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90)
제 222화
91화. 힘, 그리고 힘을 숭상한다는 것(2)
“조개의 신이 테마르의 두 번째 무덤에 이르는 열쇠를 갖고 있다고? 어처구니가 없군. 정작 수호룡인 나와 미샤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콧수염 네놈이야 그렇다 쳐도, 솔더렛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잡신한테 그 귀중한 걸 맡겨놓은 거야?”
무라칸은 그 사실이 상당히 서운한 모양이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난 솔더렛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달한 것일 뿐이다.]“그 양반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모른다.]“후, 또 찾는다고 정신없겠군.”
짜증스러운 듯 말하는 무라칸.
그러나 진은 올망고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고 어렵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무라칸, 조개의 신 계약자는 슈체론 왕국에 있어. 나침반의 기능을 확인할 때 알게 된 사실이지.”
-이상하군요. 계약자를 탐색하는 기능이 있긴 한 것 같았습니다. 사흘 전 슈체론 왕국 쪽에 붉은 점이 생긴 이후, 오늘 아침 슈체론 왕국에 조개의 신과 계약한 인물이 나타났다고 작은 기사가 났거든요…….
-조개의 신? 그거 이름이 올망고였나, 올룽고였나. 무튼 그런 잡신까지 붉은 점으로 표시해준단 말이야? 그 친구는 너무 무능해서 신이라고 말하기도 뭣한데.
나침반 탈취 직후 티칸의 동료들과 나눈 대화.
조개의 신 계약자는 여전히 슈체론 왕국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오! 그래, 기억나는군.”
“무라칸.”
“어.”
“난 먼저 본가로 돌아갈 테니, 넌 티칸으로 가서 카시미르 경한테 슈체론에 사람 보내서 올망고의 계약자 정확한 소재지 확보해 달라고 요청해.”
“지금 바로?”
“피콘 님하고 이야기 좀 하다가 천천히 가도 돼. 어차피 흑기사 살해 임무 끝나기 전까지만 파악하면 되니까.”
“알았다. 야, 콧수염. 그나저나 너 말이다. 철을 다루는 능력을 사용했다던데, 검 만들고 그랬다며. 그거 원래 대장장이의 신이 가진 권능이냐?”
[그럼 신이니까 그런 힘을 쓰지, 빤한 걸 물어보는군.]“내가 신경 쓰이는 문제가 있어서 그래. 킨젤로 알지? 거기 단장이라는 이상한 새끼도 철을 다루는 권능을 부렸다고…….”
이어 무라칸이 킨젤로 단장과 나눈 대화, 그의 외형, 힘에 대해 설명하자 피콘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상한 일이로군. 대장장이의 신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권능이건만, 흠…… 전임인 그롤러인가? 아냐, 그롤러는 죽었고 권능은 분명 내게 이양되었다. 혹시 다음에 또 놈을 만나면, 놈이 사용한 철을 좀 얻어와 봐.]“그거 보면 뭐 좀 아냐?”
[한 번 살펴보게. 적어도 철에 관한 건, 이 피콘 민체가 어지간해선 알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뭔가 단서가 나올지도 모르잖나?]* * *
검의 정원으로 돌아왔을 땐 밤이었다. 1799년 3월 4일, 임무 시작까지 나흘이 남은 시점이었다.
바르톤 비체나는 검의 정원에 대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별장에서 지내다 곧장 임무지인 벤티카에서 합류하기로 되어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임무 시작 전에 그자와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제거 대상 바르톤 비체나 말씀이시죠? 도련님.”
“응. 길리도 본 적 없지?”
“예. 무인으로서 어떠했는지에 대한 소문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바르톤 비체나는 가명이고, 전성기엔 다른 이름을 썼을 것 같군요.”
“길리 말이 맞아.”
진은 방에서 로사가 내어준 ‘바르톤 비체나’에 대한 문서를 정독하고 있었다.
“본명은 리가프 클레버. 클레버가 최강의 무인인 란츠 클레버 경의 형이로군.”
“세상에, 리가프 경이었다고요?”
길리는 그를 만나본 적이 있었다.
“도련님의 유모가 되기 전, 휴페스터의 무인 가문 25개가 함께 주최하는 비무대회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20세 이하 무인들만 참가 가능한 대회였죠. 당시 리가프 경이 심사를 보셨고, 전 우승해서 그분께 상패를 받았습니다.”
벌써 십 년도 한참 더 지난 이야기였다.
“그땐 어땠어?”
“지금이야 클레버가 최고의 무인이 란츠 클레버 경으로 알려졌지만, 당시엔 리가프 경이 압도적이었어요. 확정적인 차기 가주셨는데, 제가 우승한 다음 3개월쯤 지나 갑작스레 작고하셨습니다. 원인 모를 열병을 앓다가 그렇게 되셨다고…….”
길리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맥로란의 기수로서 리가프의 장례에 참가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사실 리가프는 그때 이미 룬칸델의 흑기사로서 새로 훈련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클레버가의 가주가 되는 대신, ‘사망 처리’ 된 후 룬칸델의 검은 투구를 쓰게 된 것이다.
“심지어 문서에 의하면 클레버가도 이 사실을 모른다는군. 그들 역시 리가프 클레버가 진짜로 사망한 줄로만 알고 있어.”
물론 리가프 클레버가 흑기사로 차출된 사실을 당시의 클레버가 전원이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있었다. 다만 그들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리가프의 흑기사 임명 사실을 눈치챈 클레버가 사람들의 이름 옆엔, ‘보안을 위해 사살했음’이라는 비정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즉, 현재로서는 클레버가의 그 누구도 바르톤 비체나가 리가프 클레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는 뜻.
진이 이마를 짚었다.
“동맹의 차기 가주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그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모두 죽였다…….”
심지어 클레버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금도 룬칸델을 향해 무한한 충의를 보이고 있었다.
목구멍을 타고 씁쓸한 맛이 올라왔다.
“리가프 클레버가 어떤 마음으로 룬칸델을 배신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군. 그로서는 클레버가 전체가 인질로 잡힌 셈이니, 흑기사가 될 수밖에 없었겠지.”
“가문이 흑기사를 이런 식으로 차출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한참 동안 진의 시선이 문서 마지막 장의 하단에 닿아있었다.
그곳엔 그의 아버지, 시론 룬칸델의 서명이 적혀있었다.
당연히 시론은 가주로서 이 임무를 직접 지시했을 터였다. 혹, 직접 지시는 아니었어도 인지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좀 이해가 되질 않는군. 이게 사실이라면, 실망스러울 것 같아.”
“가문에 대해 실망하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가문이 아니라 아버지께. 가문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가문은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곳이지.”
진이 문서를 덮으며 뒷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분명 비정한 분이야. 하지만 비열한 사람은 아니거든,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말이야. 또한 협박 따위로 사람을 부릴 만큼 나약한 분도 아니지. 그런데 왜? 왜 바르톤 비체나를 이렇게 얻어야 했는지 이해가 안 돼.”
길리는 그 의견에 동의했으나, 감히 자신이 가주에 대해 평할 수 없기에 고개만 조아렸다.
진의 눈동자가 불빛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바르톤 비체나. 그를 만나보면 뭐라도 알 수 있을 테지. 길리.”
“말씀하십시오.”
“난 내일 성국으로 가서 임무가 시작될 때까지 치료를 받을 거야.”
그러자 길리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라칸 님이 함께 가셨으니 설마 큰 문제가 생길까 싶었는데, 이렇게 깊은 내상을 입고 오시다니…… 임무가 코앞인데, 몸도 마음도 심란하신 것 같아 속이 상하는군요.”
“너무 속상해 마. 어차피 디푸스 형님하고 같이 하는 임무니까, 혹 내가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흑기사 살해 임무는 분명 중대사라고 불릴 만한 임무였다.
“어머니는 애초에 내가 없어도 임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을 배정했을 거야. 중요한 임무인 만큼 가장 확실한 패를 고르셨을 테지. 그게 디푸스 형님이고.”
진의 말대로 로사는 단지 진을 궁지에 몰기 위해 이번 임무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디푸스를 살펴보기 위해 투입한 것이다. 둘째 아들이 과연 막내를 어떤 식으로 대할지를.
디푸스는 비록 아직 9성에 머물고 있으나, 룬칸델인 만큼 10성 기사를 상대로도 얼마든지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었다.
특히 지플과의 전투 중 사망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디푸스로서는 오히려 바르톤을 상대하기가 수월했다.
백야는 바르톤이 지플의 첩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바르톤은 자신이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흑기사를 상대하는 일입니다.”
“룬칸델이 최강이었던 시절의 십대기사를 만나 싸우고도 멀쩡하게 돌아왔잖아? 걱정 말고, 나 없는 동안 무라칸이랑 잘 놀고 있어.”
“무라칸 님은 이번 임무에 참여하지 않는 겁니까?”
“응, 첫 임무부터 수호룡을 데리고 갈 순 없는 노릇이지. 그러면 가문 원로들이 얼마나 손가락질을 해댈지 감도 안 잡혀. 어쩌면 생도들까지도 날 겁쟁이로 생각할 수 있고.”
“후우. 하긴, 그들은 도련님이 어떤 분인지를 모르니까요. 제가 비록 걱정하는 듯 말했지만, 언제나처럼. 도련님은 결국에 증명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진이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길리는 나 이번 임무 끝나면 휴가 좀 다녀와.”
“예? 휴가요? 갑자기 무슨…… 도련님께선 복귀하시자마자 매일이 전쟁인데, 어찌 저더러 곁을 비우라고 하십니까.”
그게 아니라, 무라칸이 데이트를 꽤 기대하는 눈치여서.
차마 그렇게는 말할 수 없었다.
“그냥 다녀와. 앞으로 정신없을 일 많을 텐데, 미리 머리 좀 식혀. 원래 기수가 된 직후엔 유모들 휴가 보내는 게 관례기도 하잖아?”
길리가 한 번 더 거절하려는 찰나, 진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길리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가끔은 나가서 펑펑 돈도 쓰고, 아무 생각 없이 여가도 즐기고 그래.”
“……알겠습니다.”
길리는 진을 위해 젊은 날을 모두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남은 인생도 모두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녀는 늘 그것을 ‘온전한 자신의 선택’이라 말하고, 또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고 있으나. 진으로서는 늘 깊은 부채감을 느꼈다.
그녀가 원하지 않기에 내색하지 않을 뿐.
“고마워, 항상.”
“저도 그렇습니다, 도련님.”
* * *
성국에는 비밀리에 입국했다. 치료 사실을 가문이 알게 되면 약점만 노출하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라니와 그녀의 충신들은 그야말로 성심성의를 다해 이틀 동안 진을 치료했다. 48시간 동안 늘 둘 이상의 성자가 진의 곁을 지켰고, 진은 태어나 그런 호사스러운 치료를 처음 받아보았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다시 검의 정원으로 돌아왔을 때. 진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
‘명왕군림검을 펼치는 건 무리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애초에 명왕군림검은 로사가 알지 못하는 기술이었다.
따라서 임무를 성공하기 위한 요소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
로사가 인지하고 있는 진의 무력은 8성 중, 후반 수준이었다.
기수 임무 전용 이동 관문 앞에 디푸스와 수호기사 10인이 서 있었다. 수호기사들은 모두 진이 모르는 얼굴이었다.
이번 임무 이후 그들 중 절반 정도는 집행기사로 승격될 것이다.
“왔군, 12기수.”
디푸스가 말했다. 그는 진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자신의 대검 ‘볼가르’를 천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예, 4기수.”
걸리적거리면 죽이겠다, 실망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작전 개요를 알려줄 테니 잘 따라와라…….
디푸스는 그러한 경고나 조언을 덧붙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며칠 전 진이 말했듯 괜히 룬칸델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한편으론 진을 인정한 것이고, 한편으론 메리를 위해서였다.
무서운 녀석.
디푸스는 그날 이후 진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다.
이번 임무에서 기회가 온다면, 진을 죽이는 게 나을 것인지.
아니면 살려서 로사와 조슈아를 견제하도록 유도하는 게 나을 것인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출발하지.”
디푸스가 오러로 천을 태워버리며 말했다. 재가 휘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