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68)
제 1068화
252화. 전쟁 시작(7)
* * *
1번 통로, 마신대 본부.
벽면에 차원문이 열릴 때마다 각 차원 지플의 가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중 ‘켈리악 지플’은 한 명도 없었다. 켈리악 지플은 전 차원을 통틀어 이제 단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지금 본부 회의실 상좌에 앉아 있는 33번 차원의 켈리악 지플, 그리고 바멀 연합이 활약 중인 677번 차원의 켈리악 지플.
그중 33번 차원의 켈리악은 전 차원을 아우르는 통합 지플의 수장이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에게 인사를 올리는 각 가주들을 바라보았다.
각 차원의 가주, 즉 통합 지플의 고위 간부들은 모두 그의 눈치를 살폈다. 677차원에 실행된 이번 지원은, 간부들이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켈리악 경, 모두 도착했습니다.”
켈리악이 손짓하자 간부들이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간부들은 대부분 나이가 든 모습인 반면, 켈리악은 무척 젊은 얼굴이었다.
마치 젊은 황제와 신하들 같은 모습. 간부들은 고개를 조아린 채 켈리악의 처분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제 나는 너희의 요청으로 본부로 와 677번 차원에 내 힘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군.”
“켈리악 경, 저희가 실수를…… 으으윽, 그에에엑!”
파악-!
가장 먼저 입을 연 간부는 켈리악의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온몸이 폭발했다.
그리곤 켈리악이 다시 그쪽으로 손짓하자, 산산이 흩어진 그의 뼈와 살점이 원래대로 뭉쳐지는 기괴한 모습이 이어졌다.
시간을 되돌린 것이다.
“나는 아직 너희에게 입을 열라 말하지 않았다. 방금 죽었던 델로스 지플은 우리 권능이 마침내 시간에 겨우 닿기 시작한 사실에 감사하도록. 그게 아니었다면 다시는 세상을 눈에 담지 못했을 것이니.”
“죄, 죄송합니다……!”
“이제 모두 입을 열어도 좋다. 우선 이번 일을 경들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군. 차원 간섭에 얼마나 많은 힘과 자원이 소모되는지는, 네놈들도 잘 알겠지.”
“켈리악 경, 꼭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발언한 자는 론도 지플이었다. 그는 지금 켈리악이 이곳으로 부른 간부 중 그나마 신뢰받는 인물이었다.
“어떤 점에서?”
“지금까지 파악한 바 진 룬칸델, 그 변종은 무고한 이들의 죽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러나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쯤은 굳이 내 도움이 없었어도 677차원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경의 힘이 아니었다면 그만한 두려움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라 감히 아룁니다. 비록 아주 적절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두려움이라고?”
켈리악이 눈을 가늘게 뜨며 론도의 말을 끊었다.
“감정이란 한계가 있는 법이다. 불멸자든, 필멸자든, 일정 이상의 공포를 극복하면 그때부터는 겁에 질릴 수 없다. 지금 677차원의 바멀 연합, 특히 진 룬칸델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을 것 같나? 천만에,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고 있겠지. 그러니, 반드시 역효과가 날 것이다.”
확신에 찬 목소리.
통합 지플의 켈리악은, 전 차원에 존재하는 그 누구보다도 길고 거친 싸움을 경험했다. 677번을 제외한 다른 모든 차원의 켈리악을 제거했고, 홀로 통합 지플의 왕좌를 차지한 인물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런 의지는 때때로 기적에 닿기 마련이지. 그게 지금껏 677차원의 강자들이 진 룬칸델이라는 변종을 죽이지 못한 이유다. 바멀 연합은, 이제껏 그 어떤 차원도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적이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가 677번을 제외한 전 차원을 지배하고 있으니, 완성된 마신석을 가지고 있으니 반드시 그들을 제거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겠지, 다들. 틀렸다. 놈들의 검은 이미 우리 목에 닿아 있단 말이다.”
비약이 아니었다. 통합 지플의 켈리악은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우리가 놈들을 안전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제압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무엇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첫째는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는 차원을 통해, 태양신을 온전하게 부활시켜서 확보하는 것. 그 힘이라면 우리의 마지막 염원인 시간을 통제할 수 있게 될 테지. 둘째는, 가능한 모든 힘과 자원을 끌어 최대한 빨리 677차원에 강력한 간섭을 시작하는 것이다.”
간부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태양신 부활과 확보는 본래부터 설정된 중요 목표지만, ‘무리한 간섭’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계획을, 오늘부터 바로 실행할 것이다. 이번처럼 애매하게 지원하고, 어설픈 결과를 낳는 경우는 다신 없어야 한다. 이런 일이 몇 번쯤 반복되면 어느 순간 놈들은 정말 우리를 넘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겨우 한 차원에 너무 많은 걸 쏟는 걸지도 모릅니다.
감히 그렇게 말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33번 차원의 켈리악이야말로 통합 지플의 수장이자, 677번을 제외한 전 차원의 유일한 지배자였다.
“물론 직접 간섭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힘과 자원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677번만 정리하면, 무엇도 우리를 위협할 수 없어. 잃어버린 힘과 자원은,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다.”
켈리악의 시선이 다시 론도 지플에게 닿았다.
“……무엇부터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마신대가 직접 들어설 수 있는 통로다. 그들이 677번 차원에 자리를 잡으면, 그 후엔 나도 직접 출전하겠다. 또한 차원 침투의 여파를 견딜 수 있는 각 차원의 강자들을 모두 본부로 집결시키도록. 총력전을 개시하겠다.”
* * *
677차원, 이야기의 탑.
켈리악은 다시 마신석의 하단부에 뿌리처럼 고정된 엘로나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는, 이제 곧 그 앞으로 한 사람이 나타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왔군, 로키아 가네스토.”
로키아 가네스토, 그녀는 라프라로사 해방 전쟁 때처럼 헤일린 룬칸델의 모습으로 켈리악을 찾아왔다.
“켈리악 지플, 내 후손에게 엄청나게 깨졌던데. 뭐, 나도 라프라로사에서 진에게 완전히 찢어졌지만.”
“바멀 연합조차 쉽사리 추적하지 못하는 이 탑을 단번에 찾아낸 것도 모자라, 이곳 최심부로 바로 들어오기까지. 재주가 심상치 않군. 혼돈은 아닌 것 같고, 태양신의 힘을 꽤 높은 수준까지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지.”
“엘로나 지플, 말루기아를 코앞에 두고도 몰랐던 너희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지.”
“무슨 일로 왔나?”
“뻔한 것 아니겠어? 거래지. 바람 앞의 촛불 신세인 너희를 연명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수를 내가 가지고 있다.”
“하하…….”
“웃지 마라, 이 개X끼야. 내가…… 설마 네놈들이 안타까워서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나? 너희 지플은, 천 년 전에 모조리 죽었어야 마땅한 해충들이다. 네놈들이 태어나 지금껏 한 짓이라고는, 이 세상을 망가뜨린 것밖에 없어.”
로키아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켈리악을 응시했다. 켈리악은 갑작스러운 폭언에도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실 그는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마신석은 계속 계산이 조금씩 어긋나는 중이고, 로키아가 그 모든 방어선을 무시한 채 이곳으로 들어선 일도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그 역시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최근에서야 다중 차원을 인식했다. 마신대가 간접적으로 이 세계의 지플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이제 오르갈도 알고, 바멀 연합도 알고, 너도 아는 다중 차원을 설마 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그리고 넌, 죽고 싶지 않을 거다. 적어도 지금은. 바멀 연합에게든, 내게든, 아니면 통합 지플에게든.”
“네 능력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 점은 인정하지. 하지만 나를 죽일 수 있다면, 굳이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늘어놓을 게 아니라 협박을 하지 그러나?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어, 지금부터 그럴 생각이야.”
삐이이이……!
돌연 켈리악은 머리가 깨질 듯한 이명에 휩싸였다. 무엇인진 알 수 없지만 로키아의 술수가 분명하니 반격하려는 찰나.
켈리악은 홱 몸을 돌려 마신석을 바라보았다. 마신석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태양기가 방출되고 있었다.
정확히는 마신석이 아니라 그것에 융합된 엘로나 지플의 육신에서였다. 그리고 그 기운은, 로키아와 공명하고 있었다.
마치 한 사람이 힘을 쓰고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말이다.
켈리악은 급히 마신석을 통제하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마신석은 오히려 로키아의 의지에 더 강력하게 반응하는 듯 보였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겠지, 켈리악.”
“……무엇이냐?”
“말루기아, 그녀는 태양신이 쪼개져 나온 파멸의 의지 중 가장 거대한 자아다. 그리고 이 몸의 주인, 내 조카…… 헤일린 룬칸델에게 깃든 존재도, 아락시온이라는 파멸의 자아지. 참고로 그 둘은 아주 친해.”
로키아가 이토록 쉽게 이야기의 탑 최심부, 마신석의 앞으로 나타날 수 있던 이유였다. 자석이 이끌리듯이, 같은 의지를 지닌 자아는 자연스레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서로가 어디에 있든지 말이다.
“갑자기 마신석을 통제할 수 없게 되니 당황스럽지? 과연 내게, 말루기아를 깨워서 마신석을 망치는 게 어려운 일일까? 네가 마신석에 붙어 있는 한, 나는 네놈이 어디에 있든 찾을 수 있고…… 언제든 끝장낼 수 있어.”
켈리악으로서는, 로키아가 한 말의 진위를 분간할 수 없었다.
쉬누와 융합해 얻은 신격으로도 로키아를 통찰할 수 없고, 마신석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설령 다소 과장이 섞였더라도, 로키아는 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설마 이런 식으로 마신석의 힘을 가로막는 존재는 상정해본 적조차 없는 문제였다.
결국 켈리악은 그녀에게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무엇을 원하나? 로키아 가네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