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320)
EP.321) 셋 그리고 둘 마침내 하나 # 1
321 – 셋 그리고 둘 마침내 하나 # 1
마차가 멈춘 것은 해가 어둑어둑하게 저물고 난 후였다.
다들 많은 일에 지쳤기 때문인지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산도라의 시청 별관에서 몸을 깨끗하게 씻고 난 후 하루 임프들은 각자 자신의 침대 위에 아주 퍼지듯 누워버렸다.
“아주 푹신푹신한 것입니닷…!”
“으뜸 동지 마르마르야, 내일 아침에 보는 것이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발광 수정을 정리하는 것이야…!”
다친 곳도 없어 보이고 좋네. 임프와 스텔라 교수의 쪽에도 무시무시하게 생긴 천사 석상이 있었지만. 꾀를 잘 내서 쉽게 타파할 수 있었다고 했던가?
두 눈을 감으면 석상이 덤벼오는 구조.
그랬기에 한 쪽 눈만을 번갈아 감으며 시야를 유지했다고.
들어보니 매우 그럴 듯한 이야기였다. 당시의 우리들로서는 생각할 수 없었는데. 임프들이 모이면 꾀가 생겨나는 모양이다.
“발란, 오늘 밤은 임프들 좀 지켜봐주세요. 괴상한 던전에서 고생했으니, 혹시 모를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흐흐, 아, 알겠습니다. 임프들과 잘 자도록 하겠습니다.”
발란이 임프들의 방으로 들어가자 여러 임프들과 발란 교수가 복작거리는 소리가 방 문 너머로 시끄럽게 들렸다.
“아앗! 발란 교수가 또 마르마르 으뜸 동지의 꼬리를 노리는 모양인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발란과 임프들은 잘 지내는 것 같다. 임프들의 숙소에서 슬쩍 떨어질 즈음 어깨에 수건을 걸친 채 몸에서 모락모락 김을 뿜어내는 스텔라와 눈이 마주친다.
“스텔라 님, 씻고 오신 모양입니다.”
“그래, 발란 교수랑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심도 있는 이야기라도 나눠보려고 했는데. 보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이네.”
“음, 그런 것 같네요. 여왕의 불꽃은 잘 넘겨주었습니까?”
“그래. 지금 잘 보관 중일 거야. 태오 군은 이제 어떻게 하려고? 잘 거야?”
가느다랗게 눈을 뜨는 스텔라.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지는 알 것 같았다. 요 며칠 선술의 단련을 위해 스텔라는 나에게 계속해서 방중술을 요구 해왔었지.
오늘도 그러려는 모양이다.
참고로 방중술은 섹스다.
격렬함과 끈적함을 동반하는 본격적인 성관계 말이다.
늦바람이 더 강렬하고 무섭다는 말은 들었던 적이 있는데. 완전 스텔라에게 딱 맞는 이야기였다. 기나긴 삶 동안 쌓여왔던 욕구불만이 하루아침에 풀릴 일이 아니긴 하지.
장벽 너머에서 돌아온 뒤로 며칠간 얌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슬슬 한계에 봉착해 있던 걸가? 이제 보니 스텔라의 얼굴은 씻고 왔기 때문인지 몹시도 발그레하고 혈색도 좋다.
비누 냄새가 무척 달큰하면서도 야릇하게 느껴지는 게, 방금까지 지쳤던 내 몸에도 조금은 활력이 도는 기분이다.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그럼 한 번 정도는….”
내가 적당한 느낌으로 결단을 내릴 쯤이었다. 스텔라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간다.
“뭐? 아냐아냐. 나는 그냥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나 나누고, 가볍게 포도주나 한 잔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야, 태오 군.”
“그렇습니까?”
전혀 몰랐다는 것처럼 물었지만. 나는 스텔라의 이야기가 거짓말이었다는 걸 잘 안다.
왜냐하면 스텔라의 몸에서 흥분한 엘프 특유의 야릇한 페로몬이 섞여 나오고 있다는 걸 내 예민한 요정의 감각으로 눈치 챌 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태오 군이 정 참지 못하겠다면야 어쩔 수 없지. 여기 이쪽으로 와.”
그렇게 나는 스텔라의 뒤를 따라 아무도 없는 샤워실로 향했다. 모든 문을 잠근 후 슬쩍 벌려본 스텔라의 복숭아빛 안쪽 은 이미 더 건드릴 필요도 없이 젖어 있다.
찌걱.
“…으응. 태오 군, 벌써 하려고? 참을성 없네.”
잔뜩 젖어있는 주제에 나보고 참을성이 없다니.
물론 나는 인내심 없긴 했다.
“여기 벽을 잡고 서도록 하세요. 혹시 누가 오면 들킬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으으, 으응.”
그래서 나는 별 다른 애무 없이 스텔라의 다리 사이에 깊숙이 바로 파고 들었다. 머리끝부터 몸까지 꽉 조여 오는 감각이 몹시 기분 좋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축축한 살결이 내 물건에 빈틈없이 물며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쑤욱, 찌걱.
기분 좋은 것은 스텔라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아으으.”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질벽을 문질러대길 몇 분. 슬슬 허리의 속도를 높였을 때 스텔라는 움찔움찔 허리를 떨며 작게 중얼거렸다.
“앗, 앗, 이, 이렇게, 좋은 걸 이제야 알다니, 흐으, 인생 백 년 손해 봤어…!”
“쉬잇…!”
스텔라가 생각보다 시끄럽게 굴어서, 나는 샤워실의 물을 강하게 틀어야만 했다. 물을 맞으면서 하는 섹스.
차팍, 차팍, 찰팍, 찌걱, 찌걱.
그 특별한 상황에 흥분한 것인지 스텔라의 몸은 별 다른 애무가 없었음에도 이미 최고조로 달아올라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큰 반응을 보인다.
“태오 군, 좀 더, 좀 더 깊게…!”
“으, 스텔라, 그렇게 너무 조이면 금방 나와.”
“더, 더, 이름 불러줘.”
요즘 느낀 건데. 스텔라 교수는 관계 중에 내게 그냥 이름으로 불리는 것, 혹은 존칭이나 경어 없이 약간 하대 받는 느낌으로 불리는 걸 좋아했다.
모성애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나이의 남자에게 휘둘리거나 지배받는 걸 좋아하는 양면성을 갖추고 걸지도.
나 역시 여러모로 경험 많은 스텔라를 내 아랫것처럼 다루는 것이 꽤 많은 정복감을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서로 잘 맞는 것이겠지.
남자의 가슴 속 한 구석의 빈 공간을 크게 부푼 풍선처럼 꽉 채워주는 느낌. 그런 느낌을 계속 느끼고 있다 보면 결국 참을 수 없이 흥분해서 사정감이 몰려온다.
“여기, 이쪽이 좋은 거구나. 스텔라. 여기 자궁 입구 쪽을 문질러주는 게 좋은 거지?”
“아으, 거, 거기 좋아아…. 더, 더, 더 깊이….”
바라는 점도 많네.
욕망에 솔직한 게 나도 편하긴 하지만.
찰팍. 찰팍, 찌걱, 찌걱.
“흐읏, 아아으-. 나이 차도, 한참 나는 남자에게….”
벽에 손을 짚고 서 있던 스텔라의 무릎이 천천히 허물어져 바닥에 닿는다. 나는 그런 스텔라의 두 팔을 고삐처럼 잡아 내 물건을 가장 깊숙한 곳까지 밀어 넣었다.
“스텔라, 오늘도 안에 쌀 거야. 다른 곳에 받고 싶으면 말 해.”
“하아, 아앙, 앙, 흐으, 흐응…!”
이제 대답할 여유도 없나.
꿀렁, 꿀렁.
마침내 질내에 사정이 이어진다. 남자로서의 정복감과 성취감이 가장 절정에 달하는 순간. 내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달하며,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수우욱, 찔걱.
사정을 끝낸 나는 스텔라의 몸 안쪽에서 내 길쭉한 물건을 뽑았다. 내 물건의 굵기로 벌려져 있던 구멍 안에서 하얀 탁액들이 흘러내리는 게 매우 야릇하고 좋다.
하지만 스텔라는 한 번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지.
“아읏…, 뜨거운 게, 뱃속에….”
여운에 잠겨 있는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러운 손길로 한 번 슥슥 쓰다듬어 준 후에 나는 그녀의 얼굴 가까이 내 물건을 내밀었다.
그럼 스텔라는 지쳐 쓰러졌던 것이 거짓말처럼 내 물건을 입으로 핥아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스텔라는 호기심이 많고 성욕이 강하기 때문인지 좀처럼 거절하는 법이 없다.
츄릅, 추브, 츱.
지금까지 어떻게 처녀로 살아온 건지 신기할 정도로.
* * *
“엄청 기분 좋았어, 태오 군. 그럼 같이 씻자.”
“네.”
몇 번의 사정 후 나는 한 결 침착해진 머리로 샤워를 끝냈다.
“태오 군, 코도 풀어야지. 흥-해 봐.”
“스텔라 님, 그런 건 제가 할 수 있어요.”
관계가 끝난 후의 그녀와 나는 다시 원래의 역할대로 돌아온다. 평상시와 흥분했을 때. 이 벽과 갭이 잘 지켜져야 건전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 갭이 때로는 너무 커서 오히려 어딘가 불안한 느낌으로 흥분이 될 정도였다.
“태오 군, 귀 뒤나, 목 같은 곳은 잘 씻었어?”
“…….”
성욕이 다 해결되고 나면 스텔라는 꼭 이렇게 자애로운 누나나 어머니처럼 나를 챙기기 좋아했다. 내가 꼭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처럼 불안하고 미덥지 못한 모양이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스텔라.
어쩐지 아까보다 더욱 반들반들해진 피부의 그녀를 보면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스텔라 님.”
“응? 왜?”
“아뇨, 그냥. 혹시 이 근처 전승이나 전설에 대해 아시는 게 있을까 해서….”
“뭐야, 태오 군도 그런 것에 관심이 있구나? 그런 거라면 이 건물 옆에 도서관이 있던데. 가서 책을 찾아 봐봐. 늦은 시간이지만 당직 서는 사서가 있는 것 같더라.”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그것 말고 더 할 말은 없어?”
“음….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스텔라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었는데. 막상 입을 여니까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이렇게 기회를 자주 놓쳤었다.
만약 내가 스텔라에게 있어서 친구 조카와 같은 입장이라는 걸 말한다면.
나름 마음에 드는 지금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게 힘든 탓이겠지. 조금 더 친분을 쌓고, 조금 더 서로를 향해 깊숙이 발을 담그고 난 후 하도록 하자.
“그럼 내일 봐, 태오 군.”
스텔라가 자신의 침소로 들어간 후 나는 넓은 별관 복도를 혼자 거닐었다. 복도 어딘가 창문이 열린 건지 휑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그렇게 내 방으로 스쳐지나가는 도중 나는 나르미와 미르나 아가씨의 방을 살폈다. 아까 전, 마차에서 내리고 난 후 무언가 할 말이 있다고 먼저 가버린 그 둘은.
임프들이 소란스러운 저녁 식사를 한 후에도, 내가 스텔라와 뜨거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신경 쓰인다.
이 상태로는 나 역시 잠을 자기는 글렀겠지. 그래서 등불 하나를 들고 옆 건물에 위치한 산도라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입구를 두드리자 당직을 서고 있던 젊은 여성 사서가 문을 열어준다.
“태오 경이시죠? 무슨 일이신가요?”
“저, 책을 좀 빌리고 싶은데요. 혹시 이 근처 지역 설화나. 램프에 갇힌 요정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을 만한 책이 있습니까?”
“아.”
사서는 곧 능숙하게 두 권의 책을 가져다주었다. 페이지는 각각 300p 정도 될까.
“하나는, 교단의 교부 디오게네스가 쓴 책이구요. 하나는 이 산도라가 자랑하는 문인 덱스트가 쓴 야화집이에요.”
“감사합니다.”
어차피 밤은 깊고 시간도 많았던 터라 나는 숙소로 돌아와 두 권 모두 첫 장부터 읽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알아낸 것은 이렇다.
영험한 산 빌포스에는 많은 이교의 제단이 있고. 간악한 우상들이 있었다고. 특히 가장 나쁜 녀석은 지니노이라는 이름의 요정이라고 그랬다.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그 대신 사악한 대가를 요구해 뭇 사람들의 원성이 잦았다-. 곧 신실한 성기사들에게 토벌되어 봉인 당했다고 전승된다.”
신경 쓰이는 글귀를 소리 내어 읽어본다.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지니노이.
내가 만났던 존재와 동일한 인물일까? 지금으로서는 그렇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친 김에 다른 책도 펴본다.
전에 읽었던 서적이 교단의 신학자들에게 쓰여 진 기록이었다면 이번 책은 이 지방에 살고 있었던 사람이 쓴 전승들의 모음집이라고.
거기서 나는 제법 신경 쓰이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요정은 신묘한 능력이 있어서 여신으로 추앙 받았다. 하지만 그녀를 시기한 자들이 요정을 밀고했고. 교단의 성기사들은 그녀를 봉인해 깊은 동굴 안에 매장했다-.”
과연.
둘 사이 기록의 방향성이 조금 다르구나.
교단이 램프의 요정을 이단이라 정죄한 것에 비해 이 고장의 토박이 문인 덱스트는 요정에게 있어서 제법 우호적이었다.
어느 기록이 사실인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역사가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후자의 쪽도 나름의 신빙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초기에 세력을 넓히던 광염교와 기존 토착 신앙의 충돌….”
다른 책을 더 빌려 읽어본다.
오랜 기록을 찾아보면.
광염의 신은 초기 그릇된 신 혹은 우상으로서 배척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또 대륙 최초의 마법사 다비드 앙그마르의 계약 신이었기에, 이렇게 불리기도 했다고.
마법의 신.
“…마신(魔神)인가.”
생각했던 것보다 으스스한 이름이다.
실제로 두려움을 담아 붙여진 이름이겠지.
정령과 요정들 그리고 거대한 짐승들이 살았던 태고의 시대. 유일신의 신앙이란 무척 이질적이고 두려운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했을 테니까.
옛 천사들의 동상도 불상처럼 무시무시했던 것이….
그러다가 문득 그 불상의 형태를 어딘가에서 보았던 것 같은 기억이 들었다. 그 무시무시한 형태를 어디에서 봤더라. 깨어난 후 꿈의 내용을 떠올려보듯 어려운 구석이 있다.
“문…, 문의 너머였나?”
대마법의 경지에 이르는 진리의 문. 그것 뒤에 있었던 강대하고 기묘한 존재가 내 머릿속에 떠오르려던 순간이었다.
똑, 똑.
누군가 내 방 문을 두드렸다.
━태오 경, 혹시 자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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