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46)
제 1046화
249화. 명왕족의 첫 출격(13)
출격한 명왕족 중, 반과 세 투왕만 먼저 티칸으로 복귀했다. 나머지 명왕족은 태양신교 사제와 함께 남은 사원을 소탕하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티칸의 동료들은 그들의 활약상을 들으며 한동안 벙찐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니까 대나으리와 명왕족들께선. 흑해로 들어서자마자 니르간드를 소멸시켰고, 그리고 또 다른 대나으리이신 시론 경을 만나서 담소를 나눈 후, 태양신교의 아공간을 습격해서 놈들을 끝장냈는데, 그 와중에 자신을 태양신이라 주장하는 놈을 맞닥뜨렸다는…… 심지어 그 블리기에트라는 놈은 테마르 룬칸델 님의 육신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제트의 말에 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방금까지 그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은 듯 무덤덤한 목소리로 설명했었다.
진조차 말문이 막힌 채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반의 위용이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많은 걸 해결하고 돌아올 줄은 몰랐다.
“흠흠! 그렇다면 혹시 그, 그중 가장 힘든 싸움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요!?”
제트는 용기를 쥐어짰다.
인세 만인이 인정한 최강, 그리고 전설 속의 투신 반. 두 사람 중 누가 더 강한가, 그건 최근 연합원들 사이에 떠오른 화두 중 하나였다. 연합원뿐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 대부분이 궁금해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진 형제의 아버지, 시론과 겨룬 게 가장 힘들었다. 심지어 내가 졌지.”
“헉……! 그렇다면……!”
일순 반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물론 제트는 ‘그렇다면 시론 경이 최강이냐’는 말을 감히 내뱉지 않았다.
대신 루나가 입을 열었다.
“아니, 아니죠! 반 경. 분명 아버지는 두 손, 반 경은 한 손을 사용했다고 들었는데요……? 아, 머리야. 혼란스럽다. 아버지를 한 손으로 상대하는 게 가능한 일이었나?”
“실제 전투가 아니라 단순한 힘겨루기에 가까운 대련이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투신 형제는 내가 진 건 어디까지나 단순 힘겨루기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자신은 한 손만 사용했으니 진정한 의미의 패배는 아니라는 뜻이지. 하하…… 하, 핫. 어이쿠, 내 정신 좀 봐. 혼돈 입자 측정치를 확인해야 하지, 참! 흠흠!”
보라스는 반의 언어를 해석해주다가 눈총을 받고는 총총 사라졌다.
“……그러니까 더 납득하기 어렵단 말입니다. 심지어 반 경은 부상 회복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고, 막내한테 투신혈을 넘기기도 했으며, 애초에 전성기도 지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아버지를 한 손으로.”
“믿을 수가 없는 것이냐, 루나.”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믿을 수가 없다는 뜻이 맞고, 룬칸델 수장이 어떤 식으로든 졌다, 혹은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은 상태죠, 언니는. 그리고 아마 반 경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듯, 아버지도 만전은 아니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은 모양이네요.”
이번엔 메리가 루나의 말뜻을 풀어주었다. 옆에서 룬티아와 토나 형제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들도 모두 루나의 눈총을 받고는 딴청을 부렸다.
“루나. 나와 시론, 둘 중 누가 더 강한가는 중요치 않다. 애초에 우린 같은 편이니까.”
“그건 그렇죠…….”
“설령 서로 적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그와 내가 싸우면, 승자가 누구든 그 역시 죽거나 회복할 수 없는 부상에 빠질 것이다. 혹은 재기불능이 되겠지.”
“투신 형제가 전성기였어도!?”
“내가 전성기였어도. 한데 보라스 형제, 방금 혼돈 입자 확인을 한다며 나가지 않았나?”
“아아, 입자는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어. 때리지 마…….”
“하? 마치 평소 내가 형제에게 손찌검을 한 듯이 말하는군.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지 마라.”
“투신 형제한텐 한 번만 맞아도 죽지 않겠어?”
이내 반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루나는 묘한 마음이 되었다. 그녀를 비롯한 다른 형제들도 기분이 이상했다.
“어쨌거나, 시론과의 만남은 내게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는 나나 테마르와 달리, 진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숙명을 완수한다고 하였어. 기대해도 좋을 것이야. 그리고 흑해에 있다는 솔더렛의 안배도, 그가 알아낼 수 있을 테지.”
시론이 인세에 따로 전한 말은 없다. 그러나 반은 한동안 시론과 나눈 대화, 그중에서도 가문과 자식,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했다.
“진 형제, 그리고 너희에 대해선 달리 걱정하지 않는 눈치더군. 그리고 발라스와 몹시 만나고 싶은 눈치였다. 발라스에겐 이 말을 내가 없을 때 전하도록. 시론이 자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냐고,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며 나를 들들 볶을 게 뻔하니.”
가벼운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까지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이지만, 새로 드러난 정보와 적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블리기에트…….”
아메리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반이 그 이름을 꺼내자마자 두통을 느끼며 흐릿한 옛 기억을 들춰보았다. 어떤 면에선 당연하게도, 태양신은 하나의 이름으로만 불리지 않았었다.
“무언가 기억이 나셨습니까? 아메리스 님.”
“킨젤로, 그 이름은 태양신의 가장 온전한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그에겐 수많은 이름이 있었어. 내 아홉 개의 머리들이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곤 했듯이…….”
블리기에트.
아메리스가 기억해낸 그 이름은 ‘온전한 태양신’으로부터 분화된 하나의 자아라 할 수 있었다.
“블리기에트는 본질적으로는 베일이나 헤도 같은 이들과 다르지 않아. 만일 성분으로 따질 수 있다면 동일하다고 볼 수도 있지. 다만 그들보다 격이 높고, 더 선명한 의지로 형성된 것이다.”
곁에 있던 베일은 왠지 불쾌한 듯 인상을 구겼다.
“이를테면 태양신이라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고, 그 돌이 깨지면서 베일, 헤도 경 같은 수많은 파편이 남았다. 그중 특히 거대한 조각, 무언가의 조각이 아니라 온전히 그 하나로도 바위라 부를 수 있는. 블리기에트는 그런 존재다.”
“……그렇다면 블리기에트 외에 그런 존재가 더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다. 분명히 더 있어. 하지만, 정확히 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다섯은 넘었던 것 같은데…… 그들은 블리기에트처럼 명확하게 그 이름과 존재를 인지하게 됐을 때만 기억날 것이다.”
진과 동료들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아메리스의 말은 앞으로 블리기에트 같은 존재가 얼마든지 더 깨어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반조차 우려를 표하는 기색이 있었다.
“블리기에트 같은 놈이 여럿이라면, 그건 확실히 위험하다. 니르간드나 루크에 비할 바가 아니지. 놈은 나조차 확실히 죽일 수 있는지 감이 안 서는 상대였다. 오히려 그런 놈들을 잡는 일엔 나보다 진 형제가 더 특화되었을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투신 형제.”
“형제는 나나 시론에겐 없는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설명해주긴 어려운데…… 형제도 느끼고 있지 않나? 존재의 힘, 혹은 그와 유사한 무언가일 것이다. 그리고 형제가 가진 그 힘은 분명 테마르보다 뛰어나.”
만일 테마르가 형제와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그는 로사를 벤 그 순간에 무너졌을 것이다. 반은 뒷말을 삼켰다.
“하지만 진 형제가 더 특화되었다고 하여, 손쉽게 잡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 내가 싸워 본바, 블리기에트는 분명 신들의 신이라 부를 만한 격을 가지고 있었어. 연합원 중엔 나와 시론, 그리고 진 형제와 루나만이 그자와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놈들이 한 번에 여럿 등장하기라도 하면…….”
룬티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블리기에트가 난데없이 부활했으니,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 같았다.
“여러분, 태양신의 자아가 모두 우리와 적이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아메리스 님?”
진의 말에 아메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신의 자아가 가진 성향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세계 유지, 세계 파멸, 그리고 세계 재구축. 그 세 종류의 자아는 서로를 적대하지. 다만 파멸과 재구축은 때때로 협력을 할 수 있다. 둘 다 목적의 일부가 일치하는 건 사실이니, 서로를 이용하는 셈이지.”
블리기에트는 그중 ‘재구축’의 의지를 지닌 자아였다. 루크를 비롯한 태양신교가 염원하던 일이기도 했다.
세 자아 중 당연히 ‘세계 유지’의 자아를 가진 존재만이 연합의 아군이 될 수 있었다.
“반, 블리기에트가 육신의 제약을 해제하겠다고 말한 순간, 지플을 찾아갈 것 같다는 직감을 느꼈다고 하였지?”
“그렇소, 아메리스.”
“내 생각에 그는 너와 싸운 후 계획을 추가했을 것이다. 지플도 지플이지만, 너를 상대할 다른 태양신의 의지를 깨울 수도 있어. 그는 태양신의 자아 그 자체다. 다른 자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잠들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야.”
“진 형제가 고생하겠군.”
“남 일처럼 말씀하시는군요, 투신 형제.”
“진심이다. 나야 그들이 몇이 오든 형제 옆에서 싸울 테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의 숨통을 끊는 건 진 형제의 몫일 것 같으니 말이지. 자아마다 전투력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도 궁금하군. 블리기에트를 기준으로는, 나라고 할지라도 둘 이상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진은 속에서 무언가 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노였다.
‘지켜봐야겠지만, 킨젤로는 사실상 항복 및 동맹을 선언한 상태고…… 진마계와 적명족, 태양신교까지 전부 멸망시켰다. 그런데 이번엔 태양신의 자아라.’
아예 생각하지 않은 요소는 아니다.
눈에 보이는 적 중 남은 건 지플이 전부인 게 맞지만, 마녀 헬루람이나 태양신, 혹은 솔더렛 같은 초월적 존재의 개입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다.
이내 진은 분노를 삭이며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이제 태양신의 자아들과 지플. 그들만 처리하면 됩니다. 슬슬 끝이 보이는 겁니다. 일단 블리기에트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하죠. 놈에게서, 테마르의 육신을 회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