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438)
438화 맞수 (4)
처음엔 얼떨떨한 느낌만이 가득했다.
하나, 이백호가 떠난 후 멍하니 서 있자니 서서히 실감이 났다.
“후…….”
진짜 간 거구나.
마지막까지 지 같은 새끼.
‘거기서 뿅이 뭐야, 뿅이…….’
그래도 이제는 좀 살 것만 같다.
아까는 흥분해서 피로감도 느끼지 못했었는데.
“…….”
정말이지 단어 그대로 진이 빠져나가는 기분.
3일 넘게 커피를 마시며 밤을 지새웠던 대학생 때와도 비교가 안 될 만큼 머리가 뻐근하다.
‘잠깐만, 그 새끼도 그래서 머리가 안 굴러가니 뭐니 한 건가?’
아, 몰라.
그게 뭐가 중요한데.
털썩.
나는 쓰러지듯 소파에 늘어져 앉았다.
정신적인 휴식이 간절했다.
하지만…….
‘쉬는 건 나중에.’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대신해 해야 할 일을 입 밖으로 읊는다.
“……일단 더 늦기 전에 복기부터.”
첫 재회 때부터 마지막에 도망가듯 떠난 때까지.
녀석과의 대화를 세세하게 돌이켜 본다.
뭔가 일이 발생했을 때의 평소 루틴이다.
한데 머리가 뻐근하다 못해 타버릴 듯해서일까?
대화를 하며 보여 준 눈빛, 표정의 변화까지는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오, 머리 아파…….”
복기 과정은 기름이 바닥난 차의 엑셀을 밟는 것과 비슷했다.
나아갈 의지는 충만한데, 머리는 점점 둔해진다.
그래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만을 중점으로 점검했다.
[정말 형이 비요른 얀델이에요?]녀석이 던진 미끼.
[형이랑 저 사이잖아요?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죠. 암요?]비요른 얀델인 걸 알자마자 흔쾌히 미샤를 포기하겠다고 했던 것.
[여기 버튼이 하나 있어요. 그리고 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형은 곧바로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고요.]녀석이 대놓고 보여 준 나를 향한 기대감.
그리고…….
[눈을 보면서 거짓말을 하시네.]그 기대만큼이나 컸던 실망감.
‘뭔가 많았네…….’
천천히 복기하던 사고가 흐릿해진다.
어쩌면 조금은 만족한 걸지도 모른다.
이득은 보지 못했지만.
손해도 보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은.
‘……어차피 비요른 얀델인 걸 밝히는 것도 계획 중에 있었으니까.’
원래는 의중을 슬쩍 떠본 뒤, 정체를 밝힌 다음 친분을 토대로 미샤를 반환 요구할 생각이었다.
만약 그걸로도 안 되면 협박할 계획이었고.
벤을 푼 게 나라는 걸 말하면, 다시 벤을 걸 수 있다는 것도 암시할 수 있을 테니까.
뭐, 어쩌다 보니 그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지만.
[빨리 벤 풀어. 안 그러면 진짜 여기서 넌 뒈지니까.]도시에서 난장판을 벌이면서까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길 희망하던 이백호라면 어느 정도 유효할 협박이라 여겼다.
‘……근데 이백호는 왜 그렇게까지 해서 벤을 풀려고 한 거지?’
문득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뭐, 그놈 속을 어떻게 알겠어.
한국인이랑 노닥거리는 게 그리워서든가 하겠지.
“…….”
그렇게 눈을 감고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고를 내버려 두었다.
‘애초에 걔는 내게 뭔 기대를 하고 있는 거지?’
조금 이해가 안 됐다.
그도 그럴 게.
[대신 나중에 제가 10층을 뚫을 때 도와줘요.]10층에서 도와달라니?
고평가 받는 건 좋지만, 솔직히 비요른 얀델이 그 정도인가?
‘음, 확실히 성장세만 보면 그런 기대가 생기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닌데…….’
그렇다기엔 걸리는 부분이 있다.
비요른 얀델이 악령이라는 걸 놈이 알아챈 것은 노움트리에서였지 않은가.
[참고로 다음에 만났을 땐 남이다 우리?]당시에 녀석은 쿨하게 넘어갔다.
친분을 쌓으려는 시도조차 없이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역시 이상해…….’
단순히 그땐 ‘비요른 얀델’에게 그 정도의 가치가 없었다고 판단을 한 거라면.
지금은 뭐가 달라졌지?
성장세로만 따지면 그때가 더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고, 심지어 막 명성을 얻으며 영웅이라 불리고 귀족 작위까지 얻은 시기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엄청 잘해줬었잖아요!]일순간 이백호가 뱉었던 말 중 하나가 뇌리를 스친다.
‘처음부터……?’
그래, 녀석은 처음부터 내게 잘해줬다.
하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비요른 얀델이 아니라 이한수여서.”
아니, 이건 틀렸다.
[믿겠다, 너는 한국인이 맞군.]그럼 한국인이어서?
음, 이건 애매하다.
어쩌면 단지 하나의 조건이었을 지도 모르지.
놈은 아무도 없는 한국인 채널에서 3년이 넘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혹시 오지 않을 한국인을 기다리며.
‘……그렇게까지 목표에 진심인 놈이 고작 외롭단 이유로 그런 시간 낭비를 했을까?’
글쎄, 역시 그건 아닐 거 같다.
애초에 현별이도 같은 한국인인데, 나를 대할 때와 다르게 까칠했었고.
그렇다면 무엇일까.
대체 무엇 때문에 이백호는 처음부터 내게 잘해줄 수밖에 없던 것일까.
“이런 미친.”
나는 감았던 눈을 뜨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무심코 벽면의 거울을 바라본 후에 깨달았다.
“닉네임.”
그래, 닉네임이다.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진 줄도 모르고, 원래 쓰던 거에 그냥 대충 철자 하나를 더 붙여 지은 닉네임.
[Elfnunna]역시 그 닉네임 말고는 없다.
지금까지는 이백호가 이 닉네임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어서 떠올리는 게 늦었지만.
‘아니, 여태 한 마디도 안 꺼냈던 것부터가 이미 이상하잖아…….’
이 닉네임을 달고 처음으로 들어간 ‘새내기방’만 봐도 그렇다.
[엘프누나?!] [미친, 스탯 정리본을 쓴 그 사람?] [어… 그 사람 게임사 측 사람 아니었어요?] [역시 그분은 한국인이었군!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나를 본 모두가 격하게 호들갑을 떨었다.
[그분 팬이신 거 같기도 하고.]GM의 경우엔 호들갑을 떨진 않았지만, 그 이름을 언급하며 반가워했고.
[그나저나 닉네임 짓는 센스하고는…….]‘엘프누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현별이조차 내 특이한 닉네임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한데, 이백호에겐 그 당연한 게 빠져 있었다.
그 장난기 많고 방귀랑 공룡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할 거 같은 녀석이.
‘이 닉네임을 보고 아무 말 안 했다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어쩌면, 녀석은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웃는 얼굴로 속내를 감춘 채—
“저기…….”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진 순간, 측면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오빠, 거울 보면서 뭐 해요……?”
현별이였다.
***
‘백호 문제는… 머리가 멀쩡할 때 마저 생각해 보자…….’
결국 얼마 쉬지도 못했네.
그냥 나도 이대로 튀어버려?
“…지금 못된 생각했죠.”
“…안 했어.”
그래, 나 조금 힘들다고 민폐 끼치는 것도 조금 웃기지.
“흐음, 딱 표정이 그랬는데…….”
“아니라니까. 그보다 너는 백호한테는 그렇게 구박을 하더니, 왜 나한테는 반존대 쓰냐?”
“뭐라는 거야. 새삼스럽게.”
이내 현별이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더니, 소파 옆자리에 앉았다.
총 3칸짜리 소파에서 한 칸이 떨어진 자리.
“자리도 많은데, 왜 애매하게 거기 앉냐?”
“아, 오빠랑 저 사이에는 선이 있어서요. 여기서 더 넘어가면 안 돼요.”
…아무래도 자리를 비켜달라던 내 부탁 때문에 잔뜩 심기가 상한 모양이다.
거, 그럴 거면 싫다고 하든가.
“…….”
“…….”
그렇게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은 채 정적이 이어진다.
사실 현별이와의 연애는 거의 이런 느낌이었다.
함께 있지만 시끌벅적하지는 않고, 그런 조용한 정적이 혼자 있을 때보다도 편하게 느껴졌다.
아, 물론 연애를 했을 때에는 그랬다는 뜻이다.
‘……더럽게 불편하네.’
결국 참다 못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별아.”
“네.”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그리 말하며 슬쩍 옆을 보자, 내가 아니라 벽난로에 시선을 고정 중인 옆모습이 보인다.
현별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답했다.
“피곤해 보여서요.”
“…응?”
“딱 표정이 그래요. 오빠가 회사에서 잔뜩 깨지고 돌아왔을 때 같다고 해야 하나?”
뭐, 보니까 그때랑은 비교도 안 되게 더 힘들어하는 거 같지만요.
그런 사족을 붙인 현별이가 나를 힐끗 보았다.
“……왜요? 재잘재잘 옆에서 귀찮게 해줘요?”
“아니.”
“그래요? 그럼 참을게요.”
“참다니?”
“사실 묻고 싶은 게 엄청 많은데, 겨우겨우 참는 중이에요. 오빠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어…….
그러니?
그것 참…….
“고맙다……?”
“……뭐래.”
기껏 감사의 인사를 했으나 현별이는 매몰차게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워하는구나.
씨,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고.
괜히 나까지 창피해지게.
“……그럼 좀 쉴게.”
“네.”
솔직히 힘들어 죽을 거 같았기에 현별이의 배려를 받기로 했다.
솔직히 힘들어 죽을 거 같았다.
살기를 남발한 것도 남발한 것이지만, 이렇게 지독한 살기에 노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
“…….”
그렇게 평화로운 정적이 이어진다.
일순간 지구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현별이가 책장 넘기는 소리 대신 벽난로 장작 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뿐.
그런 시간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타닥, 타닥, 타다닥-
불똥 튀기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깼어요?”
“아, 어…….”
조금 놀랐다.
영적 세계에서도 잠에 들 수가 있구나.
왠지 조금은 피로가 풀린 거 같기도 하고…….
“얼마나 지났어?”
“1시간 30분 정도요.”
휴, 그럼 원탁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겠네.
“이제 좀 괜찮아 보이네요?”
“덕분에.”
“그러면 시작할게요.”
“응?”
시작하다니? 뭘?
그 의문은 구태여 되물을 것도 없이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오빠, 아까 걔 대체 뭐예요?”
기다렸다는 듯 토해지는 질문.
“걔?”
“이백호 걔 말이에요. 걔가 걔 맞죠?”
좀 문맥이 이상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단지 조금 놀랐을 뿐.
“맞아.”
현별이도 이백호에 대해 알고 있었구나.
긍정의 답변을 받은 현별이는 역시 그랬구나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눈에서 똘기가 보이더라니.”
“잠깐만, 근데 현별아. 너는 걔가 누군지 알고도 그랬던 거야?”
“그런데요? 문제 있어요? 어차피 상대가 밖에서 얼마나 강하든, 여기서는 의미 없잖아요?”
“어, 그것도 이론상 그렇긴 한데…….”
확실히 이걸 보니 뉴비 티가 나기는 하네.
어디 가서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미리 교육을 시켜둬야 할 거 같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 여기서만 쓸 수 있는 기술이 있거든.”
이후 나는 ‘살기’에 대해서 현별이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영혼과 영혼이 링크됐다는 거. 그래서 무형의 기운이 증폭되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는 거. 그거는 이해가 되는데…….”
언제나 학습이 빨랐던 현별이답게 이론은 얼추 이해한 듯했으나, 막상 실체가 잡히진 않는 듯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죽을 거 같다는 공포? 그거 때문에 현실에서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니?”
사실 현별이의 말도 틀리진 않았다.
원탁의 멤버였던 여우의 살기도 단지 상대방을 조금 압박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하, 어떤 느낌인지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그냥 오빠의 표현력이 부족해서 아니에요?”
뭐래, 내가 읽은 소설이 몇 권인데.
그래도 얘만큼은 안 되겠지만.
“아, 차라리 직접 겪어보는 게 빠르겠다.”
현별이가 아니면 결코 하지 않았을 제안이다.
안 그래도 심력이 바닥난 게 쥐꼬리만큼 회복된 상태 아니던가.
맘 같아서는 다음으로 미루고서 쉬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현별이니까.’
암,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그럼 한다?”
“자, 잠깐! 고민을 좀—”
고민은 뭣하러 해?
이쪽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할 텐데.
나는 현별이가 밖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곧장 살기를 피워냈다.
“……읏!”
변화는 즉발적이었다.
“그, 그… 만…….”
이백호를 제외한 모두가 그러했듯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현별이.
‘백호 그놈은 멀쩡하더라니.’
그래, 다행히 살기가 고장이 난 건—
“그만… 하라… 고……!”
아…….
살짝 맛만 보여 주려고 했는데.
“…….”
망했네.
***
생전 처음 경험한 살기가 그리 충격적이었을까?
‘얼마 한 것도 아닌데…….’
진짜 살짝 맛만 본 정도임에도 현별이는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왜 현실로 돌아가서도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건지도 이해를 했고.”
“오, 그렇다니 다행—”
“하지만 다음부터는 화낼 거예요. 이렇게 제 의사도 묻지 않고 멋대로 일을 저질러 버리면.”
“이해 완료.”
“……오빠 저한테 뭐 화난 거 있어요?”
“아니? 없는데? 왜?”
“하아…….”
뭐 이리 사람이 이상해졌어?
그리 중얼거리던 현별이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나가 쉬어야겠다며 몇 가지만 빠르게 질문했다.
첫 번째는 이거였다.
“오빠, 비요른 얀델에 대해 알죠?”
듣자마자 뒷골이 싸했다.
뭐지? 설마 얘도 내 정체를 눈치채고 이백호처럼 떠보고 있는 건가?
결과만 말하자면, 다행히 아니었다.
“…알긴 알지?”
“그래요? 그럼 혹시 그것도 알아요? 비요른 얀델이 정말 악령인지 아닌지?”
“어, 글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흐음, 그래요?”
현별이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고, 나는 조심스레 되물었다.
“근데… 비요른 얀델은 왜?”
“아, 일 때문에요. 악령인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알아야 이후 계획을 짤 수가 있거든요.”
이후 계획이라니…….
어딘가 불안해진다.
현별이 얘는 탐험가가 아니라 사무직으로 지내고 있는 거 같았으니까.
[금전적으로 자유로워진 다음 목표는 권력을 손에 넣는 거였어요.]권력을 통해 귀환할 방도를 찾아내는 것.
그땐 그냥 현별이다운 수단이다 싶었다.
하지만…….
[최근에 꽤 높은 사람 줄을 잡았죠.]과연 그때 말한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만약, 그 높은 사람이 후작이라면…….
“현별아.”
“…네?”
“너 지금 누구 아래에서 일하는 거냐?”
장난기가 싹 빠진 내 질문에 현별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 그 문제는 제대로 선 긋기로 한 거로 기억하는데—”
“그때랑은 상황이 달라졌어.”
“……네?”
“어쩌면 내가 실수로 널 죽일지도 모르니까.”
“…….”
“그러니까, 말해. 누구야?”
다시 한번 목소리를 깔고서 묻자, 현별이가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페프로크 여백작이요.”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름이었다.
테르세리온 후작이나, 공작가 같은 이름이 나오지 않은 건 반길 일이지만…….
“…페프로크 여백작?”
설마 이 이름을 여기서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네. 우연히 인연이 생겨서 그분 아래에서 일하고 있어요.”
풀 네임, 라그나 리타니옐 페프로크.
매일같이 방문했던 도서관 사서이자 마법사.
7급 행정관 샤빈 에무어의 정보가 귀중했을 뉴비 시절에 주기적으로 참가했던 ‘친구 모임’의 일원 중 한 명.
“자, 이제 됐어요?”
“어.”
묻고 싶은 건 많지만, 여기서 더 캐묻는 것도 좀 그랬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후작가 소속이 아닌 건 확인했지 않나.
당장은 현별이와 내가 적대할 일은 없다.
지금은 그거로 만족—
“그나저나 오빠.”
그때 현별이가 소파 가운데 칸에 손을 한짝 얹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어?”
“결국 선은 오빠가 먼저 넘은 거예요?”
뭐라 답할 새도 없이 현별이가 소파에 얹고 있던 손을 짚으며 일어섰다.
“그럼 다음 달에 봐요.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이후 현별이는 그 말을 끝으로 채팅방을 떠났고, 나도 이곳에 더 있을 필요가 없어졌기에 밖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03: 07]침대에 쓰러지듯 누워서 잠시 쉬고 있자니 머지않아 그 시간이 왔다.
“후우…….”
마음 같아선 그냥 이쯤에서 로그아웃하고 잠이나 자러 가고 싶다.
하지만…….
번뜩-!
그래, 아무리 피곤해도 이걸 빠질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