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03)
제 1103화
257화. 마신대의 습격(7)
“그렇소? 그대가 지금 옛날 같지 않은 건 참 아쉽군.”
비꼬는 게 아니었다. 시론은 반의 전성기가 지난 사실을 뼈저리게 아쉬워하고 있었다.
전쟁의 미래가 여전히 암울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론은 지금 단신으로 적들을 압도하고 있으나 전투는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 나온 창성 열 명과 함대 전체를 몰살해도, 적들은 또 그만큼 새로운 병력을 내보낼 것이다.
바멀 연합은 닷새를 버텨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끝끝내 닷새를 버틴다고 해도, 솔더렛의 안배가 이 모든 상황을 반드시 뒤집어 준다는 보장도 없었다.
“뭐, 아니면 아닌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든 싸워서 이기는 게 우리 같은 이들의 방식 아니겠나.”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오.”
“그렇겠지.”
“……그러나 그대와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 막내를 기다려야 하오.”
“그래…… 물론 그래야지.”
눈보라처럼 전장 전체로 몰아치는 시론의 검기에 계속해서 백색함대가 분해되고 있었다. 이제 아군은 모두 무원경의 영향을 벗어나 온전해진 시야로 적들을 찾아 공격하는 모습.
진은 동료들과 함께 전장 우측으로 빠져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마신대의 창성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시론의 검에 팔 하나를 잃었고, 복부에도 치명상을 입고 있었다. 후드에 얼굴이 가려져 있어 그가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진과 동료들은 말없이 그의 몸에 검과 발톱을 찔러넣었다.
“크헉……!”
그가 어느 차원의 누구인지 궁금해하지도, 창성이라는 경지가 이렇게 허무히 스러질 수 있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을 느끼지도 않았다.
이곳은 창성이 일개 병사처럼 죽어나는 전장.
그 말은 곧, 연합의 창성들 또한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초인을 비롯한 다른 강자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무라칸, 너는 다시 물러나서 베일과 아군 보호에 초점을 맞춰. 아군 전력이 밀고 들어와서 진을 쳐야 한다.”
[알았다.]오의 무원경, 시론의 검은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
최대 하루, 그마저도 시론이 추후 한 달은 몸을 쓸 수 없을 만큼 혹사해야 가능한 영역. 오의를 끝낸 후에도 제대로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 시간 정도가 한계였다.
진은 루나와 함께 무원경에 떨어진 창성을 추적하며 틈이 날 때마다 차원문을 올려다보았다.
마신대는 여전히 병력을 내보내고 있었다. 무원경의 압박 때문에 백색함대가 차원문을 빠져나오는 속도는 이전보다 느리지만 규모는 비슷했다.
‘적 사령관은 전략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있다. 화살받이로 쓸 병력이 아직도 충분한 것인가?’
수만에 달하는 함대, 최소 수십엔 육박할 창성.
그것만으로도 연합으로서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병력이지만, 그들은 결코 마신대의 ‘핵심’이라 말할 수 없다.
완성된 마신석, 그리고 33번 차원의 켈리악 지플.
이미 켈리악을 경험한 연합으로서는 저 무지막지한 적들도 그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 만약 마신석과 켈리악까지 전장에 나타난다면, 그건 대응이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니, 지금부터 추측이나 가정은 무의미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싸우면 끝이 없다. 어떻게든 닷새를 버틴다.’
베고, 찌르고, 부수고.
시론이 적 병력을 전부 묶어두는 동안, 진과 연합원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전장을 누비며 적들의 숨통을 끊었다.
그럼에도 마신대는 평균적으로 전장에 육백 정도의 백색함대를 끈질기게 유지했고, 꾸준히 일곱 이상의 창성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그때까지도 구도는 시론을 중심에 둔 연합이 마신대를 일방적으로 짓밟는 형세였다.
그러나 마신대의 창성 중, 처음으로 무원경 속에서 진과 루나에게 제대로 반격한 인물이 등장했다.
엘로나 경!?
머리로 날아든 마력의 창을 쳐내며 하마터면 진은 그렇게 소리칠 뻔했다. 진과 루나를 공격한 건, 다른 차원의 엘로나 지플이었다.
심지어 한 명이 아니었다. 이미 두 사람의 후방으로도 또 다른 엘로나의 창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껏 연합이 죽인 마신대의 다른 창성들과 다르다.
시론이나 반처럼 격이 높다거나 진처럼 특별한 의지를 지녔다는 뜻이 아니었다. 단지 창성 이상의 전투 능력을 가진 전쟁 병기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두 명의 엘로나는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진이 본 것과 조금 다른 형태의 성수관을 착용 중이고, 왼쪽 뺨에는 24, 89라는 숫자가 낙인처럼 도드라지고 있었다.
눈동자엔 아무런 생기가 없지만, 가만히 있어도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마력과 태양기가 발산되기도 했다.
‘……다른 차원의 엘로나 경과 말루기아를 병기로 만든 것인가!’
정확했다.
마신대의 켈리악은 지금까지 전 차원의 말루기아를 상대하며, 단지 그들의 목숨만을 취한 게 아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완성된 마신석과 자신의 권능을 이용해 직접 병기로 만든 것이다. 그들은 마신대 내에서 성수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뺨에 각인된 숫자는 그들이 있던 차원의 번호를 뜻했다.
즉, 그들은 엘로나의 모습으로 생체 병기가 된 말루기아였다. 본질적으로 필멸자가 아니므로 무원경에 온몸이 찢기면서도 미친 듯이 재생하며 진과 루나에게 닿은 것이다.
두 사람 앞에 선 지금도 그들은 무원경에 실시간으로 육체 어딘가가 분해되고 재생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충격을 받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진과 루나는 24번을 향해 동시에 검을 뻗었다. 무원경과 두 사람의 합공에 24번은 순식간에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으나,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게 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재생하는 와중에도 사방에 태양기를 폭발시키는 괴력을 보였는데, 무원경에 억제되지 않으면 충분히 전장 전체를 뒤덮을 만한 기운이었다.
‘순수한 무위의 깊이는 창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화력과 재생력은…… 재앙이로군.’
이를테면 성수단은 하나하나가 태양신의 자아와 같았다. 실제로도 그들은 엘로나의 모습을 한 말루기아라고 할 수 있었다.
즉, 그들은 소멸시키는 것보다 봉인을 시도하는 게 더 효과적인 대처였다. 진은 곧바로 그들의 본질을 꿰뚫고 함대에 명령을 내렸다.
“구속구를 준비하라! 구속이 완료될 때까지, 기함 사라의 초인들은 엘로나 지플을 붙잡고 최대한 시간을 벌도록!”
진으로서는 결단이 필요한 명령이었다.
창성이 아닌 이들은, 성수단의 엘로나를 상대하다가 언제든 갑자기 전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로 창성들이 성수단에 묶이면, 결국엔 더 큰 손해가 따를 것이다. 앞으로 성수단의 엘로나가 몇이나 더 추가될지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명령으로 인해 동료와 연합원들이 죽을 수도 있다. 불현듯 그 사실이 칼처럼 내면을 쑤셨지만 여긴 전장이고, 적에 맞서는 이들은 모두 전사였다.
마침내 진은 각오를 마쳤다. 그의 동료들이 오래전에 이미 그랬듯이.
진과 루나는 엘로나들을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들을 제치며 무원경을 벗어나지 못한 다른 창성들을 추적했다.
열 명의 창성 중 이제 숨이 붙어있는 건 셋뿐. 다음 창성이 나타나기 전에 그들을 모조리 끝장내야 했다.
‘마신대는 앞으로 창성을 계속 10인 이상으로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의 오의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살아남는 창성들이 많아질 테지. 그들과 우리 숫자를 최대한 맞춰야 한다!’
초인까지 수를 맞추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 초인들의 전투는 함대 전력 우위를 바탕으로 끌어갈 수 있을 터.
성수단은 두 사람을 추격할 수 없었다. 헤도와 바네사를 비롯한 연합의 초인들은 벌써 그녀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우리 길고양이나 내게도 태양신의 힘이 강력하게 깃들었다고 하던데, 우린 다행히 주군을 잘 만나 저 치들처럼 되지는 않았군.”
“여기서까지 고양이 타령이오, 바네사.”
“냥냥 대답하며 잘 어울려 주더니 지금은 반응이 아쉬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어, 헤도.”
“무엇이오?”
“각성해라. 자네가 강해져야, 소가주께서 슬퍼할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 같거든.”
창성, 바네사는 헤도라면 자신과 달리 그 경지에 오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전대 흑기사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산드라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그리할 생각이었소.”
“막상 언제든 창성이 될 수 있다는 듯한 대답을 들으니 같잖군. 고양이 주제에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그리고 자네 아가씨는 자네가 언제 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진심으로 아가씨가 그리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소. 내가 없어도 잘 살아야 할 테니까.”
“농담에 너무 진심으로 받아치니 괜히 미안하군. 걱정하지 마라, 우리 고양이는 내가 지켜줄 테니.”
엘로나들은 헤도와 바네사, 초인들을 보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적 주요 인물 제거 시작. 론도 경, 지금부터 시야를 공유하겠습니다.]* * *
‘저게…… 창성이 아니라고? 게다가 헤도라니?’
24, 89번 엘로나가 공유한 시야를 확인하며 마신대들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성수단 두 명이라면 시론의 오의 속에서도 적들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입힐 수 있으리라 예상했건만, 화면에 나타난 연합의 초인들은 마치 창성처럼 싸우고 있었다.
언제 갑자기 진짜 창성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당연하게도, 헤도는 어느 차원에나 존재하는 인물이다. 지금 론도의 부하 중에도 헤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론도가 아는 한, 헤도는 그 어떤 세계에서도 창성에 다다른 적이 없었다.
대부분은 무의미한 배신과 저항을 이어가다 죽음을 맞이하거나, 성수단처럼 마신석에 의해 병기로 개조된 것이다. 마신대의 입장에서 헤도는 날 때부터 가진 태양기 덕분에 병기화가 편리한 인물이었다.
‘……저자는 반드시 창성에 오른다고 상정해야 한다. 빌어먹을, 지금껏 우리가 전 차원에서 쌓아온 정보와 자료가 이곳에선 죄다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어.’
전투 개시 후 지금까지 마신대는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으나, 바멀 연합은 멀쩡하다.
그 사실이 계속 론도의 신경을 긁어대고 있었다. 론도는 분을 삭이며 계속 엘로나의 화면을 응시했다.
‘그래도 이제 시론이 펼친 이 끔찍한 검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이제, 우리가 왜 전 차원을 지배하는 것인지를 톡톡히 보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