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13
213
소드마스터 힐러님 213화
66장 러시아의 영웅(1)
미사일은 7번 차원 관문 근처에 떨어졌다. 충돌로 인해 조각 난 미사일의 파편 더미 아래에서 성준이 솟구쳤다.
충돌 직전에 ‘정의로운 방패’에 내장된 스킬인 ‘앱솔루트 실드’를 사용한 덕분에 그의 몸에서 상처를 찾아볼 수 없었다.
-보스와 하수인 마물들을 제외하면 주변에 다른 무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상황을 파악한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성준은 반지 형태의 로엘을 검의 모습으로 변형시킨 뒤, 마력을 끌어 올렸다.
마력에 의해 자극받은 감각이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공격 마법들이 보였다. 성준은 ‘앱솔루트 실드’를 사용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블링크!”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블링크’를 사용했다.
“블링크다!”
“은신까지 쓴 것 같습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긴장해라!”
그의 몸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지 않자 차원 관문을 지키고 있던 엘프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저기 있다!”
SS급 마물로 분류되는 엘프 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시선이 정확히 성준이 있는 곳에 멈췄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차원의 문이 열리고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암 대전사와 폭풍 군주, 그리고 무영 살객으로 구성된 3체의 S급 마물들이었다.
엘프 로드의 명령을 받은 충직한 정령들은 성준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움직임이 빠른 폭풍 군주와 무영 살객이 먼저 성준에게 도착했다.
-주군!
“알고 있어!”
성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은신에 해제되며 그의 몸이 드러났다.
발각된 이상 더 이상의 은신은 무의미했다. 오히려 그것을 유지하느라 행동에 제약이 더 많았다.
“하앗!”
짧은 기합과 함께 휘둘러진 검이 폭풍 군주의 목을 베었다. 치명상을 입은 정령은 무기를 놓고 허우적거렸다.
성준은 순식간에 검을 회수한 뒤, 결정적인 일격을 가했다. 일순간의 섬광과도 같은 찌르기 공격에 당한 폭풍 군주는 결국 역소환되고 말았다.
무영 살객이 빈틈을 발견하고는 소검을 들어 올렸다. 검을 회수하기 전에 흉부를 찌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행동했지만…….
“리슈발트!”
-……!
리슈발트의 영혼격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럴 수가!”
자신이 소환한 S급 정령들이 무력하게 역소환되는 모습에 엘프 로드는 크게 당황했다.
“하, 하얀 악마가 이렇게 강할 줄이야……! 이렇게 되면……!”
그녀의 시선이 용암 대전사에게 향했다. 그를 앞으로 보내고 다른 정령들을 추가로 소환할 생각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용암 대전사의 미간에는 성준이 언제 던졌는지 모를 단검이 꽂혀 있었다.
용암 대전사의 육체가 빠르게 무너지며 역소환되었다.
“아……?”
탄식을 쏟아냈다. 잠깐 용암 대전사에게 시선이 향했던 사이에 하얀 악마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로, 로드이시여…….”
“도망치십시오……!”
그녀가 배후에서의 기척을 느낀 순간 호위를 맡고 있던 엘프 검성 둘이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마, 말도 안 돼…… ‘검성’이 이 정도였다니…….”
엘프 로드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것인지 그녀는 성준이 쏟아내는 잔혹한 살기의 파도 앞에서 저항할 생각조차 포기한 것 같았다.
이미 그는 동조율 75%가 되면서 SSS급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였기 때문에 살기의 농도 또한 예전에 비해서 더욱 짙어졌다.
SS급이라고는 하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한 그녀가 일시적으로 이성을 상실하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그녀는 곧 정신을 차렸지만, 성준의 칼날이 흉부를 관통하고 있었다.
“커, 커헉!”
엘프 로드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핏물이 쏟아졌다. 성준이 검을 뽑아내자 그녀는 비틀거리다가 힘없이 쓰러졌다.
-S급 마물 5체와 SS급 마물인 엘프 로드를 3분 만에 해치우셨습니다. SSS급 헌터 레이아가 전력을 다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셨습니다!
리슈발트가 감탄했다. 그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학습하면서 레이아의 사냥 기록을 꿰고 있었다.
비공식적이었지만 기록 교체가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75%의 동조율과 전생의 전투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로, 로드!”
“로드께서 당하셨다!”
성준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던 엘프들이 뒤늦게 로드의 죽음을 확인하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수가 수백이 넘었고 대부분 A급 이상의 실력자들이었지만 성준에게서는 여유가 넘쳤다.
바로 옆에 차원 관문을 유지하는 수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얀 악마가 차원 수정을 파괴하려고 한다!”
“막아!”
엘프들이 다급하게 움직였지만 오러를 머금은 칼날은 차원 수정에 향하고 있었다. 그나마 엘프 중에서 고속 이동술이 능숙한 몇몇 검성들이 일순간에 거리를 좁혔지만.
“늦었어.”
성준의 싸늘한 미소와 함께 차원 수정이 파괴되었다. 역소환이 시작되었다.
성준을 향해 무기를 겨눴던 엘프들이 순백의 섬광과 함께 빠르게 사라져갔다. 7번 차원 관문을 통해 러시아에 상륙한 다른 마물들도 모두 역소환 되었을 것이다.
“돌아가는 게 문제네.”
성준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옆을 지키고 있던 리슈발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주군. 공중 수송 지원을 요청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게 좋겠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냈다. 5체 이상의 S급 마물과 SS급으로 분류되는 엘프 로드 하나.
그리고 수천의 마물들과의 전투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전기는 멀쩡했다. 성준이 단 한 차례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주군의 빠른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이드 관제국 상황실에 수송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이윽고 수송 헬기 1대가 다수의 공격 헬기의 호위를 받으며 착륙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수송 헬기 내부에 탑승한 군인 중에 한국인이 있었다. 성준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최종 저지선의 상황이 안 좋다고 마지막으로 들었기 때문에 조금은 늦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강성준 헌터님께서 7번 차원 관문을 파괴해주신 덕분에 전황이 호전되었습니다.”
“다행이네요.”
한국 군인이 대답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가를 받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모스크바를 구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곧 수송 헬기가 이륙했다. 짧지만은 않은 비행 끝에 모스크바 상공에 진입했다.
처음 탑승했을 때 성준의 질문에 대답한 한국 군인이 성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강성준 헌터님. 창밖을 보십시오.”
그의 말에 성준은 아무 생각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자 볼 수 있었다. 자신이 구해낸 러시아를! 그리고 모스크바를!
모스크바의 모든 시민이 대피소에서 나와서 성준이 탄 수송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옥상에 올라간 사람들도 보였다. 빈 옥상에는 서툰 솜씨로 적은 한국어 문장들이 보였다.
모두 모스크바를 위해 활약한 성준의 활약을 찬양하고 감사를 표하는 내용들이었다.
-주군, 무엇이 보입니까?
“내가 구한 러시아가 보여.”
리슈발트의 물음에 성준이 대답했다. 혼잣말이라고 하기에는 목소리가 컸지만 상관없었다.
비록 대가를 받고 움직였지만, 피의 땅이 될 뻔한 러시아의 수도를 구했다는 보람은 생각보다 컸다. 성준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 * *
성준이 수송 헬기를 타고 귀환하는 동안 휴식을 끝낸 SSS급 헌터 레이아는 자신의 공격대와 함께 8번 차원 관문 파괴를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7번 차원 관문이 파괴되면서 다수의 마물들이 역소환되면서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레이아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레이아 씨!”
8번 차원 관문으로 향하는 수송 헬기 안에서 이든이 레이아를 보며 감사를 표했다.
“괜찮아. 나도 심심했어.”
레이아가 대답했다. 그녀는 엄밀하게 따지면 미국 정부 소속은 아니었다.
게다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지구에서 유일한 SSS급 헌터였기 때문에 강제적인 동원이 불가능했다.
그녀는 자신이 내킬 때마다 미국 정부와 협조를 하고는 했는데 그 성격이 특이해서 행동을 예상하기 힘들었다.
“러시아 정부가 많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이든이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도 레이아의 별난 성격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보내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래. 나도 알아. 그리고 다 왔으니까, 전투 준비해.”
“알겠습니다! 총원 전투 준비!”
레이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언제나 여유로운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는 만만치 않은 적들이 있다는 증거였다.
이든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시를 내리자 훈련받은 정부 소속 헌터들이 전투를 준비했다.
“강하!”
헌터들이 일제히 수송 헬기 밖으로 뛰어내렸다. 고도가 높았지만 탑승한 헌터들은 모두 B급 이상의 괴물들이었다.
그들에게 이 정도 높이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늘에서 헌터들이 비처럼 쏟아지자 마물 무리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트롤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트롤 군대의 방공망을 통과하느라 너덜너덜해진 수송 헬기들에서 헌터들이 강하를 이어갔다.
레이아와 이든은 상공에서 A급 이상의 마물들을 요격했다.
“원거리 부대가 출몰했습니다!”
“내가 맡을게.”
이든이 검지가 향한 곳에 트롤 제사장과 주술사들로 구성된 원거리 공격 부대가 있었다. 그 수가 30체가 넘었다.
그들의 공격이 편대에 집중된다면 강하 중인 헌터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레이아는 빠르게 판단하고 대답과 함께 원거리 공격 부대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블리자드.”
대마법 수준의 광역 공격 마법이 완성되었다. 너무나도 캐스팅 속도가 빨라서 트롤 제사장조차 주술로 맞대응하지 못했다.
트롤령의 원거리 부대가 일격에 소멸했고 그 자리에는 목표를 잃은 얼음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흔들자 블리자드는 영역을 넓히더니 하수인 마물 절반을 집어삼켰다.
“절반이 무너졌다!”
“몰아붙여!”
헌터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최종 저지선에서의 끝없는 사투로 지쳐 있었지만 레이아가 혼자서 절반 이상의 마물들을 처리해 버린 덕분에 어려운 전투는 아니었다.
모든 전투가 끝나고 레이아는 다른 마물들이 접근하기 전에 차원 수정을 파괴했다. 8번 차원 관문으로 상륙한 마물들이 모조리 역소환되었다.
“최종 저지선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상황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모두 레이아 씨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이든이 다가왔다.
“그래. 잘됐네.”
“그런데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닙니까?”
조금 전의 블리자드는 이든이 보기에도 엄청났다.
“그냥…… 뒤처지고 싶지 않았거든.”
의미를 알 수 없는 레이아의 말이 허공에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