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85)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85화(85/280)
킹스 아일랜드 1
5월 중순의 금요일 오후.
학교 점심시간 후 아너스 밴드 멤버들은 모두 버스에 올랐다.
오후 수업은 미세스 알링턴의 협조 공문에 따라 자연스럽게 짼다.
남들 공부할 때 노는 건 언제나 짜릿하다.
3번의 펀드레이징 끝에 우리는 2박 3일 동안 각자 215불을 지불했다.
역사상 가장 저렴하게 가는 것이란다.
“우와. 대박. 진짜 리무진 버스야.”
“에어컨도 완전 빵빵해.”
“어우. 난 벌써 춥다.”
“제발 없는 티 좀 안 내면 안 되냐? 그냥 좋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해.”
“와. 그런 말도 제이든이 하면 괜찮은데, 오디, 니가 하니까 진짜 재수없거든?”
“갑자기 내 이름이 왜 튀어나와?”
우리는 언제나처럼 티격태격하며 버스에 자리를 잡았다.
버스는 확실히 안락하긴 하다.
미세스 알링턴은 우리 동네의 여타 어른들과 맞지 않게 성향이 고급지긴 하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떠들고 있으니 미세스 알링턴이 마지막으로 버스에 올랐다.
“자. 다들 잘 들어. 거기까지 가는 데 5시간 걸리니까 잘 사람은 자 둬. 숙소에 짐 풀자마자 옷 갈아입고 공연해야 해. 준비 완벽하게 했으니까 실수하지 말자.”
“네!”
“하하. 대답 한번 시원하다. 그럼, 출발.”
― 부르릉!
차가 출발하고, 우리는 한동안 열심히 떠들다가 잠에 빠져들었다.
* * *
5시간 후.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호텔은 4인 1실.
침대는 퀸 1개, 더블 1개에 소파베드 1개.
우리 방은 나와 오디, 알렉스와 마커슨이 한 방이다.
조나단과 헤나는 각기 자기 학년 아이들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서둘러. 빨리 갈아입으라고.”
“악. 악보 안 가져왔어.”
“그럴 줄 알고 여분 챙겨왔다. 여기.”
“헤헤. 역시 우리 캡틴.”
“다들 스톱! 침대부터 정해.”
“연주 끝나고 해. 10분 내로 모이라고 했어.”
“아냐아냐. 이게 제일 중요해. 침대부터 정해.”
“으휴. 퀸에 2명, 더블에 1명, 소파에 1명이 자면 될 거 같네. 죽어도 다른 사람이랑은 못 잔다. 손!”
“나!”
“알렉스. 니가 덩치가 젤 작은데, 니가 손을 들면 어떻게 해?”
“싫어싫어. 난 둘이 못 자. 몸부림도 엄청 심하다고.”
“…또? 또 누가 둘이 못 자는데?”
“나. 나도 좀 그래.”
“이그. 곱게 자란 것들!”
결국 나와 오디가 퀸에서 자고, 마커슨이 덩치가 크기에 더블베드, 알렉스가 소파로 정해졌다.
― 띠링.
― 서둘러.
빨리 내려오라는 미세스 알링턴의 메신저.
우리는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각자의 악기를 들고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다시 버스에 올라 5분 거리의 공연장으로 출발했다.
공연장은 근처 고등학교의 실내 강당(Auditorium)이다.
듣기로 10개 학교가 경쟁을 벌인다고 했는데, 다른 팀은 보이지 않는다.
관중석엔 누가 있는지, 사람이 있기는 한지 궁금증이 일 정도로 어두웠다.
마치 이 공간에 우리들만 있는 것 같다.
이미 세팅이 끝나있는 무대 위에 올라갔다.
각자의 악기를 조율하는 시간.
온갖 악기 소리들이 스테이지를 가득 채운다.
보통 오케스트라에서 바순은 중간에서 약간 뒤쪽에 위치한다.
바순의 굵은 저음이 앞쪽의 플롯이나 클라리넷 소리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거다.
하지만 미세스 알링턴은 바순을 오른쪽 맨 앞줄에 배치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미세스 알링턴이 바순 소리를 좋아한다고.
우리 학교 바순 연주자는 2명이다.
그중 내가 First Chair라 관중석에서는 나를 바로 볼 수가 있다.
바순 안쪽으로는 트럼펫들이 자리하고, 뒤쪽으로는 트럼본들이 앉았다.
밴드의 중앙은 플롯과 클라리넷들이 앉는다.
반대편으로 프렌치혼과 색소폰 등등이 자리하고, 가장 뒤에 줄은 퍼커션(percussion)들이 주욱 늘어서 각종 도구를 이용해 음악을 풍성하게 만든다.
미세스 알링턴이 지휘자석으로 들어서 자세를 잡는다.
악기를 조율하던 시끄러운 소리들이 멈춘다.
우리가 연주한 곡은 2곡.
하나는 어려운 곡이고, 하나는 좀 쉬운 곡이다.
― Age of Empires, Rob Grice
― Atlantis, Anne McGinty
최선을 다했다.
두 곡을 연주하고 우리는 내려왔다.
그래 봤자 25분 지났을 뿐이다.
미세스 알링턴과 코치, 학부모 중 따라온 2명.
총 4명의 어른과 50여 명의 중학생들.
버스를 타고 다시 호텔로 되돌아왔다.
― 디너 타임!
모든 연락은 문자와 이메일로 소통한다.
옷을 갈아입은 우리는 호텔 식당으로 내려왔다.
아예 수영복을 입고 온 놈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메뉴는 미트볼(meatball) 파스타와 베지테리언들을 위한 야채 파스타.
오디는 야채 파스타를 선택했고, 우리는 모두 미트볼 파스타다.
“으… 맨날 먹는 파스타네.”
“이게 어디냐. 누구는 핫도그 먹었다던데.”
“진짜?”
“어. 우리가 이번에 돈을 많이 벌었잖아. 미세스 알링턴이 힘 좀 쓴 거지.”
“공연은 이제 끝인가?”
“어. 난 진짜 깜짝 놀랐다. 대회 나간다고 해서 연주 여러 번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딱 한 번이야. 이건 뭐 그냥 놀러 온 거 아니냐?”
“큭큭. 그래서 싫냐?”
“아니. 좋지. 좋은데 뭔가 웃기다고. 학교에서 연말 콘서트할 때는 최소 5곡은 연주하는데, 달랑 2곡 연주하고 2박 3일 여행이라니까 웃기잖아.”
“그건 그래. 이건 완전 페이크(Fake)야.”
“콘서트는 그냥 거들 뿐. 1년에 한 번 아너스 밴드 단체 여행이 목적인 거지.”
“그나저나 밥 먹고 뭐 할 거야?”
“뭐하긴. 수영장 가야지. 그냥 워터파크(water park) 수준이라고 하던데? 일반 호텔 수영장이 아니야.”
“오케이. 다들 수영복 가져왔지?”
“두말하면 잔소리지.”
수영복을 입고 내려온 놈들은 이미 이 대회의 진짜 목적을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공부방 고딩 놈들.
다들 아너스밴드에 있었고, 한 번쯤은 다 이 대회에 참석을 했었는데 왜 이 사실을 말 안 해 줬는지 모르겠다.
푸닥거리 한판 해야겠네.
시간이 아까울세라 우리는 빠르게 파스타를 흡입하고는 방으로 돌아왔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내려오니 조나단이 저쪽에서 손을 흔든다.
헤나는 이미 정신없이 놀고 있다.
수영장이…
호텔 수영장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사이즈가 크다.
리조트 호텔의 수영장답다고나 할까.
확실히 실내 워터파크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거 같다.
진짜 정신없이 놀았다.
미끄럼틀은 얼마나 탔는지 수영복 엉덩이가 찢어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 삐익!
여기저기서 호각 소리가 울린다.
중딩들이 작정하고 노니 여기저기서 아찔한 상황들이 발생하는 거다.
안전요원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 것 같다.
잠깐 벤치에 앉았다.
노는 것도 힘들다.
알렉스와 오디, 마커슨도 다른 곳에서 놀다가 다가와 툭툭― 주저앉는다.
“와. 미세스 알링턴. 만세!”
“만세!”
“조나단이랑 헤나는 좋겠다. 해마다 올 수 있잖아.”
“우리도. 그 몹쓸 전염병만 아니었으면 6학년 때부터 올 수 있었어. 흑. 이런 데를 이제야 오다니. 아까워어! 내 청춘 돌려달라고.”
“…….”
“됐고. 여기 11시면 문 닫는다니까 다들 열심히 놀아. 이제 1시간쯤 남은 것 같은데.”
“흑. 그것마저 아까워. 왜. 밤새 안 하는 거냐고.”
“그러다 죽는다.”
“이 애늙은이 같으니라고. 이. 이럴 때가 아니야. 놀아야 해! 마커슨. 물벼락 맞으러 가자!”
“오케이!”
알렉스와 마커슨이 뛴다.
― 삐. 삐.
호각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안전요원들이 두 놈들에게 손가락으로 뭐라고뭐라고 욕을 한다.
혼나도 싸지.
“우리도 가자.”
“당연. 파도 타러 가자.”
“좋지.”
작은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놀이터로 향했다.
― 삐이이익!
밤 11시 정각.
여기저기서 호각 소리들이 울린다.
안 가려고 발버둥 치는 못난 놈들과 쫓아내려는 안전요원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오랫동안 물속에서 놀았더니 춥다.
나와 오디는 대충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밖으로 나왔다.
커다란 수건이긴 한데… 내 등치를 다 가려 주진 못한다.
갑자기 키가 쑥쑥 크더니 이제는 182센티다.
어릴 때는 남들보다 작아서 좀 그랬는데, 갑자기 크니 세상이 좀 다르긴 하다.
체육 시간에 일부러 내게 공을 던지며 뒤로 낄낄거리던 놈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 3개월째 정체다.
이제 다 큰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알렉스와 마커슨이 뒤늦게 투덜거리면서 나온다.
결국엔 쫓겨날 것을 저리 발버둥을 친다.
24시간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가 춥다.
“으으으. 춥다. 내가 먼저 샤워한다.”
“야. 순서대로 해. 순서대로. 우리가 먼저 나왔다고.”
“으흐. 내가 감기 걸리면 니들한테 좋을까?”
“니가 먼저 해라.”
“땡큐우~”
알렉스가 입으로 하트를 날리며 뛰어간다.
그 뒤로 마커슨이 쫓아간다.
“쯧쯧. 저것들. 언제 철들려나.”
오디가 혀를 찬다.
나는 오디의 그런 모습이 기가 찰 뿐이다.
* * *
마지막으로 씻고 나왔더니 아주 가관이다.
친구로서 친한 것과 사생활은 다르다.
이미 곯아떨어진 놈들.
남들과 같이 못 잔다던 알렉스와 마커슨이 나와 오디가 자겠다고 한 퀸 사이즈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
알렉스의 다리 하나가 마커슨의 가슴팍에 올라가 있는 건 또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기괴하다.
오디가 더블 침대에 누워있다.
할 수 없이 소파베드를 폈다.
― 끼이익.
뭐가 걸렸는지 잘 안 펴진다.
이래서 그냥 두고 잔 모양이네.
자세히 보니 팔걸이의 천이 쇠에 걸려 있었다.
살짝 천을 들어 올리자 바로 펴지는 소파베드.
깨끗하다.
장롱에서 이불과 베개를 꺼내 깔고 덮었다.
좋네.
자리에 눕자 바로 눈이 감긴다.
지난번 워크캠프 갔을 때가 떠오른다.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문자 한 통 보냈다.
― 잡니다.
뭔가 꿈속처럼 아련하게 들리는 알람 소리들.
― 띠링.
― 그게 끝이야?
― 아들?
― 진짜 이거 달랑 보내고 자는 거야?
― 제이드은?
― 제이든 패터슨!
― …잘 자라. 내 아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문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이튿날 아침.
호텔 조식 제공 시간은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자는 놈들을 발로 차서 깨워 조식을 먹으러 갔다.
이거 안 먹으면 점심시간까지 굶어야 한다.
모두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베이글과 와플, 시리얼, 에그타르트, 요거트 등등.
온몸이 쑤실지언정 식욕은 왕성하다.
각자 한 그릇 가득 담아와 먹고 있으니 미세스 알링턴의 알림이 온다.
― 10시에 킹스 아일랜드 자유이용권 스탬프 손등에 찍을 거니 모두 로비로 모이도록. 10시 5분까지 안 오는 놈들은 하루 종일 호텔방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임. 예외 없음.
“뭐? 지금 몇 시야?”
“8시 20분. 시간 많아. 천천히 먹어.”
“휴우. 다행. 우리에게 캡틴이 있어 진짜 다행이야. 조나단이랑 헤나한테는 연락했어?”
“전화했는데 안 받아. 그렇다고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고.”
“어? 조나단 저기 오네. 야! 조나단! 눈 떠. 그러다 자빠… 헤나다!”
눈도 반쯤 감은 채 비척거리며 걷던 조나단이 헤나라는 말에 갑자기 머리를 막 손질한다.
― 큭큭큭.
― 으하하하하.
― 하하하.
어느 순간 우리 모두 눈치챈 조나단의 마음.
놀려 먹기 딱 좋다.
“알렉스! 죽여 버릴 거야!”
조나단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 삐익! 거기!
― 아. 죄송해요.
조식 담당자가 소리를 지르자 조나단이 곧바로 사과한다.
우리는 모두 배꼽을 잡고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