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44)
제 1044화
249화. 명왕족의 첫 출격(11)
만약을 대비해 카이오가 쓰러진 세 사제를 챙겼다. 한 손으로 세 명을 붙잡은 모양이 꼭 사냥꾼에게 붙잡힌 토끼들 같았다.
구체 형태로 변한 태양기는 반이 따로 챙겼다.
“헛소리라면 재미없을 거다, 태양신교 인간.”
“무, 물론입니다. 저는 꽤 열성적인 신도입…… 아니, 신도였습니다. 그래서 은혜로 부활한 몸이 아님에도 이곳 제1사원에서 지낼 수 있던 거죠. 무녀께선 제게 상당히 많은 권한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저 열성적이라는 이유로 네게 많은 권한을 줬다고? 정말이라면 너희 태양신교는 좀 허술한 집단이라는 뜻이 아닌가? 너는 아주 쉽게 배신했으니까.”
사제는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한 번 사원에 들어선 저 같은 비전투 사제는, 태양신께서 재림하기 전까지는 다시 바깥으로 나갈 일이 없다고 여겨졌으니까요…… 실제로 저도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무녀께선 망자가 아닌, 저 같은 일반 신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셨습니다.”
“살아 있는 자들의 믿음과 태양신의 부활이 관련이 있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반 님. 1사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원, 특히 3, 4사원엔 저 같은 일반 신도가 많습니다.”
“그들에겐 우선 너와 똑같은 조건을 제시하겠다. 무녀 산나, 그자는 너희 교단의 교주인가?”
“그건 아닙니다. 태양신교는 교주를 따로 두지 않습니다. 오로지 태양신만을 모시는 겁니다. 다만 다른 종교와 비교해 보면, 무녀께서 교주의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무녀께선 주의 음성을 듣고, 우리에게 전파해 주셨습니다.”
“어떤 내용들이었지?”
“교도로서 지켜야 할 율법이나…… 혹은 태양신의 육신이 잠든 장소들이었습니다. 그러면 대사제를 비롯한 전투 사제들이 확보하는 겁니다. 지금 반 님께서 챙기신 성체도 그렇게 얻은 겁니다.”
죽은 태양신의 살점을 모아서 부활시킨다.
그게 태양신교가 태양신 킨젤로를 재림시키고자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무녀는 살점을 찾고자 각 세력이 세상을 파괴하도록 종용해 온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살점을 확보했는지 알고 있나?”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근 교단 차원에서 큰 변화가 하나 있긴 하였습니다. 무녀와 대사제님이 확보한 한 생체 병기에게, 태양신께서 어떤 중요한 계시를 내리셨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만…….”
반이 걸음을 멈췄다. ‘생체 병기’가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테마르의 왼팔…… 인가.’
엘티엇 구출 당시, 진은 지하세계 메이실에서 테마르의 왼팔과 그를 이용해 빚은 마인 ‘테마르 비먼트’의 존재를 확인했었다.
태양신교는 현재 아이란 비먼트와 테마르 비먼트를 보유한 상태고, 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친구.
반에게 테마르는 유일한 벗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미 천 년 전 죽은 친구는 아직도 안식에 들지 못하고 적들에게 이용당하고, 고통받고 있었다.
‘테마르, 태양신의 의지는 자신의 부활과 관련하여 그 녀석에게 무언가 큰 관심을 드러냈다. 테마르의 특별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애초에 엘티엇 선조가 구출된 직후 예견한 내용이기도 하지.’
반은 분노를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제는 그녀와 투왕들의 눈치를 살피며 2사원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했다.
“아, 다행히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사원 남동부에 지하로 이어지는 입구가 있었다. 두꺼운 철문은 전투의 여파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졌으나, 그 안에 있는 이동 장치는 멀쩡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공간들에 존재하는 태양신교 사원 전용 이동 장치였다.
사제가 지팡이를 장치에 가볍게 부딪히자, 새하얀 차원문이 열렸다. 2사원으로 이어지는 차원문이었다.
명왕족들은 이번에도 과감하게 차원문으로 들어섰다. 한 차례 빛이 번쩍인 후, 일행은 제1사원 때와 똑같이 제2사원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다만 2사원은,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곳이 불타고 있었다.
이미 전투가 있던 것이다.
사제는 불길에 휩싸인 2사원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았고 명왕족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특히 반은 도착과 동시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운을 느끼곤 눈동자가 커졌고, 소리를 질렀다.
“테마르!”
그 기운이 익숙한 건 테마르의 힘이 느껴지는 까닭이고, 낯선 건 태양신의 힘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융합.
반은 단번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테마르의 왼팔과 태양기가 합쳐진 괴이한 존재, 그가 제2사원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큭……!”
그 기운에 집중하던 반이 별안간 괴로운 듯 광심장을 부여잡았다.
“투신 형제!”
“괜찮으십니까?”
니르간드와 루크를 상대한 연전, 그 과정에 남은 태양기는 독처럼 반에게 침투하고 있었다. 반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달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테마르가, 아니. 그 녀석의 육신을 이용한 괴물이 내게 침투된 태양기를 조종하고 있어.’
특히 방금 루크를 처리하고 챙긴 태양기가 가장 심하게 요동쳤다. 그렇다고 태양기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하면 태양기 구체는 즉시 형제들을 위협할 터였다.
반은 침착하게 뇌기를 정돈하곤 형제들을 지휘했다.
“무언가 잘못됐어. 테마르의 육신과 태양기가 합쳐진 위험한 존재가 있다. 형제들은 그와의 전투를 피하고, 다른 태양신교 사원이나 인세로 연결되는 차원문을 확보해.”
“알겠습니다!”
“반 님, 제가 2사원의 장치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서쪽 구역은 파괴되지 않은 것 같으니, 그쪽에 남은 장치들을 제가 이분들과 살펴보겠습니다.”
반은 바로 형제들과 사제를 사원 서쪽으로 보냈다. 그러곤 빠르게 테마르의 기운을 읽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가는 내내 교도들의 주검이 밟혔다. 반에게 당한 제1사원의 교도들처럼 그들도 전혀 저항하지 못하고 죽은 듯 보였다.
기운이 가까워질수록 광심장의 격통이 강해졌다. 잠시 후, 반은 마치 베일처럼 황금빛 날개를 가진 마인, 테마르 비먼트가 사원 한가운데로 떠오르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오른손엔 바리사다와 똑같이 생긴 검을, 왼손엔 시체처럼 보이는 아이란 비먼트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선 상처 입은 무녀가 소리를 질러댔다.
“테마르 비먼트, 이 마인 놈이…… 무슨 짓이냐!”
[멸망을 받아들여라, 무녀. 어차피 너흰 내가 아니었어도 오늘 저자를 막지 못했을 것이다.]테마르 비먼트는 무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반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까지, 무녀는 본래 제1사원의 변고를 알아채고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지하실에서 ‘축복’을 받고 있던 테마르 비먼트가 사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녀는 분명 테마르 비먼트를 중심으로 태양신의 부활을 준비하라는 계시를 받았고, 테마르 비먼트는 그간 태양신교가 긁어모은 성체를 이식받는 일에 거부감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하는 기색마저 보였는데, 갑자기 돌변한 것이다.
“테마르 비먼트! 태양신께선 비천한 마인에 불과한 네놈에게 축복과 계시를 내리셨다. 그런데 그 은혜를 저버리겠다는 말이…… 까아아악!”
우드득-! 테마르 비먼트가 허공에 한 차례 손을 휘젓자 무녀의 두 다리가 서로 묶이듯이 뒤틀렸다.
[눈뜬장님이로군. 그러니 이토록 허무하게 당한 것이다. 너희가 숭배하던 존재가 눈앞에 있건만, 내가 아직도 너희가 운 좋게 얻은 유용한 도구로 보이는가?]“그런…… 당신이 태양신의 현현이라면, 정말 내게 말씀을 전해 주시던 그분이라면 어째서 나를……!”
[무녀여, 세상의 완성을 기다려라. 그리하면 모든 것이 알맞게 흘러갈 것이며,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것이다.]그 말에 무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의심과 불신, 분노로 가득하던 눈동자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었다.
곧 그 어두운 눈동자 속엔 오로지 신앙밖에 남지 않았다.
이윽고 무녀가 바닥을 기어서 테마르 비먼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끈처럼 엮인 두 다리의 고통도 잊은 채 환희에 찬 얼굴로 기도를 올렸다.
“당신께, 저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금빛으로 물든 무녀의 몸이 입자로 변하며 흩어지고 있었다. 입자는 먼지처럼 휘날리다 테마르 비먼트에게 흡수되었다. 그 입자들은 무녀가 품고 있던 태양신의 살점이었다.
여전히 테마르 비먼트의 눈동자는 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방금 자신에게 살점을 넘기고 희생한 무녀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다.
반은 광심장을 정돈하며 그가 무엇인지,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하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테마르가 아닌, 그의 육신을 빌어 현현한 태양신 킨젤로의 일부.
이를테면 태초에 세상을 창조한 유일신의 한 면.
[내가 테마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게 불쾌한 눈치로구나, 반.]그는 단번에 반의 감정을 읽어냈다.
“네가 현현한 육신은 오래전 안식을 누렸어야 할 내 벗의 것이다. 너는 테마르의 육신만 빌렸을 뿐, 그가 아니다.”
[네게는 오래전이지만 내게는 찰나에 불과하지. 나를 블리기에트라 불러라. 나 또한 필멸자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싶지는 않으니.]블리기에트, 그건 태초에 태양신을 뜻하던 여러 이름 중 하나였다.
“배려심 많은 신이로군. 킨젤로도 이미 단체명이나 다름이 없으니 피한 것이냐.”
[그건 실패한 나의 것이니, 본래도 가장 추악한 이름이다. 안타까운 일이지. 정작 나는 혐오하는 그 이름을, 나를 섬긴다는 필멸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니.]반은 블리기에트의 손에 붙들린 아이란에 주의를 기울였다.
“가장 강대한 신인 척, 유일신인 척 떠들어대도 결국 그 몸과 아이란 비먼트의 시체가 필요한 모양이지.”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구나.]블리기에트가 말할 때마다 광심장이 부서질 듯 통증이 번졌다. 그리고 통증과 별개로, 반은 블리기에트로부터 마녀와 유사한 격을 느끼고 있었다.
[모르겠지만, 너는 이 육신의 주인인 테마르 이상으로 내 관심을 끌었던 필멸자다. 솔더렛이 없었다면 나는 너를 통해 세상에 나타났을 것이야.]시그문드가 검집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블리기에트는 그녀와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 칼로 나를 벨 수 있겠느냐? 그럴 수 없다는 걸 너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아이란 비먼트가 이 육신에 남긴 제약을 해제하러 갈 거다. 우습게도 이 벌레가 내 모든 것을 쥔 셈이니 말이지…….]반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한 집단을 떠올렸다. 지플, 블리기에트는 그들을 찾아갈 것 같았다.
“그래? 알려 줘서 고맙군.”
시잇-! 블리기에트에게 한 갈래 푸른 검기가 날아들었다. 검기는 그에게 닿지 못했으나, 그의 왼손에 열매처럼 붙어 있던 아이란을 단번에 베어 버렸다.
검기에 베인 아이란의 하반신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상하구나, 너는 나를 공격할 수 없을 텐데.]블리기에트는 충격이 심한 듯 고개를 저었고, 반은 재차 칼날에 검기를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