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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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훈련
비류연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모두들 의아한 눈으로 따갑게 그를 쳐다 보았다. 그 중에는 제발 어처구니없는 짓 좀 하지 마라는 만류의 눈빛도 있었다.
제발 한 번만 참아 달라는 하소연의 눈빛이었다. 간절함마저 어려 있는 그 시선의 대부분은 주작단의 것이었다.
‘ 쟤들 왜 저래?’
나는 황당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잠시 후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나왔다.
“내가 오늘 새로운 상식을 가르쳐 줄게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사람들이 그를 뜯어말리려 했지만 이미 비류연의 신형은 그 자리에 없었다. 빠르기 하나만큼은 징그럽게 빨랐다.
“대체 이 사람 어디로 사라진 거야?”
청흔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알려고 하지 말게!”
남궁상이 충고했다.
“상관하지 않는 게, 신경끊고 사는 게 이롭습니다, 사형!”
거기에 유운검 현운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거듭되고 있었다. 청흔은 별 수 없이 납득했는지 자리에 앉았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 볼 수 없었다.’
빠르다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았다. 천살이나 지살쯤 되는 고수의 검기조차도 가볍게 파악할 수 있는데도 비류연의 신법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가 내게 일격을 날려오면 과연 회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 대충 어디 갔는지는 알겠는걸.”
나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 모두의 이목이 내게 쏠리고 있었다. 백무영이 질린다는 기색으로 말했다.
” 자네, 그 자의 행보를 아는 건가?”
” 내가 생각하는 대로라면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작전회의장에서 휙하고 나가버렸다. 사람들은 내가 객기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따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지껏 관찰해 왔던 비류연의 성격상 그가 갈 곳은 매우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 작전회의때 보았던 철각비마대의 진로행진 코스에, 비류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류연은 나를 육 장 밖에서 알아채고 있었는지 근처까지 와도 놀라지 않았다. 비류연이 말했다.
” 왔냐?”
” … 그래.”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안력을 집중시켜서 저만치를 바라보았다. 이 곳은 평지나 다름없었고, 이런 곳에서 철각비마대를 상대한다면 죽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삼 비류연이란 녀석이 비상식적이라고 여겨졌다.
한참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내가 먼저 물었다.
”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 그런 건 질문이 될 수 없지!”
무슨 이상한 말을 하는 양 나를 쳐다보던 비류연이 당당하게 말했다.
” 당연히 이기니까 온 거 아니겠어?”
” ……”
나는 침묵했다. 나는 앞으로도 열 번이나 비류연이 철각비마대와 싸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비류연의 신법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면, 하다못해서 그가 쓰는 절기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비류연에게 무모하다느니. 말도 안된다느니 하면서 뜯어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인생이란 건 혼자서 사는 것이다. 확신을 지니고 내린 결정이 타인이 간섭하는 건 오만밖에 되지 않는다. 그저 검을 정갈하게 갈고닦으면서 검법의 행로를 머릿속에서 읊어볼 뿐이었다.
약 한 식경이 지났을 때였다.
두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굉음, 대지를 휩쓰는 검은 말의 물결!
질풍에 펄럭이는, 용맹한 흑마가 수놓아진 칠흑빛 깃발.
하늘을 찌를 듯한 예리한 묵빛 장창.
보는 이에게 위압감마저 주는 묵빛 갑옷.
깃발은 마주 불어 오는 바람에 사납게 펄럭이고 있었다. 아직은 피내음을 실어 나르고 있지 않지만, 이들이 여기 온 이유는 지금 불어오는 이 밍숭맹숭한 바람 위에 혈향(血香)을 싣기 위해서였다.
철각비마대의 중심인물로 보이는 자가 황당해하면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워워!”
반갑게 손을 흔드는 비류연을 무시하고 지나가 버릴까 생각한 듯 했다. 그들은 한참이나 더 돌진하다가 바로 앞에서 멈췄다.
흑도는 물론 백도에도 철각비마대의 명성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들이 지닌 거창(巨創) 기격(氣擊) 돌격은 전장 일대를 풍비박산으로 만드는 거의 반칙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맨 앞에 있던 자가 물었다.
“너흰 누구냐?”
“아, 저와 저 녀석 말인가요?”
청년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르키곤 나를 다시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것도 모르느냐는 말투였다.
“허허! 당돌한 녀석이로군. 그럼 여기에 또 너말고 누가 더 있단 말이냐?”
헛웃음을 터트리며 그 자가 말했다.
“그렇게 알고 싶으신가요?”
비류연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짙어졌다.
“알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단 말이냐?”
“손해 볼 일은 아니죠. 후세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길 유명인을 직접 만난 적이 있노라고 몇십 년 후에 떠벌이며 자랑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죠. 광영(光榮)이 아닐까요?”
“허허허! 참으로 자존광대(自尊廣大)의 극을 시건방진 녀석이구나! 네놈은 철각비마대의 진로를 막은 것만으로도 이미 죽을 죄라는 것을 알고나 있느냐?”
‘ 그냥 밟고 가지, 바보들 아닌가?’
나는 황당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 자가 험악한 인상으로 비류연을 노려보았다.
“죽이기 전에 이름이나 알자꾸나.”
그러자 청년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내뱉으며 말했다.
“비(飛), 류(流), 연(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