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16)
제 1111화
247화. 라프라로사 해방 전쟁(5)
진은 내면세계에서 그저 잠시 걷고, 링링을 만난 후 돌아왔을 뿐이지만.
바깥은 이미 다섯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그 다섯 시간 동안 무라칸과 투왕들은 내내 몽유병 환자처럼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진을 지키며 전투를 이어온 것이다.
“후우……!”
진이 한 차례 크게 호흡을 고르자, 잠시 시간이 얼어붙은 듯 전장의 모두가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영기와 뇌기, 적뇌가 격돌하며 굉음이 울리는 와중에도 전부 진의 숨소리를 포착한 것이다.
“진 형제!”
“형제, 정신이 들어!?”
가장 먼저 가르문드와 벨리즈의 얼굴이 보였다.
그들은 방금까지 진에게 딱 달라붙은 채 무라칸의 장막을 뚫고 들어온 적천신검과 적뇌포를 쳐내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갑자기 진이 빠지고 다섯 시간이나 이어진 격전을 버텨왔으니 그 정도인 게 다행이었다.
저 멀리서 무라칸을 보조하고 있는 테토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고, 린파는 숨을 헐떡일 때마다 핏물을 내뱉고 있었다.
가장 많은 부상을 당한 건 무라칸이었다. 진을 노리는 적명족의 공격을 거의 다 받아내고 있었으니, 무라칸이라 할지라도 무사할 수만은 없었다.
한 사람을 지키면서 싸우는 건, 당연히 몇 배는 더 힘든 일이다. 무라칸과 명왕족 투왕들이기에 지금껏 아무도 죽거나 치명상을 입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 뿐.
[어우, 씨. 꼬마 놈, 이제 일어났냐!? 잠깐 다녀올 것처럼 말하더니 그냥 다섯 시간을 비워버리네.]“형제는 다섯 시간이나 의식을 잃고 있었어!”
“……다섯 시간!? 그렇게 오래?”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순간이었다. 내면세계의 시간이 현실보다 빠른 건 이전에도 경험한 일이나, 하필 전투 중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안하게 생각할 건 없지, 형제는 링링을 구하러 간 거니까!”
“해방 장치는 어떻게 됐습니까?”
“당연히 아직 못 던졌지. 링링은 어떻게 되었나?”
가르문드는 그렇게 물어보면서도 좋은 예감을 받고 있었다. 방금까지 진의 광심장을 잠식한 혼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걸 확인한 것이다.
검은 기운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다. 광심장 한가운데, 마치 흑진주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한 점의 혼기가 있었다. 링링의 혼기였다.
진이 속으로 링링을 부르자, 가르문드는 바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난 무사해! 가르문드. 이 녀석이 제때 나타나서 구해줬거든.]“오, 링링! 그럼 링링도 라프라로사를 빠져나온 건가? 아니, 잠깐만? 그렇게 되면 다시 라프라로사의 시간이 멈추는 것 아닌가?”
[자세히 설명하긴 복잡하니까 간단히 말할게. 내 몸은 여전히 라프라로사 안에 있어. 의식만 진에게 넘어온 거지. 그렇기 때문에 라프라로사의 시간은 여전히 그대로고, 반은…… 이제 곧 나타날 거야.]링링의 그 말을 듣자마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진이나 무라칸, 명왕족들이 아니었다.
시마트.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린 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정말로, 진이 도박에 성공한 것인지를.
“쏴라!”
시마트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쩌렁쩌렁 전장을 울렸다. 전장 사방을 타격하던 공중요새와 함대의 적뇌포가 일제히 진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그 순간, 진은 링링이 방금 한 말을 이해했다.
‘진 형제, 링링을 구하길 잘했어.’
진의 머릿속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덕분에 한결 편해졌어. 또 이렇게, 진 형제의 육신을 통해 바깥세상을 한 번 미리 살펴볼 수 있게 되었군.’
반의 목소리였다. 링링이 투신합일을 시작한 것이다.
본래 투신합일은 진과 반, 그리고 링링이 일정 거리 안에 존재하거나, 콰울이 개발한 파장 추적 동기화 장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링링의 의식이 반에게서 진의 내면으로 옮겨오며 그 모든 조건이 사라지고 있었다.
명백히, 그건 시마트가 터뜨린 최초의 혼돈 덕분이었다. 대사막에 퍼진 마녀의 혼돈이 지금 세 사람의 경계를 지워주고 있는 것이다.
‘반 형제!’
금뢰로 빛나는 진의 광심장이 푸르게 물들고 있었다. 눈동자에도 시퍼런 뇌정이 가득 차올랐고, 시그문드는 천둥을 벼린 듯 사납게 이글거렸다.
진으로부터 쏟아지는 뇌기에 근처 공간이 반죽처럼 일그러졌다. 그 우그러진 공간 사이로, 시마트의 적천신검과 적뇌포가 떨어지고 있었다.
진은 피하지 않고 일검을 휘둘렀다.
어떤 준비 동작조차 없는 횡베기, 그러나 그 안에는 투신 반과 진이 지금껏 쌓아온 무의 정수가 담겨 있다.
우선 칼날이 허공을 가르자, 마치 유리가 깨지듯 검기에 닿은 적뇌포가 흩어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태산을 가릴 수도 있을 정도의 거대한 뇌기를 응축한 포격인 만큼, 그것만으로 완전히 상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뇌포는 예정대로 진을 덮칠 수 없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마차처럼 순식간에 옆으로 기울어 땅에 처박히는 모습.
모든 포격의 경로가 그런 식으로 비틀어지고 있었다. 칼날에서 쏟아진 검기가 주포를 쳐내는 사이, 함께 쏟아진 수천 갈래의 평식 벼락이 나머지 포격을 물어뜯은 것이다.
‘이게 무슨……!’
적명족들은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대부분의 적명족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시마트와 대투왕들, 그리고 일부 1급 투왕들만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진이 단지 일검으로 이 모든 포격을 무력화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껏 나와 형제들을 괴롭힌 아종 놈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드디어 알아볼 수 있게 되었군. 그래…… 저자가 아종들의 왕인가.’
진의 시선이 시마트에게 닿았다. 그는 전에 없이 황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반이 아직 라프라로사를 빠져나온 건 아니더라도, 진의 육신을 빌어 현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평식 벼락에 튄 적뇌포들이 공중요새와 함대의 보호막 위로 쏟아졌다. 반은 그 모습에서 시마트가 일반 함대를 전혀 지켜주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하군. 그러나 광심장을 가지기엔 가슴이 너무 차가운 놈이로구나. 뭐…… 그러니 겁도 없이 내게 도전한 것일 테지만.’
반이 말하는 사이, 진은 그녀의 고민을 느끼고 있었다. 동조율을 더 높여서 직접 싸울 것인지, 아니면 투신합일을 이 정도로만 유지하면서 진에게 맡길 것인지.
‘반 형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음 같아선 직접 벌하고 싶지만, 지금은 진 형제가 직접 검을 쓰는 게 좋겠군. 방금까지 링링이 폭주한 탓에 꽤 다친 상태거든.’
여전히 적명족의 포격과 차원 오류, 최초의 혼돈이 계속 라프라로사를 들쑤시는 중이기도 했다. 투신합일의 동조율을 완전한 단계까지 올리면 라프라로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젠 형제도 창성이지 않나. 벌써 도달했군 그래. 내가 조금 힘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다 더 효율이 나오겠어. 싸움이 끝나고 우리가 나가거든, 제대로 축하를 해줘야겠군.’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반 형제. 이제 곧 라프라로사로 고대 만년철 상자를 하나 던질 겁니다. 그걸 잘 받으세요. 라프라로사를 해방할 장치입니다.’
‘아, 역시 그런 거였군. 안 그래도 탄텔 형제가 고대 만년철 조각을 가져와서 유의하고 있었다. 차원 오류로 인해 소실되지만 않는다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일단…… 형제에게 위임하도록 하지. 놈들을 벌하는 것은.’
반은 그 말을 끝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라프라로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투신합일이 해제된 것은 아니라, 진은 여전히 그녀가 투신으로서 얻은 감각을 공유받을 수 있었다.
반의 말대로 그 정도면 충분했다. 진 또한 창성에 오른 만큼, 이전보다 훨씬 더 다채롭게 반의 감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하늘 위의 하늘. 반 형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어.’
신비롭다.
검을 휘두르려 손아귀에 힘을 주자마자,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오로지 그 일을 행하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단지 단순한 종베기와 횡베기를 수행하는 것일 뿐임에도 평소에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영역이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평생 인지하지 못한 흐린 막 하나가 눈을 가리고 있던 듯, 그래서 지금껏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인 듯.
상공에 포진한 적들로부터 수많은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이 빠진 탓에 적명족은 그 이후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더 견고한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 감각이, 나와 반 형제 사이에 놓인 벽이로군.’
진이 그 빈틈들로 검을 찔러넣으려는 찰나, 시마트는 반사적으로 그와 더 거리를 벌렸다.
“물러나라!”
그 목소리는 검보다 빠르지 못했다. 시마트가 이미 입을 열기 시작한 순간, 천둥처럼 터진 한 줄기의 검기가 공중요새의 연계 보호막을 두들기고 있었다.
우지끈-!
마치 나무 기둥이 부러지는 듯한 소음이 일었다. 소리만 듣기엔 그저 보호막에 작은 충격이 전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진의 검기는 보호막을 찢어발기며 그 중심에 놓여 있던 피빌의 중앙부를 내리찍었다.
정확히 동력원이 있는 쪽이었다. 바카룬이 시마트의 명령을 듣고 황급히, 진의 검보다 한 박자 늦게나마 움직인 덕에 동력원이 직격당하는 건 피할 수 있었다.
‘무슨……! 중심부 장갑이 이렇게 찢겼다고?’
적명족뿐만이 아니라 투왕들도 입을 쩍 벌린 채 충격을 받고 있었다. 각 공중요새의 중심부는 이제껏 싸우면서 그들이 가장 공격하고 싶던 위치였다.
그 부분을 일격에 명중시킨 것도 모자라, 그 장갑을 종이처럼 찢어 버리기까지 하다니.
실제로 투왕들은 무라칸의 보조를 받아 몇 번 공중요새의 중심부 장갑을 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장갑을 둘러싼 적뇌 파장에 밀려 제대로 타격을 주지 못한 것이다.
[내가 말했잖냐, 꼬마 형제들. 저것들은 단지 힘으로만 부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저렇게 해야지, 저렇게.]“저렇게가 뭔데!?”
“쳇, 창성들의 신묘함을 우리 같은 중생들은 모른다고.”
무라칸과 투왕들은 서로를 보며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까지 진을 지키며 싸우느라 연신 수세에 몰리던 이들이라곤 믿을 수 없이 밝은 얼굴들이었다.
그러다 진이 광심장의 뇌기를 증폭시키며 적명족들을 향해 시그문드를 겨누자, 투왕들은 싹 웃음기를 지웠다.
[명왕족의 분노를 받을 준비는 되었나, 시마트?]시마트는 대답하지 않고 테탈론을 그러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