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96
96
소드마스터 힐러님 096화
32장 광견의 죽음(2)
지상에서의 전투는 치열했다.
여러 민간 군사 기업으로 구성된 수비대는 성준을 향해 총탄을 있는 대로 쏟아부었지만 ‘용의 가호’가 있는 그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그가 살기를 조금만 흩뿌려도 헌터가 아닌 용병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지상에는 C급 헌터가 30명 이상 있었지만 허무하게 무너졌고 1층으로 진입하는 최종 방어선까지 돌파되었다.
“가, 갈겨!”
누군가 외쳤다.
로비에 설치된 기관총 3정이 불을 뿜었다. 입구를 향해 수백 발의 총탄이 쏟아졌다.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B급 마법계 헌터들도 공격 마법을 시전 했다.
“파이어 스피어!”
“윈드 커터!”
화염의 창과 바람의 칼날이 일제히 성준을 덮쳤으나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시선을 흩뿌릴 뿐, 피하려는 어떠한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실드.”
그는 그저 시동어를 내뱉을 뿐이었다.
붉은 보석을 머금은 목걸이가 마력을 받아들이면서 빛을 발했다. 강력한 역장이 생겨나 모든 원거리 공격을 저지했다.
“이, 이걸 다 막았다고?”
“헌터란 놈들은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 거야!”
S급 헌터와의 전투가 처음인 용병들은 성준의 기행에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로켓포까지 쏘았지만 마법계 헌터들의 공격 마법도 저지당하는데 통할 리가 없었다.
“도, 도망쳐!”
“이길 수 없어!”
민간 군사 기업의 용병들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기 무섭게 분열되어 도주를 시작했고 성준은 굳이 그들을 쫓지 않았다.
이제 1층 로비에 남은 이들은 일성 길드의 집행부 헌터들이 유일했다. 그들 또한 두려움을 느꼈지만, 길드를 배신할 수 없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텼다.
일반 길드원들이었다면 민간 군사 기업의 용병들과 함께 도망쳤을 것이다. 그들이 길드에 대해 충성심이 강한 집행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버티는 게 가능했다.
“여기가 뚫리면 끝장이다.”
A급 헌터인 집행부장이 단호한 결의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1층 로비는 최종 방어선이나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모든 층에 집행부의 헌터들이 배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남은 집행부의 전력 대부분이 지금 1층 로비에 모여 있는 것이었다.
“다들 모여 있는 것 같네?”
성준이 넌지시 질문을 던졌으나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차오르는 긴장감 속에서 일성 길드 집행부 소속의 헌터들은 성준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준은 입꼬리를 슬쩍 끌어 올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선공을 양보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성준의 몸이 사라졌다. 집행부 헌터들 중에서도 움직임이 빠른 이들이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허공에서 금속 충돌음과 함께 피가 여러 번 흩뿌려졌다.
일반인들이나 B급 이하 헌터들은 도저히 눈으로 좇지 못할 광경이었지만 1층 로비에 모인 집행부 소속 중 몇 명의 A급 헌터들은 치열하게 검격을 주고받는 잔상을 엿볼 수 있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사투 끝에 집행부 소속의 헌터 둘이 피를 쏟으며 튕겨 나왔다. 2명 모두 A급 헌터였다.
“A급 헌터가 이렇게 쉽게?”
“팀장님! 저희가 끼어들 수 없습니다!”
A급 헌터가 너무나 쉽게 당하는 모습을 보며 B급 헌터들은 경악했다. 검술, 실전 경험, 마력량 등 모든 면에서 성준이 우월했다.
B급 헌터들은 아군을 돕기 위해 움직이고 싶었지만, 전투에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커헉!”
끝까지 버티던 A급 헌터 셋마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쓰러졌다. 조금 전에 그와 교전한 A급 헌터 5명은 일성 길드 집행부에서도 고속 이동술이 가장 빠른 이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이 빠른 성준과 잠시나마 맞붙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후우!”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성준의 모습도 성하지는 않았지만, 힘없이 쓰러져간 A급 헌터 다섯 명에 비하면 많이 양호한 수준이었다.
왼쪽 팔에 생긴 긴 상처를 제외하면 부상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히, 힐을 못하게 막아!”
성준이 회복계의 탈을 쓴 전투계 헌터라는 사실은 널리 퍼져 있었다. 그가 힐을 하려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팀장급의 헌터가 지시를 내리면서 집행부의 총공세가 시작되었다.
“슬래시!”
성준은 시동어와 함께 오러 참격을 날려 보냈다. 동조율이 오르면서 빨라진 오러 참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헌터 여럿이 어딘가 절단된 상태로 피를 쏟으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훈련받은 대로 행동해! 합격진이다!”
누군가 외쳤다.
집행부 헌터가 되면 대인전 훈련도 받게 되는데 여럿이서 한 명을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합격진은 필수 항목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가 너무 강하면 소용 없는 법이다.
“울부짖어라, 로엘.”
드래곤 피어는 마력의 소모는 많은 편이지만 다수를 상대할 때 이만큼 효과적인 기술은 찾기 힘들었다.
성준이 시동어를 내뱉으면서 마력을 끌어 올리자 로엘이 울부짖으며 주변을 압도했다.
“크, 크윽!”
“윽!”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에 B급 헌터들은 크게 비틀거렸고 A급 헌터들조차 잠시나마 경직되었다.
성준은 그들이 경직되면서 움직임이 멈춘 틈을 놓치지 않고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1층 로비가 비명으로 물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헌터들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S급 헌터의 절대적인 무력 앞에서 일성 길드 집행부 헌터들은 무력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황하지 말고 조를 짜서 사방을 경계해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집행부장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지시를 내렸고 그것은 꽤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집행부장이 지휘 능력이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속히 제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은 대답 대신 검의 끝을 집행부장에게로 향했다.
“질풍검.”
“크아악!”
“으아악!”
일순간 거리가 좁혀졌다. 앞을 막아선 헌터들은 질풍검이 일으킨 검풍에 피투성이가 되어 밀려났다.
“그래! 와라!”
집행부장은 두 개의 검을 한 차례 교차시키며 성준의 움직임을 쫓았다. 그도 A급 헌터 중에서는 상위권에 속하는 실력자였다.
성준의 움직임을 간신히 쫓을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반응 속도였다.
“끄아아악!”
공격 기세는 읽었지만,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성준의 검이 왼팔을 잘라냈다. 집행부장은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냈다.
왼팔을 흔들자 잘린 단면에서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으아아아아!”
집행부장이 발악하듯 외치자 그의 환영이 여럿 생겨나 성준을 노렸다.
-환영이지만 실체가 있습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리슈발트가 설명했다. 성준은 환영을 베어 넘긴 뒤, 집행부장과의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커헉!”
치열한 공방전이 오고 간 끝에 집행부장이 3분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집행부장이 쓰러지자 남은 집행부 헌터들은 허수아비들처럼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힘없이 쓰러졌다.
1층 로비를 ‘청소’한 성준은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2층의 헌터들도 모두 죽이고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동조율이 40%가 되었습니다. 완전한 형태의 환영검이 사용 가능합니다.
10층을 지키고 있던 A급 헌터 2명을 죽이고 마력을 흡수하자 리슈발트가 동조율이 올랐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성준은 주변을 살폈지만 길드장으로 보이는 헌터는 찾을 수 없었다.
“리슈발트. 건물 안에는 우리밖에 없는 거 맞지?”
성준이 물었다. 적어도 그가 느끼기엔 건물 안에는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리슈발트도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의견을 표시했다.
‘도망쳤나……?’
성준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창밖을 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정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량 살상 아이템이 숨겨져 있는 곳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전화를 걸 예정이었다.
-강성준 씨! 큰일 났습니다!
통화가 연결되기 무섭게 정철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죠?”
-제 실수입니다! 대량 살상 아이템을 길드에서 보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룹의 비밀 금고에서 보관했던 모양입니다.
“그게 큰일이라고 할 정도의 일입니까?”
성준이 물었다. 그는 정철의 설명 부족으로 인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너머로 정철이 한 차례 심호흡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김도혁이 대량 살상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 사용된 아이템은 S급인 ‘독의 향연’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일성 그룹 본사 건물에 남아 있던 수백 명에 휩쓸렸습니다.
“생사는요?”
-확인할 수는 없지만 A급 헌터 이하의 마력량을 가진 이들을 모두 5초 안에 즉사시키는 강력한 마력독을 살포하는 ‘독의 향연’의 특성상 다 죽었을 겁니다.
“김도혁도 죽은 거 아닙니까?”
성준이 물었다. 독이 그렇게 강력하다면 도혁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독의 향연’은 살포된 독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전략사업 본부가 있는 7층을 제외한 일성 그룹 본사 전체가 독에 장악당한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인원이 퇴근한 이후가 아니었다면 피해가 더 심각했을 겁니다.
일성 그룹 본사 건물은 일성 길드 하우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사람들이 한창 일하고 있을 때 ‘독의 향연’을 작동시켰다면……? 그것은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다.
-강성준 씨. 정부에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 마력독은 S급 헌터와 같이 강대한 마력을 지닌 대상한테는 통하지 않는데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S급 헌터는 강성준 씨가 유일합니다. 부디 대량 살상 아이템을 멈춰 주십시오! 이대로 놔뒀다가는 피해는 확산 될 겁니다!
군대와 무장 경철관들이 포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독이 확산 될 때마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독의 형태가 마력독이었기 때문에 방독면도 효과가 없었다.
성준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짧은 고민 끝에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부탁이기도 합니다. 김도혁을 막아주신다면 제 정보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수확에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가서 김도혁의 목을 따고 ‘독의 향연’을 정지시키고 오겠습니다. 정부에 보상이나 준비해두라고 전하세요.”
성준은 대답을 마친 뒤, 인근에 주차해둔 차를 타고 일성 그룹 본사 건물로 향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군과 무장경찰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피해가 확산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을 통제하고 피난 유도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미리 지시를 받은 것인지 성준의 헌터 세단을 검문도 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와아아아!”
“S급 헌터 강성준이 왔다!”
일성 그룹 본사 건물 근처에 있는 최종 저지선에 도착하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성준은 그들의 환호에 화답할 여유도 없이 독이 장악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독의 농도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보고해.”
-알겠습니다.
언제나 만약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성준이었다. 그는 리슈발트에게 지시를 내린 뒤, 일성 그룹 본사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체밖에 없네.”
전쟁터를 생각나게 하는 참혹한 모습에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품고 있던 생각을 혼잣말로 내뱉고 말았다.
-정신이 나간 놈입니다. 궁지에 몰렸다고 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말 비겁한…….
리슈발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차가운 감성의 기사조차 울컥하게 만드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래…… 피해자는 일성 그룹 직원들뿐만이 아니겠지…….”
마침 일성 그룹 본사 건물을 지나고 있던 일반인들도 희생되었던 것이었다. 쓰러져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리슈발트조차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확산 되기 전에 가서 죽인다.”
성준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