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17)
제 777화
180화. 각자의 싸움(8)
* * *
리칼튼 외부, 진과 디푸스의 전장.
황야가 부서지고 있었다.
거대한 폭풍처럼, 봉뢰검 시그문드에서 퍼진 뇌기가 온 하늘과 땅을 헤집었다.
리칼튼 성에서 두 사람이 순간 이동을 한 후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간 황야의 지형 전체가 뒤틀릴 정도로 격한 전투가 이어졌음에도, 아직 두 사람에겐 이렇다 할 부상이 없었다.
서로 결정타를 꽂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운을 더 많이 낭비하고 있는 쪽은 진이었다.
디푸스는 비행을 통해 수월하게 치고 빠지는 반면, 진은 계속 전장 전체를 장악할 정도로 뇌기를 퍼뜨려야 그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이 힘을 ‘낭비’하는 중이라고 해도,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디푸스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진해지는 뇌기를 밀어내며 감탄하고 있었다.
[나처럼 권능을 하사 받지 않고도 이런 힘이라……. 네가 어머니께 반기를 든 이유를 알겠구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테지.]디푸스가 벼락을 피하며 말했다.
[그러나 다 너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진은 대답하지 않고 허공을 가른 벼락이 지상에 꽂히기 전에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에 시선을 두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아까부터 계속…… 4기수가 피하거나 쳐낸 내 공격들이 사라지고 있어.’
처음엔 진도 알아채지 못했다. 공방이 치열하니 헛친 검의 잔상까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두 사람의 공방은 이제 균형을 잃어가고 있었다. 팽팽하던 줄이 진 쪽으로 조금 당겨진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디푸스가 로사의 권능 일부를 받았다 한들, 진보다 강해질 수는 없던 까닭이다.
온전했다 할지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영원화에 회복 불가한 피해를 받은 데다 무리하게 순간 이동까지 사용했으니 격차가 더 빨리 벌어진 상태였다.
‘저런 식으로 사라진 내 공격들은 어디로 가는 거지? 모종의 방식으로 4기수에게 환원되는 건가, 아니면…….’
[리칼튼 성에 남은 녀석들이 걱정되는 모양이군. 이제 막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으면서 자꾸 정신이 팔리는 걸 보면 말이야.]쩌엉-!
디푸스가 볼가르를 내리찍으며 말했다. 진은 시그문드를 올려치며 뇌전을 쏘았는데, 마찬가지로 빗나간 뇌전이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놈이나 집중해라. 굳이 피한 공격에 후처리를 하는 건, 나와의 싸움을 위한 행동이 아닌 것 같거든.”
별안간 진이 전장을 가득 채운 뇌기를 일제히 회수했다.
디푸스는 천천히 하강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눈썰미가 좋군. 벌써 알아챌 줄은 몰랐는데.]“내가 동료들을 걱정했다면 어떻게든 리칼튼 성으로 돌아가려고만 했겠지. 네놈과 한자리에서 이렇게 진득하게 싸울 게 아니라.”
검을 바꾸는 진.
“빗나간 공격에 후처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탐색전은 끝났으니, 네놈은 지금부터 그런 짓을 할 여유가 없어질 거야…….”
브라다만테에 새하얀 오러가 휘감겼다.
그 고요하게 빛나는 오러는 그간 온 황야를 난폭하게 짓밟던 뇌기와 전혀 상반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뇌기와 영기를 내버려두고 굳이 하위 격인 힘을 사용하겠다, 괜찮겠나?]진이 검을 바꾼 건 빗나가는 공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뇌기는 특성 자체가 지나치게 사나워서 필연적으로 흘려지는 공격이 많았다.
또한 영기 대신 오러를 고른 건, 힘을 아끼려는 목적이었다.
‘놈은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확신하고 있어. 이미 패배를 상정한 채 싸우고 있는 거다.’
진은 디푸스로부터 계속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작전이 시작된 후 디푸스가 한 대응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시간을 벌기 위한 수작들이었다.
진을 동료들과 떨어뜨리고, 지플 쪽에 환상 마법을 펼쳐두고, 킨젤로 쪽엔 가장 많은 병력을 배치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디푸스는 굳이 헛친 공격에 후처리를 하며 싸움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었다.
진은 그 모든 행위가 로사의 참전을 안배하기 위함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또 다른 증거는 오르갈과 시리스였다.
진이 무리에서 떨어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아군 순간 이동 능력자들의 소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현재 흉신을 제외하면 검의 정원 진영엔 오르갈과 킨젤로를 감당할 만한 존재가 없다. 그런데도 순간 이동 능력자들이 나를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건, 오르갈이 어딘가에 묶여 있기 때문이야.’
오르갈이 리칼튼 성의 아군들과 함께하고 있었다면 그쪽은 이미 상황을 정리하고 진을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특히 오르갈의 능력이라면 이미 진을 몇 번은 찾아오고도 남았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오르갈을 묶어둘 만한 존재는, 검의 정원에 단 하나뿐이었다.
흉신 로사.
오르갈은 현재 그녀의 참전을 막느라 전장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이 영기를 아껴야 하는 이유였다. 디푸스를 처리한 후 오르갈을 지원해야 하니까.
“괜찮겠냐고? 그간 네놈이 한 모든 짓거리가 그랬지만…… 그건 디푸스 형님이 내뱉을 만한 말이 아니야. 형님은 오직 검으로만 투쟁하던 사람이거든. 나중에야 가문을 위해 마검 회귀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셨지만, 그래도 검을 가장 숭배하셨다. 우린 검가니까.”
그러니 검가의 본질을 보여주마.
진이 뒷말을 이은 직후, 디푸스는 순간적으로 눈앞이 새하얗게 물드는 감각을 느꼈다.
그의 시야를 가린 건 브라다만테의 칼날이었다.
그간 뇌기의 속도에 익숙해진 탓에 반응이 늦은 것이다.
뇌전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은 룬칸델의 결전기를 펼치고 있었다.
룬칸델 제6결전기 전광.
처음 디푸스와 함께 나간 바르톤 척살 임무에서 그가 펼쳤던 결전기. 진은 시작으로 그 검을 골랐다.
디푸스가 급히 보법을 밟으며 날개를 펼쳤다.
그러나 그가 비행해서 상승한 자리엔, 이미 또 다른 룬칸델의 결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룬칸델 제3결전기 유성우.
피할 곳은 없다.
어느새 하늘을 뒤덮은 수백 개의 검기가 구름을 가르며 디푸스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급격히 상승한 전투 속도가 당황스럽기는 하나, 여기까지는 디푸스가 충분히 받아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빗나간 공격들을 리칼튼 성으로 보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진은 그럴 여유가 없으리라고 미리 못을 박았다.
그건 곧 탐색전에서 디푸스의 모든 패턴과 대처를 익혔다는 의미다.
진은 디푸스가 공격에 후처리를 하는 여유는 물론이고, 숨을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일 자신이 있었다.
디푸스가 다섯 줄기의 유성우를 받아치고, 튕겨진 공격을 리칼튼으로 보내려는 찰나, 진은 이미 유성우가 비틀린 궤적으로 몸을 날려 새로운 검을 펼쳤다.
패왕검 제1결전기 유성부수기.
이번엔 유성우와 반대로 지상에서 검기가 용솟음치는 모습이 이어졌다.
론이 펼친 진짜 패왕검과 달리 검기가 잿빛으로 빛나지는 않았으나, 진은 검황성전에서 본 그 검을 룬칸델 식으로 변경해 습득한 상태였다. 라프라로사에서 훈련할 때 투신 반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디푸스를 중심에 둔 채 유성우와 유성부수기가 맞물리자 디푸스의 날개 한쪽이 찢어졌다.
‘재생까지는 2초.’
아무리 빨라도 2초다. 아까까지 투신기로 디푸스의 날개를 몇 차례나 찢으며 확인한 속도였다.
그러나 진은 그보다도 더욱 빠르게 다음 검을 준비했다.
룬칸델 제5비기 광속 찌르기.
몸속에서 오러가 요동치고 한 번에 여러 결전기를 펼치느라 무게중심이 계속 뒤틀렸으나, 진은 2초보다도 조금 더 빠르게 광속 찌르기를 펼치는 괴력을 보였다.
광속 찌르기는 디푸스의 남은 날개를 꿰뚫고 지나갔다.
‘오러 역류 진정까지 4초.’
역류가 터지기는 했다. 진은 추락한 디푸스가 다시 자세를 잡고, 유성우의 남은 검기를 쳐내는 동안 역류를 진정시키며 그와 거리를 좁혔다.
디푸스는 공격을 막아내느라 더 이상 빗나간 진의 검들에 후처리를 하지 못했다.
4초가 지났을 때, 진과 디푸스의 거리는 스무 걸음이었다.
그리고 진에게 터진 역류는 완전히 진행을 멈췄고, 디푸스의 날개는 재생이 끝나기 직전이었다.
‘이쯤에선 깨달았을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재생보다 내 검이 더 빠르다는 것을.’
예상대로 디푸스는 거리를 벌리려고 발버둥을 치는 대신, 오히려 진에게 접근하며 볼가르를 휘둘렀다.
혼돈에 젖은 거대한 칼날이 진의 머리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이 검을 바꾸며 내다본 수는, 이 싸움의 끝이다.
‘다만 영원화를 펼칠 시간만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겠지.’
그건 사실이었다. 이 정도로 급박한 전투에서는 진이라 할지라도 온전히 영원화를 펼칠 수 없다.
그러니 전투에서 매번 극히 조금씩 앞서며 영원화를 펼칠 시간을 축적해야 했다.
디푸스를 한 발자국씩 몰아붙여, 어느새 뒤에는 절벽이 남도록 만들어야 했다.
룬칸델 제1결전기 쇄천碎天.
조르덴이 남긴 유산 중, 가문의 으뜸가는 결전기.
브라다만테가 땅에 꽂히자, 돌진하던 디푸스는 그것이 어떤 검을 위한 동작인지를 뒤늦게 알아보았다.
“눈썰미가 좋군, 디푸스 형님의 기억이 남은 덕이겠지.”
하지만 늦었다.
이미 땅 아래를 잠식한 오러가 폭발하며 지상과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거대한 검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디푸스는 황급히 측면으로 보법을 밟았으나 그쪽에서도 쇄천의 검기가 치솟았다.
유성우와 유성부수기가 하늘에 남긴 오러의 파편들마저 쇄천에 휩쓸려 분쇄될 지경이었다.
분쇄된 유성우의 파편이 디푸스의 등을 찔렀고, 쇄천의 검기는 점점 더 사납게 지상을 뚫으며 하늘로 쇄도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막 재생된 디푸스의 왼쪽 날개와 왼팔을 송두리째 삼키는 모습이 이어졌다.
볼가르를 쥐고 있던 오른팔이었다면, 전투는 이 시점에 끝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전투만 이어지고 있을 뿐, 승부는 이미 아까부터 끝난 상태다.
진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디푸스 역시 처음부터 패배를 상정한 채 전투에 임한 상태였고 말이다.
디푸스는 질 줄 알고도 진을 전장에서 빼내 일대일 대결을 유도했다.
로사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또한, 진을 절망시키기 위해서.
진은 그 의도를 생각하며 한 차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결국 내가 네놈을 죽이게 되면…… 내가 절망할 것 같더냐? 착각하지 마라, 흉신의 4기수. 나와 메리 누님은 디푸스 형님을 보낼 준비를 끝내고 왔으니.”
이내 눈을 부릅뜬 진이 쇄천을 마무리하며 다시금 디푸스에게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