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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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훈련
그렇게 말한 비류연이 나를 홱 돌아보았다. 무언의 압박이 거셌다. 나는 끝까지 입을 안 열려다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 … 유천영이다.”
침묵이 계속되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그 자 쪽이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이 끝도 없는 침묵이 계속 될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비류연과의 대화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도대체 네놈들의 목적이 뭐냐?’
그가 물었다.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훼방꾼이라는 사람이죠.”
목적에 관한 질문에 대해 비류연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대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비류연은 별로 대수롭지 않을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무척이나 대수로운 일이었다.
“훼방꾼?”
“아니, 모르세요? 전문적으로 남이 행하는일을 훼방 놓아 그들의행동 목적에 결정적인 타격을 남기는 역할을 수행하는 이른바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죠.”
“죽고 싶은 게냐?”
그가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비류연은 천진난만하게 말을 이었다.
“아무리 미소년박명이라고 하지만 죽음은 삼백 년 정도 이후까지는 예정에 없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 절세의 미모란 죽음마저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비류연의 목소리를 듣는 위무상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이런 괴상망칙한 놈은 처음인 것 같았다.
“죽고 싶다는 말을 너무 돌려서 하는구나!소원이라면 죽여주마! 감히 우리 철각비마대의 진로를 막아서다니 그 용기와 기상은 가상하다만그 무모함만은 인간적으로 칭찬해줄수 없구나!’
“계산된 실행력이 무모함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군요!”
비류연은 전혀 자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그의 몸 어디에서도 죽음의 냄새
는 풍겨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럼 네놈이 우리들의 길을 가로 막고도 무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단 말이냐?”
“돌아가면 되잖아요?”
간단하게 튀어나온 한마디.
진로 하나 막은게무슨 큰 대수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 시갑잖다는 듯한 반응을 듣는 측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열불을 받고 머리통에서 김이 날 만큼 뒤집어 지는 것이다.
“크크크! 이런 싸가지 없는 애송이 놈이….”
“그만!”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광분한 그를 잡아챈 이는 여태껏 침묵을 지키고 있던 철각비마대 대주로 보이는 자였다. 진정한 그 자가 다시 비류연에게 말했다.
“꼬마야?”
“꼬마가 여기 어디 있죠?”
비류연이 딴청을 피웠다. 그의 한쪽 눈썹이 순간 실룩거렸다.
“이보게, 청년!”
마지못해 그는 협상을 선택한 것 같았다. 타협을 한 이후에는 바로 죽여 버릴 생각이겠지만.
“왜 그러시죠?”
그제야 비류연이 대답했다. 그 자는 속이 뒤집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별호는 있느냐? 영광스럽게도 철각비마대의행로를 단독으로 막아선 무모한 바보 일호로 선정된 기념으로 별호라고 기억해주고, 앞으로 너의바보스러움과 어리석음과 무모함을 후세에 길이길이 기려주마.”
“별호요? 그런 것 없는데요!”
“뭐 없어?”
“예, 없어요! 없다고 해도 생활에 불편한 것도 없는데 그런게 꼭 있어야 하나요?”
순간 짧은 침묵이 그들 사이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정말로 없어? 정말로? 진짜로? 농담 아니고 진짜, 진짜로?”
그 자가 비웃음과 황당함을 얼굴 가득히 머금고 되물었다.
“네! 진짜, 진짜 농담 아니고, 진짜 가지고 있지 않은데요?”
사실 없지는 않았다. 천무학관 내를 돌아다니고있는 운수대통격타금이라는 주옥같은 별호가 있기는 있었지만 아직 비류연의 귀에는 흘러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 자는 비류연의 말을 듣고 중얼거렸다.
“없다 이거지?”
그의 입술이 점점 더 비틀거리며 입가에 맺힌 비웃음 또한 짙어졌다.
“예! 없어요!”
“허허,참 살다보니 별 희한한 꼴을 다 당하는 구만.이런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니…….역시 세상은 일단살아보고 판단할 일이란 말인가?”
무엇이 그를그리 자극하는지 연신 허탈한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리 철각비마대의 철마로를 방해한 꼬마가 별호 하나 가지지 못한 애송이라니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오는군!”
무림에서 어떤 허접한 것일지라도 별호혹은 무림명을 받았다면 그것은 어느정도주위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아직 별호를 얻지못한 사람은 어정쩡하고 어중간한 삼류로 평가될 수 밖에 없었다. 일류라면 ‘절대무적신검’은 못되어도 ‘하삭삼웅’ 같은시시한 별호라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적두목 조차도 별호 한구개 씩은 가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별호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입신양명, 즉 이름을세우는 데실패했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런 상식이 비류연에게까지 통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요즘 세상은 허울 좋은 이름만으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모양이죠?몰랐군요 작명실력이 무공실력을 반증하다니?”
피식하고 웃으며 비류연이 말했다. 깔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건방진 애송이 놈! 죽고 싶으냐?”
그 자가 다시 한 번 발끈했다. 그 자의 행동을 저지하는 나직한 저음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있었다.
“무상!”
철각비마대 대주 질풍묵흔 구천학이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
“예 대주!”
순식간에 자세를 고친 부대주가 자세를 바로하며 대답했다.
“갈 길이 멀다.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복명!”
군례를 취한 위무상이 다시 고개를 돌려 비류연을 바라보았다.
“꼬마야!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라고 말해주고 싶다만 우리는 아직껏 우리 철각비마대의 진로를 막은 자를 살려둔 예가 없단다. 너도 예외는 아니다.”
“본인의 친절한 경고에도 돌아가지 않는다 하셨으니 이것으로 협상은 결렬이군요.”
비류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도 내의 애석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 같았다.
“네놈이라면 돌아가겠느냐?”
비류연은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저도 이제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겠습니다…. 라지만.”
비류연이 갑자기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는 그때까지 말 없이 흥미롭게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직까지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 저 녀석이 먼저 상대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