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15)
제 777화
180화. 각자의 싸움(6)
“딸기고기, 아니, 딸기파이야! 괜찮아?”
오울이 즉시 길리를 살폈다. 역류가 심각했지만 당장 죽지는 않을 정도였다. 그는 즉시 품에서 독과 약을 꺼내 길리의 기운을 진정시켰다.
“정화…… 정화기를. 독스 오라…….”
“오울 님, 얘 죽으면 절대 안 되는데. 우리 진이가 슬퍼해. 일단 이건 죽여야겠다!”
“요나야, 멈추거라. 아직 정화기로 되돌릴 수 있는 인물이다.”
“그냥 죽이면 안 돼요?”
“독스는 진이 직접 이곳으로 임무를 보냈던 흑기사다. 설령 타락이 타의가 아니라 자의로 이루어졌다 해도, 맨정신일 때 죗값을 받아야 옳단다.”
“히, 짜증나는 이야기네. 딸기파이, 어떻게 할래? 그냥 오울 님 명령 무시하고 네 의견대로 하는 게 좋겠어. 역시 죽이는 게 낫겠지? 널 죽이려 했으니까.”
“안 돼…… 무라칸…… 님.”
길리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그렇게 대답했다. 의식이 너무 희미한 데다 딸기파이라는 호칭 때문에 요나를 무라칸이라 착각할 지경이었다.
괴롭고 힘겨운 탓에, 그가 무척 그립기도 했다.
“히히, 난 요나인데.”
요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독스의 몸에 박힌 죽음을 빼냈다. 독스는 움찔거리며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울은 그 과정에 신체 변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부러 환부에 독을 흘렸다.
“비젠, 길리와 흑기사를 지플의 함대로 후송해라. 특히 길리는 치료가 시급하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길리는 의식을 잃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전장 뒤편 하늘엔 전장으로 다가오는 지플의 함대가 가득했다.
드디어 하나둘씩 임시 동맹들이 도착하고 있는 것이다. 킨젤로는 아직이나, 지플의 함대가 도착한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전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3, 4함대는 포로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라. 5함대는 집결지에 모인 포로들을 코스모스의 함대로 수송해. 나머지는 전부 거대 괴수 소탕에 집중하되, 포로가 많이 남은 구역에는 포격을 금한다. 파쇄포는 포로를 가지지 않은 괴수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예, 소가주!”
“망령대 1조와 1마탑의 계약 마법사들은 용들과 연계해서 흑왕단장과 율리안을 보조해 괴수의 머리에 매달린 포로들을 구출하라.”
베라딘의 지휘에 따라 함대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거신수들은 내내 헤도의 공격만 의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함대의 공격이 추가되니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구출 작전은 드디어 처음 임시 동맹이 계획했던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전장 곳곳에서 벌어진 각자의 싸움에도 역전의 바람이 흐르기 시작했다.
스아아악-!
한 줄기의 거대한 섬광이 거인의 창처럼 전장 한쪽에 내리꽂혔다.
하이란의 제왕검 비기 천공일섬.
알리사와 쿠잔이 싸우고 있는 쪽이었다. 순간 지축이 흔들리며 충격파가 번졌고, 알리사와 쿠잔은 어느새 자신들의 앞에 선 단테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알리사 여왕, 쿠잔. 괜찮으십니까?”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등장이시군요, 단테 경. 힘에 부치던 차였습니다.”
그간 두 사람을 공격하던 비먼트 특임대와 다른 진짜 제국제일검, 단테 하이란.
그는 라츠를 비롯한 특임대 조장들과 마인 부대를 당장 찢어발길 듯 노려보았다. 특임대원들은 감히 단테에게 검을 제대로 겨누지도 못했다.
마인이 된 특임대원들은 분명 대단한 강자이나, 단테는 그들과 완전히 격을 달리하는 무인이었다.
수적 우위 따위는 ‘검황’의 이름을 이은 자 앞에서는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이미 천공일섬에 달려들던 마인 수십 명이 육편이 되어 흩어진 상황이었다.
“첫째, 너흰 제국의 백성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도 외면하였다. 둘째, 티칸의 여왕을 시해하려 하였다. 셋째, 제국과 인류를 저버리고 황실과 흉신의 개가 되는 선택을 하였다. 그 죗값은 사형, 집행은 내가 직접 하겠다…….”
단테의 눈동자에 살기가 맺힌 순간 브이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특임대 조장들은 단테의 검이 움직인 순간을 제대로 인지할 수도 없었다.
동시에 사방으로 시퍼런 천공일섬이 휘몰아치며 마인 부대를 학살해댔다. 크리스도 순식간에 사지가 잘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나마 라츠가 몇 번 라시드에서 퍼진 검기를 피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스걱, 쩔그렁! 별안간 곡검을 쥔 라츠의 오른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건, 설마!’
무형검, 론을 상징하는 하이란의 검황 절기.
“너희 주인들도 곧 지옥으로 보내줄 테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거라.”
단테의 검은 이미 그 영역에 닿아 있었다. 천공일섬과 더불어 무형검이 마인들을 미친 듯이 도륙하는 살풍경이 이어졌다.
마인들의 재생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단테로부터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한편, 루턴과 막내사단의 전장엔 새하얀 냉기가 뒤덮이고 있었다.
비궁의 소궁주, 시리스 엔도르마가 비궁 7검을 이끈 채 만빙의 힘을 개방하고 있는 것이다.
“루턴 페르만 경.”
시리스가 수세에 몰린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루턴에게 손을 뻗었다.
루턴은 순간적으로 그 손을 탈라리스의 것이라 착각했다.
과거 루턴과 집행기사들은 탈라리스에게 덤볐다가 제압당하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그녀는 지금의 시리스처럼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어주었었다.
“후우, 훅…… 소궁주.”
“경이 티칸에 소속된 이후, 어머니는 종종 씁쓸해하더군요. 당신들은 숙청당할 때 비궁을 찾지 않았지만, 그래도 먼저 살펴볼 걸 그랬다고 하시면서.”
-그래, 잘 아네. 날 원망하면 안 되지. 살아남은 후 도움을 청하러 비궁에 찾아온 적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맞소. 우린 당신이 이 일에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니 찾아가지 않았소. 나와 조원들은 곁에 사람이 없는 삶을 살았다 보니 당신이 가장 가까웠지만, 그게 객관적으로 특별한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당신에게 우린 그저 지나간 인연이었을 것이고 말이오.
루턴이 티칸을 기습했다가 진에게 제압당한 후 탈라리스와 나눈 대화.
그날 이후 탈라리스는 루턴 무리를 챙기지 않은 일이 내내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시리스에게 가끔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가.”
“지금은 작전 중이니 당연히 루턴 경을 지원해야 할 상황이나, 우리 비궁은 경이 개인적인 문제로 곤경에 빠졌다 할지라도 나서서 도왔을 겁니다. 경은 어머니와 인연이 깊었으니까요.”
루턴이 고개를 들어 시리스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젊은 시절, 탈라리스가 루턴 무리에게 품었던 우정이 바로 그 얼굴에 녹아 있었다.
“그러니 어머니의 치료가 끝나면, 그때 일은 잊으라고 직접 이야기 좀 해주십시오. 술만 마셨다 하면 그 얘길 꺼내시니 꽤 짜증스럽더군요.”
“알겠네, 소궁주.”
시리스의 등장에 흑검회는 함부로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아직 전성기의 탈라리스에 비하면 분명 부족하나, 초월적이라 칭하기에 전혀 손색없는 한기가 흑검회를 압박하고 있었다.
“류, 너는 저쪽으로 가서 진의 기사들을 돕…… 아니, 그럴 필요 없겠군.”
벨롭과 메사, 스컷이 루턴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막 카진 로메로와 하스 형제를 꺾고 루턴을 도우러 온 것이다.
아울러 그들 뒤편으로 한 외팔 무인과 후방으로 빠졌던 막내사단이 돌아오는 모습도 보였다.
외팔 무인은 흑기사 몬이었다. 메사 무리가 싸우는 동안, 그들이 인근에서 포로를 구출 중이던 몬에게 지원을 요청한 상태였다.
순식간에 열세로 몰린 흑검회 4인방은 계속 눈치를 살폈다. 시리스와 비궁 7검이 온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몬까지 왔으니 가망이 없었다.
“몬 경은 진의 기사들과 외성 쪽으로 지원을 가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시리스가 말하자 몬은 즉시 루턴과 막내사단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흑검회는 안도하는 눈치였고, 시리스는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왜. 몬 경이 없으면 비궁 7검을 상대로 어떻게, 해 볼 만할 것 같더냐? 흉신의 조무래기들아.”
말을 끝맺기 무섭게, 만빙에서 뿜어지는 한기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흑검회들은 감히 소궁주 따위가, 라고 소리치려다 황급히 입을 닫았다. 한기가 순식간에 기도를 틀어막고 있었다.
“지옥 같은 추위에 떨다 죽는 게 어떠한 것인지, 지금부터 내가 친히 알려주마…….”
짙은 안개처럼 한기가 일대를 완전히 잠식하자, 비궁의 여덟 자루 검은 한기와 함께 조용히 그들의 폐부를 찔러 들어갔다.
“케케…… 케케켁, 켁! 크힛, 아, 안 죽었지롱……!”
외성 인근, 토나 형제가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뮤와 앤은 이미 쓰러져도 열 번은 쓰러졌어야 할 토나 형제가 또 일어나는 걸 보며 인상을 구겼다.
“후우욱, 너희도 진짜 너희다. 뮤, 앤. 혼돈에 강화되고도 도통 우리를 끝장내질 못하네. 쪽팔리지도 않냐? 혼돈만 아니었으면, 너흰 이미 우리 손에 뒈졌어. 확실히 우리 아래라고, 너흰.”
“그간 왜 쫄았는지 모를 정도야, 큭, 큭큭!”
뮤 자매가 이를 악물었다. 자매는 예상치 못한 토나 형제의 분전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다.
다만 토나 형제는 이제 정말 한계였다. 뮤 자매가 다음 일격을 펼치면 받아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뮤 자매의 일격이 형제를 죽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기수님들, 우리가 왔습니다!”
“벨롭, 메사…… 너희들.”
“10기수, 11기수. 잘 버텨주었소.”
때마침 막내사단과 몬이 싸움에 합류한 덕이었다. 토나 형제는 빌빌거리는 와중에도 몬에게 예를 갖췄다.
[외팔이 새끼가 꼴에 흑기사였다고 개폼을 잡네.] [차라리 잘 됐어, 다 같이 덤벼라. 모조리 저승으로 보내줄 테니까. 안 그래도 분통이 터지던 참이었거든.]반면 뮤 자매는 몬에게 상말을 퍼부어댔다.
“여기 10, 11기수는 흉신이 반역을 일으켰을 때부터 진짜 룬칸델로서 끝까지 저항한 진짜배기들이지. 그러나 과거 8, 9기수였던 너흰 가장 먼저 룬칸델을 배신하였다.”
몬이 뮤와 앤에게 검을 겨눴다.
뮤와 앤은 그것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압박감을 느꼈다. 진짜 흑기사의 검은 투구는, 그들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비록 그가 한 팔을 잃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너흰 가문이 흑기사의 서열을 기수보다 높게 책정한 이유를 알고 있나?”
[유명무실한 옛 법도를 내세우는군. 세상이 바뀌었다, 어머니의 룬칸델은 이제 흑기사를 특별 취급하지 않아.]“그건 단지 공로 때문이 아니다. 바로 너희처럼 부족한 기수들을 계도하고, 끝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부터 너희 둘을 죽일 것이다.”
로사가 아니라, 가주 시론 룬칸델 경과 진 룬칸델 경의 흑기사로서.
그렇게 뒷말을 이은 몬의 검은 투구 속에서, 안광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