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73)
제 111화
58화. 미트라 대사막의 신기루(2)
카강! 챙!
헤이토나의 사슬검이 채찍처럼 쏘아졌다. 사슬검은 평범한 장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 공격 거리가 특징이었다.
검격이 꽤나 무겁다. 검신을 타고 전해지는 충격에 손바닥이 시큰거릴 정도. 검술은 진이 예상하는 현재의 토나 형제와 엇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다.
‘진짜라고 해도 믿겠어. 무라칸 녀석도 신기루가 이런 식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건가.’
이런 이야긴 듣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형식의 마법, 혹은 권능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권능으로 빚어진 신기루라 할지라도.
피하거나 막지 못하면 베인다. 공격을 받아치자마자 그런 직감에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잘 막는 걸?”
헤이토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이번엔 데이토나가 돌진했다.
그의 무기는 도끼검 크란텔보다 조금 작은 수준의 대검. 무게가 엄청날 텐데, 대검을 늘어뜨린 채 달리는 데이토나의 움직임이 가볍다.
스스스슥, 쾅-!
모랫바닥을 긁던 대검이 번개처럼 올려쳐졌다. 진은 한 걸음 물러나며 가로로 대검을 쳐냈고, 제 힘이 평소와 같지 않다는 걸 절감했다.
공격이 막힌 데이토나는 잠시 멈칫할 뿐, 곧장 다음 검격을 이어갔다.
‘원래라면 한칼에 자세를 무너뜨릴 수 있는데, 아쉽군.’
평소 식사량의 2할 수준으로 먹으며 혹독한 대사막을 일주일이나 걸었다. 몸 상태가 평소와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진의 실력은 진짜 토나 형제를 만나도 5분 내로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떨어진 체력 덕분에 기량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당황스럽지? 우린 네가 지칠 때를 기다렸다고!”
다시 사슬검을 뻗으며 소리치는 헤이토나.
토나 형제가 합공하기 시작하자, 진의 몸놀림이 한층 더 바빠졌다. 형제의 합공은 사슬검이 중거리에서 집요하게 틈을 만들고, 묵직한 대검이 일격을 꽂는 식이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짜고짜 이러깁니까, 형님들.”
그렇게 말하는 진의 눈동자가 빠르게, 쉴 새 없이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사슬검과 대검 사이의 간극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닥쳐!”
“죽어라!”
채챙! 파창! 각기 다른 세 자루의 검이 뒤섞이며 불꽃이 튀었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러의 기세는 진 쪽이 압도적이다.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검염에 사슬검과 대검이 무참히 튕겨나가고 있었다.
‘합이 너무 잘 맞아, 한 사람을 밀어내려고 하면 귀신같이 다른 쪽이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열여덟의 토나 형제는 진의 상상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토나 형제에게는 강력한 한 방이 없었다.
그들 역시 진처럼 예비 기수다. 아직 변수가 될 만한 룬칸델 결전기를 익히지 못한 것이다.
‘몸 상태가 최고일 때라면 5분이 아니라 3분 안에도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겠어. 진짜 토나 형님들도 이 정도라면, 내가 형님들의 실력을 너무 과하게 예상한 거겠지.’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는 못하는 상태일지라도.
절대적인 실력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그토록 자신을 모질게 대했던 전생의 토나 형제를 떠올리니 억울한 마음이 들 지경.
이번 생에 폭풍성 시절부터 충분히 복수했다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진이 살기어린 눈동자로 형제들을 노려보았다.
“제대로 해, 화날 것 같으니까.”
“또 재수 없는 소릴 지껄이네.”
“아직 정신 못 차렸지? 예전에 우릴 꺾었다고 너무 우쭐하지는 마.”
쉬익, 부웅-!
사슬검과 대검이 엑스자로 교차되며 진의 정수리를 노렸다. 방금보다 오러가 조금 더 응축된 일격, 그러나 진은 피하지 않았다.
파악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낼 수 있는 오러는 현재 5성 중반조차 간당간당한 수준이었다.
그 정도는 체력이 이보다 더 떨어진 상태였어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쾅-!
있는 힘껏 브라다만테를 올려쳤다. 교차된 두 자루의 검과 브라다만테가 닿자 폭음이 일었고, 형제들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이어서 모랫바닥을 걷어차는 진. 촤악! 발길질에 상앗빛 모래가 그물처럼 퍼지며 일순 진의 몸을 가렸다.
형제들은 금세 자세를 고치고 서로의 허점을 막은 채 진의 반격을 기다렸으나, 모래가 다시 가라앉자 진이 서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어, 시퍼런 하늘만이 보일 뿐이다.
진은 모래가 자신을 가린 찰나의 틈에 토나 형제의 옆을 잡았다.
“헙!”
먼저 반응한 데이토나가 대검을 가로로 세워 브라다만테를 막았다. 그러나 얼굴로 쇄도하는 검을 급히 막으려다 또 한 번 제 대검에 시야를 가리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 틈을 놓칠 진이 아니다.
스걱!
중심이 무너진 데이토나의 허벅지를 베었다. 선혈이 튀어 모래밭을 적시는 걸 보니 정말 신기루가 맞나 싶었으나.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만약, 그들이 진짜 토나 형제일지라도 지금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으니까.
“데이토나!”
헤이토나가 급히 몸을 돌리며 데이토나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동시에 사슬검을 쏘았지만, 진은 무명의 갈고리를 쳐낼 때처럼 찌르기로 응수했다.
텅! 사슬검의 칼날 한 조각이 진의 칼끝과 맞물렸다. 송곳에 찔린 뱀처럼 순식간에 경직된 사슬검이 순식간에 헤이토나의 통제를 벗어났다.
그리고 또 한 번 빠른 찌르기. 목덜미를 노렸으나 헤이토나가 고개를 튼 탓에 꿰뚫지는 못했다.
다만 핏, 칼날이 헤이토나의 눈동자를 긁고 지나갔다.
“아악!”
눈에서 철철 피를 쏟으며 물러서는 헤이토나. 그 모습을 본 진이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형제의 눈을 앗았다. 망설이지 않기로 했지만, 데이토나의 허벅지를 베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묘한 감정이 진의 가슴을 할퀴고 있었다.
눈은 허벅지와 달리 한 번 다치면 고칠 수 없다.
“헤이토나, 눈이……!”
“죽여 버린다! 죽여 버리겠어!”
정말 신기루가 맞을까.
격분과 악에 받친 얼굴로 욕지거릴 토하는 두 사람은 토나 형제 그 자체였다.
이들을 지금 베어도 괜찮을까.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진짜든, 가짜든. 날 죽이려는 놈들인데.’
승기는 이미 진 쪽으로 한참 기울었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가슴에 쇳물이 부어진 듯 답답하고, 머릿속이 이리도 혼란스럽나.
‘나는 사실 토나 형님들과 싸우고 싶지 않은 건가. 폭풍성과 생도 시절을 같이 보냈다고, 어쩌면 그들이 내 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건가.’
전생과는 다른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고 기대했나. 루나 누님이나, 요나 누님과 그랬던 것처럼.
돌아보면 이번 생에도 토나 형제와는 좋은 기억이 많지 않았다.
폭풍성에선 두들겨 패주기 전까지 호시탐탐 자신을 괴롭힐 기회를 엿봤고, 생도 초급반과 중급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슬픈 마음이.
-마, 막내야! 너 괜찮은 거야……!?
-아버지께서 살려 준다고 하셨어? 어쩌자고 이런 사건을 벌였어!
-형들도 가끔은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나 괜찮아. 그나저나 형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야겠다.
예비 기수의 법도를 어기고 루나와 함께 시론을 찾아간 바로 그때 나눈 대화.
루나를 제외하면 당시 그 어떤 형제도 진에게 걱정했다는 말 한마디를 해주지 않았다. 진은 몰랐지만 메리 역시 막냇동생이 죽지 않기를 바라긴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만약 죽는다면 어쩔 수 없고, 살아남는다면 이대로 계속 잘 커서 한 판 붙을 날을 기대한 정도.
토나 형제만이 진에게 다가온 것이다. 시론의 서재 아래층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쭈뼛쭈뼛 다가와서는 네가 죽을까봐 걱정되었다, 어쩌자고 이런 사건을 벌였느냐, 물어본 것이다.
얼마나 불안했으면 손톱까지 질근질근 물어뜯은 채였다. 진은 그 손톱을 본 이후, 생각날 때마다 종종 미소를 짓기도 했었다.
“사지를 찢어줄 거다! 빌어먹을, 이 개 같은……!”
“아아아악!”
그랬던 토나 형제가, 지금은 진을 향해 악을 쓰고 있었다. 이유도 없이 나타나서는 진을 죽이려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두려움에 젖은 눈동자를 하고 있다. 겁먹은 개들처럼 크게 짖기만 할 뿐, 이제는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다.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은 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 두렵고 화가 나는 마음에 악담만 퍼붓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토나 형제를 살펴보던 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베어야 한다.’
신기루든, 진짜든 베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테니까.
자신은 룬칸델이니까.
브라다만테의 칼날이 영기로 물든다.
“미안해.”
“닥쳐!”
“내가 더 강하지 못해, 형들을 아프게 했다. 이제부터 고통은 없을 거야.”
진이 터벅터벅 다가오자 형제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궁지에 몰렸다는 걸 알기에 초조한 듯 사방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곳은 사막이다.
피할 곳도, 숨을 곳도, 물러설 곳도 없었다.
“다가오지 마……!”
“젠장, 꺼지라고!”
금세 비굴해진 토나 형제의 새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진은 형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한 걸음씩 형들과 가까워질 때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서로의 공격권에 접어들었다.
차마 브라다만테를 휘두르지 못하고 있던 찰나, 헤이토나가 괴성을 지르며 사슬검을 뻗었다.
잔뜩 긴장한 채 휘둘러 엉성한 일격. 진은 무의식적으로 사슬검을 쳐내 궤적을 비틀고, 헤이토나의 품을 파고들었다.
스걱……!
헤이토나의 목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데이토나의 대검이 날아든다. 옆으로 돌아 피하고, 손목을 벤 다음 목을 찔렀다.
툭.
비명조차 없이 쓰러진 토나 형제의 피가 사막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진은 망연한 얼굴로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시체는 한참이 지난 다음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왜…… 사라지지 않는 거냐, 신기루가.’
한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사막 한가운데 무덤을 파, 형들을 나란히 묻어주었다.
토나 형제가 사용하던 사슬검과 대검을 비석 대신 꽂아둔 채 다시 걸음을 옮기는 진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오아시스가 나왔다.
진은 그 물속에 얼굴을 오랫동안 파묻었다. 이내 모든 수통을 풀어 물을 채우는 진의 붉은 눈동자가 물 위에 비쳤다.
그리고 진이 인지하지 못하는 대사막의 결계 속에 숨어.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래, 혈육을 죽이는 건 괴로운 일이어야 마땅하지.”
무라칸처럼 칠흑 같은 흑발을 한 그 여인은 무라칸의 누이.
흑룡 미샤였다.
“잘도 저런 아이를 고르셨군요, 솔더렛 님.”
그렇게 혼잣말한 그녀가 한 차례 손을 휘젓자, 토나 형제의 무덤에 꽂힌 두 자루의 검이 먼지처럼 부서진다.
이어 바람이 불어 신기루의 흔적을 모두 씻어내자, 진과 토나 형제가 싸운 자리엔 그저 상앗빛 모래만이 가득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