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71)
제 444화
132화. 몰살, 그리고 이상한…….(6)
‘아…….’
‘이게…… 무슨 일이지?’
뮤론과 미도르는 쭈우욱, 몸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생소한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영혼, 혹은 넋. 그들의 몸에서 빠져나간 요소는 그런 것이었다.
도무지 현실적이지가 않았다.
방금 단 한 번의 숨결에 완파, 아니. 완파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그야말로 ‘가루’가 된 배가 대체 어떤 함선이란 말인가.
‘세상을 멸하는 힘’이라는 이명이 붙은 지플의 결전병기 코젝, 바로 그 코젝을 본떠서 만든 양산함이었다.
비록 양산함이라곤 하나 코젝의 개발자들조차 원본의 최대 성능 5할 이상에 육박한다고 확언을 했었다. 양산품이라고 해서 찍어내듯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말하자면 결코 이렇게 허무하게 부서져서는 안 되는 배였다. ‘코젝2 뮤론’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배였다.
후드드득, 투드득, 툭……!
그런 함선이 지금은 그저 비가 되어 쏟아지고 있었다.
아까는 검은 송곳의 비였고, 이제는 부서진 거대 함선의 파편 비였다. 마구잡이로 깨진 수만, 수십만 개의 조각들이 벌레 떼처럼 허공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사실 뮤론과 탑승객들이 시작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등장과 동시에 제대로 보호막만 발동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내 함…… 선이……! 내 코젝2 뮤론이!’
산산조각 박살이 났다.
상한 것처럼 푸르딩딩한 뮤론의 눈동자에 시뻘건 핏발이 섰다.
함선만 부서졌을까?
아니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파편엔 함선의 자재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살점과 뼈도 섞여 있었다.
함선에 탑승하고 있던 수백 명의 마법사들도 전멸한 것이다.
심지어 코젝2 뮤론과 그 마법사들은 오늘이 ‘되살아난 후’의 데뷔전이었다. 데뷔전 상대는 바로 뮤론을 죽인 진과 무라칸이었고.
이보다 더 좋은 데뷔 무대는 존재할 수가 없건만, 이토록 처참한 결과라니!
[뭐야, 우냐? 울어? 저 새끼 지금 우는 거냐?]무라칸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눈동자를 좁혔다.
거리가 상당히 멀고 파편이 가리고 있지만 촉촉한 눈물이 뮤론의 눈가에서 반짝이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혀, 형님! 뮤론 형님!”
다급히 뮤론을 부르는 미도르의 목소리는 바짝 갈라져서 새는 소리가 났다.
덕분에 안 그래도 무너진 위엄과 분위기가 한층 더 우스워졌으나, 그런 걸 부끄러워할 때가 아니었다.
“형님, 이성을 붙잡으셔야 합니다, 뮤론 형님!”
[아아.] [야, 정신들 놓기 전에 뭐라도 좀 보여봐. 특히 네놈! 죽었다 살아 돌아오기까지 했는데 이 무라칸 님의 여흥거리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무라칸은 형제의 망연자실한 꼬락서니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뷔고와 룬칸델의 기사들은 또 한 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코젝2 뮤론이 원본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코젝2 뮤론과 그걸 소환한 정육면체는 이제 막 세상에 처음 공개가 되었으니까.
‘코, 코젝을 숨결 한 번에 부순다고?’
‘코젝을?’
‘아니, 저 배는 코젝보다도 더 거대했다. 세상에 코젝을 이렇게 부술 수 있는 인물은…… 내 생각엔, 아버지 한 분이 전부다.’
비먼트의 대원들 역시 룬칸델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상식선에서도 코젝 급의 함선을 숨결 한 방에 끝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계 유일의 창성기사, 시론 룬칸델이라도 되지 않는 한.
무라칸의 무위에 대한 소문은 이렇게 또 한층 터무니없이 거대해지는 순서를 밟고 있었다.
[하, 저거. 옛날엔 저렇게 막 질질 짜고 그러는 캐릭터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안 그러냐, 꼬마.]진은 대답하지 않고 뮤론과 미도르, 그가 쥐고 있는 정육면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정확히는 대답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었다. 무라칸과 달리, 그리고 다른 모든 세력과 똑같이. 진 또한 말문이 막힌 상태였다.
다만 다른 세력들처럼 무라칸의 무위 때문이 아니었다.
숨결 한 번에 함선이 박살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보느라 다들 잊고 있는 사실들이 있는 것이다.
우선 부활.
뮤론은 누메루스의 눈물을 사용한 것은 분명 아닌 듯 보이는 방식으로 부활했다.
‘뮤론의 부활 또한 산드라의 재생력처럼 마신석의 힘일 테지. 어쩐지 그때 콜론에서 지플 본대의 지원 때문에 뮤론의 시체를 확보하지 못한 게 계속 껄끄럽더라니.’
뮤론이 부활한 것은 ‘새로운 마신석’이 제작된 다음이었다.
처음 시체가 지플에 회수되었을 당시엔 루나가 지플의 첫 번째 마신석을 파괴한 상태였으니까. 안드레이 지플이 갖고 있던 바로 그 마신석을.
-지플은 네게 영생과 최강의 힘, 혹은 그 비슷한 무언가를 약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넌 그에 대한 확실한 증거와 근거를 두 눈으로 직접 목도했겠지.
-아마 마신석일 것 같군. 그 요상한 물건에 죽은 자가 부활하고, 엄청난 힘을 얻는 걸 나 역시 직접 본 적이 있거든. 누구라도 혹할 만한 불가사의한 힘이었지.
-그런데 바르톤, 그거 아나? 난 이미 마신석이 룬칸델의 검에 부서지는 것 또한 경험한 적이 있다. 심지어 아버지께서도 그 물건의 존재를 알고 계시더군. 그러니 무엇도 꿈꾸지 마라. 오늘 네놈이 맞이하는 죽음은 완전한 것이다. 부활, 영생, 그런 허망한 일은 일어나지 않아.
불현듯 흑기사 살해 임무 당시 바르톤 비체나에게 한 말들이 떠올랐다.
사실 부활 그 자체는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었다. 이미 예비 기수 시절 안드레이와 결전을 치르며 마신석이 뷰렛타를 살리는 걸 경험한 바 있으니까.
진을 정말로 놀라게 만든 건, 부활보다는 ‘정육면체’의 존재였다.
‘저 정육면체는 대체 뭐지?’
마신석은 아닐 것 같았다. 그런 중요한 물건을, 이런 순간에 미도르가 갖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안드레이가 갖고 있던 것과도 전혀 다르게 생겼고.
‘개량되어서 모양이 달라졌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 특유의 소름 끼치는 느낌도 전혀 없어. 무엇보다 무라칸도 저 물건에 그다지 반응하지 않고 있고.’
마신석은 용들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안드레이와 싸울 때도 무라칸은 면역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퀴칸텔은 마신석을 보자마자 전투 불능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신기술, 새로운 전쟁 수단.’
정육면체의 구동 원리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용처는 아주 명확했다.
소환.
‘저건 일종의 이동 관문이다. 현행 관문들과 비교할 수 없이 작고, 더욱 대단한 성능을 지닌. 어쩌면 내 상상과 추측조차 벗어날 만큼 더 대단한 물건일 수도 있고.’
현재 사용되는 이동 관문 중엔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물며 거대 비행 함선을 옮기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
두근, 두근!
돌연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눈앞에 세계제일가, 룬칸델 최대 숙적의 ‘유출된 적 없는 최고 기술’을 상징하는 표본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조슈아나 다른 세력의 최고 기수들이 가이파 군도가 아니라 다른 곳을 찾아간 것도, 저 기술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가질 수만 있다면 (잠정적 아군이 된) 아멜라보다도 더욱 대단한 수확이 될 수 있었다.
[계속 짜네. 아으, 꼴 보기 싫어. 그만 죽어라, 짜증만 난다.]후오오옵-!
무라칸은 뮤론과 미도르, 그리고 남은 잔당들을 죽이기 위해 다시 숨결을 모은 상태였다.
“멈춰, 무라칸!”
[케헥, 켁!]숨결을 토하려던 무라칸이 급히 목구멍을 닫으며 기침을 해댔다.
[아, 갑자기 왜?]진은 이미 두 눈을 희번덕이며 미도르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크읏, 젠장!”
콰앙! 펑!
미도르가 악을 쓰며 공간 폭발을 펼쳤다. 진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지만 공간 폭발은 뮬타의 룬과 영기 갑옷을 쉽게 뚫을 수가 없었다. 미도르가 콜론에서 마주친 진과, 지금의 진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미도르 역시 복수를 위해 강해지고자 절치부심 극도로 노력했으나, 애초에 그릇과 각오가 달랐다.
그건 극복할 수 없는 차이였다.
“콜론에서 네놈에게 애를 먹은 건 잊은 적이 없었다, 미도르 엘너.”
스악!
브라다만테가 사선을 그었다.
9성에 다다른 무인들조차 여유롭게 반응할 수는 없는 쾌검, 마법사인 미도르는 그저 한 번 움찔하는 것이 전부였다.
내내 무라칸의 공격을 막느라 마력이 바닥났다. 보호막도 더는 제대로 펼칠 수 없었고, 반격에도 힘을 싣지 못했다.
믿었던 형님은 공황에 빠진 채, 철천지원수가 자신을 지나쳐 동생에게 검을 뻗고 있는데도 혼잣말만 중얼대고 있었다. 완전히 맛이 가버린 모습.
피싯-! 피분수가 솟구쳤다.
미도르의 오른팔이 잘리고 가슴팍 한가운데가 베이며 쏟아진 피분수였다. 그리고 시뻘건 핏방울 사이로, 음울한 푸른빛을 발하는 정육면체가 떠올랐다.
빙결의 속성을 띤 마력이 정육면체를 감쌌다.
‘보안 유출을 대비한 장치가 무조건 존재하긴 할 텐데.’
예상대로 있었다. 비먼트의 마인들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산화했듯이.
정육면체의 경우는 폭발이었다. 그 짧은 틈에 위협을 감지하고 당장 터지려고 하는 것이다.
흠!
잠시 브라다만테를 땅에 꽂고, 빙결 봉인을 펼친 두 손으로 정육면체를 감싸쥐었다.
폭발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원형을 유지한 채 터지도록 가슴에 품었다.
두 손 안과 가슴 앞에서 굉음이 일었다. 축복받은 강체와 영기 갑옷이 있음에도 손가락과 가슴뼈가 다 부서지는 듯 강렬한 폭발이었다.
이윽고 손아귀를 펼쳐보니 정육면체는 엉망진창 부서졌으나, 대부분의 부품은 그대로인 모습이 보였다.
‘이 정도 파손이라면 충분히 분석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원들이라면.’
흡족한 마음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반면 미도르는 머리털이 다 곤두선 채 벌게진 눈으로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뮤론, 이 등신 같은 자식! 네가 그러고도 지플이냐, 네놈이 내게 이렇게 실망을 안길 수 있단 말이냐! 네 복수를 위해 그토록 피를 토하며 살아온 세월이…… 통한스럽다!”
척!
미도르가 왼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로 진을 가리켰다.
마탑주의 지팡이였고, 본대를 호출하는 룬 문자가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날 죽이고 싶었다고? 그래, 진 룬칸델. 죽여라. 하지만 내 복수는 오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도르는 진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육면체의 표본을 얻어야 한다는 마음에 마탑주의 지팡이를 계산하지 못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미도르가 마탑주의 지팡이를 발동시킬 수 있던 건, 진이 일부러 왼팔을 남겨둔 덕분이기 때문이었다.
“초재생에 부활에, 지플은 죽음이 꽤 가벼워진 모양이로군. 그런데 미도르 엘너, 멍청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진이 미도르에게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부서진 정육면체가 더 있다면 모를까, 그 지팡이로 본대를 호출하는 건 느려도 너무 느리잖아? 그놈들이 여기 도착했을 땐, 이미 난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저녁을 먹고 있을 것 같군.”
“그날 탈라리스만 아니었어도, 네놈은……!”
“네놈이 만약 내 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그건 지플이 시체가 없어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증거로 이해하도록 하마. 그러니 또 보는 일 없도록 하자고, 미도르 엘너.”
스걱!
진이 미도르의 목을 베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