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461)
461화 증명 (1)
광폭 패턴의 시간제한은 약 10분.
그 시간이 지나면 리아키스는 순식간에 몸을 회복시키며 플레어이가 한 모든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다만, 10분은 꽤 합리적인 시간이었다.
적어도 이보다 더한 불합리한 상황이 가득한 [던전 앤 스톤] 기준으로는.
「정화율 3%.」
10분 안에 딱 한 방만 더 제대로 먹이면 된다.
그러면 추가 패턴이나 페이즈 없이 보스전이 아예 끝난다. 그래서 나도 조급해하지 않고 최대한 안전에 신경을 쓰며 막바지 작업을 해나가려 했다.
하지만…….
즈웅-!
풀차징을 해서 쏘아낸 에르웬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간다.
양쪽 눈알이 전부 업그레이드돼서 그런가?
방금 뭔가 보고서 피했다는 느낌이었는데…….
[…….]아오, 제발 그냥 좀 죽어줬으면 좋겠다.
이제 정말 시간도 없는데.
「정화율 7%.」
공방이 이어질수록 조급함이 커진다.
한데, 그런 기분인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까?
“에르웬! 거따 화살을 쏘면 어떡하냐!!”
“불만이면 직접 어떻게든 해 보든가요!”
“……베헬—라아아아아아아!!”
습관적으로 원딜을 탓하던 아이나르가 함성을 내지르며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어깨에 올라타 뒷덜미 부분에 대검을 내리쳤다.
서걱-!
여전히 깊게 베이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나르는 평소와 다르게 욕심을 냈다.
후웅-!
어깨 위에서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뽑아낸 대검을 한 번 더 내리치는 아이나르.
다만, 공격은 유효타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억!!”
촉수처럼 아이나르의 허리를 감싸며 가볍게 위로 들어올리는 꼬리.
그래도 다행히 근처에 있던 아멜리아가 서둘러 단검을 휘둘러 아이나르를 구출해냈다.
“으, 으억! …고, 고맙—.”
“차분해져라, 바바리안. 적어도 전투 중에는.”
“으으… 미안하다!”
“나중에 저 아이에게도 제대로 사과하고. 얀델 다음으로 많이 기여를 한 아이니까.”
“……에르웬! 미안하다! 못 맞혔다고 구박해서!”
“…어차피 신경도 안 썼어요.”
아멜리아가 아이나르를 꾸짖고, 그런 아이나르의 사과를 에르웬이 멋쩍어하며 받아주는 훈훈한 광경.
팀장 입장에서도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었다.
다만, 왜 전투 중에 저러고 있는진 모르겠다.
안 그래도 시간이 빡빡한 와중이건만.
“그럴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때려라!”
약간의 짜증을 담아 소리치자, 얘네도 조금은 정신을 차렸는지 대화를 끝내고 전투에 집중했다.
쿠웅-!
때마침 한 번 더 휘둘러지는 앞발.
방패로 전해지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기보단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충격을 흘려낸다.
‘아직까지는 해볼 만해.’
나는 조급해지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정화율 9%.」
일단 현재 우리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30분이 넘게 로테이션도 없이 딜을 퍼부은 만큼, 딜러들의 MP가 바닥을 치고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야 이런 종류의 보스몹은 홀딩이 가능해지는 순간부터 레이드의 난이도가 확 줄어드니까.
[그오오오오오오-!!]아무튼, 다시 소리를 내기 시작한 걸 보니 이제 정화율이 10%는 된 모양인데…….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톱니이빨 클랜이 접근 중인 와중에 정화율이 뭔 상관이겠는가.
“에르웬, 다음 일격까지 얼마나 남았지?”
“75초 정도요!”
후, 그럼 사실상 이게 마지막 기회라 봐야겠네.
“으아아아아아!!”
아무렇게나 함성을 내지르며 리아키스에게 더욱 달라붙는다.
원래 이런 보스전에선 주기적으로 [야성분출]로 위협 수치를 올려주며 어그로가 풀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지이익-!
나야 방패로 막고 한 걸음 물러나면 끝이지만.
딜러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정화율 15%]툭 하고 휘두른 저 앞발에 제대로 맞으면 비교적 단단한 아이나르조차 몇 방 못 버티고 박살날 게 분명하다.
계층군주의 평타는 대부분 그런 느낌이니까.
애초에 내가 왜 3페이즈면 어그로만 끌고 도망만 다니려 했겠는가?
4페이즈처럼 물리 딜 100%인 상황이 아니라면, 나도 신관과 마법사 없이 단독으로 탱킹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
“아저씨!”
응? 벌써 차징이 끝난 건가?
아직 62초밖에 안 지났는데?
“왔어요!”
주어가 빠진 짧은 외침이었으나, 뭘 말하는지는 단박에 이해가 됐다.
‘니미럴.’
처음 기척을 느끼고서 아직 3분도 안 지났구만.
대체 얼마나 열심히 뛰어온 거야?
리아키스의 공격을 막아내며 주변을 훑고 있자 에르웬이 필요한 정보를 전해줬다.
“오른쪽!”
오른쪽으로 시선을 이동하자 실시간으로 크기를 키워가는 수십 명의 무리가 멀리서 보였다.
따라서…….
쿠웅-!
방패와 망치를 바닥에 내던진다.
“……?”
눈이 마주친 아멜리아가 흠칫하더니, 이내 손을 펼치며 달려드는 나를 보며 눈을 크게 뜬다.
그래, 이런 진풍경을 어디서 보겠어.
타닷.
지면을 박차며 도약해 덮쳐들듯 거대 괴수의 목을 팔로 휘감는다.
그리고…….
“베헬—라아아아아아아아아!!!”
달려가던 관성을 이용해 회전하듯 놈의 등에 올라탄 뒤.
꽈악.
있는 힘껏 양팔로 놈의 목을 조였다.
이름하여…….
“베헬—라아아아아아아아아!!!”
자이언트 바바리안 초크.
어찌 보면 예전에 4층에서 트롤이랑 레슬링을 하던 때와도 비슷했지만, 그때와는 다른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하는 쪽도 당하는 쪽도 몸집이 몇 배는 더 커졌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무슨 힘이…….’
그때처럼 완벽하게는 홀딩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오오오오——!!]힘을 꽉 준 채 두 앞발을 묶고 있던 다리가 너무나도 쉽게 풀린다. 하긴, 체급이 비슷해졌다고 힘도 비슷해진 건 아니니까.
“비, 비요른!!”
이내 놈이 이족보행을 하듯 뒷다리로 일어서더니 거대한 앞발로 목을 조이고 있는 내 양팔을 잡았다.
‘72초.’
버티려는 자와 떼어내려는 괴물의 힘겨루기.
‘73초.’
사력을 다해 버텨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까가각.
이미 반쯤 흉물이 되어 있던 라이티늄제 갑옷의 팔목 부분이 깡통처럼 찌그러짐과 동시에 놈의 목을 옥죄고 있던 팔이 힘 없이 풀렸다.
‘74초.’
하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늦었어 새끼야.”
75초.
마침내 에르웬의 차징이 끝났다.
그리고 이놈은 날 떼어내려고 보기 좋게 가드가 풀린 상태이니—.
‘76초…….’
뭐야, 왜 안 쏴?
의문을 느끼며 정면을 응시하자 에르웬이 시위를 당긴 채 굳어 있는 게 보인다.
후, 다행히 시간 계산을 잘못한 건 아니었구나.
“쏴라—!!!”
다그치듯 고함을 내지른 즉시, 섬광이 일었다.
즈웅-!
이 각도에서 봤을 땐 이런 느낌이었구나.
진짜 천둥이 치는 거 같—.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이내 의식을 잠시 날려 버릴 만큼 강력한 폭발이 일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맨바닥 위를 구르고 있었다.
삐이이이이이이-!
귀에서는 이명이 들려왔다.
하지만 뭐, 어차피 중요한 건 귀가 아니니까.
「혼돈의 군주 리아키스가 [오염된 심장]을 시전했습니다.」
서둘러 몸을 일으켜 세우며 놈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 ———————!!!]온몸이 새까맣게 물든 놈이 고통스럽다는 듯 뭐라 울부짖고 있었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염된 힘이 다시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주먹으로 누른 물풍선처럼 온몸이 울긋불긋하게 커졌다 작았다를 반복하는 신체.
아이나르와 아멜리아는 그런 리아키스와 거리를 둔 채 경계를 하듯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거, 다 끝났으니 안 그래도 되는데.
「고대의 순례자가 오염된 힘을 거부합니다.」
이내 불안정한 물질처럼 변이를 일으키던 괴수의 몸뚱이가 폭발하듯 부풀었다.
그리고…….
번뜩-!
마치 코앞에서 핵이라도 터진 듯이 세찬 섬광이 터져 나온다. 비록 색은 검붉었으나, 그럼에도 너무나 눈부신 빛의 광채.
「고대의 순례자가 소멸합니다.」
이내 빛이 잦아들며 서서히 시야가 돌아왔다.
변화는 동시다발적이었다.
“———, ———!!”
더 이상 미궁은 붉게 빛나지 않았다.
또한.
「혼돈의 군주 리아키스를 처치했습니다. EXP +100」
「계층군주 처치 보너스. EXP +15」
놈이 있던 자리에는 그저 수천 수만 개로 쪼개진 빛의 입자만이 흩날리고 있었다.
「업적 달성」
조건: 첫 계층군주 처치.
보상: 영혼력 수치가 영구적으로 +50 상승합니다.
정말로 사냥이 끝났다는 뜻.
「업적 달성」
조건: 혼돈의 군주 리아키스 처치.
보상: ???
묘한 감회가 감돈다.
비록 막타를 친 것이긴 하지만, 수년 전 감히 대항하지도 못하고 도망쳐야만 했던 그 괴물 놈을 내 손으로 직접 잡아냈다.
하지만, 감상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레이드가 끝났단 말은 즉, 보상을 챙길 시간이란 말과 동일하니까.
솨아아아아아아.
아직까지도 봄철의 벚꽃러머 흩날리는 빛무리 사이를 확인한다.
대체 뭐가 나왔을까?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일단 계층군주가 주는 보상은 셋이다.
넘버스 아이템의 상위격인 계층보구.
해당 계층의 균열을 1회 열 수 있게 해주는 계층석.
그리고…….
‘제발 정수, 정수, 정수, 정수……!!’
어느 면에선 1등급 정수보다도 중요한 계층정수.
‘계층보구도 좋긴 한데, 그래도 정수!!’
기도하는 마음으로 잠시 기다리자 머지않아 빛무리의 광채가 연해지며 기다리던 그것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No.9999 초심자의 행운이 발동했습니다.」
……정수였다.
계층보구도, 계층석도 드롭되지 않았지만.
“비요—, —수가 ——!!!!”
“——!”
정수가 드롭됐다.
다만, 문제는…….
‘…표정들 보소.’
이제 표정까지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온 톱니이빨 클랜원들의 얼굴이 절박해졌다는 것.
“———!! ———!!!”
심지어 뭔가 다급하게 나한테 소리치고 있는 것도 같은데.
애석하게도, 정말로 들리지가 않아서 말이지.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으로 귀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정수를 확인한 즉시 나는 다리를 움직였다.
“에르웬!”
“—, —”
에르웬이 뭐라 답했지만, 청각 회복이 덜 끝나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따라서…….
“서, —, 저한— ————? —보단, 아——, —!!”
에르웬의 여린 허리를 양손으로 잡아 들어 올린 뒤.
“설명은 나중에.”
그대로 에르웬을 집어 던졌다.
“…껚!”
서서히 회복된 청각에 이상한 소리가 잡혔으나, 너무 개의치는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경험자 아닌가.
‘뭔가 그립네.’
그때 고블린 정수도 이렇게 먹였었는데.
***
「에르웬 포르나치 디 테르시아의 영혼에 [혼돈의 정수]가 진하게 스며듭니다.」
***
“어, 어, 어…….”
혼돈의 정수를 흡수한 에르웬이 정신을 차리고서 가장 먼저 한 말은 이것이었다.
“왜, 왜 저한테 이걸……. 여, 역시 아저씨가 드시는 게—.”
진짜 아까 하려던 말이 이거였구나.
마음씨는 고맙지만, 저렇게까지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언젠가 네게 줄 정수였다.”
정확히는 사대정령과 전부 계약한 걸 알게 됐을 때부터였다.
이 정수의 진가는 그때부터 드러나니까.
뭐, 이렇게 빨리 먹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그래도 계, 계층군주의 정수인데…….”
“왜, 고블린 정수 때처럼 정수만 먹고 날 떠날 생각이냐?”
“아뇨! 절대로! 그럴 리가 없잖아요!”
오케이, 그럼 됐네.
어차피 혼돈의 정수는 바바리안과 어울리지 않는다. 뭐, 밸류가 워낙 높다보니 어지간한 3등급 코어 정수를 먹는 것보다는 훨씬 강해지긴 할 테지만…….
계층군주는 캐릭터당 하나로 제한된다.
‘이건 나중에 신전에서 지우는 것도 불가능하고 말이지.’
내가 먹을 계층군주는 더 위층에 있다.
그래, 그러니까…….
“얀델.”
당장은 현재에 집중할 때다.
때마침 놈들도 이곳에 도착을 했으니까.
“얀델 남작,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까!”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단검잽이가 도착하자마자 소리를 내질렀다.
“분명 일단 멈추라고 말씀을 드렸을 텐데……!”
거, 이제는 존대도 제대로 안 하는구만?
“아, 그거. 못 들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설령 들었어도 멈추지 않았을 거고.”
내가 딱 잘라 선을 긋자 단검잽이가 말을 멈추고 나를 노려보았다.
아멜리아가 작게 내 이름을 불렀다.
“얀델.”
“알고 있다.”
어느새 톱니이빨 클랜의 단원들이 우리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듯한 솜씨였다.
딱히 단검잽이가 뭔가 지시한 것도 아니었지 않은가. 아마 이런 일이 익숙할 만큼 여러 번 있었단 거겠지.
다만, 나는 전혀 기죽지 않고 말했다.
“톱니이빨 클랜의 부단장, 말리드 케브론.”
“…말씀하시지요.”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기나 한 건가?”
내 물음에 녀석은 당돌하게 눈을 마주보며 답했다.
“무슨 짓이라니요. 저희는 단지 남작님께 묻고 있을 뿐입니다. 저희가 공략 중이던 리아키스를 어째서 ‘약탈’해 간 것인지를.”
“…….”
“탐험가 출신인 얀델 남작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미궁에서는 약탈자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법이지요.”
후, 일단 정수를 먹기만 하면 얘네도 어쩔 수 없이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건만.
“설령 그게 별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이더라도.”
진짜 제대로 빡쳤구나 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