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42)
제 666화
164화. 흉신의 땅(5)
명왕군림검의 뇌기가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진의 입에서 빠져나오는 숨이 거칠었다. 연달아 이어진 전투의 피로도와 정신적 충격에 헛구역질이 났다.
“형제, 괜찮나.”
“괜찮아, 아직은.”
계속 싸울 수 있다.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여전히 자신이 가진 최대 무위를 한 번은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진과 카이오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뇌기가 형성했던 흑운이 사라지자 다시금 람의 하부가 보였다.
집을 빠져나오는 벌떼처럼 혼돈룡과 흑선이 쏟아지는 모습도, 그것들이 포격에 부서지며 잔해가 되는 풍경도 어지러이 시선을 흔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룬칸델이 마침내 수세에 몰린 것 같았으나…… 끝이 없다.
기술 발전에서 가장 뒤처졌다는 외부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람은 쉴 새 없이 혼돈룡과 흑선을 토해내고 있었다.
게다가 람은 다시금 주포를 장전하고 있었다.
단 일격에 지플의 2함대를 전멸로 몰아넣은 검은 함포는 이제 킨젤로를 겨눴다.
“그러나…… 탈출을 준비해야겠군.”
아직 가문이 자신의 힘을 정확히 알지 못할 때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고, 저항자들을 구출한다.
진이 오늘 홀로 검의 정원을 찾았던 이유는 바로 그것이고, 전자는 어느 정도 달성했으리라 예상이 되었다.
‘오늘 죽인 기사들은 머잖아 부활할 거고, 라이오넬이나 파들러 경처럼 소환되는 기사들도 다시 나타나긴 하겠지만…… 반드시 제약이 존재할 터. 결코 적지 않은 대가가 필요할 것이다.’
리칼튼.
조슈아의 몸을 복제하기 위한 재료, 인간을 수급하는 지역이라 예상되었던 땅.
그의 복제를 만드는 것만 해도 최소 수백, 수천 단위의 인간이 필요했다.
파들러나 라이오넬 같은 인물이라면 알아볼 것도 없었다.
‘저항자들의 탈출은 원로장의 실력과 운에 달렸다.’
마음 같아선 지금이라도 쫓아가 보호하고 싶었으나, 그건 오히려 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었다.
영묘 쪽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기운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진은 이제 로사가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것을 느꼈다.
검의 정원을 휘감고 있던 혼돈이 다시 한 곳으로 수렴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흑선의 중심, 아마 로사가 서 있을 곳으로.
현재로서 그녀와 승부를 벌이는 건 승산이 없다.
예상대로 킨젤로와 지플의 최대 전력이 모두 찾아왔건만, 자신이 흑기사대장과 소환된 선대 가주, 십대기사까지 처리했건만.
룬칸델은 끄떡없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잘 생각했다. 내가 보기에도 후일을 도모하는 쪽이 좋겠더군. 이 땅의 주인을 꺾으려면, 형제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탈출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야. 엄호를 부탁해, 카이오 형제.”
진의 무거운 목소리에 카이오는 코웃음을 쳤다.
“흥, 나를 방패로 쓰는 게 미안한 모양인데. 그딴 마음은 치워, 어차피 소환된 상태로의 죽음은 실제가 아니다.”
카이오는 벌써 확신하고 있었다. 진이 여길 떠나기 위해선 반드시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리라고 말이다.
진의 시선이 영묘에 닿았다.
탈출을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영묘를 타격하고 싶었으나, 람의 중앙으로 모이는 혼돈 중 일부가 영묘 인근에 장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영묘에 문제가 생기는 걸 대놓고 경계하고 있군…….”
“나도 떠나기 전에 저곳은 치자고 말하려던 참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그냥 가는 게 낫겠어. 형제.”
두들겨 볼 것도 없이, 혼돈의 장벽은 최소 업화나 명왕군림검 이상의 검을 펼쳐야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은 영검 궁극기를 펼치거나.
그렇게 하면 탈출은 불가능해진다.
“영묘가 아주 중요한 수단이자 약점이라는 확신은 얻었으니 나쁘지는 않아.”
진이 몸을 돌렸다.
탈라리스가 있는 곳은 검의 정원과 약 300리 떨어진 한 숲. 그곳까지 돌파한 후 모트를 타고 붉은부엉이를 숨겨둔 지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슈리.”
[먀아!]두 사람이 막 적옥을 빠져나온 슈리에 올라탔다.
저 멀리, 바퀴벌레처럼 다시 모여들기 시작한 혼돈의 기사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저 체력이 조금 낭비될 뿐.
“가자, 탈라리스 님에게.”
슈리가 전속으로 달리는 궤적을 따라, 혼돈의 기사들이 무더기로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탈출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과 카이오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까부터 좀 궁금했던 건데, 저것들도 형제의 적이지 않나?”
카이오가 턱짓으로 뒤편을 가리켰다.
킨젤로의 함대, 그들은 두 사람이 파들러와 전투를 할 때부터 계속 지상에 지원 포격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카이오가 진을 엄호할 필요도 없을 만큼 계속 지원이 이어졌다.
진을 잡기 위해 하강하는 혼돈룡들은 단 한 마리도 슈리에게 닿지 못하고 공중에서 산화했으며, 흑선의 포격도 전부 요격되고 있었다.
“적이지. 다만 지금은 추후 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을 거다. 지플이나 킨젤로나, 혼자서는 도저히 검의 정원을 함락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을 테니.”
명왕족 형제들을 다시 인세로 부르지 못한다면. 그건 진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었다.
아니, 어쩌면 형제들을 불러도 적들과의 일시적 동맹이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의 룬칸델은, 단지 하나의 거대 세력이 아니라…….
글리엑.
그것과 같은, 세상 전체를 덮친 거대한 재앙이 되어 있었다.
“하긴, 아주 멍청한 놈들은 아니로군.”
가로막는 혼돈의 기사들을 죽이고, 정문을 돌파했다. 그 앞으로도 끝없이 혼돈의 검은 풍경이 이어졌다.
이윽고 칼론의 중심부 근처에 다다라서도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가 되어서야, 진은 검의 정원뿐만이 아니라 칼론 전체가 혼돈에 침식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예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이만한 혼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명 재료가 필요했을 테니까.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머리가 멍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게는 룬칸델의 생존과 번영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다. 그 무엇도 그 가치를 앞설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을 실현하는 일에 인간이 억 단위로 죽어 나간다 할지라도, 결국 그 황폐한 투쟁과 싸움에 세상은 멸망하고 그 속에 남은 것은 오직 룬칸델의 일원 몇이 전부가 된다 할지라도. 내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불현듯 과거 로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 룬칸델만을 남긴 채 세상 전부를 없애버릴 참인가…….’
짐승이 아가리를 벌리듯, 람의 한가운데가 반으로 열리고 있었다.
곧장 쏘아진 주포가 킨젤로의 함대를 덮쳤다. 제피린의 거대한 몸뚱어리 한가운데가 뚫렸고, 그 뒤로 겹쳐진 보호막들이 터지고 있었다.
적이 죽지 않은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제피린은 몸통이 뚫리고도 달리 타격을 받지 않은 듯 숨결을 토했고, 그 위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제피린을 위시한 킨젤로의 반격에, 처음으로 람의 선체에도 눈에 보일 만큼 피해가 번지고 있었다.
선체 왼편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 람은 처음보다 약해진 모습이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한 가지.
람에 사용되고 있는 로사의 힘이 회수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코 혼돈의 총량이 줄어든 게 아니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 정도로 격한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
어느새 슈리는 검의 정원 바깥 100리 지점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진은 아주 희미하게, 냉기가 전해지는 걸 느꼈다.
탈라리스, 그녀도 진에게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예전엔 탈라리스가 자신을 구하러 올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안도감을 느끼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였다.
‘안 돼!’
벌써 이 멀리까지 냉기가 전해진다는 건 탈라리스가 이미 전투에 돌입했다는 의미고, 그녀는 현재 제 실력을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리고 혼돈에 물든 땅은 모두 로사의 영역이었다. 로사가 탈라리스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할 리 없다는 불길한 직감이 진의 뇌리를 찔러댔다.
‘로사 룬칸델은 반드시 나보다 탈라리스 님을 먼저 처리하려 할 것이다……!’
혼돈을 받아들인 로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검의 정원이 이 꼴이 되기 전에도 로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자였다.
지금의 탈라리스가 그녀를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먀아아아악!]진의 불안감을 읽은 슈리가 속도를 높이려 했으나 이미 한계였다.
“젠장, 탈라리스 님이……!”
그녀가 잘못되면 시리스를, 다른 동료들을 볼 낯이 없다. 이제껏 비궁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을 길도 없어진다.
그 생각이 진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흥분을 가라앉혀, 진 형제.”
카이오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내내 진과 자신만을 지원하던 각 세력 함대들의 포격이, 저 멀리 한 지점으로 향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킨젤로와 지플도 탈라리스를 발견하고 지원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냉기의 주인, 그가 형제의 소중한 사람일 테지. 그를 엄호하면 되는 것인가?”
“그게 가능해, 이 거리에서?”
카이오가 대궁 신살을 추켜들었다.
“내 특기를 잊은 모양이군. 난 형제들을 아우르며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투왕이다. 초장거리 지원만큼은, 어쩌면 내가 투신 형제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정신을 집중해야 하니 잡것들을 쳐내 줘.”
“알았다……!”
쓰아아악-!
신살의 화살이 하늘로 쏘아지고 있었다. 빛나는 뇌전은 오십 리에 달하는 거리를 날아가 거대한 빛의 기둥을 일으키는 모습이었다.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카이오의 온몸에서 비처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악다문 입 사이로 피가 흘렀고, 광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요동을 쳤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진은 카이오에게 묻지 않았다.
냉기가 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다만 위태로웠다. 언제든 꺼질 것 같이 희미하기만 했다.
마침내, 신살이 형성한 빛기둥에 다다랐을 때.
진은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는 탈라리스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으나.
그 피는 탈라리스의 것이 아니었다.
눈두꺼비 모트의 피였다. 모트는 내내 탈라리스를 지키며 로사의 혼기 속에서 짧은 차원 이동을 계속해 오고 있었다.
카이오와 함대의 지원 사격이 없었다면 그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트의 새하얀 몸이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진!”
“탈라리스 님!”
당장 다가가고 싶었으나, 탈라리스의 앞쪽에서 한 자루의 검은 칼날이 신살의 빛기둥을 찢는 모습이 보였다.
광란, 혼돈에 젖은 로사 룬칸델의 검이었다.
[왔느냐?]로사는 히죽 웃으며 진을 반겼다. 진은 브라다만테를 뽑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