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8)
제 22화
11화. 진학, 신고식(2)
초급 훈련반의 임무 보고가 끝나자마자 검의 정원이 뒤집혔다.
임무는 나무랄 데 없이 성공적이었고, 가론에게 그 사실을 전해들은 로사는 더없이 흡족한 기색을 표했다.
본가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룬칸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뭐? 진이 백랑족 전사랑 싸워서 이겼다고!?”
“말도 안 돼. 백랑족이 아니라 늑대 탈을 뒤집어쓴 산적이나 죽였겠지. 이제 막 3성 기사가 된 녀석이, 무슨 수로 백랑족을 죽여?”
넷째 딸 뮤 룬칸델과 다섯째 딸 앤 룬칸델이었다. 그녀들은 각각 진보다 나이가 열, 아홉 살 더 많고, 둘 다 7성 기사였다.
뛰어난 백랑족 전사는 7성 초입인 그녀들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 뮤와 앤이 진의 성과를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설령 막내가 상대한 녀석이 특히 약한 놈이었다고 해도, 3성이 백랑족 모가지를 따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럼, 그럼. 어머니께선 그걸 곧이곧대로 믿으셨단 말이야?”
두 여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사이, 또 다른 소년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데이토나와 헤이토나 형제였다.
폭풍성에서부터 시작된 악연으로 인해, 그들 형제에게 진은 동생이 아니라 괴물에 가까운 존재였다.
“지, 진이… 정말 그랬을까?”
헤이토나가 데이토나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의 손아귀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놈이 괴물이라고 해도, 아직 백랑족은 무리야.”
“역시 그렇겠지?”
헤이토나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걸리려는 순간, 데이토나가 눈을 부릅뜨며 뒷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이 백랑족을 죽였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헤이토나. 이제 그놈이 중급반으로 올라오면 우린 망한 거라고!”
토나 형제의 눈동자에 절망스러운 빛이 스몄다.
그들 형제는 내심 진이 이번 임무를 ‘아주 크게 말아먹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진의 진학이 유예될 수 있으니, 그사이 열심히 강해져서 더 이상 막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제 다 틀렸다. 진은 수색 대상을 구출한 것도 모자라 백랑족까지 쓰러뜨린 것이다. 심지어 초급 생도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영웅이 된 분위기고 말이다.
‘젠장, 젠장, 젠장! 폭풍성에 있을 땐 나나 헤이토나도 어렸으니 그렇다 쳐도. 놈이 초급반에 올라왔을 때 건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데이토나가 과거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토나 형제는 초급반 2년 차 시절, 한동안 진을 열심히 괴롭힌 전적이 있었다. 진보다 2년 일찍 본가로 온 만큼 검술을 먼저 익힐 기회가 있었으니, 잠시간 진보다 강한 시기가 있던 것이다.
처음 몇 달은 그야말로 꿀 같은 나날이었다.
폭풍성에서 위아래도 없이 자신들을 부려먹은 진을, 결투를 빌미로 두들겨 패던 것은. 토나 형제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달콤한 시절은 짧았다. 진이 훈련반에 들어오고 몇 달 지나자마자, 형제는 매일같이 생도들이 보는 앞에서 진에게 얻어 터져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며칠만 지나면!
토나 형제는 다시 그 악마 같은 동생과 매일매일 얼굴을 맞대야 하는 것이다…….
“우울하네…….”
데이토나와 똑같은 과거를 떠올린 헤이토나가 말했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 가벼운 목소리였다.
“아니지, 아니지! 아냐, 어쩌면 괜찮을지도 몰라. 우리가 놈을 이길 수도 있잖아? 우리도 그간 중급반에서 놀고 있던 게 아니라고!”
헤이토나가 고개를 치켜들며 다시 말했다.
“……아니. 우린 못 이겨. 솔직히 놈이 백랑족을 꺾었다는 건 못 믿겠지만. 괜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건 또 아닐 거란 말이지.”
“아.”
다시 형제가 나란히 고개를 푹 숙였다. 형제는 자신들이 먹이 사슬에서 명백히 진보다 ‘아래’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토나 형제에게서 우울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지켜보던 뮤와 앤이 콧방귀를 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어머, 우리 형제 중에 저런 등신들도 있었지, 참.”
“막내가 중급반으로 올라오는 게 무서워서 저러는 거야, 지금? 꺄하하.”
“이익!”
토나 형제가 발끈하며 눈을 부라렸지만, 2초 정도가 한계였다. 이제 겨우 3성 중반에 이른 토나 형제가 감히 7성의 누이들에게 비빌 도리가 없는 것이다.
“데이토나. 너 방금 이익, 하고 멱따는 소릴 냈니? 응?”
“팔을 분질러서 축사에 넣어 줄까?”
“그게… 아니라!”
“라? 말이 짧네?”
“라요…….”
누이들이 토나 형제를 보며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뮤와 앤이 토나 형제를 한 사람씩 붙잡고 그들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어이구, 장난이야, 장난! 우리 동생들 아주 귀여워 죽겠어, 그냥.”
“그러니까! 가끔 너무 귀여워서 다 씹어 으깨 버리고 싶을 정도라니까?”
형제들이 벌벌 떨며 누이들의 지나친 애정 표현을 감당하는 와중, 별안간 뮤가 입맛을 다시며 미소를 지었다.
“흐응, 우리 동생들. 막내가 무섭단 말이지?”
“누님, 설마 저희가 막내를. 하하, 그럴 리가요…….”
“어허! 솔직하게 얘기해도 괜찮아. 이 누이는 거짓말을 하는 혀를 아주 싫어해요.”
“무섭습니다.”
이번엔 앤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뮤와 앤 역시 토나 형제 못잖게 쿵짝이 잘 맞는 자매였다.
“그럼 이 누나들이 좀 도와줄까?”
“어떻게요?”
“다아, 방법이 있지. 기껏해야 중급반이잖아?”
룬칸델의 중급 훈련반.
그곳은 초급 훈련반과 차원이 달랐다. 생도 중 가장 낮은 성취가 3성이었고, 가장 높은 성취는 5성에 이르렀다.
초급 훈련반에 비해 인원도 무척 많아 그야말로 적자생존. 야생의 정글이나 다름이 없는 게 바로 룬칸델의 중급 훈련반이었다.
이를테면 3성은 초식 동물, 4성은 강한 초식 동물, 5성은 맹수쯤 될 것이다.
모두가 ‘동기’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 주는 현재의 초급반과는 분위기부터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3성부터 5성까지 생도 스펙트럼이 다양한 만큼 10년 이상 중급 생도로 머물고 있는 이들도 꽤 많았고, 뮤와 앤은 그런 ‘만년 중급 생도’ 몇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 누님이 중급반 노예들한테 일러둘 테니, 그놈들을 이용해서 막내를 짓밟아 버려.”
“중급반도 졸업 못 하는 무능력한 놈들이지만 꼴에 5성이니까. 그럭저럭 쓸 만할 거야. 알겠지?”
“오, 오오……!”
토나 형제가 눈을 반짝였다.
“누님들의 중급반 파벌을 저희에게 넘긴다는 말씀이신가요? 정말요?”
형제가 열셋이나 있는 만큼, 당연히 룬칸델엔 다양한 파벌이 존재했다.
토나 형제조차 중급반 내에 나름대로의 파벌을 형성하고 있었다. 진 또한 현재까지는 초급 생도들이 자신의 파벌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하하, 빌려주는 거지. 이 덜떨어진 새끼들아. 나도 막내가 무럭무럭 자라는 건 싫거든. 걔는 좀 찝찝해.”
“우리 노예들을 데려가고도 진을 짓밟지 못하면, 그땐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사랑하는 동생들아.”
토나 형제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이들의 5성 생도들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진을 꺾어 버리는 것도 영 꿈같은 일은 아닐 것 같았다.
* * *
‘어디서 자꾸 내 얘길 하는 것 같네.’
보고를 끝낸 진이 귀를 긁으며 방으로 돌아왔다.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도련님. 이 유모는 몹시 감동스럽네요……!”
“고마워, 길리. 목욕하고 싶으니까 따뜻한 물 좀 부탁할게.”
“이미 준비해 놓았답니다.”
“역시.”
집이 최고야. 진이 콧노래를 불렀다. 근 일주일을 야영만 했으니, 따뜻한 욕조와 향긋한 비누 향이 그리웠던 것이다.
“야, 꼬마.”
그러나 욕탕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무라칸이 잔뜩 화난 얼굴로 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 우리 나비 룬칸델. 보고 싶었…….”
“너 돌았냐?”
“아, 왜.”
뜨끔한 진이 고개를 돌려 무라칸의 눈길을 피했다.
“내가, 어? 검 개방. 하지 말라고. 몇 번 말했냐. 그거 잘못하면 뒤질 수도 있다고. 어? 귓구멍이 문제야, 아니면 머리통이 문제야. 딱 말해 봐. 둘 중 하나만 없애 버리게.”
“하하… 위대한 흑룡께서 왜 이렇게 험한 말을 하실까. 그게 다 사정이 있었.”
“사정? 사저어엉? 네놈 목숨보다 귀한 사정이 있었단 말이지? 솔더렛의 유일한. 유일한! 계약자인 네놈의 목숨보다 귀한 사정이란 게 대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응?”
“무라칸 님. 일단 도련님께서 이제 막 돌아오셨으니…….”
“딸기파이는 빠져 있어. 지금 심각하니까.”
“알겠습니다.”
“아니, 무라칸. 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눈앞에서 내 생도가 납치를 당했는데 그걸 어떻게 넘어가? 하마터면 백랑족한테 다진 고기가 될 뻔했다고.”
“펜던트! 네 목에 걸린 오르갈의 펜던트는 장식품이냐? 그걸로 네 누이를 소환하면 됐잖아!”
“아깝잖아! 앞으로 살면서 어떤 강적들을 만날지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써.”
“아, 아까워? 그게 목숨보다 아까워? 아, 아이구야. 으윽!”
무라칸이 뒷목을 잡으며 쓰러졌다. 당황한 길리가 퍼뜩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무라칸 님?”
“야, 괜찮냐? 그렇다고 쓰러지면 어떻게 해.”
“……됐다. 망할, 이미 지나간 일인데 화내 봐야 나만 손해지. 이렇게 뒷목이 땅겨서 쓰러지기나 하고.”
하지만 길리의 부축을 받은 무라칸은 어째서인지 꽤나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진을 혼내는 게 아니라, 길리에게 부축을 받는 게 게 목적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음, 무라칸. 그런데 내가 검을 개방한 건 어떻게 알았어?”
“네놈 영기가 갑자기 4성 중반까지 뛰었는데, 그걸 어떻게 모르겠냐. 빌어먹을 꼬맹이. 천 년의 계약자는 그렇게 막 나가도 갑자기 영기가 1성씩 추가되고 그러냐?”
“영기 폭주를 겪고 좀 강해졌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1성이나 오른 줄은 몰랐는걸.”
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영기가 강해져서 내심 불안했는데, 무라칸의 반응을 살펴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솔더렛이 너를 굽어 살핀 덕인 줄 알아라. 내가 살면서 영기 폭주 겪은 존재를 열 명 봤는데, 그중 아홉이 죽었다. 아니, 이제 열한 명 중 아홉이군.”
“살아남은 또 다른 한 명은 누군데? 초대 가주님?”
“아니. 그건 나다. 테마르였으면 죽었지.”
풋.
무라칸과 진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한 번만 더 그래 봐. 갑자기 1성이나 추가된 게 신나지? 그게 목숨 건 도박 값이야. 달콤한 성장에 취해 또 5성 전에 검을 개방해 보라고. 반드시 죽을 테니까.”
“나도 그 고통을 두 번 겪고 싶진 않아. 그럼 혼나는 건 이쯤 하고, 이제 씻으러 간다?”
진이 호다닥 뛰어 욕실로 들어갔다.
“딸기파이, 오늘 저거 밥 주지 마. 저런 놈은 한 이틀 굶겨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돼. 알겠지?”
그 뒷모습을 본 무라칸이 그렇게 말했으나.
“그, 죄송합니다… 무라칸 님. 저는 아무래도 도련님을 보필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보니.”
“키야, 부럽다, 부러워. 아주 부러워서 환장하겠네. 쓸데없이 복만 많은 꼬마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