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47)
-상급 악신 ‘심연 늪의 지배자’가 신청한 신의 제전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es/No)
동시에 마치 뱀이 귀에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쉬익! 쉬이익!
-자, 어서 싸우자구나. 어린 신아.
뱀 소리가 마치 언어처럼 머릿속을 직접 파고들었다.
-뜨겁고 격렬하게 뒤엉켜 서로 먹고 먹히는 결투를 벌이자꾸나.
그것은 마치 농익은 여인의 유혹처럼 농밀하고 끈적였으나.
“No.”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당당히 No를 선택했다.
“안 싸우니까 꺼져.”
띠링!
-‘심연 늪의 지배자’가 신청한 신의 제전이 거부되었습니다.
‘흥, 내가 미쳤냐.’
그 끔찍한 태양신하고 싸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최소 그 녀석과 동급으로 보이는 상급 신하고 또 싸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살육과 광기의 전쟁’이 당신을 불만스러운 눈으로 응시합니다.
순간, 누군가의 불같은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안 싸워도 된다는 룰을 만들었으면서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러자 뱀 소리가 엄청난 기세로 울려 퍼졌다.
-겁쟁이! 신성한 전쟁을 거부하느냐! 네가 그러고도 사내인가!
나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살포시 뺨에 대었다.
“아잉, 이러지 마세요, 뱀 언니~. 전 싸우는 게 너무 무섭단 말이에여~.”
그러자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만족했다.
후후, 역시 아무리 신이라 해도 내 조크는 먹히는 것이군. 코믹 작가로 활동한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쿠쿠쿠쿵! 쿠콰콰콰쾅!
······헛되었다.
“으아악!”
“히익! 지, 지진이다!”
바리케이드 밖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던전 건물을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아까의 지진이 겨우 진도 2 정도였다면, 지금은 격랑이 치는 바다 위의 통통배를 타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뱀 울음소리도 녹슨 경첩을 긁는 것처럼 사납게 울려 퍼졌다.
쉬익! 쉬익! 쉬이익!
-오냐!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받아들이게 해 주지!
띠링!
-‘눈먼 신의 눈’ 권능이 발동합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다른 세계를.
지구가 아름다운 푸른 별이라면, 그곳은 오직 오수처럼 더러운 늪만이 존재하는 검은 별이었다.
그 별의 중심에 ‘그것’이 있었다.
아름답다.
샛노란 눈동자는 제어할 수 없는 야성과 색기를 품고, 검붉은 입술을 마치 아름다운 흑장미를 보는 듯하다.
물방울처럼 아름다운 모양을 한 풍만한 가슴은 물결치듯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칼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져 있고, 허리는 콜라 병처럼 유려한 곡선을 띠며 아래로 이어진다.
차디찬 검은 비늘로 뒤덮인 뱀의 하체로 말이다.
그 생김새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괴물 라미아 같았지만, 그 크기가 차원이 달랐다.
얼추 잡아도 빌딩 서너 채는 합해 놓은 것 같은 덩치를 가진 늪의 세계의 거대한 여신 ‘심연 늪의 지배자’.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심연에서 일어나거라.
부글부글!
그러자 검은 늪이 들끓으며 그 안에서 잠들어 있던 것들이 몸을 일으켰다.
손에는 장창을 움켜쥔 도마뱀 인간부터 수십 개의 뱀 머리를 가진 기괴한 뱀, 그리고 몸 안에 부식되고 있는 인간의 시체를 품고 있는 아메바같이 생긴 괴물······.
그 외에도 하나같이 악몽에서 튀어나오면 어울릴 것 같은 끔찍한 괴물들이 늪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숫자가 얼추 잡아도 수백만 단위.
뱀 여신이 사랑스럽다는 듯 그들을 굽어보며 검은 입술을 열었다.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저 가증스러운 어린 신이 감히 내 도전을 거부하며 나를 조롱하기까지 하는구나! 누가 내 명예를 위해 처참히 살해당한 내 첫 번째 사도의 피값을 받아 오겠느냐?
-끼에에엑!
-캬오오!
-크르르르!
그러자 괴물들이 서로 나서겠다는 듯 사납게 울부짖었다.
그런 그들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뱀 여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위해 모두 나서 주겠다니 기쁘기 한량없구나. 좋다. 나 ‘심연 늪의 지배자’의 위엄과 공포를 저 하찮은 신의 세계에 사는 피조물에게 똑똑히 보여 주고 오너라!
뱀 여신이 칼날 같은 손톱을 허공에 그었다.
쩌적! 쩌저적!
그러자 그녀가 지나치기에는 작은, 그러나 늪의 괴물들이 통과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쉬이익! 반으로 갈라진 혓바닥을 내밀며 뱀 여신이 외쳤다.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가거라!
-크아아아악!
수백만의 괴물들이 갈라진 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던전과 연결되어 있었다.
띠링!
-던전의 랭크가 A에서 S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던전의 랭크가 S에서 SS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던전의 랭크가 SS에서 SSS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내 눈이 무서운 속도로 변해 가고 있는 던전을 감정했다.
스륵, 스르륵!
꾸륵! 꾸물럭!
처음에는 평범한 건물 형태였던 던전이 점점 뱀 비늘로 뒤덮이더니, 마치 살아 있는 살덩어리처럼 변해 가기 시작했다.
마치 쉴 새 없이 저그를 쏟아 내는 스타크래프트의 하이브처럼 말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직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남았을 텐데······.”
점점 변해 가는 던전을 보는 성미나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게다가 이건 아무리 봐도 S급 이상이잖아!”
아뇨, 누나. 이거 SSS급인데요.
드드드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저 던전을 매개로 세계의 경계를 넘어 ‘심연 늪의 지배자’가 부리는 수백만의 괴물들이 우리 세계로 넘어오려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갈중혁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검을 뽑았다.
“빌어먹을! 나와라, 영혼기갑(靈魂機甲) 라젠카!”
철컹! 철컹!
그러자 허공이 갈라지더니 그곳에서 튀어나온 갑주의 파츠들이 순식간에 그의 전신에 들러붙었다.
그러자 가뜩이나 거구인 그의 몸이 3배는 더 커졌다.
전에 회의실에서 고사득과 신경전을 벌이던 때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위압적이다.
이것이 그의 진정한 전력인가?
번뜩!
악마 형태의 투구에서 붉은 빛이 번쩍거리는 것이 마치 갑주를 걸친 게 아니라 기갑 로봇을 탄 것처럼 보일 정도다.
좀 멋있다.
역시 남자의 로망은 기갑이다.
[갈중혁]수컷 인간이다. 사용한 지 32년 되었다.
특이 사항 : SS급 ‘금속과 기계로 만들어진 인조신의 갑주’를 두르고 있다. 제법 쓸 만한 신기니 강탈해 보자!
어째 요즘 좀 얌전하다 했더니 이제는 도둑질까지 종용하는 특이 사항이었다.
“잠깐 성연이 좀 부탁할게요.”
나는 이런 사태에도 새근새근 자고 있는 성연이를 미나에게 건넸다.
역시 우리 조카, 대범하기도 하지.
“뭐, 뭐 하려는 거야?”
무심코 성연이를 받아든 성미나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저벅저벅.
나는 대답 없이 던전으로 향했다.
“뒤로 물러나라. 네가 맞설 상대가 아니다.”
기갑 갑주를 걸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갈중혁이 느끼는 초조함도 생생히 느껴진다.
그들도 강자인 만큼 곧 저 던전에서 튀어나올 괴물들의 존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마다 최소 A랭크인 끔찍한 괴물들의 숫자가 무려 수백만.
물론 개떼처럼 몰려오는 저런 괴물들과 드잡이하며 싸울 생각은 없었다.
나는 신력을 끌어 올렸다.
“‘잔혹한 학살자’, ‘자애로운 구원자’ 타이틀 동시 장착.”
고오오오!
그러자 칠흑처럼 검고 짙은 살기를 머금은 악신의 신력과 햇살처럼 따뜻하고 눈부신 선신의 신력이 뒤엉켜 하나가 된다.
츠츠츠츠!
하나로 된 신력은 검지도 희지도 않은 회색을 띠고 있었다.
선신 타이틀인 ‘자애로운 구원자’가 A랭크로 업그레이드된 탓인지, 조금 밝은 회색이긴 하다.
나는 그것을 손에 집중했다.
정확히는 내 검지에.
그리고 살덩어리처럼 꿈틀거리는 던전을 향해 겨누고는.
“짓뭉개는 신의 검지.”
꾸욱.
짓눌렀다.
* * *
-캬르르! 캬르륵!
‘심연 늪의 지배자’가 보낸 괴물 군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그들 중 준족으로 가장 명성을 떨치는 도마뱀 인간들이었다.
뾰족한 이빨들이 잔뜩 튀어나온 녀석들의 아가리에서 녹색의 침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간만에 맛볼 다른 세계 인간들의 고기를 맛볼 생각에 잔뜩 흥분한 것이다.
-여신의 총애와 인간 고기는 바로 우리 푸른 비늘 부족의 것이다!
-캬르르! 그렇다! 우리 것이다!
-캬아아아! 인간을 사냥하자!
도마뱀 인간들의 전의가 하늘을 찌를 듯 충천했다.
무려 5년 만의 사냥이었다.
그들의 차가운 피를 덥히기에는 충분했다.
콰지직!
그들의 선두에 달리고 있던 족장의 몸이 갑자기 뭉개지며 피떡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조, 족장? 이게 무슨······ 케엑!
경악하는 부족장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몸도 족장처럼 피떡이 되어 짓뭉개져 버렸으니까.
파스스스!
짓뭉개진 족장과 부족장의 파편들이 사라지더니 음침한 빛깔의 검은 동전으로 변했다.
-히이익! 뭐, 뭐냐!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던 도마뱀 인간들의 발이 모두 얼어붙었다.
-10Gcoin(다크)이 드롭됐습니다!
-10Gcoin(다크)이 드롭됐습니다!
-20Gcoin(다크)를 회수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콰직! 콰직! 콰지직!
콰드드득!
마치 쓰나미가 휩쓸리는 것처럼 도마뱀 인간들의 몸이 벌레처럼 짓뭉개지고 있었다.
-끄아악! 모, 모두 후퇴하라! 악신의 저주다!
공포에 질린 도마뱀 인간들이 서로 앞다투어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콰직!
너무 늦었다.
쳘혈 황제도 회안의 꿈을 꾸는가?
츠츠츠.
내 오른쪽 눈은 오수처럼 검은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왼쪽 눈은 그와 대조적으로 눈부신 백색의 빛이 번뜩였다.
그 흑백쌍안의 신의 눈으로 나는 던전 안의 풍경을 ‘보았다’.
던전은 세계와 세계를 잇는 일종의 가교다.
특히 파괴신의 먹이로 낙점되어 멸망을 앞둔 세계는 세계의 경계가 약해진다.
던전이나 게이트에서 출몰하는 괴물들은 바로 그 틈을 노려 콩고물을 뜯어먹기 위해 몰려드는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다.
-키에엑!
-캬르르르!
그런 괴물 놈들이 던전 안에 득시글거렸다.
내 세계의 인간들을 먹이로 삼기 위해 몰려드는 끔찍한 학살자들.
그러나 지금 내 눈에는 던전의 통로를 달려오고 있는 괴물들이 벌레 어항 속에서 꿈틀거리는 벌레처럼 보였다.
거대한 수레를 가로막는 사마귀처럼 하찮고 가소로운 벌레들.
그래서 짓뭉갰다.
콰직! 콰직!
도마뱀 인간, 수십 개의 머리를 가진 뱀, 슬라임처럼 꿈틀거리는 점액 괴물들이 짓뭉개지고 박살 나며 갓코인으로 변했다.
평균적으로는 10Gcoin, 그리고 조금 덩치가 큰 놈들 중 몇몇은 100단위의 갓코인을 드랍하기도 했다.
별 감흥은 없었다.
벌레를 짓뭉개는 데 무슨 감흥을 느끼겠는가.
콰직! 콰직! 콰직!
내 신력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되어 쉴 새 없이 벌레들을 짓뭉갰다.
그것은 예전에 갓메이커로 제국 개미들을 짓뭉개는 감각과 비슷했다.
단지 인터페이스가 현실의 던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렇게 대략 3만 마리쯤 짓눌러 죽여 버리자 굶주린 피라냐 떼처럼 몰려오던 놈들의 돌진이 멎었다.
곧 있을 살육을 기대하며 괴물들이 지르던 함성이 공포로 가득한 절규로 변했다.
드드드드!
바다의 썰물을 수백 배 빠르게 돌린 것처럼, 괴물들이 자신들의 세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