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03)
제 666화
156화. 혼돈 정화(8)
보라스는 계속되는 새로운 발견에 연구열이 불타고 있었다.
“투신합일이 혼돈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선조 형제들인 나나, 카카 형제 역시 최초의 혼돈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어. 이건 아주 역사적인 발견이로군!”
반이 보라스에게 시선을 돌리자마자 혼돈은 진을 보며 피피, 웃음을 터뜨렸다.
진으로서는 약이 바짝 오를 수밖에 없었다.
‘와…… 열 받네.’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 진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혼돈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뒷걸음질을 쳤다.
“야, 너 말할 줄 알지?”
[킹킹?]“말귀 잘 알아먹고, 약삭빠르고. 아무리 봐도 언어를 사용하지 못할 것 같지가 않거든. 당장 설명해라, 왜 네놈이 투신합일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지.”
혼돈은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듯 고개만 저었다.
“그 또한 투신혈 때문일 것이야, 진 형제.”
“보라스 형제.”
“아까 말했듯, 형제의 투신혈은 글리엑과 전투를 치를 때 혼돈에 저항하며 일종의 변화, 혹은 진화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그때 변화한 것은 투신혈뿐만이 아니라…… 저 혼돈. 저것도 투신혈에 영향을 받았을 거다.”
투신혈과 혼돈.
보라스는 그 둘이 진의 몸속에서 엮이는 동안 서로의 성질을 변화시켰다고 판단했다.
투신혈이 혼돈에 저항했듯, 혼돈도 투신혈과 부딪히며 둘 사이에 일종의 연결성이 생긴 것이다.
“본래 두 힘은 형제의 내면에서 뒤섞이려 했으나 실패했어. 어느 한쪽이 반대쪽을 완전히 잠식하지 못한 채 끝이 난 셈이지.”
다만 그 싸움은 혼돈의 판정승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만일 진이 라프라로사로 오지 않았다면 숨어 있던 혼돈에 의해 한 달 내로 파멸을 맞이했을 테니까.
“말하자면 투신혈과 혼돈은 둘 다 서로의 성질을 일부 받아들인 채 변형된 상태였어. 그런데 지금, 두 기운이 동시에 반응할 수 있는 존재가 근처에 있음으로써 자연스레 투신합일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지!”
투신 반, 그녀가 가진 기운은 손상된 혼돈과 투신혈 모두와 호환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보라스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그렇게 유추하고 있었다.
“역시, 난 천재다. 순식간에 이런 생각들을 해내다니.”
“오투왕 형제가 똑똑하기는 하지.”
“……오투왕 형제의 말대로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되긴 하는군요. 놈과 투신 형제가 가까이 있을 때만 투신합일이 펼쳐지는 이유가.”
관련 사례는 나나와 카카가 유일하나 자세한 기록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투신합일은 이론조차 남지 않은 전설의 무공이다.
따라서 유추하고 실험할 수밖에 없었다.
“형제들. 다시 혼돈을 멀리 데리고 가보게.”
보라스의 말에 발티록과 루모라가 재차 혼돈을 훈련장 바깥으로 빼냈다.
아니나 다를까, 진과 반은 혼돈이 멀어지자마자 또 공명이 풀리는 걸 느꼈다. 다시 훈련장으로 데려오면 공명이 시작되었고 말이다.
중앙 훈련장에서만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라프라로사의 온갖 지역을 돌아다니며 같은 실험을 반복했으나 결과는 언제나 똑같았다.
“이로써 증명이 되었군…….”
보라스가 실험 과정과 결과를 간략하게 적은 노트를 펼쳤다.
“약 1리. 장소와 관계없이, 형제들과 혼돈 사이에 그 이상의 거리가 벌어지면 투신합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투신합일을 위해선, 반드시 셋이 1리 안에 함께 있어야 해.”
실험 도중 반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거리는 상관이 없고, 혼돈이 투신합일을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에 대한 실험은 혼돈의 눈을 가리고, 나머지 감각을 최대한 차단시킨 뒤 진과 반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거리를 조정하며 해소가 되었다.
결론은 혼돈에겐 투신합일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관건은 오직 거리일 뿐.
혼돈과의 첫 전투에서 투신합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보라스는 ‘혼돈과 투신혈, 반의 기운이 동조를 일으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혼돈은 점점 더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내가 없으면, 너흰 투신합일을 할 수 없잖아…… 그런 태도를 말이다.
“진 형제.”
“예, 투신 형제.”
“생각해보니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형제의 혼돈을 정화하고 힘을 되찾는 것이지, 생각지도 못한 전설의 무공을 획득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투신합일에 대한 실험은 여기서 끝내고. 어서 저놈을 끝장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좋겠군.”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신 형제.”
보라스는 이 전설적인 발견이 이렇게 끝나버린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으나, 반과 진의 결정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쩝, 대장장이이자 연구자로서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혹시 몰라. 혼돈을 처리한 이후에도 어차피 진 형제의 투신혈에 변화가 생긴 건 기정사실이니, 여전히 투신합일의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나름대로 신비로운 일이었으니 다행히 시간이 아깝지는 않군. 어떻게 할 텐가, 진 형제. 오늘부터 다시 놈과 싸우겠나? 아니면 휴식이 필요한가.”
그 대목에서 혼돈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혼돈이 기대한 바와 전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어차피 혼돈을 끝장내기 전까지 투신합일은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애초에 투신합일은 셋이 1리 내에 있으면 자동으로 발현되니 말이다.
프즈즈즉!
진의 광심장으로 반의 기운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1할의 힘을 되찾기도 했으니, 진은 앞선 전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강해진 상태였다.
싸움이 시작되려 하자 혼돈은 난처한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싸움을 말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도망칠 곳도 없다. 혼돈이 택할 수 있는 건 맞서 싸우는 것이 전부였다.
반은 이번에도 다섯 걸음을 유지하며 진을 보호할 준비를 했으니, 아까처럼 진이 투신합일의 과부하로 기절을 하게 되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혼돈으로서는, 도무지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인 것이다.
카각-!
당연히 먼저 돌진한 쪽은 진이었다.
뇌기와 영기에 물든 브라다만테는, 이제 제법 예전 같은 위력을 품고 있었다. 되찾은 1할의 오러에 반의 기운이 더해진 덕이었다.
혼돈은 반의 기세에 짓눌려 함부로 반격을 하지도 못했다. 계속 보호막을 형성하며 물러나기만 하는 모습.
‘어쩐지 악당이라도 된 기분이군.’
다행히 그런 찝찝한 기분은 오래지 않아 떨쳐낼 수 있었다.
진과 혼돈 사이엔 서로의 내면을 잇고 있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진은 그것을 통해 혼돈이 정말로 ‘불쌍한 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혼돈의 진심은, 계획이 틀어져서 짜증이 난다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인간 놈,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괴물들을 등에 업고 이렇게 까불어?’
혼돈이 가진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 순간, 진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놈과 눈을 맞췄다.
다른 형제들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 힘을 다 뺏어간 놈이 저딴 생각을 하고 있어?’
진으로서는 황당의, 혼돈으로서는 짜증의 연속이었다.
‘흥, 서로 좋게좋게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나오면 나도 생각이 있다고. 더 이상 자비는 없다. 그래도 그냥 끝장내긴 아쉬우니까, 우선 좀 맞아봐라! 이 몸의 강력한 앞발 휘두르기를.’
만약 혼돈의 생각이 전해지지 않았다면.
진은 다음 순간 이어진 혼돈의 앞발 공격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1할의 오러와 투신합일이 있다고 해도 현재의 진이 반응할 수 없는 속도였다.
‘엥, 어떻게 피했지!?’
‘진짜 생각한 그대로 공격하는군…….’
‘운인가? 아니, 또 피해!?’
진은 회피를 넘어 놈의 측면으로 파고드는 것까지 성공했다. 당황한 놈이 반사적으로 몸을 빼내기 전에 옆구리에 맺혀 있던 1할의 마력도 획득했고 말이다.
‘망할! 또 내 힘을 빼앗…… 억!’
브라다만테가 놈의 이마를 후려쳤다.
힘이 부족해 베지는 못했으나 둔탁한 타격음이 일었다.
“그게 왜 네 힘이냐, 어!?”
고통에 머리를 감싸느라 자세가 무너진 혼돈의 복부에, 진은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내질렀다.
[캬아악!]그 틈에 진은 또 복부에 맺혀 있던 1할의 오러를 되찾았다.
“오오, 진 형제의 기운이 점점 거대해지고 있어!”
“그런데, 진 형제가 방금 저놈한테 뭔가 대답을 한 듯이 말하지 않았어?”
“그랬나? 아무튼, 이런 식이라면 금방 다 되찾겠는데?”
지켜보는 명왕족들의 말대로였다. 벌써 오늘 하루 동안 찾은 힘이 오러 2할, 마력 1할이었다.
‘무라칸 녀석의 기분을 알겠군. 힘을 잃었을 땐 세상이 다 사라진 기분이었는데, 되찾기 시작하니까 이렇게 상쾌할 수가. 그리고 아무래도 놈은, 나와 달리 내 생각을 읽지 못한다.’
어째서 그런 차이가 있는지는 알 수 없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놈에게 남은 수가 무엇이냐다.’
불과 몇 분 전이다, 혼돈이 자신에게 비장의 한 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은.
혼돈은 진에게 가능한 오래 화풀이를 하다가 그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곧장 꺼내야만 했다.
‘흥, 이제 네놈도 저 괴물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거다.’
혼돈이 날개를 펼쳤다.
진은 도약해서 공격하려 했으나, 별안간 놈의 몸이 입자로 흩어지는 걸 보며 동작을 멈췄다.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변신?’
반은 혼돈의 돌발 행동에 노기를 드러냈으나, 그녀로서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혼돈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없으니 말이다.
대신 진은 혼돈의 형태가 흩어지자마자 순간적으로 허공에 남은 자신의 기운을 추가로 더 획득할 수 있었다.
혼돈도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한 듯 달리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확히는, 더 이상 진에게 혼돈의 내면이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혼돈이 형태를 바꾸자마자 자연스레 전해지던 마음의 소리가 완전히 단절된 것이다.
혼돈의 변신이 완료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십여 초쯤 뒤, 진과 명왕족들은 혼돈이 변한 모습을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저건…….”
“문? 문인가?”
문.
혼돈이 변신한 형태는 과거, 하얀 돌에 갇혔을 당시 단테가 본 것과 흡사한 형태의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