자. 롤러코스터!”
우르르 갔다.
아직 이 동네는 방학이 시작되기 전이고, 토요일이긴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날들 중 하나다.
게다가 막 개장한 시간이다.
10개 학교의 학생들이 모두 튀어나와도 그래봤자 500명.
엄청난 넓이의 놀이공원에 비하면 한 줌이다.
어느 놀이기구든 줄을 설 필요는 없다.
바로바로 통과.
― 치이이익.
3번째 롤러코스터 기차가 종착점에 도착했다.
안전바가 자동으로 올라갔지만 아무도 내리는 놈이 없다.
보통 같으면 순서를 기다리는 다음 사람들을 위해 쫓겨나야 하지만 지금 롤러코스터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몇 없다.
게다가 기차에 빈자리는 많다.
직원이 고개를 내저으며 기차를 출발시킨다.
그렇게 4번째 롤러코스터가 출발했다.
처음엔 재미있고, 장난처럼 ‘Again’을 외쳐 댔지만, 5번째부터는 사실 오기로 버티는 놈들도 있었다.
그렇게 총 9번의 롤러코스터가 종착점에 도착했을 때.
“스타아아압! 나 내릴래!”
“나. 나도.”
“나도 내릴래.”
.
.
.
오디가 제일 먼저 비명을 지르며 일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뒤쪽에서도 일어난다.
헤나도 일어나는 걸 보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조나단도 일어난다.
“난… 몇 번 더 타도 되는데.”
“다른 것도 타야지.”
“그래. 뭐. 나중에 또 타면 되지.”
나를 비롯해 몇 번 더 타도 상관없던 몇몇은 더 죽치고 앉아 있기 좀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젊은 남자 직원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다음으로 바이킹부터 회전목마 등등을 돌고 돌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다가왔다.
― 띠링.
―12시 정각까지 뮤직 스테이지로 모일 것. 한 명이라도 빠지는 날엔 시상식 직후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임.
미세스 알링턴의 경고 문자.
뒷부분은 뻥카인 것이 분명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우리들은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학교 학생들 10명 이상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 다들 집합! 가자!
― 어? 어.
제법 유명한 밴드들도 자주 온다는 야외 스테이지로 모였다.
탁 트인 커다란 잔디밭에 쇠로 된 긴 의자가 수십 개 놓여 있다.
사이사이 각 학교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우리는 멜버른 중학교라 적혀 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스테이지 아래로 몇 개의 그릴에서 앞치마를 두른 어른들이 소시지를 굽고 있다.
다른 테이블엔 소시지 빵과 샐러드, 사과가 쌓여있고, 또 다른 한쪽엔 물이 박스째 잔뜩 쌓여 있다.
중년의 남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자. 먼저 먹고 시작하자고. 알파벳 순서대로 각 학교들 나와서 식사 가져가요.”
A로 시작하는 학교 학생들이 우르르 일어선다.
― 점심이 핫도그야?
― 그런듯.
― 2개 먹어도 되나?
― 되겠지? 양이 엄청 많은 거 같은데. 니가 한번 물어봐.
― 니가 물어보면 안 되냐?
.
.
.
소곤거리며 일어서는 학생들.
사실 핫도그는 맛이 없다.
길쭉한 핫도그용 빵에 소시지 하나 들어가 있는 게 전부.
한쪽에 소스들이 나열되어 있고, 양파 갈아 놓은 것들도 좀 있지만 중딩들은 그런 걸 넣어 먹을 줄 모른다.
여러 학교가 지나가고 우리 차례가 되었다.
― 3개 먹어도 돼요?
― 그럼. 가져가.
― 감사합니다.
― 전 소시지만 2개 주세요. 빵은 1개면 되고요.
― 소시지 짜다. 빵 1개 먹으려면 샐러드랑 꼭 같이 먹어.
― 네.
.
.
.
인심은 넉넉한 것 같다.
마지막 학교까지 음식을 받아와 먹은 지 10분 정도 지나자 선생님들이 마이크를 잡는다.
“뭐. 다들 식사는 거의 끝난 거 같고, 놀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 같으니까 수상 시작하겠습니다. 수상은 3등까지지만, 참가 증서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제공되니 각 학교 선생님들께 받도록 하세요.”
“…….”
“그럼 3등은… 알렉산드리아 미들스쿨!”
― 와아아아!
남학생 1명, 여학생 1명이 나가서 대표로 트로피를 받아온다. 그런 와중에 사회자는 재빠르게 2등 학교도 호명했다.
남은 건 이제 1위뿐.
“1등은 멜버른 중학교!”
― 우와와와!
우리 학교 아이들이 먹다 만 핫도그들을 던지며 환호성을 내지르고, 나와 엠마가 앞으로 나가 트로피를 받았다.
나머지 학교들이 박수를 쳐 준다.
미세스 알링턴의 얼굴도 웃음꽃이 피었다.
“수상 학교들 축하합니다. 모두 수고했고, 내년에는 더 멋진 곡으로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해산.”
― 와아아아아!
우리가 단체 사진을 찍는 등 난리를 치는 동안 어떤 학교는 버스에 올라탄다.
“쟤들은 이 놀이기구들을 놔두고 그냥 돌아가는 거임?”
“원래 그렇대. 우리 부러워서 죽으려고 하더라.”
“…놀자.”
“당연. 근데 우리 어디 가지?”
“아. 아까 헤나한테 들으니까 저쪽에 아케이드 게임 센터(전자오락실) 있대. 별거 별거 다 있다던데. 거기 갈래?”
“그래. 가 보자.”
“근데 게임비가 좀 들어.”
“다들 비상금 있지?”
“당연하지.”
“가자.”
우리 넷이 전자오락실로 향하니 나머지들도 따라온다.
점심 먹은 후 격한 놀이기구 타면 토할지도 모른다.
좀 진정을 할 필요가 있지.
“우와….”
나는 정신을 놓고 말았다.
추억의 전자오락실.
한국의 대형 전자오락실 못지않게 온갖 게임이 다 모여있는 이곳.
천국이다.
나도 모르게 전생의 한량 기질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 지이잉. 지이이잉.
3시간 후.
내 손엔 엄청난 길이의 티켓이 쥐여 있었다.
게임을 한번 이길 때마다 쓰잘데기없는 작은 장난감 같은 걸로 바꿀 수 있는 티켓이 튀어나온다.
잘하면 길게 나오고, 못하면 짧게 나오고.
내 뒤로 구경꾼들이 늘어난다.
“우와. 캡틴. 너 무슨 게임을 이렇게 잘해?”
“이 정도면 꾼 아니냐? 대박. 티켓이 도대체 몇 장이야? 스태프들이 세기도 힘들겠다.”
“걱정 마. 기계가 센다.”
“아. 그렇지. 암튼 우리 꺼 다 합해서 괜찮은 걸로 가져가자.”
“오디. 넌 몇 개 없잖아.”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 지이이잉.
그 와중에 또 길게 뽑히는 내 티켓들.
“캡틴. 너 혹시 돈 다 쓴 거 아냐?”
“어?”
“저녁 먹을 돈은 남겨 둬야지. 오늘 저녁은 각자 해결하라고 했잖아.”
“아! 맞다.”
급히 주머니를 뒤졌다.
5불짜리 하나와 동전 몇 개가 나온다.
“으하하하. 너 이제 저녁 굶어야겠다. 어쩌냐?”
“너네는?”
“난 딱 10불 남겨뒀지.”
“나도. 9불 썸띵부터 시작이라던데?”
“…….”
망할.
이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 건데.
전자오락을 너무 오랜만에 해 보는 거라 정신을 놓은 게 실수다.
후회는 언제나 늦다.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호구를 잡아야 한다.
“오디이. 너도 10불 남았어?”
“…….”
“에이. 안 떼어간다.”
“나도 5불…”
“뭐?”
“나도 5불 남았다고. 여기 괜히 왔어. 돈 잡아먹는 귀신들이야.”
“…….”
“…….”
“우리 둘이 합해서 샌드위치 하나 사서 나눠 먹을까?”
“아. 그러면 되겠다. 헤헤.”
오디가 좋댄다.
나도 좋다고 웃었다.
적어도 굶진 않게 생겼으니까.
옆에서 알렉스와 마커슨이 한심하게 쳐다본다.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