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41)
제 666화
164화. 흉신의 땅(4)
크처엉……!
시그문드와 실루스, 두 칼날이 부딪히는 지점마다 우레가 쏟아졌다. 그들은 검은 구름이 토하는 명왕군림검의 뇌전과 업뢰가 쏟아내는 청뇌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사납고 빠르게 서로에게로 걸음을 내딛었다.
그 싸움의 여파는 이제 검의 정원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가문 수호자들의 검이 꽂힌 무덤을 넘어 외벽과 안채까지도 뇌기의 폭풍이 퍼진 것이다.
다시 공격을 시작한 카이오는 명왕군림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투신의 기운에 공명할 때처럼, 진의 뇌기를 기반으로 신살을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칼론은 전체가 혼돈에 침식된 상태였으나, 더 이상 검의 정원에선 혼돈의 기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진과 카이오, 파들러. 세 사람의 뇌전이 검의 정원에 자리했던 혼돈을 지워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에게는 오히려 혼돈이 가득했던 때보다, 푸르게 빛나는 검의 정원이 더욱 괴로운 풍경이었다.
[크아아악……!]포효를 내지르는 파들러.
그의 몸이, 부서지고 있었다. 왼쪽 뺨에는 구멍이 뚫렸고, 허리에선 뒤틀렸다 펴지기를 반복하며 뼈가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가 일었다.
막, 신살의 거대한 화살 한 줄기가 그의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했다. 뚫린 가슴 사이로 뒤편의 뇌기가 보였다.
그런데도 파들러는 쓰러지지 않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미 열 번을 넘게 죽어 멈췄어야 하는 육신은, 그럴수록 더 괴력을 발산했다.
어딜 베어야 끝나는 것인가.
목을 떨궈도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파들러의 육신을 이루고 있는 전부를, 그 피와 살과 마지막 뼈 한 조각까지도 없애야만 그가 멈출 것 같았다.
“지독한 망령이로군…….”
카이오가 신살을 당기며 말했다.
지독하다, 그 말은 파들러를 이루고 있는 혼돈의 힘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파들러가 지금 겪고 있는 한 특별한 상태를 의미하고 있었다.
초월.
강적에 맞서며 한계를 뛰어넘는 무인의 초월, 파들러가 그토록 부서지고 찢어지면서도 계속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이유.
검황성전에서 론 하이란이 스스로 죽음이라는 운명을 넘어섰던 것처럼…… 파들러 또한 진과 검을 맞대며 경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테마르. 내게도, 이제 보이는구나…… 다음 영역이.’
초가 지날 때마다, 파들러는 자신의 몸이 더 가벼워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시작과 동시에 업뢰를 압도했던 원본, 명왕군림검의 파괴력도 더는 위협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시그문드를 쳐내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뇌기가 자신의 몸을 베고 지나가도 고통스럽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영역을 넘어선다고 한들……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신살의 화살이 한 번 더 파들러를 지나쳤다.
“혼돈조차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허망한 증오뿐. 너는 진 형제를 결코 이길 수 없었다. 형제가 나를 부르지 않았더라도.”
론처럼 초월하고 있다고 하여, 모두가 론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혼돈에 잠식되고도 끝내 사람을 지키겠다던 마음과 죽이겠다는 마음, 그 가치가 같을 수는 없었다.
반박이라도 하듯, 파들러가 진의 품을 파고들어 그의 가슴팍에 긴 절상을 남겼다.
진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파들러를 다시 밀어냈다. 뚝,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고 파들러는 바닥을 굴렀다.
그러곤 또다시 일어서서 실루스를 겨눴다.
그의 모습이 처참해질수록 업뢰의 기운이 증폭되어갔다.
끝도 없이 커지고 있었다. 힘의 크기만 따지면 업뢰는 어느새 명왕군림검에 버금가는 수준에 다다랐다.
통제를 벗어난 듯 보이기도 했다. 청뇌가 명왕군림검이 형성한 흑운을 넘어 람과 혼돈룡, 흑선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성을 잃고 아군까지 타격하기 시작했군. 진 형제의 입장에선 나쁠 게 없지만.”
[이성을 잃은 게 아니다, 카이오 형제.]진은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했다.
“뭐?”
[어차피 마지막이 될 테니, 가능한 룬칸델의 모든 것을 부수려는 것 같군…….]쿠우웅……!
람의 하부에 거대한 공동처럼 균열이 번졌다. 그 아래로 날고 있던 혼돈룡과 흑선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바깥에 대기 중인 거대 세력들은, 처음으로 람이 불안정해지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상공에 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단장의 말대로 12기수가 람의 동력에 피해를 주고 있군…….”
베락트가 말했다. 그는 아까의 푸른 불에 이어 검의 정원을 빛내는 뇌기에 넋이 나가 있었다.
단장이나 시론 룬칸델, 죽은 론 하이란이 아니라면 결코 볼 수 없을 것 같던 거대한 무력에, 경외하고 전율하고 있었다.
[12기수가 아니라 룬칸델의 옛 십대기사, 청뇌왕의 힘이다. 로사 룬칸델과 예언자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군.]“……12기수 같은 무인이 검의 정원에 또 존재한다는 말이오?”
[그래. 하지만 꺼져가는 불씨로군. 전 함대, 집중 포격 준비.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지플과 달리 킨젤로의 함대는 아직까지 심대한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르닐을 필두로 한 기함들이 선두에 집결하자, 오백 척에 다다르는 함대가 모두 주포를 장전했다.
콰아아아……!
람과 검의 정원을 향해 유성우처럼 포격이 쏟아졌다. 함대의 공격 8할 이상이 검의 정원을 향했으니 람을 타격하기엔 부족할 것 같았으나, 제피린의 숨결이 람의 측면을 강타하는 모습이었다.
반대편에서 킨젤로의 포격을 확인한 지플도 함대를 집결시켰다. 그들의 주포는 전부 람을 조준했다.
[룬칸델의 기함이 회복하기 전에 타격해야 한다……!]카둔의 뒤로 태산 같은 불덩이들이 형성되고 있었다. 람의 주포를 견디고, 혼돈룡과 흑선들을 찢어버리는 와중에 간신히 비축한 모든 힘을 방출하고 있는 것이다.
‘젠장, 무덤에서 얻은 십대기사의 영혼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예언자는 입술을 깨물며 로사의 눈치를 살폈다.
파들러를 소환하라고 지시한 건 로사다. 그러니 파들러가 진에게 패했더라도 로사는 그녀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진을 죽이는 일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파들러를 통제하지 못한 건 예언자의 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다.
로사가 추후 그 책임을 물으면, 예언자는 또 한 번 그녀에게 약점을 잡힐 수밖에 없었다.
‘후우, 되는 일이 없군. 전황을 보아하니 파들러조차…… 진을 꺾을 수가 없을 것 같고. 차라리 십대기사의 영혼을 지금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는 걸 알렸어야 했다.’
스탐과 라이오넬만으로는 부족하리라는 건 예언자도 예상한 일이었으나, 파들러는 정말로 예상 밖이었다.
명왕 소환과 명왕군림검이라는 변수가 있다 해도 파들러라면 확실히 진을 끝장낼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어쩌면,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다. 파들러조차 끝장나면 로사 룬칸델이 직접 움직여야 할 테니.’
그렇다면 로사의 정신이 붕괴되는 속도가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예언자에겐 먼저 로사가 나서야 한다고 말할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던 찰나, 로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과거의 조슈아가 왜 그 모양이었는지를 알겠구나. 파들러의 영혼을 회수하도록.]“직접 나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로사는 대답하지 않고 다가오는 카둔의 화염을 쳐냈다.
람의 파편과 혼돈룡, 흑선의 파편들이 검은 하늘을 어지러이 부유했다. 그 사이로 내리꽂히는 킨젤로의 포격이, 검의 정원에 닿고 있었다.
“인간 놈들, 우리처럼 신에 도전하기라도 할 셈인가. 바깥이 어지럽다 형제에게 말만 들었지, 이 지경일 줄은 몰랐군.”
카이오는 산시를 연사해 진 쪽으로 떨어지는 포격을 요격했다. 대부분 명왕군림검과 청뇌에 상쇄되기는 했으나, 간혹 뚫고 들어오는 포탄이 있었다.
진이 힘을 안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탐과 라이오넬에 이어 파들러까지. 시론이 없다면 어느 시대에서라도 절대자였을 강자들을 연달아 상대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진과 달리 파들러에겐 포격을 대신 막아줄 사람도, 스스로 쳐낼 의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업뢰 속으로 들어온 포격을 피하지도 않으며 계속해서 진과 검의 정원 사방으로 청뇌를 발산하고만 있었다.
악귀.
증오를 통한 초월로, 결국 파들러가 다다르고 있는 종착역은 스마리온 같은 괴물을 닮아 있었다.
생김새도 더 이상 인간이라 할 수 없었다.
은은한 쪽빛을 발하던 몸은, 7할 이상이 사라졌다. 다리도 없이 떠 있는 몸은 온통 구멍이 났다.
세 개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으로 어떻게 검을 쥐고 있는 것인지, 절반이 사라진 머리, 한쪽밖에 남지 않은 눈은, 어찌 아직도 증오에 가득 차 있는지.
그것을 정녕 초월의 결과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승부는, 사실 명왕군림검이 펼쳐진 순간부터 판가름이 났다.
진이 그를 끝장내지 못하고 있던 건 단지 효율의 영역이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업뢰가 모두 꺼지며 자멸할 테니까.
그 후, 만약 손가락이라도 하나 남아 있다면 그조차 바닥을 기어 자신에게 다가올 게 분명했으나…… 그건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업뢰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라이오넬이 그랬던 것처럼. 파들러의 남은 몸에서부터 영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라이오넬과 달리 그 영혼은 몸을 빠져나가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예언자의 제어에 저항하고 있는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내 평생 저런 원한은 처음 보는군, 진 형제. 형제? 왜 놈에게 다가가는가? 아직 형제의 영검은 영혼을 벨 수 없지 않나. 벨 가치가 없기도 하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으니.”
진은 라이오넬의 영혼을 베려던 것과 전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저 파들러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그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파들러 경.]파들러는 다가온 진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 검은 어린애가 휘두르는 것만도 못한 위력을 낼 뿐이다. 진의 몸에는 생채기조차 남지 않았다.
원념이 아무리 크다 한들 이제는 파들러의 기운이 정말 바닥난 것이다.
[경은 또 소환될 겁니다. 경을 소환한 자가 지금 영혼을 회수하려는 건, 오직 그 이유일 테죠.]그때까지도 파들러는 계속 검을 휘둘렀다. 예언자의 영혼 회수에 저항하며.
[그러니 그때는, 천 년 전의 룬칸델과 테마르가 아니라…… 차라리 내게 복수를 하십시오. 기억조차 불분명한 먼 과거가 아니라, 내게 증오를 품어주십시오.]그것이 분명 경에게 더 나은 일일 겁니다…….
진은 그렇게 뒷말을 이으며, 파들러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