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46)
“S급으로 승급시킬 인재들의 동향은 어떤가?”
“A급 중에서 실적이 뛰어난 헌터와 허밋을 승급 후보로 올려놓았습니다. 여기 그 명단입니다.”
비서실장에 명단을 협회 간부들에게 돌렸다. 명단을 살피던 간부 중 하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런데 헌터 후보 중에 B급이 하나 있군요? 이름이 유······일신?”
* * *
탕수육의 산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지금 내 눈앞에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탕수육 하나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내게 군식구들이 많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띠링!
-신성 가야미국의 백성들이 굶주림을 호소합니다.
그렇다, 나 유일신은 무려 인구가 수천만에 이르는 가야미국을 먹여 살리는 청년가장신이었던 것이다.
“저기, 가화만사성이죠. 탕수육 대자로 50개 추가요. 네? 에이, 장난 전화 아니에요.”
황급히 추가 주문을 해서 가야미국의 백성은 물론, 일호에게도 탕수육을 하사해 주었다.
앤티가 양손에 탕수육 조각을 움켜쥔 채 눈을 반짝거렸다.
-와아아! 달고 새콤하고 너무너무 맛있어요! 유일신 님!
-칵! 캭캭!
-꺄~! 꺄~!
악돌이와 천사병들도 주둥아리에 정신없이 탕수육을 쑤셔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성들도 환호했다.
-세상에! 이런 천상의 맛이 존재하다니!
다만 이 상황에 불만을 가진 자들도 있었다.
닭그락! 닭그락!
부활한 스컬 치킨들이 지금 닭발뼈로 땅을 거세게 굴렀다.
띠링!
-스컬 치킨들이 탕수육의 튀긴 고기를 보며 분노합니다.
‘신이시여, 우리를 배신한 겁니까?’
나에 대한 신앙이 흔들리는 스컬 치킨들을 향해 난 엄숙하게 말해 주었다.
“이 탕수육은 돼지고기니 안심해라.”
닭그락~ 닭그락~!
-스컬 치킨들이 역시 믿고 있었다며 기쁨의 댄스를 춥니다.
환호하며 뼈 댄스를 추는 스컬 치킨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쿡쿡.
누군가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고양이 같은 눈을 한 단신의 미녀, 연상이지만 동생 같은 성미나였다.
그녀가 도끼눈을 뜬 채 다소곳이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 린샤오밍을 가리켰다.
“호오, 한국의 꿔바로우도 꽤 맛있네요.”
린샤오밍이 탕수육을 먹으며 감탄했다. 그렇다. 본토의 사람도 인정하는 이 맛이야말로 조선의 탕수육이다.
“저, 저 미친년이 왜 여기 있어?”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제정신이야? 저 미친년이 너 죽이려고 한 적도 있다면서!”
“에이, 그렇게 따지면 미나 누나도 나 죽이려고 한적 있잖아요?”
미나가 순간 파리해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그건······ 아, 아니 난 그래도 죽이려고까지는······.”
결국 성미나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 울 것 같은 표정이다.
“나 때문에 누나도 고생했는데 피장파장이죠! 그냥 해 본 소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참, 만두 좀 먹어 볼래요? 여기 만두도 잘하거든요. 자, 앙 하세요~.”
나는 서비스로 받은 군만두를 젓가락으로 집어 성미나에게 건넸다.
“아~!”
성미나가 입을 아 벌려 만두를 받아먹었다.
“어때요? 맛있죠?”
“응, 맛있네.”
“헤헤, 그렇죠? 탕수육도 먹어 볼래요?”
“응.”
소스를 듬뿍 발라 탕수육을 조심스레 그녀에게 내밀었다.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받아먹는 미나를 보자니 아기 새에게 먹이를 주는 어미 새가 된 기분이다.
한편, 린샤오밍이 우리 둘의 모습을 보더니 충격 받은 얼굴로 조심스레 물어 왔다.
“두 분 혹시······ 연인 관계신가요?”
성미나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우리가 연인이라니!”
“늦은 시간에 찾아오신 것도 그렇고, 검신 님께서 이렇게 다정하게 음식을 먹여 주시는 것도······. 정말 연인이 아니신가요?”
나는 젓가락을 든 채로 생각했다.
사실 전에 성미나가 유아 퇴행을 했을 때 하던 버릇이 남아서 나도 모르게 한 건데, 서로 음식을 먹여 주는 관계가 일반적이지는 않지.
한편, 성미나가 우물쭈물하며 무슨 말이라도 해 보라는 듯 나를 흘깃흘깃 보았다. 하긴 그런 오해를 받았으니 난처하기도 하겠지. 미나 누나야 방송도 많이 하고 광고도 찍는 셀럽이니까.
난 린샤오밍의 오해를 풀어 주었다.
“에이, 연인은요. 굳이 따지자면 아빠와 딸 같은 관계랄까요? 하하하.”
그러자 린샤오밍은 어딘지 안심한 표정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반대로 성미나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폭탄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 멍청아!”
순간 내 뒤통수에 성미나의 사커킥이 작렬했다.
빠각!
“우갸악!”
머리가 뽀개질 것 같아!
뒤통수를 움켜쥐며 바닥을 구르는 날 성미나가 씩씩거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바보! 똥개! 말미잘 같은 새끼!”
쾅!
그러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으으, 대체 왜 저래?”
혹이 난 뒤통수를 움켜쥐며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데······.
쾅!
문이 다시 열리며 성미나가 돌아왔다.
움찔!
“왜, 왜요?”
나도 모르게 떨며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녀가 내 앞에 서류 하나를 던졌다.
“원래 이거 전해 주러 온 건데 깜박했어! 받아! 네 던전 토벌 일정이 잡혔어!”
“네? 던전 토벌이라니요?”
내가 B급 헌터 자격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헌터 아카데미의 교사가 되기 위해 임시로 받은 자격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헌터들이나 하는 던전 토벌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몰라! 아무튼 늦지 말고 내일 오전 10시까지 거기에 쓰인 곳으로 와! 안 오면 죽는다! 그리고 너! 거기 미친년!”
성미나가 린샤오밍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다음에 내 눈에 뜨이면 죽여 버린다!”
콰콰쾅!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나며 성미나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성미나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현관문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너덜거렸다.
저 누나, 왜 저러지? 그냥 다 죽여 버린대. 사춘기가 늦게 오셨나?
“이건 또 얼마나 하려나.”
현관문 수리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군만두를 오물거리던 린샤오밍이 다소곳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검신 님. 린매는 첩도 괜찮습니다.”
하아, 저 아줌마는 또 왜 저래······.
“그만 먹고 댁도 돌아가요, 좀.”
* * *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성미나가 건넨 서류에 쓰인 장소로 이동했다.
망원역 근처의 건물이었는데, 경찰들과 헌터로 보이는 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며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다.
“모두 접근하지 마세요. A랭크 던전이 활성화될 예정입니다.”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지 난처해하고 있을 때 바리케이드 안쪽에 있던 성미나가 도끼눈을 하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왜 이리 늦어!”
“차, 차가 막혀서요. 그래도 5분밖에 안 늦었는데.”
“비상 상황일 때 5분이면 수천 명이 죽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거칠고 무미건조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철컥! 쿵! 철컥! 쿵!
21세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검은 갑주로 무장한 거구의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더 컸다. 적어도 2미터는 넘을 것 같다. 남자가 흘깃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헌터의 기본이 되지 않았군.”
낯이 익었다.
저번에 악돌이 관련으로 갔던 헌터 회의에서 보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그를 모를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일명 흑기사로 불리는 S급 강화계 헌터 갈중혁.
성미나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사해. 오늘 네 심사를 맡을 갈중혁 헌터야.”
“네? 심사라니요?”
“뭐야? 서류 안 읽어 봤어? 어? 너 그런데 등에 업고 있는 애는 누, 누구야?”
성미나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내 등에 업힌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성연이를 가리켰다.
“아, 제 조카 성연이에요. 누나가 갑자기 세미나가 생겼다고 맡겨서요. 하여튼 그 아줌마도 참 동생을 보모로 여기고. 에휴, 성연이가 귀여워서 참는다, 참아.”
“그, 그래? 다행······이 아니고 일하는데 애를 데리고 오면 어떡해!”
“쉬, 쉬잇! 조용히 좀 해요. 간신히 재웠다고요.”
“으, 응.”
“······하아, 대체 뭐하겠다는건지. 준비가 되면 불러라.”
갈중혁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더 엮이기 싫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한편 성미나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충 요약하면 헌터 협회에서 새로 S급 헌터들을 뽑기로 했는데, 그 후보 중 하나로 내가 선택되었다고 한다.
“······S급 승급 조건 중 하나가 단신으로 A급 게이트나 던전을 토벌하는 거거든. 앞으로 3시간 후에 이곳에서 A급 던전이 발생할 거라는 예지가 떴어. 이야기는 모두 끝났으니까 이 미션만 해내면 너도 S급 헌터가 될 수 있어. 어때? 흥분되지?”
신기하게도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별로 S급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말이다.
뭔가 중급 신이 된 이후로 세속적인 부나 명예 같은 것에 대한 집착이 없어진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위험한 던전은 처리해 두는 게 좋겠지.
“그런데 감독관으로 꼭 저 사람이랑 같이 가야 돼요? 그냥 누나가 해 주면 안 돼요?”
토벌은 단신으로 하되, 현역 S급 헌터 1명이 감독 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동행하는 게 관례라고 한다.
“그게 지인끼리는 규정에 걸려서. 그래도 너무 걱정 마. 중혁 씨가 좀 무뚝뚝하긴 해도 일처리는 확실한 사람이니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지금의 내가 S급도 아니고 겨우 A급 던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 좀 거슬리네?
아까부터 이게 무슨 냄새지? 심지어 점점 짙어지는 것 같다.
킁킁, 킁킁킁.
성미나가 코를 벌름거리는 나를 보며 물었다.
“왜 그래?”
“누나, 어디서 비린내 안나요?”
물고기의 것과는 다르다.
그것보다 더 역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썩은 악취와 뒤엉켜 점점 짙게 풍겨오고 있었다.
그때 내 갓메이커가 반응했다.
경고!
-상급 악신 ‘심연 늪의 지배자’가 당신에게 ‘신의 제전(祭戰)’을 신청했습니다!
신의··· 제전?
드드드드!
동시에 지진이라도 난 듯 대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심연 늪의 지배자
‘심연 늪의 지배자’.
낯이 익었다.
바로 천만 제국군과 함께 가야미국을 침공했던 3마리의 사도 중 하나가 섬겼으며, 또 사막으로 변한 워터니아에서 일호가 대결하기도 했던 뱀 사도의 주인인 악신의 이름이다.
-경고!
-상급 악신 ‘심연 늪의 지배자’가 당신에게 ‘신의 제전(祭戰)’을 신청했습니다!
‘신의 제전’.
그것은 바로 내가 중급 선신과 악신을 동시에 찍은 후에 생긴 특전이다.
사실 이것을 특전이라 보기도 조금 애매했는데 이게 정확히 뭐냐 하면.
[신의 제전]당신은 이제 중급 신이 되었다.
중급 신이라면 이제 신이라 당당히 칭할 수 있는 신격이다.
그러나 겨우 이것으로 만족하는가?
좀 더 신격을 높여 만물을 굽어보는 진정한 신이 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투쟁하라!
다른 신을 굴복시켜 잡아먹고 그들의 신력을 빼앗아라!
나, 대악신 ‘살육과 광기의 전쟁’이 ‘신의 제전’을 축복하노라!
신의 제전의 룰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의 격 이상의 상급 신에게 신의 제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상대 신은 거부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격 이상의 상급 신에게 받은 신의 제전 신청은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보다 센 상대에게는 결투를 신청할 수 있고, 그 반대는 거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살육과 광기의 전쟁’은 내게 학살을 할수록 강해지는 학살의 가호를 내려 주기도 한 악신이다.
접해 본 적은 없지만 정말 어지간히 싸우는 걸 좋아하는 신인 것 같다. 그나마 약한 신을 배려하는 룰이라서 다행인 것 같긴 하지만.
드드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