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1
11
소드마스터 힐러님 011화
4장 무한 동력(1)
“파이어 스웜!”
주연이 시전한 마법이 석실 안을 휩쓸었다. 분노한 군중처럼 일어난 거대한 화염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쿠워어어!”
오크 주술사가 펼친 방어 주술이 주연의 화염 마법을 ‘완전히’ 막아냈다. 포위한 마물의 수가 많은 상황에서 오크 주술사가 주연의 마법을 계속 차단한다면 좋지 않다.
성준은 결단을 내렸다.
“오크 주술사가 있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위험합니다!”
병철도 던전 관리국 로비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었지만 성준이 B급 던전에서 대열을 벗어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급하게 말리려 했지만 이미 성준은 대열을 벗어나고 있었다.
“쿠워어어!”
대열을 벗어나기 무섭게 오크 다섯이 성준을 포위했다.
“주연 씨! 어서 마법으로 강성준 씨를 도와야 합니다!”
“무리야! 오크 주술사 셋이서 내 마법을 차단하고 있어!”
오크 주술사가 혼자였다면 주연의 마법 공격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둘 이상의 오크 주술사가 마법 차단을 시도한다면 마법을 시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진다.
그래도 주연의 마법을 차단하느라 오크 주술사 셋이 공격 주술을 펼치는 일은 없었다.
“제, 제기랄!”
오크들의 공격에서 주연을 지키기 위해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병철의 입 밖으로 욕설이 튀어 나왔다.
당장 성준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주연을 지켜야 했다. 어쨌거나 성준은 오늘 처음 만난 것에 불과하지만 주연은 같은 길드의 간부였으니까. 성준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쿠워어어!”
성준을 포위한 다섯 오크는 자기들만의 신호를 주고 받더니 일제히 덤벼 들었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성준은 생각했다.
‘한계를 조금만…’
한계를 넘지 않으면 죽는다!
성준은 스스로 제한했던 한계선을 조금만 넘기로 했다. 그리고 육체의 리미트를 일부 해제한 순간, 오크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전생의 기억이 판단하기엔 충분했다.
하나는 머리,
하나는 목,
하나는 허리,
하나는 왼발,
하나는 오른팔을 노렸다.
‘사각은 없다! 그렇다면!’
생사의 경계에 선 지금, 잠들어 있던 실전의 경험이 깨어났다.
‘왼발이다!’
성준은 왼발을 노리는 검을 부드럽게 흘리며 자세를 낮춘 뒤, 허리를 누리는 오크에게 파고 들어 발을 걸었다.
“쿠워어어!”
오크가 넘어지는 순간 그의 몸을 밟고 뛰어 올라 포위에서 벗어났다.
“맙소사! 어떻게 저런 움직임…! 가능할 리가 없는데…!”
혼잡한 전투 중에도 성준의 움직임은 돋보였다. 포위에서 벗어난 그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했다.
본능이 말했다.
저기에 오크 주술사들이 있다.
‘주술사들을 처리해야 한다.’
성준은 짙은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방향으로 몸들 던졌다. 대검을 든 오크 둘이 막아섰다.
“하앗!”
기합과 함께 내찌른 검이 오크의 심장을 꿰뚫었다. 다른 오크가 뒤늦게 방어 태세를 갖췄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성준은 부드러운 기교로 오크의 검격을 흘려 보냈다. 검격이 성준의 검에 걸려 미끄러지면서 오크의 방어 자세는 무너졌고 성준은 그 틈을 노렸다.
오크의 목에 붉은 선이 생겼다. 뜨거운 선혈을 쏟아내며 힘없이 쓰러졌다.
‘찾았다!’
쓰러지는 오크의 시체 너머로 주술사들이 보였다. 성준은 곧바로 움직였다. 마력을 흡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계를 넘으면서 찾아온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소모된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었다.
“힐!”
고통조차도 ‘힐’을 사용하자 많이 잦아들었다. 성준은 또 다시 앞을 막아서는 오크 셋을 모조리 베고 주술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주술사들은 주연과 치열한 마법전을 벌이느라 성준의 접근을 알고도 대응하지 못했다. 그들의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 주연의 마법이 오크 무리를 덮칠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성준을 막기 위해 달려온 오크 셋도 허무하게 죽임을 당했다.
“쿠, 쿠워…”
오크 주술사 셋의 목숨을 거두는 검에 망설임은 없었다.
“흡수.”
손을 들어 올리자 성준이 처리한 오크들의 시체에서 마력이 피어 올라 그에게 흡수되었다. 소모된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었다.
전신을 채우는 충만함에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처치했습니다!”
“이쪽으로!”
성준이 몸을 빼자 주연의 마법이 작렬했다. 작은 불꽃에서 시작된 화염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 오크들을 집어 삼켰다.
“쿠워어어어!”
불길에 휩싸인 오크들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며 돌바닥을 뒹굴었지만 마법의 불꽃이 꺼질 리가 없다.
수십의 오크 무리의 절반이 새까만 재가 되었다.
‘이게 회복계보다 더 희귀하다고 하는 마법계의 힘인가…’
성준은 마법계 헌터의 전투를 보는 게 처음이었다. 마법계 헌터들은 레이팅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과거의 성준이 그들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병철아!”
누군가 쓰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주연의 날카로운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성준의 시선도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피투성이가 된 병철을 주연이 부축하고 있었다. 병철이 흘린 피가 작은 웅덩이를 만들 정도로 출혈이 심했다.
성준은 검에 묻은 피를 한 차례 털어낸 뒤, 주변을 살폈다. 오크들의 수가 많이 줄어서 여유가 생겼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지병철은 싸울 수 없다. 주연이 없으면 던전 공략이 힘들고 그녀는 보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성준은 빠르게 판단했다. 전생을 각성한 이후, 그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제가 딜탱을 맡겠습니다!”
오크들이 주연을 노리고 있다. 그녀가 다급하게 소환한 파이어볼이 오크 하나를 쓰러뜨렸지만 여전히 두 녀석이 그녀를 노린다. 성준은 바닥에 뒹굴고 있는 창을 주어 던졌다. 수십 년간 단련된 것 같은 자세로 던진 창은 오크의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쿠워어어!”
남은 오크의 시선이 성준에게 향했다. 성준은 주연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갔다.
“세, 세상에…”
앞을 막는 오크들을 모조리 베어 가면서 질주하는 그 모습은 ‘전신’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쿠워어어어!”
남은 오크는 다섯, 그들은 협공을 위해 움직였으나 성준이 먼저 눈치챘다. 그는 오크들이 뜻대로 하게 놔두지 않았다.
“하앗!”
굴러 다니는 짱돌을 던졌다. 어찌나 세게 던진 것인지 오크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박살났다. 합격진이 무너졌고 성준은 그들을 하나씩 처리했다.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주연과 병철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투박해 보이지만 지극히 실전적인 검술을 펼치는 성준의 모습은 베테랑 전투계 헌터라고 착각될 정도였다.
“흡수.”
전투가 끝나고 손을 들어 올리자 시체들에서 마력이 피어 올라 흡수되었다. 소모된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었다.
전생의 기억 또한 일부가 선명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투를 끝낸 성준은 서둘러 병철에게 다가갔다.
“지, 지혈제를…”
병철은 과다출혈로 인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혈제를 찢고 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성준은 병철의 상처 부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전생을 각성한 후, 자신의 ‘힐’로 중상자를 치유한 적은 없었지만 묘한 자신감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하, 하지만 당신의 힐량으로는…”
무시하는 기색은 없었기에 성준은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말없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힐!”
백색의 빛이 상처에 깃들자 먼저 출혈이 멎었다.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던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되었다.
“이, 이럴 수가!”
“힐량이…?”
평범한 B급 회복계 헌터보다 월등한 힐량에 두 사람은 경악했다. 성준도 인정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지만 엄청난 마력 소모 탓에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전생을 각성한 이후, 힐도 변했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힐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 힐량이 높아졌으니 그만한 마력이 소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중상입니다.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되려면 1시간 30분은 걸릴 것 같습니다.”
“평범한 B급 회복계였다면 회복에만 3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굉장해요, 이런 속도는 처음이에요.”
주연이 소속된 길드에도 회복계 헌터는 몇 명 있었다. 그들과 파티를 맺은 적이 있기 때문에 힐량을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지금의 성준만큼 힐량이 뛰어난 이는 본 적이 없었다.
“이 정도면 B급 회복계 중에서도 최상위로 분류될 정도입니다. 거기에 탐지 마법보다 뛰어난 기척 감지까지… 정말 대단합니다.”
“방금 보니까 검술 실력도 좋은 것 같던데… 강성준 씨 회복계 맞아요?”
주연의 물음에 성준은 미소를 지었다. 극악으로 낮았던 힐량 탓에 무시 당했던 과거가 떠올라 실소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일단은 힐러라고 해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