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35)
제 1035화
249화. 명왕족의 첫 출격(2)
* * *
1804년 5월 말일.
라프라로사 개방 축제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러나 축제의 열기는 오히려 처음보다 더 뜨거웠다.
세인들에게 티칸, 그리고 라프라로사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땅이라는 인식이 박혔다. 축제를 넘어 아예 짐을 싸서 이주를 준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재건 사업엔 그런 일반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 건축이 포함되어 있다. 수많은 건축가와 연합원들이 루체의 지휘를 따라 라프라로사를 가꾸고 있었다.
고작 엿새가 지났을 뿐이건만, 라프라로사는 벌써 새로운 도시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초인의 완력과 마법, 그리고 건축의 신 계약자에 풍부한 자원까지 더해지니 당연한 일이었다.
“진 형제. 이대로라면 아마 곧 검황지의 건조장과 라프라로사로 이어지는 이동 관문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짠, 보라스가 보석주 잔을 진의 잔에 부딪히며 말했다.
“벌써 그 기술이 완성되고 있는 겁니까?”
“기술 완성은 이미 우리가 나오기 전에 콰울 박사, 그 친구가 끝내둔 상태였지. 상용화를 위한 단계만 남아 있었을 뿐.”
명왕족 최고 기술자와 인세 최고 기술자, 보라스와 콰울의 만남이 바멀 연합의 기술력을 한 단계 더 진보시키고 있었다.
이제 곧 인세는 과거처럼 누구나 다 ‘이동 관문’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리엑이 남기고 간 혼돈 입자의 영향을 완전히 극복한 기술이었다.
물론 그 혜택을 보는 세력은 바멀 연합이 유일했다. 그리고 이제, 세상에 남은 대다수의 민간인은 바멀 연합을 지지하고 있었다.
지플은 적명족에게 전 영토를 빼앗긴 후 핵심 세력 전체가 이야기의 탑으로 잠적했고, 킨젤로도 도주를 준비하고 있다.
진마계와 적명족이 점령한 땅들도 모두 바멀 연합이 해방시켰으니, 현재는 사실상 전 세계의 7할 이상이 바멀 연합의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이동 관문은 반드시 필요했다. 어디서 어떤 전투가 벌어지든 일반인들은 우선 대피시킬 수 있도록.
“그런데 말이야, 진 형제. 요즘 파장 추적 동기형 공간 도약을 위해 대기 성분을 분석하면서 알게 된 건데, 나흘쯤 전부터 계속 혼돈 입자 수치가 올라가고 있어.”
“혼돈 입자 수치가요?”
“그래. 물론 우리 기술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요소지. 그런데 방금 다시 확인하니 완만하게 오르던 수치가 갑자기 폭증하기도 했어.”
진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혼돈 입자가 증폭되고 있다는 건, 당연히 누군가 대량의 혼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가네스토가 무언가 꾸미고 있는 건가……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엔 발레리아의 기록 추적에 딱히 잡히는 게 없었는데.”
현재 발레리아는 가네스토와 지플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가네스토는 미트라 사막에서 패퇴한 이후 그야말로 자취를 감춘 정황만 나오는 중이고, 지플 쪽은 아예 기록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명과 칠색조가 이야기의 탑으로 잠입 시도를 하는 것도 성과가 없었다.
연합은 그 이유가 지플이 ‘역사 조작’의 힘을 한 단계 더 상승시켰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요나조차 아예 잠입을 못 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나리, 대나으리!”
제트가 진과 반을 찾았다.
“제트.”
“방금 웬 놈이 자신이 킨젤로라며 서신을 올렸습니다요. 이겁니다.”
“서신?”
진이 서신을 받자 자연스레 동료들이 그의 곁으로 모였다.
(친애하고 또 친애하는 진 경께.
오랜만이에요, 진 경! 라프라로사는 오늘도 아주 아름답네요. 햇빛은 반짝거리고, 사람들은 모두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고, 시간 단위로 새로운 건물이 생기고 있더군요.
네, 맞아요. 마르지엘라도 슬쩍 숨어서 축제의 열기를 조금 즐겼답니다. 정말이지, 세상이 이제는 안전하고 아름다워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마르지엘라의 편지는 카시미르를 상당히 닮아 있었다. 처음 몇 장은 모두 쓸데없는 미사여구와 찬양으로 가득 차 있어서, 진과 동료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랬답니다. 아! 이제 슬슬 본론을 말씀드려야겠죠? 우선 저희 킨젤로는…… 음, 안타깝게도 진 경의 자비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즉, 항복할 수 없다는 뜻이죠.
하, 지, 만! 그렇다고 진 경께 칼을 들이밀거나, 결사 항전의 각오로 어떻게든 바멀 연합에 똥을 뿌리고 죽겠다, 는 뜻도 아니랍니다.
지금까지 우리 킨젤로는 늘 진 경에게 호구처럼 많은 도움을 드리곤 했잖아요? 솔직히 몇 번은 저희 덕에 목숨을 건지기도 하셨죠. 또한, 결과적으로 저희 개입 덕분에 진 경이 원하는 바를 이룬 적도 많고요. 이건 진 경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맞는 말이었다. 그런 사실이 있기에 킨젤로가 그간 저지른 극악무도한 행위들을 ‘재판’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 킨젤로는 그때보다 더 진 경을 많이 지원하는 입장을 취하기로 했답니다. 뭐 일종의 짝사랑인 셈이지만, 어쩌겠어요. 아쉬운 쪽이 다가가는 거지.)
“엥, 뭐야 이거. 킨젤로 이 새끼들 우리 밑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건가?”
“좀 더 읽어보자, 무라칸.”
(이유가 궁금하실 거예요. 사실은 저희에게도 최근 혼란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거든요. 단장님께서 마녀를 만나고 온 후, 많은 상황이 변했답니다…… 이에 대해선 추후 단장님께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꽤 충격적인 이야기거든요.)
“마녀, 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라…….”
“오르갈이 마녀를 만났다고? 설마 전 애인을 만나서 구걸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바멀 연합은 마녀가 마살룬의 꿈을 통해 오르갈을 호출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진위는 차차 확인할 수 있는 문제였다.
(어쨌거나 우린 앞으로 진 경과 바멀 연합을 지원하되, 그 외 세력에는 자비를 베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가네스토, 태양신교, 지플 같은 세력들 말이죠. 그리고 오늘은 그 일환으로, 최근 제가 알게 된 한 가지 내용을 고자질하려고 해요.
태양신교에 대한 고자질이죠. 그들은 현재 흑해의 5왕 중 하나인, 니르간드와 접촉해서 세계를 위협할 일을 꾸미고 있답니다.)
니르간드의 이름을 읽자마자 루나의 눈동자에 살기가 깃들었다. 시론의 원정대로서, 흑해 5왕은 그 무엇보다도 증오스러운 존재였다.
“막내, 니르간드는 아버지의 다음 목표였어.”
루나는 이전 흑해의 왕들을 떠올리며 잠시 치를 떨었다. ‘스’의 경우는 시론의 초월 덕에 상당히 수월하게 토벌했으나, 키알을 쫓고 그와 전투하던 시기의 흑해는 그야말로 지옥 중의 지옥이었다.
“그리고 흑해 5왕의 영역은 우리 원정대조차 매일 목숨을 걸고 진입하던 곳이지. 그런데 태양신교가 벌써 니르간드와 접촉했다고? 애초에, 그놈들은 협상이 가능한 존재도 아니야.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말이지.”
“제가 겪어본 바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방금 보라스 형제가 알려준 정보가 신경 쓰이는군요. 혼돈 입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우선 마저 읽어보죠.”
(그들은 아마 태양신의 사원이 있는 아공간을 통해 흑해로 빠르게 접근했을 거예요. 그리고 태양신교의 일원들에게 특별한 힘이 있듯, 저 또한 진 경이 모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그 힘을 통해 그들이 만난 순간을 직접 보았답니다.
니르간드는 시론 경에게 상처를 입고 도망치는 상태였고, 태양신교는 그에게 무언가 달콤한 제안을 건넨 모양이에요. 이제 곧, 니르간드가 흑해를 빠져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그는 분명 글리엑처럼 인세를 위협할 거고, 그 과정에 이득을 보는 건 태양신교겠죠.)
“말하자면 우리더러 그 니르간드라는 놈을 족치고, 태양신교도 족쳐달라는 뜻이군. 이 새끼들이 남의 손으로 코를 풀려고 하네.”
무라칸이 그렇게 말하자 반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진 형제,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나와 형제들이 가서 니르간드를 토벌하고 오겠다.”
“반 형제?”
“보라스 형제가 말한 혼돈 입자 상승은 결코 평범한 현상이 아니지. 또한 니르간드를 토벌해야 형제의 아버지가 더 빨리 본토로 돌아올 수 있잖나. 무엇보다, 느낌이 좋지 않다. 가만히 두면 성가신 일이 발생할 것 같군.”
“하지만 반 형제는 아직 회복 중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와 형제들이 그 니르간드라는 놈을 잡다가 더 다칠 것 같은가? 지금도 혼돈의 밀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짓밟아야 한다.”
반의 신속한 결단에 동료들은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
(안타깝게도 우린 아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 니르간드 토벌에는 바로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대신, 바멀 연합이 니르간드를 상대하는 동안 우린 지플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을 계획이에요.
지플은 현재 진 경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한 힘을 손에 넣은 상태거든요.
제 편지가 진 경의 심기를 너무 거스르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는, 그리고 우리 킨젤로는 정말…… 진심이에요.
그럼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편지는 피롭스 님의 꿈 능력을 통해 작성되었으니, 답장은 편지를 준 사람에게 그대로 돌려주시면 됩니다. 꿈 능력으로 읽으면 되거든요.
진 경이 열 받아서 쫓아올까 봐 몸을 사리려고 선택한 방법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언제나처럼 경애를 담아, 마르지엘라 이블리아노.)
진은 바로 발레리아에게 통신을 넣었다. 지플과 가네스토 추적을 잠시 멈추고, 이 편지의 내용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알겠어, 태양신교 쪽 기록을 살펴볼게.]“그래. 고생해, 발레리아. 그리고 제트.”
“예, 나리!”
“이 편지를 준 자에게 가서 전해. 검토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다만, 내일이면 우리 연합이 선포한 일주일의 항복 권고 기간이 끝난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를 지원하든 말든, 일단 대외적으로는 킨젤로가 망해서 해산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라고 해.”
“그, 나리. 제가 지금 보니 편지 마지막 장 뒷면에 이미 그 내용이 적혀 있는뎁쇼.”
(참고로 오늘 저녁 6시를 기점으로, 우리 킨젤로는 공식적으로 연합에 패배하고 해산한다는 내용을 밝힐 계획입니다. 우리가 보호하던 수인들도 모두 연합의 땅으로 이주를 보낼 예정이니, 따뜻하게 맞이해주세요.
그중 당연히 우리 단원은 없습니다. 모두 그냥 수인일 뿐이죠. 귀엽고 복슬복슬한.)
편지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채 두 시간이 지나기 전에, 연합은 발레리아의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편지 내용대로, 니르간드가 태양신교의 힘을 빌려 흑해를 빠져나오고 있다는 보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