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7)
제 88화
30화. 알리사를 꺾어라!(4)
매일 이어지는 대련에 긴장감이 조금씩 마모된 것일까.
다음 날 이어진 96번째 대련에서, 알리사는 진에게 처음으로 패배를 맞이했다. 공방이 막 70수를 넘어갈 무렵, 진이 내지른 찌르기가 알리사의 어깨를 관통한 것이다.
“큭!”
공격이 성공한 순간, 알리사는 물론이고 공격을 성공시킨 진조차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심지어 더 이상 대련을 속행할 수 없는 수준의 상처였다. 진이 황급히 브라다만테를 거두며 치료사를 부르자, 알리사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알리사 님! 괜찮습니까?”
“아…… 괜찮아요. 이 정도 부상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선혈이 바닥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치료사들이 치유 마법을 펼친 사이, 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알리사 님이 피하지 못할 찌르기가 절대 아니었다. 이건 요행으로 이긴 거야.’
사실이었다.
진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도 않은 것이다. 알리사와 대련을 할 때, 진은 주로 100합이 넘어갈 무렵에야 비장의 한 수를 던지곤 했었다.
말하자면 진은 항상 해 오던 ‘탐색전’ 단계에서 알리사를 꺾은 셈. 그러나 본인의 성장에 의한 것이 아닌, 상대의 방심으로 인한 승리이기 때문에 썩 달갑지 않았다.
‘잠시 영기에 시야가 가려졌을 때 검의 궤적을 잘못 읽었어……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나도 은퇴하고 많이 무뎌지긴 했군.’
지금껏 94번이나 꺾은 상대에게 매번 똑같은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알리사쯤 되는 무인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
알리사가 이마를 훔치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 내가 졌군요.”
“아뇨, 이번 대련은 무효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승리입니다.”
“진 공자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맞아요, 납득할 수 없을 거예요. 내가 잠시 긴장을 놓아 공자에게 큰 결례를 저질렀군요.”
치유사들이 진땀을 뺀 덕에 상처가 아무는 건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진 공자, 그래도 무효는 안 됩니다. 세 달 전의 진 공자였다면, 내가 아무리 방심했다 할지라도 결코 나를 꺾지 못했을 테니까요.”
고작 세 달, 정확히는 대련이 시작되고 97일.
알리사로서는 매일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감하고도 진의 성장 속도를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룬칸델이라는 걸 감안해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야. 곧 검술, 마법 둘 다 6성에 이르겠어.’
그녀는 비먼트 출신인 만큼, 또 다른 검술명가인 ‘하이란’가의 천재들도 꽤 많이 겪어 보았다.
하지만 알리사는 확언할 수 있었다. 자기가 직접 본 모든 기재를 다 포함하더라도 진은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이라고.
“그럼 저는 더 이상 알리사 님과 대련할 수 없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남은 3개월 안에 진 공자가 만족할 만한 승리를 만들어 보세요. 그때까지 계속 저녁 시간을 비워 두겠습니다.”
* * *
1795년 12월 첫날.
진과 알리사의 110번째 대련이 예정된 오늘, 알리사는 휴가를 냈다. 오늘은 수비대장 근무도 하지 않고, 완벽한 컨디션으로 진과 맞붙고 싶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두 사람의 대련은 평소처럼 저녁이 아니라 한낮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련이 시작되기 30분 전, 카시미르가 진을 찾았다.
“진 공자, 저번에 말씀하신 사안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군요…….”
“알루의 본명을 찾은 겁니까?”
테싱의 우두머리, 거미손 알루.
처음에 카시미르는 그자의 행적을 캐는 게 쉬운 일일 줄 알았다. 뒷골목 잡배 우두머리의 신상 정보쯤이야 칠색조의 정보력이라면 순식간에 해결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알루의 본명을 찾는 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난항이었다.
“아쉽게도 그건 아닙니다. 칠색조 정예들이 이 잡듯이 뒤지고 있습니다만, 알루 그 친구. 생각보다 비밀이 많은 모양이더군요. 테싱의 우두머리가 되기 전에 뭘 했는지, 도무지 행적이 남아 있질 않답니다.”
카시미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칠색조가 지금껏 알루에 대해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건, 한 가지뿐입니다. 누군가 알루라는 인물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지운 것이죠. 공자의 말대로 어쩌면 룬칸델과 끈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흐음…… 역시 그자를 죽이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드는군요. 그렇다면 칠색조가 가져왔다는 정보는, 비슈켈에 대한 것입니까?”
“예, 비슈켈 이블리아노. 이블리아노가의 차기 가주. 음, 진 공자. 혹시 ‘킨젤로’라는 단체를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올해 생도들과 첫 임무를 할 때 그놈들과 엮인 적도 있고요.”
킨젤로.
자신들의 왕을 세계 전체의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미친 무장 집단. 놈들은 전생의 진이 스물일곱 때 쟌의 국왕을 암살하고, 양민을 학살하며 본격적으로 악명을 떨쳤다.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비슈켈 그자가 킨젤로 소속일 가능성이 있다더군요.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쿠라노 공국을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한 조각 공방을 찾아갔습니다.”
“계속 이야기해 주십시오.”
“‘예술은 폭발’이라는 해괴한 이름을 가진 그 조각 공방의 주인은 부바르 가스톤이라는 인물이죠. 그리고 알아본 바, 부바르는 킨젤로의 간부입니다. 그리고 비슈켈은 그를 매주 만나고 있으니 의심이 가는 부분이죠.”
“부바르 가스톤?”
진이 모른 척하며 말했다. 그는 아직 부바르가 타인을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자라는 사실을 아직 카시미르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사실을 입증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었다.
“예, 30대 초반 정도의 뚱뚱한 남성입니다. 그리고 비슈켈은 그를 만날 때마다, 늘 고구마크로켓을 사서 간다고 했습니다. 마치 심부름을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흠, 두 사람이 킨젤로 소속이라는 가정하에. 부바르 쪽이 조금 더 지위가 높을 수도 있다는 뜻이겠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비슈켈은 저도 개인적으로 한 번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만. 상당히 자존심이 강한 친구였죠. 그가 매번 직접 빵을 배달할 정도라면 뭐…….”
사실 부바르는 간부, 비슈켈은 부단장이므로 비슈켈 쪽이 지위가 더 높지만, 칠색조가 그것까지 파악하진 못했다.
카시미르와 진이 동시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진 역시 비슈켈이 빵을 배달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비슈켈과 부바르 사이에 뭔가 있으리라곤 예상했지만, 킨젤로라. 이건 의외인데? 게다가 부바르가 계급이 더 높은 것 같단 말이지… 비슈켈이 킨젤로에 가담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이블리아노’가는 한때 룬칸델엔 못 미치더라도, 비먼트의 하이란에는 버금갈 정도로 위세가 강한 가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슈켈을 제외하면 걸출한 무인을 배출하지 못해 몰락해 가고 있는 상황.
‘비슈켈은 킨젤로의 힘을 이용해 가문의 명성을 되찾을 계획이거나, 킨젤로의 사상에 감화되었다.’
그러나 킨젤로가 그렇게까지 강한 힘을 지닌 집단인가? 비슈켈 이블리아노라는 걸출한 무인이 매력을 느낄 만큼.
‘전생에서 한창 킨젤로가 활개 치던 시기를 돌아보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룬칸델도, 지플도, 비먼트도 그 미친놈들을 함부로 건들지 않고 있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꽤 이상한 일이었다.
전생에서나 이번 생에서나 룬칸델은 킨젤로를 치지 않고 있었다. 자신과 막내 사단이 첫 임무에서 그놈들에게 개죽음을 당할 뻔했는데도.
‘그건 룬칸델이 킨젤로를 별것 아닌 놈들로 분류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꽤 위험한 집단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까. 차차 알아보면 답이 나오겠지.’
진이 카시미르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카시미르 경.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이야 정보원들이 했죠, 저는 앉아서 듣기만 했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제가 할 일은 킨젤로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겠죠? 알루에 대한 건도 계속 캐내고요.”
진은 카시미르의 이런 점이 좋았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손발이 척척 맞는 것이다.
“늘 고맙습니다. 카시미르 경.”
“그럼 이따가 유리아랑 좀 놀아 주시죠. 아주 매일같이 제 집무실에서 진 오빠, 진 오빠 하며 공자를 찾아 대는데, 엔야 양까지 합세하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입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나저나 곧 알리사 님과 대련할 시간입니다. 카시미르 경도 함께 가시겠습니까?”
“좋습니다. 저도 진 공자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참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대답한 카시미르의 얼굴에 여유가 가득했다.
그는 아직 진이 알리사를 이길 수 없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오늘 직접 진 공자의 성장세를 확인해서, 시론 경께 한 번 더 편지를 써야겠군.’
알리사는 이미 수련장에서 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뭐야. 자기는 왜 왔어?”
카시미르를 보자마자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는 알리사.
“어, 나는 오면 안 되는 거였나? 진 공자가 구경하라고 해서.”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지는 모습 보여 주기 싫어서.”
“지는 모…… 뭐? 자기가 진다고? 무슨 소리야, 그게!?”
알리사를 빤히 쳐다보는 카시미르의 두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약속한 6개월은커녕, 이제 3개월 조금 넘게 지났을 뿐인데?’
그렇게 눈짓으로 묻자, 알리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리사 뱃저, 전직 비먼트 특임대 2조원이자 티칸의 수비대장.
그녀가 오늘 휴가까지 내며 완벽한 컨디션으로 대련을 준비한 이유는, 패배를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진 공자에게 이미 추월당했어. 어제.’
카시미르가 잠시 현실 감각을 잃은 사이, 진과 알리사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자리를 잡았다.
“오늘이 마지막 대련이겠군요, 진 공자.”
진이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목례하자, 알리사가 뒷말을 이었다.
“먼 훗날에도, 그대에게 내가 좋은 대련 상대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의 정점에 오른 순간에도 말이에요.”
“좋은 대련 상대가 아니라, 저는 늘 알리사 님을 좋은 스승이자 친구로 여길 겁니다. 그리고 알리사 님에게도 제가 훌륭한 제자로 남으면 좋겠군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은 카시미르가 서서히 훈련장 외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의 마지막 대련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꽈아악…….
알리사가 주먹을 힘껏 그러쥔 순간, 진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소환.”
불사조
6성 이상의 마법사만이 소환할 수 있는 이계의 환수.
지난 109번의 대련에서, 성장한 것은 검술뿐만이 아니었다. 영기와 마력 또한 비약적인 발전이 있던 것이다.
화르륵……!
거대한, 온몸이 불타고 있는 한 마리의 새가 막 진 옆에 생성된 차원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진의 불사조를 지켜본 카시미르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카시미르는 그 불사조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