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37)
제 333화
104화. 빚과 빚과 빚(5)
쾅, 콰앙! 스컹-!
베락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동굴 천장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가며 하늘이 열렸다.
망령대 마법사들은 그가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귀를 찢는 폭음과 파공음, 베락트의 포효가 난무하는 와중 마르지엘라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진을 바라보았다.
“설마 저번에 성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르는 척하실 건 아니죠? 그렇게까지 양심이 없는 분은 아니리라고 믿어요.”
비록 도움을 받게 되었고, 킨젤로라는 미친 집단이 오늘처럼 반가운 순간은 다시없을 테지만.
진은 이들에게 그다지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킨젤로도 지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진에게 이들은 근본적으로 생체 실험을 하는 미치광이들이며, 그 목적 또한 지플처럼 세상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진 또한 룬칸델의 왕좌에 올라 세상의 패자가 될 생각이나, 적어도 그들처럼 인간을 한낱 실험 재료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킨젤로는 결국 경쟁자이자 적이지 않은가.
“빚이라, 어차피 여긴 너희 영역이니 당연히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머, 서운한 말씀을 하시네. 우린 당신을 구하러 온 것이랍니다. 귀여운 수인들이 죽는 건 안타깝지만, 당신이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냥 내버려뒀을 거예요. 여긴 별로 중요한 땅도 아니고.”
“내가 위기에 빠졌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그건 영업 비밀!”
단장이 지닌 능력을 미루어 보아, 킨젤로가 수정구 같은 것으로 수인들의 땅 전체를 손바닥처럼 감시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다지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빚을 졌다는 마음 따윈 가질 생각 없으니 헛소리는 집에 가서 해. 단지 날 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면, 너희에게 그게 이득이니 선택한 결과일 테지.”
“흥, 구구절절 옳은 소리군요. 이럴 때는 그냥 말이라도 예쁘게 해줄 수는 없나요? 수틀리면 저기 베락트 님이 진 경도 잡아먹는 수가 있다고요?”
크아악! 아악, 어억-!
망령대 마법사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 치명상을 당한 건 아닌 듯 보였지만, 베락트는 그야말로 망령대 두 사람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피식, 웃음을 흘리는 진.
“고맙게 물러나야겠군. 그리고 킨젤로는 몰라도, 이블리아노가가 룬칸델에 앞으로 작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 정도는 한 번쯤 넘어가주도록 하지.”
“어이, 너 혹시 도망친 수인들을 구하러 갈 거냐?”
조가 얇은 수염을 매만지며 슬쩍 끼어들었다.
“알아서 뭐하게?”
“웬만하면 그냥 가는 걸 추천하지. 그쪽까지 사람을 보내줄 생각은 없거든. 우리가 애써 구해준 목숨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진 경은 조 님이 구해준 게 아니라 베락트 아저씨가 구해준 건데요?”
“마르…… 아니, 모루리엘라 양.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민망하지 않겠습니까?”
“베락트 아저씨가 방금 하신 얘길 들었으면 또 길길이 날뛰었을 거라고요, 하하. 자꾸 그러시다가 진짜로 베락트 아저씨한테 조 님이 죽을까 봐 걱정이랍니다, 저는.”
끙, 조가 머리를 긁적이며 딴청을 부렸다.
9성 마법사로 악명 높은 차가운 조가, 킨젤로 간부들 사이에선 거의 놀림감 신세였다.
진은 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잠시 마르지엘라와 눈을 맞췄다.
‘이 여자, 성국 사건 때도 그렇고. 대체 정체가 뭔지 모르겠군. 세간에는 딱히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데,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건가? 킨젤로 내부에서 상당한 위치인 듯 보인단 말이지.’
단지 킨젤로의 간부인 비슈켈이 끔찍이 아끼는 여동생이기 때문은 아닐 것 같았다.
진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본 듯, 마르지엘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진 경. 반가웠어요.”
화아앗!
진이 품속에서 적옥을 꺼내 슈리를 소환했다. 마르지엘라는 그 모습에 또 귀엽다며 혼자 호들갑을 떨었고, 진은 홱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저, 저, 싸가지하고는!”
조가 쯧 혀를 차며 말하자 마르지엘라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래도, 멋있잖아요. 난 저런 스타일이 좋더라.”
전속으로 달렸다.
부디 작은 수인들에게 아직 화마가 뻗치지 않았기를 기도하면서.
십여 분을 달려도 작은 수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마음속에 점점 불안한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대체 그 조그만 놈들이 무슨 수로 이렇게 빠르게 이동한 거야?’
장담컨대, 지상에서 슈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쩌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망령대와 전투를 치른 시간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건만 십 분을 달려도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와중.
슈리가 추적하던 작은 수인들의 발자국이 뚝 끊겼다.
‘강을 타고 이동했군!’
강 앞이었다. 작은 수인들이 어떻게 그리 빨리 움직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첨벙!
강으로 뛰어든 슈리가 힘껏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물꼬리족들은 수인들의 땅에 자라는 큰 나뭇잎 몇 장만 있으면, 언제든 쾌속으로 강을 이동할 수 있었다.
한결 마음이 놓였다. 강을 따라 내려갔다면 망령대 마법사들이 쫓아올 수단이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또다시 이십여 분 동안 강을 따라 내려가자, 드디어 작은 수인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물꼬리족의 어둠불꽃이었다.
“어둠불꽃!”
“어, 진, 이다.”
어둠불꽃은 혼자 웬 폭죽 같은 것을 잔뜩 짊어진 채 나뭇잎으로 만든 배를 타고 있었다.
“나머지 수인들은?”
“있다, 도망, 치고, 다들.”
“왜 너만 뒤처졌어?”
“혹시, 생기면, 위험. 알린다, 나는.”
그는 물꼬리족 부락의 수장으로서 다른 수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중이었다.
“동굴 쪽 망령대는 다 정리가 됐어.”
“오, 다행.”
“그런데 다른 망령대 둘이 너흴 찾고 있으니, 여기 있을 게 아니라 빨리 다 모여야 한다.”
그러자 어둠불꽃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 따라. 와, 잘.”
흐으으읍-!
어둠불꽃이 한껏 바람을 삼켰다. 도대체 저 작은 몸에 이런 폐활량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으로, 숨을 잔뜩 머금은 어둠불꽃은 거의 터지기 직전의 커다란 자루처럼 보였다.
파아아……! 첨벙, 첨벙첨벙!
이어 숨을 내뱉자 충격파처럼 바람이 퍼졌고, 놀라울 만큼 나뭇잎배의 항속이 빨라졌다.
게다가 물꼬리족 특유의 널따란 꼬리로 물장구를 치기까지 하니, 슈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먀먀먀먓!]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강을 타고 내려가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남은 수인들이 보였다. 금설족들은 모두 물꼬리족의 나뭇잎배에 올라탄 모습이었다.
“오! 우리 파트너! 살아서 돌아왔군, 약속을 지켰어!”
팽이가 힘차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와아!”
“와!”
작은 수인들이 저들끼리 얼싸안으며 함성을 내질렀다. 진은 잠시 그 모습에 또 한 번 뿌듯한 마음이 되었으나.
도대체가 쉽게 끝나는 일이 없었다.
“어, 어어, 무엇, 저거.”
“저거, 무엇!”
물꼬리족들이 진과 어둠불꽃의 뒤를 가리켰다.
“미친, 마법사다! 다들 다시 속도 올려, 얘들아!”
“인간 마법사가 쫓아왔다!”
돌아보니 정말로 마법사들이 보였다. 저주스러운 회색 로브를 입은 두 명의 마법사가.
그들은 바람계열 마법과 빙결계열 마법을 이용해 다른 쪽 강을 타고 수인들을 쫓아오는 중이었다.
과거 바르톤이 비행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식할 정도로 많은 검기를 쏘아댔던 것처럼, 그들도 수인들을 따라잡기 위해 마구잡이로 마법을 쏟고 있던 것이다.
“다들 몸을 숙여, 그리고 육지로 올라가!”
진이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망령대 마법사들은 이미 그들을 향해 공격 마법을 조준하고 있었다. 강 위에서는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저걸 피할 수 없는 데다, 숨을 수도 없었다.
“으, 아아.”
“아이고, 금설족 살려어!”
물꼬리족들이 허겁지겁 나뭇잎배의 방향을 틀었다. 금설족들은 품에 안고 있던 금화 자루나 금덩이들을 모조리 강으로 던졌다.
지이잉-!
이어 공격이 시작되자 진이 몸을 날려 검기를 펼쳤다.
‘젠장, 오는 동안 마력 역류를 조금 억누르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검은빛 부르기를 펼쳐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검은빛 부르기를 펼칠 여유가 없었다. 쉴 새 없이 마력 광선이 쏟아지고 있어, 그걸 쳐내느라 다른 기술을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작은 수인들이 도망칠 때까지만 시간을 벌면 된다. 이후 명왕족 형제들을 부르면 끝이다!’
또 시간 싸움이었다. 수인족들이 먼저 도망치느냐, 진이 먼저 지치느냐.
“어둠불꽃!”
“어, 어!”
“잘 들어, 육지로 올라가면 숲이 아니라 다들 평야 쪽으로 도망쳐라. 숲으로 도망가면 놈들이 통째로 불을 지를 거야. 알겠어?”
“알았, 어!”
다행히 강이 좁아 작은 수인들이 육지로 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에 맞춰 망령대 마법사들도 빠르게 두 개의 강을 넘어 진과 수인들 쪽으로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하지만 위치를 바꾸는 도중에도 쉴 새 없이 마력 광선이 날아들고 있었다.
‘놈들도 강을 이동하기 위해 한 번에 여러 마법을 사용하느라 아직 제대로 공격을 퍼붓지 못하고 있지만, 육지로 올라온 시점부턴 광선을 다 쳐낼 수는 없다.’
그뿐일까, 이동을 위한 마법 사용이 끝나면 그때부터는 한 사람이 광선을 쏘고, 한 사람이 큰 마법을 준비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작은 수인들 일부가 죽는 걸 감수하고 검은빛 부르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몇 사람이나 죽게 될까…… 이 죄 없고 선량한 수인들이.
그런 생각에 가슴이 콱 죄어오는 와중, 작은 수인들이 도망치고 있는 숲 쪽에서부터 미묘한 진동이 전해지고 있었다.
마치 옅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뭐지? 꼭 뭔가가 거대한 생명체가 미친 듯이 달리며 일어난 진동 같…….’
거기까지 생각한 찰나, 진은 그 진동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마법사들을 발견했다!”
“12기수의 모습도 확인됩니다!”
그 진동은 약 오십여 명에 달하는, 룬칸델 수호기사들의 뜀박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모두 잔뜩 기운을 실어 전속으로 달렸기 때문에 그만한 진동이 난 것이다.
그들을 이끌고 온 것은, 당연하게도 진의 형제들이었다.
“뭐야, 우리 막내. 설마 수인들을 보호하겠다고 저것들이랑 혼자 싸우고 있던 거야?”
룬칸델 7기수, 셋째 딸 메리 룬칸델과.
“전원 발검! 12기수와 수인들을 보호하라. 4, 5조는 각각 한 무리씩 수인들을 맡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도록.”
룬칸델 4기수, 둘째 아들 디푸스 룬칸델.
그들은 가문에 대기하고 있다가 쟌 왕국에서 거대한 마력이 감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달려온 참이었다.
“저것들 최정예 같은데, 겁도 없이. 하여간, 우리 막내는 이런 모습이 참 멋있단 말이야.”
새로운 룬칸델 기수들의 등장에 망령대 마법사들이 주춤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걸로 저번 흑기사 살해 임무의 빚은 갚은 것이다, 진.”
디푸스가 진의 옆에 자리를 잡으며 말했다.
디푸스의 대검 볼가르와 메리의 사슬검 독사가 오러에 물들어 형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