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609)
609화 신비 (2)
조사단장의 말에 의하면 약 200m 상공부터는 돌풍이 너무 심해 부유 마법을 이용해 올라갈 수 없었다고 한다.
시야라도 밝혀보려 조명 마법을 던져봤지만, 얼마 못 가 마력으로 흩어질 만큼 세찬 바람이 불던 상태라던가?
다만 조명 마법이 잠깐 터졌을 때, 조사단원 중 한 명이 봤다고 한다.
“어둠 속에 분명히 저를 내려다보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해당 조사단원은 그 무언가의 외모도, 형태도, 크기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무언가를 봤다는 것만큼은 강하게 확신했다.
“바람이 너무 심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환경이었습니다. 그가 착각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정작 조사단장은 단원의 말을 신용하지 않는 듯했으나, 나는 달랐다.
물론 나도 완전히 저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럼 한 번 더 확인을 해보면 되겠군.”
“한 번 더… 말씀이십니까…….”
“그래, 다시 올라가서 이번엔 조명 마법을 제대로 써봐라. 그럼 뭔가 제대로 보이겠지.”
“……단원들이 많이 지쳤습니다. 오늘은 충분히 쉬고, 내일부터 조사를 이어가도 되겠습니까?”
내일부터라…….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일 터이나, 나는 대인배의 정신을 이어받은 바바리안 사령관.
“물론이다.”
쿨하게 허가하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조사단장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일부러 쉬고 싶어서 마법으로 혈색을 지우고 있던 건 아니겠지?’
불현듯 그런 의심이 들었지만, 넓은 마음으로 부하들을 믿는 것도 사령관의 재량 중 하나일 터.
결국 탐사는 다음 날까지 조사단 전원이 충분히 휴식을 마친 뒤 시작됐다.
그리고…….
“저도 봤습니다……! 무언가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요!”
조사단 내에서 비슷한 목격 증언이 하나 더 나왔으며, 이번에는 영상 기록구에도 흐릿하게나마 그것의 형체가 잡혔다.
뭐, 기록구를 확인한 이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주변이 어두워서 제대로 분간하기가 어렵군요.”
“빛구체 마법이 굴절되며 생긴 것이 아닐지…….”
“저는 의견이 다릅니다. 여기 보이십니까? 여기 이쪽이 눈, 여기가 코… 이렇게 생각하고 보시면 윤곽이 드러나는데…….”
“히익! 정말이군! 이건 사람 형체 아니오!”
“……소름.”
이러고 있으니 전문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계층을 공략하는 게 아니라, 심령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폐가를 탐험하는 기분이다.
‘…기록구는 애매하네.’
나도 영상은 확인해 봤지만, 이걸 가지고는 뭐라 말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목격 증언이 하나 더 나왔으니까.’
하나가 아닌 둘.
이는 통계를 만들 때 몹시나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이쯤 되면 저 안에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주장에 신빙성이 생긴달까?
저 돌풍 속에는 무언가 감춰져 있다.
저들이 주장하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흐음…….”
고민이 깊어진다.
그야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이 명확해졌으니까.
‘어떻게 올라가야 하지?’
돌풍을 뚫고 정체 불명의 무언가에 닿을 방법.
지금부터 나는 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조사단장. 너는 지금부터 자의적으로 판단해 저곳에 대해 조사해라. 권한을 줄 테니 다른 이들을 동원해도 된다.”
일단 조사단은 자동 조사 모드를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 헛짓거리여도 좋으니 생각나는 모든 걸 시도해보라고, 대신 그 결과만 반드시 내게 알려주라고 당부했다.
‘이런다고 저 아저씨가 창의력 넘치는 방법으로 조사를 할 거 같진 않지만.’
그래도 뭐 하나는 건져오겠지.
이후 나는 잠시 생각 정리를 하고 온다고 말한 뒤 선실로 돌아갔다.
[일이 뭔가 잘 안 풀리고 있나보군?]“아, 들어 볼 테냐?”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던 햄식이를 앉혀두고 넋두리하듯 현 상황을 공유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햄식이는 듣기 기능만 있을 뿐 조언 기능은 없었다.
[그래, 고민이 되겠네.]“그게 끝이냐?”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책을 자주 읽어서 그런지, 요즘 들어서 많이 까칠해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훨씬 더 순둥순둥한 면이 있었는데.
‘사춘기인가?’
햄식이는 다시금 내게서 관심을 떼고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을 정리했다.
어떻게 해야 장애물을 뚫고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백 명이 훌쩍 넘는 대인원을 돌풍까지 뚫어가며 수백 미터 상공으로 이동시킬 방법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마법을 쓰든가 그런 식으로 올라가는 게 아닐 거 같단 말이지. 흐음… 그러면 뭔가 조건을 충족해서 이벤트를 발생시켜야 하는 건가?’
철저하게 게이머의 관점에서 파생된 추측.
그러나 이곳이 [던전 앤 스톤] 세상임을 감안하면 이 관점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이벤트라…….’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른 가설이 있기는 하다.
우기가 끝난 순간.
지하 1층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강렬한 빛을 뿌려대던 무지개 빛깔의 기둥.
그 빛기둥은 약 5분간 지속된 뒤 사라졌다.
물론 그때는 그게 단순히 이정표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때 이 자리에 있으면 어떻게 되지? 뭔가 새 이벤트가 발동되나?’
꽤 그럴듯한 가설이다.
일단 해당 조건 자체가 상당히 성립되기 어려운 조건이었으니까.
‘일단 가장 가까운 섬이 4주 거리.’
수호자 석상이 즐비하던 석문섬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으니, 가장 가까운 게 도서관 섬이다.
마공학 추진 장치를 사용하면 이동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는 하나, 딱히 의미가 있지는 않다.
뭔 짓을 해도 도착 전에 우기가 끝날 테니.
‘쉽게 말해, 빛기둥이 생성될 때 여기 있으려면 우기를 정면으로 버티는 것 말고 방법이 아예 없단 건데…….’
내 가설이 모두 맞다는 가정하에, 역으로 생각을 해보면 무지개섬이 외딴섬처럼 혼자 떨어져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뭐, 아니면 말고.
‘그때까지 계속 조사를 해보고, 그래도 방법이 없으면 한번 시도해보자.’
일단 그렇게 결론이 났다.
***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무풍지대에 정박한 배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바쁜 시간이었을 터이나, 어떤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만큼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차, 찾았습니다! 조사단장님!”
“정말인가!”
바쁜 시간을 보낸 이들의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조사단원들이었다.
사령관 지시하에 그들은 매일같이 기상천외한 실험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아, 참고로 오늘 실험은 드론 발사였다.
화살에 영상 기록구를 매달아 쏜 뒤, 위치 추적으로 찾아서 영상을 확인해보겠다는 제법 그럴듯한 계획이었는데…….
“틀어봐라! 어서!”
“…….”
“왜 그렇게 멍한 표정만 짓고—.”
“저…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낙하 충격에 의해 파손이 된 거 같습니다.”
이번 계획을 위해 사전 준비까지 포함해 무려 사흘이란 시간을 투자한 조사단장의 얼굴이 굳는다.
“수리는?”
“회로가 엉킨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어려울 거 같습니다.”
“…….”
후… 보는 내가 다 안쓰럽네.
이쯤 되면 됐으니 그냥 쉬라고도 하고 싶지만, 매번 꽤 괜찮은 계획을 구상해오는 탓에 아직까지 지켜보고만 있는 중이었다.
‘괜히 조사단장이 된 건 아니라 이거지…….’
조사단장은 가휜의 추천에 의해 해당 직책에 앉은 인물인데, 기대 이상으로 그 자리가 적성에 잘 맞았다.
‘바다 쪽도 동시에 탐사한다고 했을 때는 조금 놀랐지.’
참고로 조사단장은 심해 탐사도 동시에 진행을 했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영상 기록구에 무게추를 달아 가라앉히는 계획이었다.
타이머를 걸어둔 마법으로 달아 놓은 무게추를 제거하고, 공기층을 형성시키며 복귀시키는 게 계획의 골자였는데…….
문제는 기록용 수정구의 내구도였다.
보호 마법을 몇 겹으로 걸어둬도 건져올렸을 땐 높은 수압에 박살이 나있던 것.
“……내가 돌아가기만 하면, 반드시 그 어떤 환경에서도 작동하며 결코 망가지지 않는 기록용 수정구를 만들 걸세.”
음, 어쩌면 모든 문명의 발전이 이렇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패가 성공을 낳는단 말도 있잖아?
‘진짜 그런 게 있으면 탐사가 훨씬 편해지겠네.’
아, 물론 없어도 편하기는 했다.
어디를 가도 에이스 취급받을 인재들이 주변에 가득하니 나까지 나설 일이 없었거든.
나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대표적 인물이었다.
‘심심한데 순찰이나 돌자.’
이내 따닥따닥 붙은 배들을 돌아다니고 있자니 배 위에 사람이 확 적어진 게 체감된다.
해양 마물이 출현하지 않아 경계 인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다고?’
갑판 위에서 뭔가 작업 중인 대원에게 다가가 묻자, 해당 대원이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려줬다.
“다들 방 안에 꼭꼭 숨어 있는 겁니다. 괜히 밖에 나왔다가 조사단장에 눈에 띌 수 있으니.”
“……?”
“남작님께서 조사단장에게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까? 필요하다면 어디서든 사람을 끌어다 쓰라고.”
“아…….”
“에휴… 그때 갑갑하다고 선실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건만. 하필 그때 마주쳐서…….”
이렇게 피해자가 실존하는 걸 보니 단순히 괴담은 아닌 듯하다.
왠지 미안해진 나는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네 척의 배 전부를 돌고 다시 우리 배로 돌아왔을 때.
“비요르으으은!!”
“사령관이라고 불러—.”
“나 좀 구해줘라! 좀 쉬고 싶단 말이다……!”
아이나르가 창을 바닥에 내던지며 달려온다.
‘거, 저게 얼마짜리 창인데.’
신록거창이 바닥을 나뒹구는 모습에 각혈을 할 뻔했지만, 우선은 아이나르의 태클을 옆으로 피하며 갑판 위를 확인했다.
“으악!“
“쯧.”
앞구르기를 시전한 아이나르를 보며 혀를 차는 아멜리아가 보인다. 보아하니 아멜리아와 함께 가볍게 훈련을 받고 있던 듯한데…….
딱히 신기할 건 없었다.
“오늘도 훈련이냐?”
“혼자서는 도통 아무것도 하질 않으니까.”
촌장섬에 머무를 때는 물론이고, 항해를 하던 때에도 아멜리아는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아이나르를 훈련시켰다.
“투쟁심 때문에 저런 거니까 이해해라. 원래대로 돌아오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거다.”
“그러지.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돌아오기 전까진 내가 계속 관리를 할 생각이다. 혹시 막을 셈인가?”
“그럴 리가. 아이나르를 잘 부탁한다.”
오히려 나는 아멜리아에게 감사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얘가 몸소 도맡아서 해주고 있는 거니까.
‘얘도 슬슬 다른 애들한테 정이 쌓이긴 했나 보네.’
여러모로 보기 좋은 모습이다.
내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의적으로 아이나르를 도왔다는 점에서 특히나 더.
“쉬고 싶으면 창을 휘둘러라. 내게 한 번이라도 닿으면 그날로 훈련은 종료다.”
“베, 베헬—라……!”
이내 아이나르가 조금이나마 의욕을 되찾으며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대련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떴다.
***
우기까지 약 사흘이 남은 시기.
오랜만에 수뇌부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선언했다.
“오늘부로 조사는 끝이다.”
“예……?”
내 말을 들은 조사단장 아저씨는 마법사답지 않게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음, 솔직히 말해 기뻐할 줄 알았는데.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줬는데 아무것도 알아낸 게—.”
아니, 갈구려고 한 말이 아닌데.
뭔가 오해한 듯했기에 나는 서둘러 말을 이어붙였다.
“실망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애초에 너는 할 수 있는 것들을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서 해줬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네가 아니었다면 이만큼이나 알아내지도 못했을 거다.”
무뚝뚝한 바바리안 사령관답지 않은 따스한 말.
원래였다면 절대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진심으로 조사단장의 능력과 노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눈빛으로 전해졌을까?
“……감사합니다.”
조사단장은 내 존중에 답하듯 짧게 목례한 뒤 조심스레 물었다.
“하면 조사를 중단하려는 것은 역시 우기 때문인 것인지요?”
“네 예상은 맞으면서도 틀렸다.”
“예?”
“조사를 멈추는 게 우기 때문인 건 맞지만, 우기를 피해 어디로 이동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준비를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해 조사를 끝내려는 거고.”
이내 나는 조사단장이 아니라 수뇌부들 전부를 보며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우기를 보낸다.”
이를 위해선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