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5)
제 44화
19화. 연회(1)
가문으로 돌아오고 3주가 흘렀다.
진은 돌아가는 길에 굴에 처박아 놓은 카진과 하스 형제를 챙기지 않았지만, 그들은 운 좋게도 며칠 뒤 검의 정원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후 뮤와 앤은 세 사람을 완전히 버렸다. 세 사람뿐만이 아니라 중급반에 있던 나머지 파벌들까지 모두.
특히 카진과 하스 형제는 단순히 파벌에서 밀어낸 게 아니라, 룬칸델 생도 자격을 완전히 박탈시켰다.
심한 처사였다. 대외적으로는 콜론 유적지 임무를 진과 함께 완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도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카진과 하스 형제가 룬칸델에서 쫓겨나는 진짜 이유는, 파벌에 잘못 속한 대가라는 사실을.
“지금은 내가 우스울 것이다.”
떠나기 전, 카진이 중급반 생도들에게 소리쳤다. 그는 특히 막내 사단의 리더인 메사 밀카노에게 시선을 두었다.
“하지만 너희들도 곧 나와 같은 신세가 될 거야. 순혈과 우린 달라. 아무리 노력해도 기르는 개일 뿐이고,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지… 크크. 잘 있어라.”
생도들은 아무도 카진 로메로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가 중급반의 패자로 군림하는 동안 저질러 온 악행을 잊은 사람은 없었다.
“뭐래, 등신 같은 게.”
메사는 코웃음을 치며 카진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 *
차라랑!
차랑!
진이 청아석을 내리칠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가 비밀 훈련장을 가득 채웠다.
“그만. 오늘부로 네 청아석 훈련은 종료다. 내일부터는 토나 형제만 나오도록.”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제드는 놀라운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반년도 되지 않아 청아석 훈련을 완전히 끝낸 건 진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콜론 유적지 임무까지 완벽하게 완수했다. 마미트에서부터 운이 따른 건지, 정말 본인 역량으로만 해낸 건지는 알 수 없으나… 형님은 더 이상 이 녀석을 생도들과 묶어 두지 않을 것이야.’
제드는 진이 임무를 나갈 때마다 사건이 겹치는 걸 묘하게 생각했다. 마미트에선 마법사의 테러가 있었고, 이번엔 화재가 이어졌다.
그러나 달리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임무를 어떻게 완수했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깔끔하게 끝냈다는 게 중요할 뿐.
진이 유적을 탈취한 후, 지플은 예상대로 콜론 유적지에서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유물 도난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생체 골렘이나 금지 마법에 대한 내용도.
진 역시 가문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었다.
“진. 막내야.”
“예, 숙부님.”
“생도들과 함께 받는 오전 훈련도 더 이상 네게는 필요가 없겠구나. 다음 주에 가주께서 네게 무언가 언질을 주실 것이다.”
토나 형제가 쫑긋 귀를 세웠다.
다소 눈치가 없는 편이라지만, 그들도 지금 제드가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진에게 예비 기수 자격을… 주시려나?’
‘벌써?’
룬칸델의 기수가 될 ‘최소’ 자격은 6성 기사다. 진은 아직 5성이니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깡패였다. 5성이라 할지라도 시론이 직접 눈독 들일 만큼 어린 나이.
물론 그 나이 때문에 후계 구도 끝자락에 겨우 걸쳐 있으니 일장일단이었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가주께서 네게 무엇을 요구하든, 앞으로도 잘 해내리라 믿겠다.”
제드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예비 기수 자격은 확정이다.
기수가 되기 전에 그에 걸맞은 ‘명예’를 쌓는 것. 그게 룬칸델의 예비 기수에게 내려지는 시험이었다.
명예라는 건 한순간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예비 기수는 보통 꽤 긴 시간 가문을 떠나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진은 생도들 사이에선 슈퍼 루키지만, 바깥에선 그를 알아보는 사람조차 드물다. 메리는 열아홉에 6성 기사로 남부 대륙의 광녀, 광풍의 메리라는 이명을 얻고 나서야 기수가 되었다.
모두가 인정할 만큼 본인의 무위에 대한 명성을 드높여야 기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가문의 지원 따윈 결코 없었다.
“예! 숙부님. 감사합니다.”
이번만큼은 진도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폭풍성과 검의 정원에서 지내 온 것 자체가 큰 제약이었다. 이곳에선 검술만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다.
마법과 영기는 언제나 죄인처럼 숨어서 기를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하지만 룬칸델 바깥에서 지낼 기회가 생긴다면.
‘내 뜻대로 힘을 키울 수 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물론 자격을 증명한 이후 다시 검의 정원으로 돌아오면 또 힘을 숨겨야겠지만. 예비 기수로서 시험이 끝난 후에는 기수 자격을 얻게 될 테니 거칠 게 없다.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후계 구도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테니 말이다.
* * *
1795년 6월.
검의 정원은 아침부터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이 룬칸델의 막내를 보러 찾아오는 것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신중하게 준비해야 했다.
무엇보다 세계 유일의 창성기사이자, 룬칸델의 가주.
시론이 검의 정원으로 오고 있었다. 공식 일정인 데다, 보는 눈이 특히 많은 행사인 만큼.
500명이 넘는 수호기사가 현재 시론을 의전 하는 중이었다. 시론은 일주일 전부터 흑해를 떠나 이동하고 있었는데, 이동 관문을 사용하지 않고 굳이 육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흑해에서부터 룬칸델까지, 해로와 육로만 이용한다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2주는 필요하다.
2주 동안 500명의 수호기사는 오직 시론의 곁을 지켜야 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천문학적. 게다가 500명이 빠진 만큼 나머지 수호기사들이 그들의 몫까지 대신해야 하는 수고까지 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론이 굳이 직접 이동을 택한 건 다름이 아니다.
바로 룬칸델의 위신을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 2주 동안, 바깥세상은 온통 시론의 장대한 행렬을 목격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와 수호기사들이 도시를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은 룬칸델의 찬란한 위엄 앞에 자연히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 두 시간 뒤 검의 정원에 도착합니다.”
“말년에 얻은 아들 녀석이 자꾸 내 수련을 방해하는군. 10년은 흑해에 박혀 있을 생각이었건만, 벌써 몇 번째란 말이냐.”
싫은 듯 말하고 있지만 시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진 도련님이 범상치 않다는 건 폭풍성에서부터 느꼈습니다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검의 정원에서 보여 준 도련님의 행보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죠.”
“투쟁심. 그 녀석은 그게 보통이 아니야. 조그만 녀석이 내가 처음 폭풍성에 찾아갔을 때부터 한을 품은 눈빛을 하고 있었지. 자기 딴에는 숨긴다고 숨겼는데 말이야… 허허.”
진 룬칸델, 그의 열셋째 자식. 시론이 생각하기에도 막내는 다른 자식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솔더렛의 관심을 받아 영기를 조금 다루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시론이 진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방금 이야기한 투쟁심 때문이었다.
누가 알려 주지도 않았을 텐데, 막내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부수고 꺾는 법을 알고 있다.
폭풍성에서 토나 형제를 짓밟고 군림한 것이야, 영기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론은 검의 정원에 오자마자 형제들을 도발한 진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내 자식 중에 입만 산 녀석이 어디 한둘인가. 막내도 오자마자 형제들 속을 긁는 걸 보고 내심 궁금하긴 했어. 하지만 봐라, 형제들이 사지로 보낼 때마다 살아 돌아와 벌써 5성이 되었지.”
“저는 마미트와 콜론 유적지 건보다 가주께서 지시한 첫 임무의 결과가 더 신기합니다. 메사 밀카노가 납치된 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도련님은 백랑족과 일대일로 싸워 꺾으셨죠.”
“묘한 일이었지. 나는 막내가 부하들을 방패삼아 백랑족을 죽이는 그림을 기대하고 보낸 건데, 혼자서 때려잡을 줄은 몰랐어. 납치된 생도도 구하고. 제 신념의 무게를 증명한 셈이다.”
그때를 회상한 시론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도련님께서 백랑족을 혼자 처리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 아, 엄밀히 말하면 혼자는 아니겠군. 아무튼 재미있는 녀석이야. 이번에 만나면 그때 일을 좀 물어봐야겠어.”
시론은 진이 백랑족을 잡을 때 영기를 사용했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행렬은 정오에 검의 정원으로 도착했다.
이미 시론이 도착하기 세 시간 전부터 검의 정원에 있는 모든 수호기사들이 도열을 끝마친 상태.
번쩍이는 의장 갑옷을 입은 수호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치켜들었다.
“충!”
“충!”
잠시 말을 멈춰 세운 시론이 그들을 찬찬히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수백 자루의 검이 일제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어서 도열한 기사들 사이로 로사와 가문의 기수들이 걸어 나왔고, 아직 기수가 되지 못한 순혈들이 그 뒤를 따랐다.
진은 사촌들까지 포함해도 막내인 만큼, 가장 뒷자리에 위치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주.”
“로사. 그대가 고생이 많았겠군.”
“아닙니다. 다 큰 자식이 알아서 준비했으니, 저는 할 일이 없었지요.”
그렇게 대답한 로사의 시선이 은근히 조슈아에게 닿았다.
그녀는 싸우고 경쟁하는 것을 룬칸델의 필수 덕목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막내에게 어느 정도 기대 심리가 생긴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하면 조슈아가 다음 가주가 되기를 바랐다. 그녀가 둘째 딸 룬티아, 둘째 아들 디푸스, 셋째 딸 메리, 막내 진에게 기대하는 건 조슈아 다음 대의 가주였다.
시론은 로사의 속마음이 훤히 보였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반드시 후계자가 되리라 굳게 믿고 있는 장남의 늠름한 표정이 거슬렸다.
루나가 왕권 다툼에서 빠진 이후, 조슈아는 사실상 후계 자리를 거저먹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시론은 솔직히 조슈아보다 둘째 아들 디푸스나, 셋째 딸 메리가 저 자리에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성에 차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다 큰 자식들이 알아서 잘한다면, 내가 지금 흑해를 빠져나올 필요도 없었겠지. 오늘 룬칸델을 찾을 손님들은 내 눈치를 보는 것이지, 우리 자식들을 어려워하는 게 아니니 말이오.”
시론이 자식‘들’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오랜만에 가주가 좋아하는 음식을 손수 준비했습니다.”
“그거야말로 고생이었겠군. 기대하겠소.”
시론은 조슈아를 지나칠 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다른 자식들에게도 딱히 눈빛을 준 건 아니지만, 조슈아로서는 가문의 모두가 보는 앞에서 굴욕을 당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식들을 지나치며, 시론이 딱 한 번 이런 말을 하긴 했다.
“란, 뷔고.”
“예, 아버지.”
“설마 내가 가져가도록 허락해 준 검들을 막내에게 선물로 준 것이냐?”
시론이 진의 허리춤에 묶인 두 자루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살짝 나무라는 어투였다. 감히 자신이 준 것을 함부로 막내에게 선물로 줬다면, 앞으로 가문에서 무언가를 얻어 갈 생각은 버리라는 의미.
란과 뷔고는 미칠 노릇이었다.
차라리 선물해 준 것이면 차후 노여움을 풀어 드릴 수 있지만, ‘빼앗겼다’라고 답하면 미래가 없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막내에게 빼앗겼습니다.”
“뭐라? 네놈들이 설마 막내에게 졌단 말이냐?”
“아, 그건 아닙니다. 막내가 콜론 유적지 임무를 성공하면 내어 주기로 했다가…….”
란과 뷔고는 죽을 맛이었다. 굴욕도 굴욕이지만, 아버지가 자신들에게 품은 기대를 모두 회수하면 어쩌나 싶었다.
“으하하하!”
그러나 시론은 두 아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어젖힐 뿐이었다.
“그래, 그래. 다음에 다시 빼앗아 오너라. 막내가 여간 영악하지 않더냐? 가끔 내 자식이 맞나 싶군. 하하.”
란과 뷔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농담까지 이어지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시론이 ‘가끔 내 자식이 맞나 싶군’이라 표현한 것은, 진이 아니라 란과 뷔고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