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502)
502화 탐험의 시대 (3)
나비의 차례가 끝난 후, 원탁의 회담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던전앤스톤]의 치트 버전을 만든 것은 아우릴 가비스가 아닌 다른 존재다.”
늑대는 이번에도 그를 향한 플레이어들의 적대감이 떨어질 만한 정보를 뱉었고.
“이건 어떠려나요? 피싯. 이번 탐사에서, 노아르크는 8층 계층 군주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광대 역시 노아르크가 무럭무럭 크는 중이라는 정보로 턴을 무사히 넘겼다.
그렇게 다가온 나의 순번.
“해골섬의 보스를 잡고 10층에 도달 시, 특수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갖고 있던 정보 중 하나를 영혼없이 뱉으며 한 바퀴를 끝냈다.
“…특수한 이벤트라 굉장히 기대가 되는군요. 아, 물론 그 이벤트를 하려면 전쟁부터 끝나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피싯.”
오랜만에 나온 게임 정보였으나, 회원들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애당초 게임 정보로 초록불을 받아냈다는 건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귀한 정보란 얘기일뿐더러…….
“자자, 이번에는 다들 좀 더 힘내보죠!”
나름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겪은 회원들은 단지 이번 바퀴의 정보가 노잼이라 내가 이렇게 나온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다시 제 차례네요?”
그렇게 다시 여왕의 차례로 시작하며 새로운 바퀴가 시작됐고, 나 역시 차례대로 나오는 정보를 새겨듣고 머리에 확실히 각인했다.
그중에는 꽤 충격적인 정보도, 앞으로 도움이 될 이야기도 여럿 있었다.
하나, 집중은 전혀 되지 않았다.
간단한 이유였다.
미샤 칼스타인이 배신자다.
그것도 다름 아닌 내 입장에서.
그 말이 내 머릿속에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느덧 두 바퀴가 끝나고.
세 번째 바퀴도 서서히 끝을 향해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대체 무슨 뜻이지?’
미샤가 배신자라고?
이제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손을 잡는가 싶더니. 이백호, 그 새끼가 또 뭔 수작을 부려둔 건가?
설마 이게 바로 그 플랜 B?
온갖 가능성이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릿속에서 휘몰아친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봐야 할 거 같은데.’
이번 정보를 언급한 것은 나비 가면이었다.
다만 내 기대와 달리, 두 번째, 세 번째 바퀴에선 미샤에 대한 얘기가 일절 나오지 않았다.
즉, 추가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내가 먼저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뜻인데…….
“피시싯, 다들 뭐 그리 놀라는 눈치입니까? 설마 라프도니아는 노아르크의 발전이 두렵습니까?”
하면,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떠볼 수 있을까.
갑자기 여기서 미샤가 왜 배신자냐고 대놓고 물으면 의심을 살 게 분명할 텐데.
한때 ‘수사자 = 비요른 얀델’이란 루머가 돌았던 원탁인 만큼 언행 하나하나에 신중을 가해야 한—.
“…….”
“…….”
아, 벌써 내 차례구나.
정신을 차렸을 땐 묘한 정적 속에서 내게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지켜보자.’
다음 바퀴에서도 미샤에 대한 언급이 없을 시엔 먼저 액션을 취해보기로 결정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1인으로 천공의 군주를 처치 시, 액티브 효과를 선택할 수 있다.”
알아내긴 어렵지만, 알고 있어도 크게 쓸 일이 없는 그런 정보들 중 하나.
솨아아아아아-
초록불이 흘러나오자 원탁 내에는 잠깐의 침묵이 감돌았다.
물론 길지는 않았다.
“저… 혼자서 계층군주를 잡는 게 가능한 거였어요……?”
“글쎄, 100배 모드라면… 어찌어찌 가능은 할 것도 같소만…….”
“피싯, 수사자 씨께서 그런 모드로 잡고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 같습니까?”
계층군주와 관련된 정보인 만큼, 이의제기는 없었다. 아니, 솔직히 내가 된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초록불만 뜨면 다들 뭔가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겠지 하며 납득할 거 같지만.
‘그럼 이제 다시 여왕 차례인가?’
그리 생각하며 옆을 힐끗하던 차.
“이 정도면 이번 달에 들을 얘기는 다 들은 것 같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볼게요.”
여왕이 불참 선언을 해왔다.
이에 다른 회원들도 눈치를 보며 동참하기 시작했고.
애석하게도 가장 큰 원인은 내게 있었다.
“…하긴, 수사자 씨도 지루해 보이시고 말이죠.”
딴생각을 하느라 회담 내내 가만히만 있고, 순번도 그냥 게임 정보로 때웠더니 그런 오해를 산 듯했다.
“아쉽습니다……. 희망의 군주를 잡았다는 얘기를 하면 좀 즐거워하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피싯…….”
이번에 잔뜩 힘을 줘서 준비해 왔음에도 내 관심을 끌지 못한 것에 실망한 듯한 광대.
“뭐… 수사자 씨에게는 이런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이후 광대는 시무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다음엔 꼭 재밌는 얘기를 갖고 오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후, 이런 분위기에서 다음 바퀴로 가자고 선동할 수도 없고.
“…….”
결국 그렇게 이번 집회가 마무리되었다.
***
커뮤니티에 다녀온 다음 날.
숙면을 취하고 오후가 되어서 일어났을 때, 베르실 고울랜드가 방문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웬일이냐?”
방문 이유를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도 모른 척 되물었고, 베르실은 할 말이 있다며 독대를 청했다.
“저…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리실진 모르겠는데……. 미샤 칼스타인 씨가 배신자일 수도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서요.”
그래, 역시 이것 때문에 깨자마자 나한테 바로 달려왔구나.
“배신자?”
“…확실한 건 아니에요. 아니, 확실한 건 맞는데… 자세한 건 저도 몰라요.”
베르실은 그리 말하며 미샤의 합류를 재고하는 건 어떻냐는 식으로 내게 물었고, 나는 단호하게 이를 거절했다.
“확실한 내용도 알지 못하는데 그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역시… 그런가요……?”
“하지만, 네 불안을 모른 척할 생각은 없다. 나도 한번 알아보겠다. 그러니 너도 좀 더 자세히 알아봐 줄 수 있겠나?”
“……알겠어요. 제가 더 알아볼게요.”
“부탁한다.”
오케이, 이러면 다음 원탁에서부터는 얘가 여우 가면을 쓰고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캐줄 테고…….
내가 먼저 떠보면서 신상을 노출할 위험이 한층 줄어들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불러주시고요.”
“그래.”
이후 베르실이 떠나고, 저녁이 되었을 무렵에는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아저씨! 조금 이상한 편지가 왔는데, 확인을 해보셔야 할 거 같아요!”
에르웬이 우체통 속에서 꺼내온 한 통의 편지.
겉면에는 하얀 호랑이가 그려져 있었고, 이미 뜯겨진 내용물을 보니,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 새끼는 한글로 적어서 보내면 어쩌란 거야?
혹시 다른 애들이 보면 어쩌려고.
속으로 구시렁거리면서도 일단 도시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열심히 읽어내렸다.
‘…생각보다 복잡하네.’
아무래도 단기간에 암기하고 불태워버리는 건 불가능할 듯했기에, 고이 접어서 아공간에 넣었다.
옵션이 생기는 건 언제나 반길 일이었다.
변수가 늘어나는 건 그 반대일 테고.
믿고 싶지 않은 것과 별개로 대비는 하는 편이 옳다.
따라서…….
“에밀리, 혹시 미샤에 대해 알아봐 줄 수 있나?”
“어떤 의미지?”
이후 아멜리아에게 원탁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한 뒤 조사를 지시했다.
“해보긴 하겠지만, 하루 종일 감시하는 건 들킬 가능성이 높다. 그때 보니 만만치가 않더군.”
“그 정도였나? 먹은 정수들만 보면 그런 쪽은 네가 훨씬 더 나을 텐데?”
“정말 모종의 목적을 갖고서 우리에게 접근한 것이라면, 다른 정수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일단 너무 가까이는 가지 마라. 아직은 유심히 지켜보는 것 정도로도 충분하니.”
“그러지.”
후, 그럼 미샤에 대해서는 아멜리아가 최대한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조사를 해줄 테고…….
그날 하루는 그냥 쉬면서 보냈고, 다음 날부터는 다시금 바쁜 나날을 이어갔다.
성지에 들러 땅을 한 번 더 판매하고, 조언이라도 들을 겸 전 부족장을 찾아가 이전에 있었던 종족 회담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다.
또한, 레이븐과도 한 번 더 만났다.
“기록석이요……? 혹시 기록의 파편석을 말하는 건가요? 가브릴리우스의 유산이라는.”
“기록석이든 기록의 파편석이든 아무래도 좋다. 어느 쪽이든 관련된 책이 있거나 정보가 있으면 내게 줘라. 이상한 관심을 살 수도 있으니 너무 티내면서 알아보진 말고.”
“네. 그럴게요. 그, 근데 얀델 씨, 탐사 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뭐, 확실한 건 이번에 미궁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그렇겠죠……? 아직까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상태니까. 진짜 탐험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베르실 고울랜드… 그 여자는 어때요?”
“무슨 뜻이냐?”
“무슨 뜻이긴요! 원래 이런 탐험에는 무엇보다 마법사가 중요한 거라고요! 저번에 보니까 그 여자는 역사도 잘 모르는 거 같던데…….”
“뭐, 그래도 괜찮다. 싸우는 것 하나는 잘하기도 하고, 신용할 수도 있으니까. 부족한 쪽은 내가 채우면 된다.”
“그, 그런가요…….”
레이븐과 만남을 가진 다음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모든 클랜원을 소집해 시간을 가졌다.
표면상 목적은 탐사 전에 새롭게 합류한 미샤와 기존 멤버들 간에 합을 맞춰보는 것.
“……아직까지 별다른 점은 찾아내지 못했다.”
소집이 있은 후엔 항상 아멜리아에게 보고를 들었지만, 아직까진 미샤에게서 이상한 행동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탐사가 되겠군.”
멜베스에서 지원 물자를 보내왔다.
전투 및 지원 스크롤, 다양한 종류의 포션, 탐색 전용 넘버스 아이템 등등.
산이든 물이든 불이든,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탐사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물품이 다양했고, 품질 역시 최고 수준이었다.
‘이것만 해도 돈 엄청 들었겠는데…….’
멜베스에서 ‘숨겨진 지역’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성과를 내면 그만이라 생각하며 더욱더 탐사 준비애 매진했다.
그리고 그런 나날이 계속 이어진 지금.
“비요른…….”
“비요른이 아니라 부족장이다. 1장로.”
“아참, 성지였지? 주의하겠다.”
날이 저물어 어두운 성지의 숲길을 걸어나가자 환히 밝혀진 공터와 함께 수십 명의 어린 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씨익 웃으며 외쳤다.
“축하한다! 어린 전사들이여! 오늘부로 너희들은 성지를 떠나 진정한 전사로 거듭날 것이다!”
보아하니…….
“베헬—라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엔 뉴비가 없는 모양이다.
***
하루하루가 다르게 시대가 진화한다.
지구 인류의 역사를 따져보면, 그 시대는 역시 근현대일 것이다.
산업 혁명이 일어나고서부터의 200년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하면, 바바리안은 어떨까.
이 부족은 과연 어느 시기에 가장 폭발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까.
나는 단연코 말할 수 있다.
‘지금.’
참고로 그 증거는, 바로 이 공터다.
그야 튜토리얼의 대사부터가 달라졌거든.
“자, 지금부터 한 명씩 나와 스스로에게 맞는 무기, 방어구를 골라보아라!”
무구 진열대에 올려진 수많은 무기와 갑옷.
참고로 이것은 선택 가능한 메인 요리일 뿐이고,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구성도 훨씬 개선됐다.
“이리 와봐라. 각반은 그렇게 차는 게 아니라, 이렇게 차는 거다.”
“아, 고맙다……. 처음 입어봐서.”
흉갑 하나만 딱 입혀서 미궁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부속 방어구들도 전부 지원한다.
또한, 가방에는 나침반과 수통, 그리고 포션을 비록해 각종 탐사 용품들이 가득 차 있다.
‘인당 100만 스톤.’
사실상 전사 한 명당 들어가는 금액이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격이지만, 문제는 없었다.
우리 성지는, 땅을 파면 돈이 나오거든.
‘이 정도 지원이면 얘들도 금방 성장해서 돈을 모아 땅을 사겠지.’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이대로만 가면 금방 내가 바라던 선순환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으… 갑갑하다……!”
어린 전사들은 온몸에 착용한 방어구가 불편한 듯했나, 자신은 이런 게 없어도 괜찮다며 오기를 부리진 않았다.
사춘기 애들에겐 늘 우상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갑갑해도 참아라. 금방 익숙해질 거다.”
“아니, 그렇지만—.”
“선택이 아니다! 전사라면 갑옷은 당연히 입어야 하는 거다! 부족장만 봐도 그렇지 않나!”
“…….”
“위대한 전사가 되고 싶으면 갑옷을 입어라!”
더 이상 우리 부족 내에 갑옷을 업신 여기는 전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얼른 돈을 모아서 라이티늄제 갑옷을 사고야 말겠다!”
특히 내가 즐겨 찾던 라이티늄은 거의 숙달된 전사의 상징처럼 변해 있는 상황.
“자, 가라! 너희들의 운명이 기다리는 곳으로!”
기본 장비 지급이 끝난 후에는 성지 밖에서 기다리던 베르실의 도움을 받아 세 명씩 묶어서 결속 마법을 걸은 뒤 전부 미궁에 때려 박았다.
“…모두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군.”
“걱정 마라. 아이나르. 마탑에서 심장을 금지된 마법 재료로 지정한 만큼 심장을 노리는 약탈자는 줄어들었을 테니까.”
“그렇겠지……?”
아무렴, 신발도 제대로 안 신겨 보냈을 때도 살아 돌아오던 게 바로 바바리안인데.
이 정도 했으면 전원 생존도 노려볼 만하지.
‘얼른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네. 그럼 땅값도 더 팍팍 올릴 수 있을 텐데.’
어린 전사들이 모두 포탈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나는 이내 잡념을 털어냈다.
이로써 부족장으로서의 역할은 끝.
“아저씨…….”
“아저씨가 아니다.”
“……네?”
“지금부터는 단장님이라고 불러라.”
이제 탐험을 하러 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