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2
12
소드마스터 힐러님 012화
4장 무한 동력(2)
성준의 예상대로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나자 병철의 상처가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일반적인 상처가 아니라 생명이 위태로운 정도의 중상이었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레이팅이 많이 내려가겠지만 포기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휴식이 끝나고 다시 움직여는 찰나, 병철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그 말에 성준은 주연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어떻게 하지…”
그녀도 공략 포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성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던전 공략을 중간에 포기하면 레이팅이 정말 많이 떨어진다.
과거 성준의 레이팅이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엉망이었던 이유도 공략 포기가 빈번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올린 레이팅인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성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생각을 정리한 그는 병철과 주연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하지만 회복계가 선두에 서는 건…”
병철이 만류했다. 성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제가 평범한 회복계 헌터로 보이십니까?”
성준의 말에 그제야 병철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탐지 마법보다 뛰어난 기척 감지와 검성이 강림한 듯한 깔끔하고 치명적인 검술은 성준이 평범한 회복계 헌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그리고 두 분도 레이팅이 떨어지는 건 싫죠?”
“물론이죠. 레이팅 다시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데…”
주연이 대답했다. 성준은 솔플을 했기 때문에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올 수 있었지만 매칭으로 떨어진 레이팅을 다시 올리는 건 힘든 일이다.
비슷한 실력의 헌터들끼리 매칭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트롤’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파티원들을 만나서 ‘심해’라고 불리는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게임과 달리 목숨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실력 부족으로 인한 트롤링이지만 고의 트롤링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고의 트롤일 경우 실력 좋은 사이코패스들이기 때문에 트롤링으로 인해 자신이 죽는 일은 없다고 한다.
‘나도 심해였었지.’
성준은 과거를 떠올리며 쓴 웃음을 감췄다.
“제가 캐리하겠습니다.”
‘캐리’는 개인의 활약으로 파티를 공략 성공까지 견인한다는 용어였다.
성준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병철과 주연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은 우려가 아닌, 선망 섞인 눈빛으로 성준을 보았다.
전투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신체 능력과 높은 힐량.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만, 공짜는 아닙니다. 정산금을 분배할 때 제 몫을 조금 더 인정해줬으면 합니다.”
“33%에서 17%를 추가로 인정해드릴게요.”
결정권은 가지고 있는 파티장, 주연이 추가 배분을 약속했다. 공략 포기로 인해 레이팅이 내려가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준은 혹시라도 주연이 말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녹음까지 끝냈다.
“지병철 씨는 서주연 씨의 경호를 부탁합니다.”
“맡겨주십시오.”
성준은 자신의 전투력을 잘 알고 있었다. 전생 각성 이후, 수련을 통해 신체가 많이 활성화된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전생 시절에 비하면 부족하다.
B급 던전을 안전하게 공략하기 위해서는 주연의 마법 지원이 필요했다.
“탐지 마법은 괜찮습니다. 서주연 씨는 공격 마법에 집중해주세요.”
“강성준 씨를 믿을게요.”
기척을 감지하는 성준의 능력은 조금 전까지 던전을 공략하면서 증명되었기 때문에 주연은 순순히 그의 뜻에 따랐다.
조금 전의 전투에서 활약한 덕분에 성준에 대한 주연과 병철의 신뢰는 크게 높아져 있었다.
“옵니다! 수는 열 둘!”
전방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마물들은 나름 기습을 생각한 것인지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성준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조명을 보낼게요!”
주연이 마법의 빛을 전진시키자 어둠이 걷히면서 마물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트롤 넷에 오크 여덟! 지병철 씨! 방어는 맡기겠습니다!”
성준이 마물들을 향해 마치 총알처럼 쇄도했다.
“파이어 애로우!”
화염을 머금은 화살 다섯 발이 허공에 생성되었다가 오크들을 노리고 날아갔다. 오크 다섯이 흉부나 복부를 꿰뚫린 채 불길에 휩싸였다.
“쿠워어어!”
“방해다!”
성준은 차갑게 내뱉으며 날렵한 움직임으로 오크들의 검격을 회피했다. 그리고 전생의 경험이 녹아 있는 걸음을 밟으며 오크들에게 깊숙이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세 번 휘두르자 오크 셋이 목에서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성준의 시선이 트롤들에게 향했다.
‘남은 건 넷!’
그는 오크들의 시체에서 마력을 흡수한 뒤, 트롤들을 향해 달렸다. 트롤 넷이 창을 내찔렀다. 모두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성준은 침착하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세 개의 창을 회피했고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하나는 검면으로 부드럽게 흘려냈다.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옮겨 맨 앞의 트롤과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뒤, 검을 내찔렀다. 정확히 심장을 노린 일격이었고 빗나가지 않았다.
“크에엑!”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이지만 파괴된 심장이 재생되지는 않는다. 심장이 찔린 트롤은 짧은 비명과 함께 힘없이 쓰러졌다.
뒤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주연은 스태프에 모여들었던 마력을 거두었다. 근접전이 발생해서 마법 지원은 성준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사실 무엇보다 마법 지원이 필요 없는 상황 같았다.
“병철아, 어떤 것 같아?”
“단순히 전투계 쪽의 능력만 봐도 저보다 강합니다.”
“그 정도야?”
병철의 대답에 주연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난전 중에 급소를 정확하게 노리는 건 전투계 중에서도 베테랑 헌터들만 가능한 기술입니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베테랑 헌터들이나 가능한 기술이라고? 하지만 강성준 씨는 회복계 헌터로 각성했잖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C급 헌터였지만, 실상은 D급보다도 못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대단해…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정도라니…”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성준은 남은 트롤들을 모두 죽였다.
“흡수.”
마력을 흡수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면서 동시에 전생의 기억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서주연 씨, 저건 뭡니까?”
성준이 마력을 흡수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병철이 주연을 보며 물었다.
“마력 흡수인 것 같은데?”
“마법계 헌터 중에서도 특이 체질만 가능한 희소 능력 아닙니까?”
병철의 말에 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병철은 경악하는 것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꼈다.
전투계 수준의 검술 실력과 동급의 회복계를 상회하는 힐량에 마법계 중에서도 희귀한 마력 흡수까지!
보조계의 버프 능력까지 감추고 있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특별하다…”
병철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내뱉었다.
그렇다.
성준은 특별한 헌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