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35)
“설명하지 마. 상황은 알고 있으니까.”
하긴 녀석도 나니까 당연한가.
나는 분신 놈에게 갓메이커를 건넸다.
“좋아, 그럼 내가 저 새대가리를 막고 있을 테니까 너는 앤트리니아로 가서 우리 애들을 구해 줘.”
그렇다. 이것이 내가 분신 놈을 증식시킨 진짜 이유.
내가 이 새대가리를 맡는 동안 분신 놈이 앤트리니아로 강림해서 악어 괴물에게 습격당하는 그곳을 구해 주길 바란 것이다.
혼자서 저 괴물 새대가리를 상대하는 건 두렵지만, 나에게는 아직 비장의 수가 하나 남아 있었다.
그것이 과연 상급 신에게 통할지 안 통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그것에 걸어 볼 수밖에······.
“흐음?”
그러자 녀석이 삐딱하게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나를 노려보았다.
슬금슬금 불안감이 밀려왔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표정 변화 하나 없는 포커페이스인 분신 놈은 분명 나랑 같은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무섭다.
“왜, 왜 그래? 안 받아?”
“배치가 틀렸다, 머저리야.”
“그게 무슨 소리야? 배치가 틀렸다니?”
녀석이 대답 대신 중지를 치켜들었다.
“단죄하는 신의 중지.”
콰아아!
지옥의 불꽃이 녀석의 중지에서 사납게 피어났다.
분신이 그 불꽃을 향해 검지를 치켜들었다.
스스스스!
그러자 검은 불꽃이 검지에 깃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가 흑염이 깃든 검지를 구름으로 뒤덮인 신전 바닥을 향해 내리쳤다.
“짓뭉개는 신의 검지.”
콰콰쾅!
그러자 상급 신과의 격전에도 부서지지 않았던 구름 바닥이 뻥 뚫리며 사람 하나가 지나갈 구멍이 생겼다.
휘이잉!
분명 하늘에 떠 있는 신전이지만 구멍 너머에는 지상이 아니라 무저갱 같은 어둠이 일렁이고 있었다.
‘저, 저렇게도 쓸 수 있었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발상에 놀라며 분신 놈을 바라보고 있을 때, 녀석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슥 위로 쓸어 넘겼다.
동시에 무표정하던 녀석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린다.
“네가 가라, 앤트리니아.”
마치 고전 영화 ‘친구’의 장동건 같은 대사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지만 좀 잘생긴 듯?’
그야말로 상남자 버전 유일신이다.
평소에 나도 저러고 다니면 여자한테 인기 좀 있으려나 하는 생각하고 있을 때.
“쯧, 빨리 꺼져.”
스파르타의 마초스러움을 자랑했던 영화 의 레오니다스가 페르시아 사절에게 하듯 분신 놈이 발로 날 구덩이에 차 버렸다.
“으아아아악!”
* * *
“하핫! 속 시원하군. 머저리 같은 놈.”
무저갱 같은 어둠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는 유일신 놈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여간 복장 터지는 놈이다.
약해 빠진 놈이 주제도 모르고 이곳에 남겠다고 하다니.
-촌극은 끝났느냐? 제법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침묵하고 있던 거대한 태양신 ‘가장 높은 창공에서 빛나는 불’이 부리를 열었다.
놈의 음성에 웃음기가 진득이 배어 있었다.
씨익. 나도 마주 웃어 주었다.
그래, 저건 내 ‘먹이’다. 아무한테도 못 줘.
“기다려 줘서 고맙군.”
-그런데 말이다, 하나 물어봐도 되나?
“뭔데?”
태양신이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으로 물어 왔다.
-네놈은 왜 도망가지 않느냐?
“하, 내가 왜?”
나를 유일신 같은 머저리로 보는 건가?
으득으득. 전투에 앞서 가볍게 몸을 풀며 말했다.
“어차피 도망쳐 봐야 네놈이 인과율로 다시 부르면 그만 아닌가? 이미 한 번 했으니 두 번도 어렵지 않겠지.
-크크, 생각보다 멍청하진 않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여기에 남은 건 내 종들이 너희들의 신도를 학살하는 걸 막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겠지?
콰아아아!
태양신의 주위에서 하늘을 꿰뚫을 기세로 찬란하고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하지만, 그 판단은 틀렸다. 겨우 분신 주제에 내 불꽃에 과연 몇 초나 버틸 수 있을까!
태양신이 찢어질 듯 부리를 벌렸다.
끼에에엑!
콰콰콰콰!
섬뜩한 계명성과 함께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의 화염이 내게 쏟아졌다.
아마 나를 순식간에 태워 버리고 다시 유일신을 잡아 와 놈을 조롱할 생각인가 본데.
-······!
태양신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놈이 놀라며 부리를 열었다.
-이놈! 부, 분신 주제에 어, 어떻게 내 신성한 불을 막은 거냐?
웅웅웅!
내 앞에 태극 문양의 방패가 엄청난 기세로 회전하며 태양신이 토한 불꽃을 튕겨 내고 있었다.
“스킬 공유 신유, ‘태극혜검 1초 태극무해(太極無害)’.”
이것은 내 종 중 하나인 신유가 각성한 태극검혜의 초식이다.
천마신검이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검이라면, 태극혜검은 방패다.
놈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것 같지만, 위대한 신인 나라면 신유에게서 빌린 이 초식을 완성 이상의 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쨍그랑!
태양신의 불을 막아 낸 태극의 방패가 산산이 부서졌다.
태극의 파편이 반짝이는 눈처럼 아름답고 덧없이 쏟아졌다.
당연하다. 결국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인간의 무공에 불과하니.
저 불꽃을 한 번 막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
물론 위대한 신인 내가 썼고, 태양신 놈이 나를 얕봤기에 가능했던 것이겠지만.
“착각하지 마. 난 분신 따위가 아니라 위대한 악신 유일신이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남은 건 바로.”
나는 놀라고 있는 태양신, 유일신 놈이 새대가리라고 부른 거인을 응시하며 입맛을 다셨다.
“널 죽이고 잡아먹기 위해서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침묵하던 태양신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이 가소로운 벌레 놈이! 중급 신 따위 몇 놈이 몰려와도 내 상대가 아니거늘! 감히 신도 아닌 분신 주제에 날 죽이고 잡아먹겠다고? 감히 신을 모욕한 죄! 천만 번을 죽어도 부족하다! 내 너와 네 본체를 죽인 후, 네놈들이 다스리는 세계를 친히 내 손으로 불태워 이 불경의 죄를 묻겠다!
태양신이 마치 1억 마리쯤 되는 닭이 한꺼번에 울부짖는 것처럼 부리를 열며 포효했다.
“이 새끼가.”
녀석이 빡쳐 보였지만, 사실 더 빡친건 나였다.
“분신이 아니라고 했다! 이 멍청한 새대가리 새끼야! 확 기름에 튀겨 버린다!”
* * *
“으아아아악!”
분신 놈이 구덩이로 밀어 넣은 나는 끝없는 기세로 추락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흔적도 없이 피떡이 될 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점점 공포심이 차올랐다.
“사람 살려!”
번쩍!
그때 눈부신 빛이 번뜩이더니 동시에 부드럽고 말캉거리는 감촉이 내 엉덩이에 안착하며 추락이 멈췄다.
“와! 사, 살았다!”
나는 양손을 번쩍 치켜들며 함성을 질렀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무사히 땅에 도착한 것이다.
비록 조금 말캉거리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안심되는······ 윽, 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
코가 썩을 것 같은 지독한 악취가 풍겨왔다.
거기에 내 뺨에 닿는 이 뜨겁고 거친 숨결은 대체 뭐란 말인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살덩어리에 파묻힌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누, 누구세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너, 너 이 새끼 뭐야!”
나는 잠시 상황을 파악해 보았다.
이 어딘가 익숙한 장소는 바로 내가 있는 곳은 아까 내가 빨려 들어갔던 화장실의 좌변기 칸 안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내 엉덩이가 안착하고 있는 말캉말캉한 땅은 사실 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 좌변기에서 한창 끙끙거리며 힘을 주고 계신, 양팔에 호랑이 문신을 새기고 있었지만 얼굴은 맷돼지 같이 생긴 조폭 형님의 허벅지 위였다.
윽, 그나저나 냄새 한번 지독하네. 장이 많이 안 좋은가 보다. 나는 코를 움켜쥐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크,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보던 일 계속 보세요. 쾌변 파이팅~.”
“너, 너 이 변태 새끼! 거기 안 서!”
악귀처럼 나를 붙잡으려는 똥싸개 조폭의 손을 피해 그곳에서 탈출했다.
다행히 그사이 담당은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황급히 갓메이커를 실행했다.
화르륵! 콰아아!
앤트리니아 채널을 선택하자, 화면에 사방에서 화염에 휩싸인 가야미국의 처참한 광경이 비쳤다.
-하하하! 식은 죽 먹기로군!
-크륵! 벌레 같은 놈들! 몽땅 죽어라!
그리고 그 참상을 일으킨 번쩍이는 고대 영웅의 무구로 무장한 악어 괴물들이 보였다.
-꺄꺄꺄!
달그락! 달그락!
어떻게든 그들을 막으려고 천사장 릴리스가 이끄는 야차병과 치킨 스컬들이 악어 괴물들에게 돌격했다.
하늘을 가득 메우며 돌격하는 천사들과 지상에서 돌진하는 스컬 치킨들의 위용은 굉장했지만.
-크르륵! 가소롭다!
안타깝게 상대도 되지 못했다.
-꺄아아악!
콰드득! 콰득!
거대한 악어 괴물에 비하면 한 뼘도 미치지 못하는 야차병과 스컬 치킨이 괴물들이 휘두르는 무구에 처참하게 죽어 나갔다.
분노로 내 머리칼이 쭈뼛 곤두섰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 당장 멈추지 못해!”
용서 못 한다! 감히 이 악어 괴물 새끼들이 내 아이들을! 기다려라! 지금 당장 찢어 죽여 버릴 테다!
나는 저번에 천억 제국군과 사도들과 싸웠을 때처럼 직접 앤트리니아로 강림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때 갓메이커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경고!
-?!?#!ㅇ!@ㄲ어203!
-동화율에 오류가 생겼습니다! 강림이 불가능합니다!
-분리된 ‘악신 유일신’과 합쳐지지 않는 이상, 앤트리니아의 전투 필드를 진화시킬 수 없습니다!
-유일신이시여, 당신의 세계와 신도를 지키기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하십시오!
“뭐, 뭐라고?”
불타는 가야미국을 바라보는 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신수 각성! 전율의 사룡 악돌이!
내 아이들의 신성 가야미국이 사악한 악어 괴물의 손에 불타고 있었다.
“그만둬! 그만두라고! 이 새끼들아!”
주먹으로 핸드폰 화면에 비치는 악어 괴물들을 내리쳤다. 액정이 깨질 기세로 내리친 주먹이었지만.
-‘아길레우스의 갑주’가 당신의 공격을 막아 냅니다.
까강!
강력한 반발력과 함께 붉게 달아오른 내 주먹이 튕겨 나갔다.
“으윽!”
내가 후려친 악어 괴물이 머리를 긁적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뭔가 날 친 거 같은데?
츠츠츠!
놈이 입고 있는 갑옷이 눈부신 황금빛을 뿜었다. 다른 악어 괴물도 마찬가지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군대처럼 보이는 복식의 무구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감정했다.
[아길레우스의 갑주 세트]‘불과 대장장이의 수호자’의 가호가 깃든 ‘헌터 상점’에서 구입한 갑주 세트이다.
특이 사항 : 반불사신인 그리스 대영웅 아길레우스의 가호가 걸려 있다. 아길레스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 낸다.
[불의 신성이 깃든 아길레우스의 창]‘불과 대장장이의 수호자’의 가호가 깃든 ‘헌터 상점’에서 구입한 갑옷이다.
특이 사항 : 철혈 제국이 섬기는 태양신 ‘가장 높은 창공에서 빛나는 불’의 강력한 가호가 깃들어 있다.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방금까지 내가 싸웠던 태양신 새대가리 ‘가장 높은 창공에서 빛나는 불’.
헌터 상점의 무구에 상급 신의 힘까지 등에 업은 악어 괴물들을 가야미국의 인원들로만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다못해 일호라도 있었다면!
하지만 그는 지금 용사의 탑에서 다른 신의 사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꺄아악! 유일신 님! 살려 주세요!
-아아악! 너무 뜨거워! 유일시 니임!
가야미국의 백성들이 내지르는 고통 어린 비명이 그들의 신인 내게 너무나도 생생히 들려온다.
어떡하지? 어떡하면 저놈들을 없애고 가야미국을 구할 수 있지?
진화한 가야미 병사들도, 스컬 치킨도, 심지어 릴리스가 이끄는 천사병도 놈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캬르르······.
그때 내 귀에 백성들의 것과는 조금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어린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구슬픈 신음에는 공포와 절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울분이 처절하게 배어 있었다.
나는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불타는 민가에 처박힌 채 죽어 가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작은 짐승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