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16)
제 777화
180화. 각자의 싸움(7)
몬의 검이 뮤 자매를 압박하며 외성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한 순간, 메리는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최소 흑기사급 무인의 기운이다. 몬 경이 토나 녀석들을 지원하러 온 건가?’
포성이 많아졌고, 그와 더불어 내성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격해진 사실도 느껴졌다.
임시 동맹의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메리는 침투를 멈추고 아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움직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아까까지는 무리해서라도 어떻게든 내부 상황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었으나, 이제는 자신이 홀로 잘못되면 오히려 아군에게 폐가 될 터였다.
내성에 갇혀 있을 포로들, 예언자, 토나 형제와 동맹들의 사투, 어디론가 이동해서 싸움을 시작했다고 알려진 진과 디푸스.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요소는 셀 수도 없으나, 메리는 차분히 몸을 돌렸다.
내성 입구 쪽으로 가서 아군을 기다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메리는 이내 독사에 오러를 휘감으며 한숨을 삼켰다.
저벅, 저벅…… 복도 뒤편에서 검은 로브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뜻대로 될 리가 없지. 일리나…… 아니, 예언자. 역시 네놈이 마중을 나오는군.”
[그럼요, 가문의 7기수가 리칼튼을 찾아왔는데. 영주인 제가 직접 나오는 게 옳겠죠?]스악-!
독사가 채찍처럼 앞으로 뻗어지며 일리나를 휩쓸었다.
‘환영인가……? 닿지 않는다.’
물을 벤 것처럼 일리나는 잠깐 일렁거리기만 할 뿐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재차 공격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딴 장난질을 치면서 직접 예를 갖춘다고 말하는 건 어느 나라 법도냐? 혼돈의 나라인가?”
일리나는 손사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아뇨, 진짜로 나는 당신을 위해 정말 많은 걸 준비했답니다. 그러니 너무 역정 내지 마세요. 분명 깜짝 놀랄 테니까.]“큭큭! 이봐, 예언자. 바깥에 이미 우리 아군들이 다 깔렸어. 게다가 우린 흉신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고, 4기수는 진을 유인해서 싸우는 중이라고 하더군. 넌 여유로운 척하지만 내 눈에는 다 보인다. 일이 틀어질 것 같아서 두렵지?”
[그렇게 보이나요?]“분명 동맹들이 이 성에 아예 도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네 원래 계획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들은 예정보다 늦었지만 결국 도착했고, 넌 안전을 위해 환영을 세워뒀어.”
[안타깝게도 당신은 제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 안전을 위한 환영이라는 건 당신의 지나친 자신감이죠. 이건 단순한 환영이 아니랍니다.]“거신수를 더 내보낼 거냐? 아니면 지금 함정 같은 걸 발동시켜서 날 죽이려고 들 건가? 뭐든, 준비한 게 있으면 다 해봐. 오늘 네놈들은 반드시 진다.”
[제가 당신을 죽이고 싶다면, 굳이 함정 같은 걸 쓸 필요도 없답니다.]“그렇다면 그만 앞으로 나와서 나랑 한판 붙어주지 그래.”
[당신을 죽일 사람은 따로 있어요.]“뭐?”
[12기수 진 룬칸델, 그의 손에 죽게 될 거라는 말이죠.]헛웃음을 내뱉는 메리.
“진은 다른 녀석들과 달라. 그 녀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깥에 있던 뮤 자매처럼, 다른 혼돈의 군대들처럼, 로사처럼, 4기수처럼…… 절대로 타락하지 않는다. 그 녀석이 얼마나 특별한지, 얼마나 강한지. 네놈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디푸스 경과 똑같은 말을 하네요. 후우, 역시 조슈아 같은 쓰레기가 아니라 당신이나 4기수, 12기수가 우리 사람이 되어야 했는데.]“타락했어도 감을 완전히 잃지는 않은 모양이군. 4기수도 알고 있을 거다, 자신은 진을 꺾을 수 없다는 걸. 막내는 너나 4기수에게 당할 사람이 아니야. 그 녀석을 잡고 싶으면 흉신을 데려와야 할 거고, 그마저도 결국 실패할 거다!”
[그렇다면, 디푸스 경은 왜 자신이 질 줄 알고도 굳이 12기수를 따로 유인했을까요?]“흉신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수작이겠지. 네놈들이 내내 그래온 것처럼.”
[반쪽짜리 정답이군요. 7기수, 오늘 전투가 시작되기 전…… 디푸스 경이 내게 무엇을 주문했는지 알려줄게요.]설령 내가 지더라도, 룬칸델은 지지 않는 판을 만들어라.
일리나가 뒷말을 이으며 후드를 벗었다.
[12기수가 꼭 혼돈을 받아들여야만 당신을 해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디푸스 경은 애초에 그를 타락시키는 건 상정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대신, 이런 식으로…….]일리나가 거기까지 말한 순간, 메리는 황급히 보법을 밟으며 독사를 휘둘렀다.
갑자기 허공에서 거대한 기운이 튀어나와 자신을 덮쳤기 때문이었다.
‘이건……!’
뇌기였다.
그것도 진 특유의 강대한 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힘.
명왕족을 제외하면 이런 종류의 뇌기를 다룰 수 있는 인간은 진이 유일했다.
심지어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어느새 온 사방에서 뇌기가 번지고 있었다.
몇 번을 확인해도, 그건 분명 진의 기운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당신을 죽이게 되는 거죠. 디푸스 경과 싸우며 낭비되는 모든 기운이 바로 지금 이 자리를 타격하도록, 조치를 해두었거든요. 저와 디푸스 경이 함께. 차원 이동이라는 권능의 변주라고 할까요?]“큽!”
뇌기에 밀려난 메리가 이를 악물었다.
[당신 말대로 가주께서 부재중일 땐 아무래도 우리가 화력전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정말 공들여 준비를 했어요. 12기수가 타락하지는 않더라도, 절망의 나락에 빠지는 건 피할 수 없게끔 말이에요!]메리의 말대로 진은 결코 타락하지 않는다.
디푸스는 그 사실을 일찌감치 알아보았으며, 자신이 영원화에 부상을 입은 채로는 그를 꺾을 수 없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렇기에 디푸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또한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지금의 진은 흉신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강이나 다름이 없었다. 메리 같은 무인조차 이제는 진과 제대로 싸우면 간신히 몇 분을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진의 공격이, 리칼튼 내성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고작 몇 초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메리가 서 있는 복도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고 말이다.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한가.
그걸 고민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머릿속에 탁한 격류가 몰아치는 것 같았다.
메리는 물론이고 동맹들 중 이런 사태를 예상한 사람은, 당연히 한 사람도 없었다.
자신이 죽는다.
그것도, 막내의 힘에 의해.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메리는 진을 원망할 생각이 없으나, 진이 감당해야 할 절망의 무게는 차마 형용할 수도 없을 터였다.
‘게다가 나 하나만 죽는 게 아니라, 이대로라면 막내의 기운에 다른 동료들도 당하게 된다!’
지금 당장은 내성 쪽으로만 진의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범위가 언제까지 내성에 한정되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외성, 그리고 전장 바깥까지 진의 기운이 퍼진다면.
수만 단위의 포로들이 몰살당하는 건 물론이고, 아군들 중에도 사망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진은 전투가 끝난 후 그 사실을 모두 전해 들을 것이고 말이다.
‘막내가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일을 겪으면……!’
무너진다.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라면 그런 일을 겪고도 무사히 살아갈 수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특히 동료들은 그게 진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해주겠지만.
진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터였다.
“허억, 컥……!”
프즈즈즛-!
투신기 9검 멸절을 이룬 뇌기 일부가 메리를 내리찍었다.
가까스로 쳐냈으나 쇄골이 부러졌고, 목구멍에서는 뜨거운 핏물이 터져나왔다.
일리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만족스럽다는 듯 혀로 입술을 핥았다.
[어때요, 아직도 당신들이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내가 일이 틀어질까 걱정하는 것 같나요? 나는 예언자랍니다. 내가 말한 것은, 결국 이루어지지요. 오늘 진 룬칸델은 아주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될 겁니다.]당했다.
메리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뇌기를 쳐내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메리는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공포와 진에 대한 걱정이 갑자기 씻겨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마치 종교인들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신의 목소리를 접하는, 그런 순간처럼 말이다.
거대한 존재들은, 때로 이럴 때 근거 없는 믿음을 주는 법이다.
메리는 자신이 막내를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티칸의 동료들 모두에게 진은 그런 사람이었다고.
[당신도 꽤 강한 편이긴 하네요, 이 사나운 기운들을 벌써 몇 번이나 쳐낸 거죠? 더 힘을 내봐요, 흔적이 처절하게 남을수록 좋으니까.]“그래, 네 말대로 이건 정말 위기인데, 컥!”
메리가 한 번 더 바닥을 구르며 핏물을 토했다.
“이상한 일이지…… 왠지, 막내라면 이 속임수에 계속 놀아날 것 같지가 않아.”
예언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급격히 절망에 빠져 어두워졌던 메리의 눈동자가 다시금 빛을 머금어가고 있었다.
예언자로서는 아무리 봐도 메리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 결국 당신도 이런 죽음을 앞두고 미치게 된 건가요? 그건 흔하고 나약한 인간들한테나 어울리는 모습인데.]“아니, 그냥…… 아직도 네놈들에게 진이 당하는 모습이 그려지질 않는군. 그리고 우린 네놈들처럼 허접한 예언파가 아니라 기록파다. 지금쯤이라면, 우리 기록자께서 뭔가 불쾌한 냄새를 맡았을 거고, 동료들 중 누군가가 그걸 진에게 알려주러 갈 거다…….”
[네, 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곧 당신은 12기수의 기운에 온몸이 찢어지겠지만 말이에요. 고작해야 두 번 정도 더 버티는 게 다일 것 같군요.]메리가 뇌기를 쳐내며 몸을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두 다리가 떨렸으나, 독사는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랑 내기 하나 할까? 나는, 진의 기운에 죽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리라는 쪽에 걸지. 두 번? 열 번, 스무 번도 막을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다면, 네가 직접 나와라. 내가 진의 기운에 끝장날 일은 절대로 없으니까.
메리는 그렇게 뒷말을 이으며 일리나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