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39)
39화 길드 (4)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갑자기 저보고 길드에 다녀오라니요?”
“찾는 사람이 있어서 한번 다녀와야 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건 그렇지만…….”
마탑 소속 6등급 마법사 아루아 레이븐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길드에 용무가 있는 건 맞지만…….
일단 한동안은 푹 쉰 다음, 이번에 얻은 그 ‘물건’을 대략적으로나마 연구한 이후에나 갈 계획이었다.
“지부장이 공식으로 지원 요청을 했다. 듣자 하니 그쪽에서도 뭔가 큰 사건이 생긴 거 같던데, 용돈벌이 정도는 되지 않겠는냐?”
“…알았어요. 다녀올게요.”
레이븐은 어쩔 수 없이 이번 일을 승낙했다.
길드라면 어차피 한 번은 가야 했을 곳.
지금 가면 소정의 금전 보상도 얻을 수 있다니, 귀찮다고 미루기엔 명분이 없다.
‘이번에 미궁에서 돈도 많이 썼고…….’
게다가 그 바바리안을 좀 일찍 만나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했다.
전례가 없던 변종 균열.
거기서 나온 수호자의 정수를 먹은 게 바로 그자 아니던가.
그 ‘물건’만큼이나 흥미로운 표본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 타르진도 데려가거라.”
“됐어요. 그 사람 별로 쓸모도 없던데요.”
레이븐은 마탑 1층의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해당 지부와 가장 근접한 곳으로 이동했다.
목적지까지는 걸어서 한 10분 정도 걸릴 거리.
이내 대로변으로 나온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 이리 사람이 많아?”
평소보다 몇 배는 되는 거 같다.
그리고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발을 내디딜 수 없을 지경으로 사람들이 빼곡하다.
마치 여기서 큰 사건이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고 보면, 지부장이 공식으로 지원을 요청했다고 했지?’
레이븐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약간의 용돈이나 벌어갈 셈이었지만, 어쩌면 그만큼 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기요, 말씀 좀 물을게요.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레이븐은 가장 만만해 보이는 인상을 지닌 구경꾼 남성을 붙잡고 물었다.
그리고 귀를 의심하게 할 만한 얘기를 들었다.
“지부에 갇혀 있던 약탈자들이 대규모로 탈옥했네.”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탈옥 사건이 발발한 것으로 모자라 그중 몇몇은 도심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으며…….
주동자로 추정되는 한 명은 우연히 지부에 들렀던 지역장의 딸을 인질로 삼았다고 한다.
“뇌가 없는 분인가 보네요. 그런다고 길드에서 협상을 해 줄 리도 없는데.”
협상이고 뭐고, 애시당초 길드엔 권한이 없다.
라프도니아 왕가는 길드에게 미궁과 관련된 권한을 상당 부분 양도했지만, 약탈자를 사형하란 원칙은 철저하게 고수했으니까.
차라리 다른 수감자들처럼 밖으로 도망쳤으면 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터.
“근데 그게 좀 재밌게 됐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인질극을 벌이는 그놈이 자기는 누명을 쓴 것이라고 외쳐 대고 있거든.”
“누명?”
“그렇다네. 자기가 원하는 건 사건의 당사자들을 모아놓고 마법을 이용해 만인 앞에서 공정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뿐이라더군.”
면죄부를 달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다.
인질범은 오직 ‘진실 규명’만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지켜보던 군중들 사이에서는 그자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단 의혹마저 퍼지고 있는 상황.
‘무슨 이런 미친놈이 다 있죠?’
물론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최초 원인은 일을 잘못 처리한 조사관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탈옥을 벌이고, 그사이에 지역장 딸내미를 인질로 잡다니?
제정신으론 결코 할 수 없는 짓임은 확실하다.
“아무튼 그래서 다들 기다리고 있는 걸세. 지부장이 마탑에 지원을 요청했다는데, 에잉 대체 언제 오려는 건지 쯧.”
혀를 차는 구경꾼을 보며 레이븐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그녀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마법사가 바로 자신이라는걸.
레이븐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스펠을 읊었다.
“바투나 코르 비에르.”
발아래서 푸른빛이 피어나며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그녀의 몸.
“아, 아가씨! 마법사였나?”
레이븐은 인파 위를 지나쳐 탐험가 길드 지부의 3층 테라스에 안착했다.
그리고 한 남자를 발견하곤 흠칫 굳었다.
“비요른… 얀델?”
이 남자가 왜 여기 있지?
***
지역장 딸내미가 인질로 잡혀 있기 때문일까?
모든 일처리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찾아오라하신 콜도 비르만입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아래에 기절해 있더군요.”
“고맙네. 자네는 가 보게.”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조사관 새끼였다.
참고로 아직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
미관상 좋지 않았기에 일단 장롱 안에 놈을 쑤셔 박았다.
잠시 기다리자, 두 번째 배송물이 도착했다.
“자, 잠깐! 아무리 길드라도 이렇게 강압적으로 해도 되는 거요?”
엉거주춤하는 자세로 걷는 이 20대 남성 탐험가의 이름은 ‘하츠 영’.
에르웬에게 뭔 짓을 해 보려다 남성성을 상실한 그 머저리 새끼.
“묻지 않고 잘 처리해 줘서 고맙네. 그럼 자네는 이만 내려가 보게.”
“예.”
“지, 지부장님이십니까? 저, 저는 왜…….”
직원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
문 뒤에서 튀어 나가 놈의 상판대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한 방으로는 분이 가시질 않았다.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에 조사관이 1순위 공로자라면, 2순위는 이 새끼였으니까.
이놈이 거짓 증언만 하지 않았어도, 조사관도 내게 사형을 내릴 근거가 없었을 것이다.
“아악! 무, 무슨 짓이냐! 너는 누군데—!”
“됐고, 좀 맞자.”
한 대, 두 대, 세 대…….
면상에 연달아 주먹을 내리꽂자 머지않아 하츠 영이 피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이번에도 미관상 좋지 않았기에, 마찬가지로 장롱 안에 욱여넣었다.
비계덩어리인 조사관 덕에 조금 비좁아 보이긴 하지만,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볼수록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으니.
잠시 감상하고 있던 때, 지부장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대체 자네가 원하는 게 뭔가?”
아, 그걸 아직 안 말해 줬구나.
하지만 굳이 두 번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다음 준비물들이 도착하고 나면 알기 싫어도 자연히 알 게 될 사실이니까.
그런 생각으로 나는 말을 아꼈다.
다만…….
“지부장님! 아무래도 사제님을 모시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의 핵심 카드인 사제가 빠져버렸다.
이유는 이 지부와 연결된 정식 사제가 현재 부재중이라는 것.
다른 사제를 부르는 방법도 불가능했다.
아무리 탐험가 길드라고는 해도, 신을 모시는 사제를 무슨 동네 친구처럼 부를 순 없었으니까.
‘지부장의 요청이어도 최소 하루는 걸리겠지.’
이 세계관에서 사제들은 귀족이다.
신분이 아니라, 하는 짓이 딱 그렇다.
문득 입맛이 썼다.
‘제대로 풀리는 게 하나도 없군.’
되도록이면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지부장이 들었으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서 그게 뭔 개소리냐고 소리쳤겠지만…….
탈옥은 ‘사고’라며 어떻게든 둘러댈 수 있다.
그러나 길드가 무고한 9등급 탐험가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은 어떨까?
이게 외부로 알려지는 순간 탐험가 길드의 위신은 그야말로 똥통에 처박힐 터.
‘일단은 꼴에 탐험가들을 보호하는 단체라고 표방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사제를 요구한 것도 그래서였다.
사제 앞에서 내 무고함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비교적 조용히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탐험가 길드 역시 감히 이번 일을 덮지 못할 터였고.
하지만 초장부터 그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네. 내려가 보게.”
“예! 수고하십시오, 지부장님!”
멀어지는 직원의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짧은 고민을 끝마쳤다.
‘사제에게 공증을 맡기는 게 불가능하다면…….’
아예 판을 더 키워 버리는 수밖에 없겠지.
그래야지만 탐험가 길드도 나를 죽여 입막음하지 못할 테니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방법 중, 나는 가장 파격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것을 택했다.
“꺄아아악!”
“무, 무슨 짓인가!”
지역장 딸내미 목에 검을 겨눈 채, 테라스로 나가자 대로변에 사람들이 몰린 게 보인다.
아까 전에 있었던 탈옥 사건 때문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인 모양.
“위에! 위에 괴한이 있다!!”
그들 중 하나가 날 발견하고 외친다.
순식간에 모이는 이목.
“크흠흠.”
한 번 목을 가다듬은 뒤 타고난 바바리안의 목청을 이용해 외쳤다.
“내 이름은 비요른 얀델! 길드가 누명을 씌우고 죽이려 한 9등급 탐험가다! 신께 맹세컨대 나는 무고하다!”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뭐야 저놈은?”
“탈옥수인 건가?”
저들이 내 말을 믿든 말든 상관없다.
떡밥을 던졌으니 궁금해서라도 사람이 더욱 모일 터.
아무리 탐험가 길드라 해도 만인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사건을 대충 파묻어 버릴 순 없을 것이다.
이제 마법사가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고철 덩어리가 되어 없어진 방패 대신…….
“으읍, 읍!”
지역장 딸내미 실드를 잘 활용해서.
***
탈옥 사건이 있고서 얼마나 지났을까.
“뭐예요? 왜 얀델 씨가 여기 있어요?”
“설마 마탑에서 보낸 마법사가 그쪽일 줄이야.”
정체 모를 두 남녀의 대화를 들으며 콜도 비르만은 눈을 떴다.
주변은 어두웠고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지? 갇힌 건가? 대체 왜?’
피어나는 두통을 뒤로하고 그는 기억을 되짚었다. 곧바로 떠오르는 몇몇 장면이 있었다.
감옥에서 탈출해 날뛰는 죄수들.
그들을 피해 도망쳐 문을 걸어 잠근 취조실.
그리고 문을 박살 내며 들어와,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은 그 바바리안까지!
‘어, 근데 그 뒤로는 어떻게 된 거지?’
모르겠다.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청각에 집중했다.
“밖에서 상황을 들었다니 얘기는 빠르겠군.”
“빠르겠군은 무슨 빠르겠군이에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얀델 씨는 목숨이 몇 개라도 되는 줄 알아요?”
“몇 개나 됐으면 이런 짓은 안 했겠지.”
얀델 씨?
뭐지? 설마 밖에 그 바바리안이 있는 건가?
“됐고, 어서 마법이나 써라.”
“나중에 제 부탁 하나 들어준다고 약속하면요.”
“뭔진 몰라도 가능한 범위 내라면.”
“좋아요. 약속한 거예요. 데르테이 나르바스! 어, 어……? 왜 이게 안 되지? 얀델 씨, 혹시 정신 방벽류의 마도구라도 있어요?”
“그런 게 없다는 건 내 꼴만 봐도 알지 않나? 후, 결국 이놈들을 깨우는 수밖에 없겠군. 혹시 ‘영상 기억’ 마법도 쓸 줄 아나?”
“네. 지금부터 전부 기록하면 되는 거죠?”
대화를 들을수록 혼란만 가중되던 그때.
“악! 아아악!”
갑자기 공간이 넓어지며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린다. 털썩 소리를 내며 넘어진 그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도 몇 번 와보지 못한 3층의 지부장실.
“뭐야, 이미 깨어 있었나.”
총 네 명의 인물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바리안과 지부장.
마법사로 추정되는 여인과 꽤나 귀해 보이는 신분의 여성.
뭔진 모르겠지만 그는 일단 외치고 봤다.
“지, 지부장님! 이놈입니다! 이놈이 탈옥을 주동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네.”
“예, 예……?”
일시적으로 머리가 멍해졌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범죄를 저지른 놈인 걸 알고 있다면, 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단 말인가?
“자네가 이자의 조사를 담당했다고 들었네. 사실인가?”
“그, 그렇습니다마는……?”
그제야 실내를 덮은 무거운 공기가 느껴졌다.
조사관 일을 하며 는 건 눈치뿐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이 자리의 공기가 결코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 바바리안… 아니, 여기 얀델 씨는 자네가 확실치도 않은 정보로 자신을 약탈자로 확정 지었다고 주장하고 있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 말… 반드시 사실이어야 할 걸세. 고작 자네 한 명 옷 벗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 테니.”
“그,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작 9등급 탐험가 아닙니까!”
“말 조심하게! 등급이 몇이던 길드에서 일하는 직원이 그런 소릴 하면 되겠나!!”
“예, 예?”
천둥 같은 불호령에 비르만은 아예 얼이 나가 버렸다.
평소 하류 탐험가를 업신여기던 걸로는 제일가던 사람이 갑자기 왜 저러지?
마치 대외적인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하듯이.
‘아! 그러고 보면 아까 ‘영상 기억’ 마법이니 뭐니 했지!’
아무래도 지금 하는 대화가 저 마법사가 쥔 수정구에 기록이 되고 있는 모양.
“크흠! 옳고 그름을 심판하는 만큼, 길드의 행사는 신중하고 완벽해야 하네. 자네가 그렇게 판단한 근거를 말해 보게.”
정신이 번쩍 든 그는 지부장의 지시대로 조사 내용을 읊었다.
그것만이 살길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 우선 첫 번째는 마석입니다. 검문소에 그는 9등급 탐험가의 평균 소득을 아득히 상회하는 마석을 내놓았고, 이를 의심스럽게 여겨 확인한 배낭에 빼앗은 듯한 장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사 결과, 이 부분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마법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근거로 얀델 씨가 약탈자라고 최종 판단을 내린 거지?”
“별개의 사건 때문입니다. 소지 물품 중 메시지 스톤이 발견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원소유주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동일 클랜원에게서 비요른 얀델이 무고한 자를 살해하고 물품을 강탈했다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 내용을 얘기함과 동시 그의 목소리에는 점점 자신감이 차올랐다.
왜 지부장이 질책하듯 자신을 대하는진 알 수 없지만, 뭔가 착오가 있던 게 분명하다.
“지부장님, 제 판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제가 거짓 내용을 말했을까 의심스럽다면, 마법을 통해 진위를 가려내도 좋습니다.”
“그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하고 있어요. 일단 지금까지 한 말들은 전부 사실이네요.”
가만히 지켜보던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때, 바바리안이 주제도 모르고 비아냥거렸다.
“그래 봤자 같은 클랜원의 증언뿐이었지. 마법으로 확인되지도 않아 효력도 없는.”
“얀델 씨의 말이 사실인가?”
“그, 그, 그건 그렇습니다마는…….”
“그 부분은 왜 확인을 하지 않은 건가?”
어느샌가 다시 차가워진 지부장의 목소리.
그라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선 이 바바리안의 체질이 문제입니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단 걸 아는지, 비협조적으로 거짓 진술만을 늘어놓더군요!”
“거짓 진술이라니? 정확히 무슨 소리인가?”
비르만은 당당히 대답했다.
“한 번은 자신이 목이 찔리고도 살아남았다 했습니다. 근데 흔적도 없기에 추궁했더니 뭐라 했는지 아십니까? 나 원 참! 균열에서 뱀파이어의 정수를 먹어서 흉터가 사라졌다더군요?”
“뱀파이어의 정수를 먹었다고?”
“예! 지부장님!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1층 균열에서 뱀파이어가 나온다니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바바리안은 횡설수설했다.
“한 번 했던 거짓말을 감추려 새로운 거짓말을 뱉는 것. 범죄자들의 가장 흔한 진술 패턴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놈의 말만 듣고 귀한 마법사님들에게 헛고생을 시킨단 말입니까?”
물론 거듭된 무죄 주장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긴 했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겠다 싶었다.
그도 그럴 게, 갓 성인이 된 순진한 바바리안 하나가 무고하게 죽는다고 무슨 일 생기겠는가?
‘…게다가 마법사를 부르면 내가 챙길 돈이 줄어들고 말이지.’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1층에서 뱀파이어라니?
이 정도 허황된 진술을 했던 게 확인되면 자신의 판단을 모두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는 될 터.
‘할 거면 좀 더 나은 거짓말을 했어야지!’
이내 그는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바바리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그거, 맞는데요?”
마법사가 툭 하고 뱉은 말에 그의 사고가 정지했다.
“…예?”
“하아,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이거 어쩌죠? 마법을 나한테 쓸 수도 없고.”
이 마법사가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