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3)
제 77화
24화. 두 운명을 비틀다(6)
“잠시만요, 퀴칸텔 님.”
“음?”
“저 문밖에 있는 사람들을 정말로 땔감 얻으러 온 이웃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제 생각엔 특임대 같습니다만.”
퀴칸텔은 분명 어마어마하게 강하지만, 바로 그 ‘강함’ 때문에 조심성이라곤 쥐뿔도 없는 존재였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돌아봐도 그렇고, 전생에서 엔야가 살해당한 것을 봐도 그래. 퀴칸텔은 보호자로서 적합하지 않아. 적어도 현 상황엔.’
“비먼트 특임대라. 몇 번 들어 본 적은 있다만, 그것들이 왜 날?”
똑똑똑똑.
특임대로 추정되는 이들이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퀴칸텔은 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 의아한 표정이었다.
“엔야 때문이겠죠. 제 생각엔 이곳을 감시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퀴칸텔 님이 외부인을 데려온 걸 보고, 누군지 파악하려고 하는 거겠죠.”
비약일 수 있으나, 도시 바깥 숲 한가운데 외따로 지어진 통나무집까지 땔감을 얻으러 오는 인간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설령 진짜로 우연히 찾아온 양민이라 할지라도 경계해서 나쁠 게 없었다.
“네 말대로 저것들이 특임대라면 안에 없는 척을 하는 게 더 오해를 사겠군. 확인해 보고, 수상한 기색이 느껴지면 바로 제압하도록 하지.”
“제압이요?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적당히 둘러대서 보내는 쪽이 좋지 않을까요?”
“아니, 만약 날 감시하던 것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불쾌하기 이를 데 없군.”
퀴칸텔이 성큼성큼 현관으로 나아갔다.
진은 그사이 잠든 무라칸을 데리고 한쪽 방으로 숨어 뮬타의 룬을 발동시켰고, 엔야는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퀴칸텔 님이나, 엔야나. 확실히 평범하진 않군…….’
끼익.
퀴칸텔이 문을 열고 마주한 것은, 다부진 체격의 두 남자였다. 흙 묻은 헐렁한 셔츠에 밀짚모자까지 쓰고 있지만, 옷 아래로 단련된 근육이 도드라졌다.
“바른대로 말해라. 네놈들, 특임대인가?”
퀴칸텔의 거침없는 태도에 아랑곳 않고 고개를 젓는 남자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갑작스레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우린 저 아래쪽 숲에서 지내는 농부들인데, 갑작스레 땔감이 부족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진은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것들, 돌아가면 상부에 죽도록 까이고 시말서 수십 장은 쓰겠네.’
특임대가 때와 장소에 따라 변장해 정체를 들키지 않고 활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곳을 찾아온 특임대원들은 꽝이었다. 사방이 나무인데 굳이 땔감을 얻으러 왔다고 말하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데, 변장마저 어리숙했다.
아마 말단 중의 말단, 그중에서도 이제 막 특임대로 배치된 초짜들일 것이다.
‘비먼트가 퀴칸텔과 엔야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한데……? 특임대 맞아?’
퍽! 빠각!
거기까지 생각한 찰나, 둔중한 타격음이 들렸다.
퀴칸텔이 불청객들을 패는 소리였다.
“내 분명 바른대로 말할 기회를 줬건만, 감히 거짓말을…….”
슬쩍 살펴보니, 퀴칸텔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불청객들을 패고 있었다. 이미 첫 타격에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완벽하게 제압된 것이다.
“커헉!”
“어디서 더럽게 피를 튀기는 것이냐.”
살벌한 구타가 이어졌고, 잠시 후 퀴칸텔이 축 늘어진 두 사람의 머리채를 잡고 거실로 들어왔다. 질질 끌려오는 그들은 처량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언제부터 날 감시했느냐?”
“저, 저흰 특임대가 아닙니다!”
“뭐라? 그럼 누가 보냈느냐?”
“제가 보냈습니다.”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
놀랍게도 집안에서 시작된 목소리였다.
그것도 진의 바로 옆에서.
‘무슨! 기척이 전혀 없었는데……!’
진이 화들짝 놀라며 남자와 거리를 벌렸다.
남자는 얼굴이 붉은 복면으로 가려져 있었고, 몸에 딱 붙는 청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비먼트 특임대의 제복. 그리고 진이 알기로, 붉은 복면은 조장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퀴칸텔도 조금 놀란 듯, 방금까지 맞고 있던 불청객들의 멱살을 풀었다.
“호오, 네놈이 특임대로군. 집으로 들어오려고 일부러 이것들을 보내 시선을 끈 것이냐?”
“너희들은 이만 가 봐라.”
땔감 운운하던 남자들이 부리나케 달리기 시작했다.
퀴칸텔이 그들의 뒷모습에 손가락으로 마법 화살을 날리려던 찰나, 특임대원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저들을 죽이면 곤란해지실 겁니다. 저 외에 다른 특임대원도 파견을 올 테니까요.”
“그래? 그럼 한번 곤란해져 볼까.”
“굳이 그러시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퀴칸텔이 손가락을 거뒀다.
“그래, 내가 인간을 죽인다면 저것들이 아니라 네놈이어야 하겠지.”
남자는 퀴칸텔이 진심으로 살의를 보이는데도 여유가 넘쳤다.
당연했다. 진은 한눈에 남자의 실력이 8성 이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퀴칸텔 또한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니 저 곡검… 전생에서 몇 번 들어 본 적 있어.’
비먼트 특임대에 곡검을 쓰는 인물은 단 하나다.
코드네임 라츠. 특임대 3조장. 비먼트 황제의 심복으로, 룬칸델에서도 종종 ‘검을 잘 쓴다’고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룬칸델에서 인정하는 검사라는 건 곧 의심할 여지가 없는 강자라는 뜻.
‘뮬타의 룬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길 잘했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라츠가 퀴칸텔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로서는 퀴칸텔 님께서 밀입국으로 데려온 손님이 어떤 사람들인지 직접 파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확인했으니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라츠는 진과 무라칸이 누구인지 따로 묻지도 않았다.
물어 봐야 퀴칸텔이 알려 줄 리도 없을뿐더러, 돌아가서 신원을 알아보는 게 자신의 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날 감시한 게 죄송하다고 말해서 끝날 문제는 아닐 텐데. 게다가 누구 마음대로 돌아간단 말이냐?”
퀴칸텔이 주먹을 내질렀다.
라츠는 피하지 않고 얼굴을 내어 줬는데, 정타를 맞고도 석상처럼 그대로 서 있었다. 전혀 충격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오호, 꽤 하는 모양이구나. 인간치고는 쓸 만하겠어. 그걸 믿고 이리 건방진 것이냐?”
“이걸로 화가 좀 풀리셨다면, 그만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만하지 못하겠다면?”
“그럼 저도 반격을 해야겠지요. 제 임무에 엔야 양을 반드시 살리라는 내용은 없었으니.”
라츠가 은근히 엔야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호기심에 눈을 빛내던 엔야는 그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협박이었다. 지금 제대로 싸움을 시작한다면, 퀴칸텔은 몰라도 엔야만은 반드시 죽이겠다는. 또한 싸우고 싶지 않으니 그냥 보내 주라는 협상이기도 했다.
더없이 좋은 수였다. 퀴칸텔이 아무리 불같은 성정을 지녔더라도, 엔야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싸울 리는 없으니까.
라츠가 아무리 강해도 퀴칸텔을 일대일로 꺾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좁은 공간에서 당장 싸움을 벌인다면, 엔야의 안전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무라칸이라도 깨어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여러모로 조용히 상황을 무마하는 쪽이 나았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라츠가 퀴칸텔을 지나쳐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곤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갑자기 사라졌는데, 특수한 기술을 사용한 듯 보였다.
“이런 망할……!”
분통을 터뜨리는 퀴칸텔. 그녀는 비먼트 제국이 자신을 감시한 것도 모자라, 농락까지 했다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엔야를 이 빌어먹을 동네에 놔둔 내가 등신이로군. 하아, 진 룬칸델. 너와 무라칸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엔야가 앞으로 어떤 꼴이 됐을지 선하구나. 엔야뿐만이 아니라 내 일거수일투족까지 다 감시하고 있었어……!”
엔야도 충격이 적지 않은 듯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 방금 그 사람… 너, 너무 무서웠어요.”
그간 마법 아카데미에서 겪어 온 괴롭힘 따위와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8성 기사의 살의를 정면으로 받은 일은.
“동생! 동생을 데려와야겠어요. 진 님, 오늘 바로 떠나요……!”
“퀴칸텔 님과 함께 다녀오세요. 아침에 티칸 무역선에 곧장 탑승하는 게 좋겠습니다.”
* * *
짐이라곤 고작 자그마한 보따리 하나.
평소 아카데미로 등교할 때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그 짐이 엔야가 비먼트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챙긴 전부였다.
엔야는 보따리를 등에 멘 채 일곱 살 된 남동생 ‘핀테’의 손을 꼭 붙잡고, 반려견을 끌어안고 있었다.
잔뜩 겁먹은 눈동자를 하고 말이다.
“으으, 공자님. 정말 안 들킬까요? 어제 그 사람을 만나고 무서워서 잠도 못 잤어요…….”
진이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런 것이었다.
“들켜도 절대로 엔야 양과 가족들이 다칠 일은 없게 만들겠습니다. 그러니 날 믿어요. 우선 하루라도 빨리 여길 벗어나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진이 생각하기에 비먼트 특임대는 평소 엔야를 근거리에서 감시하지 않았다.
퀴칸텔이 아무리 조심성이 없기로서니, 근거리에서 벌어지는 미행이나 감시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라츠가 방문하기 전까지는 무라칸도 아무런 낌새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퀴칸텔 님을 타고 들어올 때 상공 감시망에 먼저 노출되었고, 이후 특임대가 파견되었을 확률이 높아.’
게다가 비먼트는 어제 일로 인해 퀴칸텔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리라 예상할 터. 그들 입장에서도 퀴칸텔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었다.
또한 엔야가 오늘 당장 밀출국으로 떠나리란 예상은 못 할 것이다. 아카데미에 출석하지 않은 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할 거고.
“안심하고 배로 가세요. 무엇보다 퀴칸텔 님이 이 집을 떠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엔야 님만 따로 밀출국하는 건 상상도 못 할 겁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 아니. 무라칸이 뒤를 봐줄 테니까요.”
진은 얼굴을 알릴 수 없으니 엔야를 직접 무역선까지 안내해 줄 수 없다.
대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양이로 변신한 무라칸이 엔야를 보호하기로 했다. 혹 특임대가 엔야의 밀출국을 알아채고 덤벼들어도 무라칸이 그들을 가로막을 것이다.
물론 항구는 번화가와 이어져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수천 명이 거니는 거리에서, 엔야 가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하는 건 근접 감시가 아닌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자님…….”
“저래 보여도 위대한 흑룡이니까요. 조만간 티칸에서 다시 만나요, 엔야 양. 그리고 핀테.”
엔야가 입술을 질끈 깨물곤 꾸벅 인사했다.
그러곤 퀴칸텔의 통나무집을 빠져나가 도심을 향해 걸었다. 평소 아카데미를 가는 길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엔야는 마법 아카데미로, 핀테는 초급 학교로 가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